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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연구자는 비리유치원 사태 당시 동탄비대위에서 활동했던 부모들 중 일부가 모여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 합의 대외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북극성 이사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북극 성 이사장은 비대위 당시 위원회 대표를 맡아서 사립유치원을 규탄하는 집회 및 시위를 주도했으며 각종 언론 인터뷰에 나서 정부의 사립유치원 정책에 비판을 쏟아낸 인물이다. 유치원3법 통과가 무산되자 ‘부모가 직 접 만드는 유치원’ 설립을 기획·제안하고 사회적협동조합의 조직에 앞장 섰다. 그는 뜻을 함께하는 가족들과 함께 ‘숲이랑놀자’를 만들었고 그곳 에서 공동육아를 배우는 동시에 사회적협동조합유치원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며 연구자를 터전에 초대하였다. 공동육아와 조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직접 와서 보고 판단하라는 취지에서였다.

북극성은 내게 한나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그가 자신 못지 않게 유치원 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는 숲이랑놀자에서 생활하던 7 명의 엄마 중 한 명이자 아이들의 선생님, 교육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전화상으로 연구내용과 취지에 대해 설명하였더니 흔쾌히 방문을 허락하 였다. 첫 방문일은 10월 24일이었다. 이미 여러 방송사 및 신문사에서 유 치원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다녀갔기 때문에 엄마나 아이들 모두 낯선 사

람의 방문에 대해 크게 꺼려하지는 않았다. 다만 엄마들은 언론을 비롯 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들의 신상이 부득이하게 노출되었다는 점, 이음터 건물을 쓰는 문제로 인해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 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연구자에게 부탁했다.

자신들의 반대편에 서서 연구가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자는 본인 또한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아이의 엄마 로써 비리유치원 사태에 크게 공분하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단순히 연 구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공동육아에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 후 연구자는 두 번 더 숲이랑놀자를 방문하였는데 그때마다 한나에 게 먼저 연락하여 동의를 구해야 했고 엄마들은 나를 ‘손님’으로 여기는 듯 조심스럽게 대하였다. 라포를 형성하려면 이곳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 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기에 엄마들과 상의 끝에 매주 수요일, 목요 일 오전에 방문하여 터전 일을 돕기로 하였다. 터전 일은 11월 20일부터 시작되었다. 오전 10시 무렵 유치원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청소를 마치고 아이들이 오면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그림 그리기 놀이, 만들기 놀이를 하였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다함께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간식과 점 심을 먹는 시간에 가장 많은 일손이 필요했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골 고루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식탁에 난입하는 돌쟁이 아이들을 제지하 느라 모든 엄마들이 아이들 옆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엄 마들의 일을 도우며 이들 일상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참여관찰에 집중하였다. 참여관찰 시에는 녹음 및 녹화를 하지 않았고 대신 일을 하 는 틈틈이 메모장에 기록해야 할 사항들을 적어두고 귀가 후 이를 바탕 으로 현장노트 및 현장일지를 작성하였다.

오후 일과 시간에는 비공식 면담을 주로 수행하였다. 대개 1시부터 엄 마들의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부엌에 큰 밥상을 펴고 둥글게 모여 함께 밥을 먹었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의 방해가 적어서 엄마들끼리 일상적 인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유치원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었다. 연구자 역시 식사를 함께 하면서 대화에 참여하였는데 같은 ‘엄

마’라는 입장은 대화 주제를 만들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당시 연구자 의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들은 연구자 를 ‘육아선배’로 생각하여 개인적인 질문도 많이 하였고 아이를 키우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 성하였다. 8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초점집단 면접의 형식으로 비공식 면담이 이루어졌다. 엄마 들 중 누군가가 동탄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일들이나 공동육아 를 실천하면서 겪었던 어려움 등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그 다음에는 나머지 엄마들이 “나도 그랬어” 혹은 “나는 조금 달랐어”라고 말하며 자 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해가 넘어가고 개원일이 다가오면서 7가족은 숲이랑놀자보다 목동이음 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인테리어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 되어 원 에 들어갈 물품들을 정리해야 했고, 신규 조합원과의 면접이나 조합원 회의도 새로운 유치원에서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연구자도 이곳에 서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엄마들과 함께 교구 정리를 도우며 참여관찰 및 비공식 면담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2월 중순에 이르러 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숲이 랑놀자는 문을 닫았고 공동육아 역시 중단되었다. 3월 2일, 예정대로 아 이가행복한유치원이 개원하였지만 일부 긴급돌봄이 필요한 아이들만 등 원이 가능했다. 원내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었고 반모임 등 공식적인 행 사들도 모두 취소되었다. 유치원으로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3월 한달 동 안 연구자는 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각종 문헌자료를 수집하였다. 카페에 공시된 조합의 정관이나 규약, 설명 자료 및 교육자료들은 조합의 운영체계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 다. 해당 사이트는 원래 ‘동탄 비리유치원 대책위원회’의 카페였기 때문 에 비대위 시기부터 모아온 자료들이나 게시글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 어 당시 사람들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아이가행복한유치원’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동탄 맘카페’의 게시글이나 인터

넷 뉴스 및 신문 기사들을 참고하여 학부모와 사립유치원, 한유총의 상 반된 주장들을 분석하였다. 유치원3법 논쟁은 국회회의록시스템에 기록 된 회의록을 참고하였는데, 2018년 11월 23일부터 12월 26일까지 총 6회 분의 회의록을 통해 각 정당의 의원들이 유치원 3법을 두고 어떠한 법 적·정책적 논리를 주장하는지를 살펴보았다.

4월에 이르러서는 7가족들과 심층면담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심층면담 을 시작할 당시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7가족 중 5가족이 4월을 기해 유치원을 그만둔 것이다. 북극성과 오로라네, 종달새네를 제외한 나 머지 가족들이 동시에 조합을 탈퇴하였는데, 탈퇴의 첫 번째 원인은 북 극성과의 갈등에 있었다. 탈퇴한 사람들이 면담을 거부할까봐 내심 걱정 되었으나 그들은 오히려 연구자와의 면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솔직하게 드러 낸 것이다. 심층면담은 1:1로만 진행하였으며 대상자의 집이나 카페에서 면담이 이루어졌다. 1인당 1회씩, 짧게는 1시간에서 최대 2시간 가량 면 담을 진행하였다. 당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영유아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대상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추가 면담은 유선상으로 이루어졌다. 면담은 구조화된 인터뷰(structured interview)보 다는 대상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경험과 감정에 기초해 자유롭게 풀 어놓을 수 있도록 개방형의 심층 인터뷰(open in-depth interview)의 방 식으로 진행하였다.

면담에서의 질문은 우선 동탄이라는 지역으로 오게 된 배경 및 첫 아이 를 낳고 키우면서 겪었던 양육의 경험 등에서 시작하였고 그 후 공동육 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엇을 했으며 아이는 어느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을 다녔는지, 그곳에서의 경험은 어떠했는지 등을 질문하였다. 이 과정에 서 피면담자들은 아이가 생기고 지금까지 약 5년에서 6년 남짓 가량의 이야기를 구술사적 방식으로 풀어놓기도 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숲이랑 놀자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동육아를 실천하였는지, 아이가행복한유치원 과 조합에서는 어떠한 일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 있도록 질문 하였다. 특히 피면담자들은 터전 및 유치원에서의 경험을 복기하며 몇몇

특정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는데, 연구자는 같은 사건을 두고 피면담자들이 어떻게 상반된 견해와 해석을 내놓는지에 집 중하여 면담을 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