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연구 결과
4.2. 모델 기반 탐구에서 E-M-C 이동을 촉진한 요인
4.2.1. E-M 이동을 촉진하는 요인
4.2.1.2. 메타 모델링 지식
모델 기반 탐구의 중심축은 모델이다. 따라서 모델의 본성과 모델을 다루는 방법에 관한 지식인 이른바 ‘메타 모델링 지식’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모델 기반 탐구의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메타 모델링 지식은 학생들이 모델의 본성을 이해함으로써 모델은 설명 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으며 수정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모델의 ‘참․거짓’을 판단하는 대신 ‘더 좋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무엇보다 모델 을 만들고 평가하며 수정하는 것이 실제 과학 활동의 핵심임을 강조하여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모델에 개입하는 것을 과학적인 활동으로 인 식하도록 독려하였다.
모델을 사용하고 평가하고 수정하는 활동은 E-M 이동과 관련된다. 따 라서 메타 모델링 지식을 이해함으로써 학생들의 E-M 이동이 촉진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탐구 전체 과정을 살펴볼 때 확연히 드러 난다. 그림 4-27는 전체 탐구 과정에서 나타난 EMC 공간 이동 양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낸 것이다.
모델링수업 이후
E M RC
[그림 4-27] 메타 모델링 지식의 효과
그림 4-27은 전사 자료에서 선정된 의미 단위의 공간 이동 유형을 시 간에 따라 표시한 것이다. 그림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시점은 모델링 수 업 시기를 의미한다. 이를 기점으로 학생들의 E-M 이동이 이전에 비해 활발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모델링 수업 전후에 나타난 학생들의 담화를 비교하면 메타 모델링 지식이 학생들의 논의 양상에 있어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표 4-10은 이를 보여주는 학생들의 담화 사례들을 비교한 것이다.
[표 4-10] 메타 모델링 지식의 전달 전후에 나타난 학생들의 담화 비교 모델링 수업 전
교사: 간단한 도형이나 점으로 나타내도 상관이 없어요.
자.. 그럼 높아지는데, 결론만 보면 학3의 설명이 맞는데...
학1: 감을 못 잡겠어요.
교사: 감을 못 잡겠어요? 학1이 약간 당황스럽죠. 왜냐면, 저번에 설명이 너무 완벽했거든요.
대화 ①
모델링 수업 후
교사: 이 모델의 장점 먼저 학1: 장점!! 심플리피케이션!!
교사: 하하, 한글로 좀.. 부탁드립니다.
학1: 을 통한, 단순화!!
교사: 뭘 단순화했어요?
학1: 델타 v는 일정하다. 델타 t가 일정하다. 이런 걸 통해서 이제, 복잡한 게 딱 간단해졌죠. 상수 취급할 수 있잖아요.
교사: 근데 학3은 아까 그런 거를 일정하게 두는 게 별로 그렇게 하면 안 될 거 같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해요?
학1: 그건 단점에 있어요. 일단 단점 말하면, 델타 t가 일정해요. 근데..
교사: 일정하다고 가정했죠?
학1: 네, 근데 델타t가 다른 변인에 의해 변할 수가 있어요. 변할 수 있는 가 능성이 있어요.
교사: 우리가 알지만, 네네 변할 수 있죠
학1: 네, 막 충돌속도라든지, 아니면 방지턱 높이에 따라서도 델타t가 달라 질 수 있어요.
교사: 그런 점이 너무 단순화 돼 있다?
학1: 네
대화 ②
교사: 아니, H 찍고 분리되는 거지.
학1: 그죠?
교사: 응
학1: 얘 일단 그 이유는 설명 못하는 건 맞는데.. 이제 저희 뒤에까지 설명 해야 하는 거 맞죠?
교사: 응
학1: 얘가 뒤에를 설명 못 하는 거야..
대화 ③
대화 ①은 학생 1이 구성한 모델 1.0을 통해 예측된 현상이 실험 결과 와 정반대임을 확인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모델 1.0은 방지턱이 높아질 때 RC 카의 수직 최대 가속도가 감소할 것임을 예측하였으나, 실제 실 험 결과는 방지턱이 높아질 때 RC 카의 가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이 시점에서 교사는 학생 1로 하여금 실험 결과와 맞는 다른 설명 을 도출할 수 있을지 묻고 있다. 상당한 고민의 시간을 주었으나 학생 1 은 그 어떤 논의나 시도도 하지 못하였다. 모델 1.0은 충돌 상황을 극도
교사: 이 모델의 부족한 점. 안 좋은 점. 쉽게 얘기하면.
학1: 음...
학2: 날아가는거 학1: 날아가는거?
학2: 설명 못하잖아.
교사: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왜냐면 사실 이 모델은..
학2: H가...
학1: H 이전까지만 설명이 돼요. 딱 H
대화 ④
교사: 사인값이 작아지는데 a값이 커진다고?
학2: 네. 2.5를 넘어가면..
교사: 아.. 이게 말해 주는게?
학2: 2.5를 넘어가면..그러니까 세타가 45도를 넘어가면 사인값이 작아지 기 시작하잖아요. 근데 그래프를 보면 3.0일 때도 계속해서 증가하잖 아요. 그 말은 무슨 말이냐. 이제 앞에 있는 이
가 더 커져야 우리가 실험한 결과가 설명이 되는거죠. 그러면은 앞에 있는 분수에서 우리가 일정하다고 가정한 가 너무 단순화되어 있다... 그래서 를 더...
그거(정교화) 해야 한다...
대화 ⑤
교사: 실제로는 우리 데이터를 보면은 충돌을 ‘빵’하고 거기가 최대가 아니 라 올라가면서 압축이 되면서 점점 가속도가 올라가잖아요. 다 그렇 잖아요. 그런데 모델 2.0 같은 경우는 이거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학2: 저 가정을 빼보죠 그럼 대화 ⑥
로 단순화한 일반적인 모델이므로 간단한 뉴턴 역학을 적용함으로써 완 결된 이론적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모델 1.0이 실험 결과의 어떤 특징 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은 학생 1에게 매우 낯설게 다가왔을 것이다. 메 타 모델링 지식의 이해가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 1은 모델을 평가하 거나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학생 1이 생 각할 수 있는 옵션은 모델 1.0을 통째로 기각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상황 에서 모델과 관련된 더 이상의 논의는 불가능하며 탐구는 단절될 것이 다. ‘감을 못 잡겠어요’라는 학생 1의 반응을 통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학생 1과 비슷하게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의미 있는 논의는 나타나지 않 았다.
반면, 모델링 수업 후에 이루어진 대화 ②~⑥에 나타난 학생들의 모습 은 앞선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대화 ②에는 설명력이 떨어지는 모델 3.8 을 평가하고 있는 학생 1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모델 3.8의 장점으로 다 수의 이상화 조건들이 전제되어 있어 상황이 단순하므로 이론적 설명이 간편해졌음을 들었다. 그러나 모델 3.8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모델이므로 조건을 해제함으로써 얼마든지 복잡해질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 화 ③, ④에서 학생 1과 학생 2는 모델 3.0의 설명 영역이 한정되어 있음 을 인식하고 설명 불가능한 영역이 어느 부분인지 정확히 짚어내고 있 다. 또한, 대화 ⑤에서 학생 2는 모델 2.0에서 접촉시간을 더 정교화해야 할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으며 대화 ⑥에서 모델의 조건을 인식하고 모델 의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특정 조건을 제거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모델링 수업 이후에는 모델이 실험 결과의 특정 측면을 설명 할 수 없을 때 논의가 단절되기보다는 그러한 한계점이 나타나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들을 제안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이어 졌다. 학생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생각할 때 메타 모델링 지식에서 주로 표 4-11과 같은 내용들이 학생들의 수행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표 4-11] 학생들의 수행에 기여한 메타 모델링 지식의 내용
메타 모델링 지식 영역 구체적 내용
모델의 본성 - 모델은 실제 현상을 단순화했다는 점에서 실제와 다르므로 반드시 설명력에 한계가 있다
모델의 평가
- 모델의 평가는 참 ․ 거짓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모델이 현상을 어느 정도(degree)로 잘 설명하는 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모델의 수정
- 모델은 수정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설명하지 못하 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 이상화 조건은 모델을 단순하게 만드는 장치이므 로 이를 해제함으로써 모델이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메타 모델링 지식은 학생이 모델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평가 와 수정의 가능성을 인식하도록 할 뿐, 문제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해법 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결국, 학생은 스스로 모델과 관련된 문제점을 진 단하고 원인을 파악하며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비교적 내 용 지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므로 일반 사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메타 모델링 지식이 효과적인 E-M 이동을 보장한다기보다는 학생들의 사고에 일반 사유의 영역이 개입하도록 함으로써 E-M 이동을 촉진했다는 해석이 타당할 것이다. 메타 모델링 지식과 일반 사유 역량 의 관계는 그림 4-27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27에서 메타 모델링 지식은 E-M 이동을 크게 활성화시킨 반면 C-M 이동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는 내용 지식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C 공간에는 일반 사 유 역량이 개입하기 어려우므로 메타 모델링 지식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