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연구 결과
4.1. 학생들의 모델 기반 탐구의 양상
4.1.3. 모델을 통해 현상 예측하기
4.1.3.2. 모델의 수학적 구조 사용하기
모델에 이론적 지식을 적용한 결과로 도출되는 수학 관계 식은 분명 직관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현상을 예측하는데 결정적인 도구 이다. 또한, 과학자들은 현상의 수학적 구조 사이 동형성을 매개로 창의 적 이론을 고안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모델 기반 탐구에서도 수학 관계식을 이용하여 현상을 예측한 사례는 전체 예측 관련 사례의 약 22% 정도를 차지할 만큼 모델을 사용 하는 주된 방법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탐구에서 수학에 의존한 사고는 과학자들의 그것과 다른 성격으로 나타났으며 모델 기반 탐구의 취지를 고려할 때 다소 회의적인 측면이 있다. 다음 두 사례를 살펴보자.
#32
학1: 어 이거이거이거 ∆
교사: 그런데 우리 중간 발표 때 저 θ다 구해놨잖아. 그래서 10 cm일 때는 22,31,39,48,50, 막 이렇게 나왔었지.
학1: 네
교사: 그러면 이제 저 θ값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생각한 모델 2.0과 PJ 1.0의 퓨전모델이 예측한 결과가 실제 실험 데이터와 잘 맞나요?
학2: 어 근데 왜 2θ야. 2θ면은 작아지잖아. 90°까지만 커지는데 2θ면은 50°
까지..
학1: 50°까지 있으니까
학2: 설명되네, 커지면 2θ니까 90°까지는 증가하잖아요? 그거 넘어가면 감소 하기 시작하는데? 45° 이상이 되면 아니지, 45°가 최댓값인 거죠. 세 타 값이..
학1: 45°일 때 ay가 제일 크다.
학2: 어, 그거 넘어가면 2θ니까 감소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최댓값이 아니다!
학1: 2.5 cm부터 감소 시작!!
교사: 그러면 안 맞네.
위 사례는 충돌이론을 이용하여 모델 2.0에서 변인들 사이 관계를 수학 관계식으로 도출한 직후 학생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논의이다. 그림 4-14 는 모델 2.0과 이로부터 수학 관계식을 도출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a) (b)
[그림 4-14] 모델 2.0(a)과 모델 2.0에서 수학 관계식을 도출하는 과정(b)
그림 4-14(b)의 관계식에는 충돌 각도()와 RC 카의 가속도(amax) 사이 의 수학적인 관계가 드러나 있다. 따라서 이 관계식을 읽는 것만으로 특 정 변인들 사이 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 이때 너비 10cm인 5개의 방지 턱에 대한 충돌 각도()의 값이 낮은 것부터 각각 22°, 31°, 39°, 48°, 50°
임을 고려하면 가속도 변화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 이에 학생 2는 방지 턱 높이에 따라 가속도가 증가하다가 충돌 각도()가 48°인 높이 2.5 cm 인 방지턱부터 가속도가 다시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다.
#72
교사: 뭐라고?
학1: vx증가하면 △vx 증가. 높이 증가하면 △vx 증가. 그죠?
학3: 응 세타 증가하면 △vx 증가.
학2: 근데 이거..
교사: 그러니까 경향성이 어느 정도는 보인다라는 거죠. 이 그래프를 가지고 결론에다 반영을 한다면 뭘까요..
학2: 그래프가 어떻게 되는거냐.
학3: 세타가 커질수록 vx..
학1: 그냥 무조건 증가. 뭐 증가하면 뭐 증가 학3: 다 증가
사례 72에서는 모델 5.0에서 도출된 수학 관계식을 통해 예측할 수 있 는 현상을 학생들이 나열하고 있다. 모델 5.0은 RC 카가 방지턱에 충돌 할 때 수평 방향 속력의 감소량을 가늠하기 위해 모델 3.0의 수평 성분 만을 고려하여 변형한 모델이다. 모델 5.0에 뉴턴의 법칙을 적용하면 다 음과 같은 수학 관계식을 얻는다.
∆ sin
위 식에는 변인 ∆, , 사이의 구문론적 관계가 명시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관계를 통해 손쉽게 변인의 조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있다. 이에 학생들은 가 증가할수록. 가 증가할수록 수평 방향 속 도 감소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계를 어렵지 않게 말하고 있다.
이상 살펴본 사례에 나타난 논의들은 모델에서 변인을 조작하고 모델의 행동을 상상하여 결과를 예측하는 것과 같은 사고 기술들을 요구하지 않 는다. 학생들은 수학 관계식을 보고 그 안에 나타난 변인들 사이 관계를 단지 ‘읽는 것’만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수학 관계식에 포함된 변인들에 집중할 뿐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 다. 이는 학생들이 수학 관계식이 모델에서 연유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기계적 사용에 그치므로 수학적 표현이 오히려 학생들의 사고를 저해할 수 있다는 Bing & Redish(2009)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탐구 과정 전반에서 학생들은 수학 관계식을 변인들 사이 구문론적 관 계를 보여줌으로써 예측을 간편하게 만드는 도구로 인식하는 듯 보였다.
학생들은 고차원적 논의가 필요한 질적 상황에서 수학 관계식이 제공하 는 지름길을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다음은 이를 보여주는 대화이다.
교사: 자,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겠지? 이것만 찾고 갑시다.
그니까 모델 3.0의 능력을 평가해 주세요.
학1: 어.. 설명할 수 있는 거..
학2: 아 뭔가 딱 식으로 딱 나왔으면 좋겠다.
학3: 그러니까, 식으로 안 나오니까..
학생들이 종종 이론의 총체를 공식으로 착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들은 모델의 사용 방식으로 수학 관계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 한 가능성은 학생들의 고차원적 논의의 기회를 차단하여 과학자의 사고 기술을 경험한다는 모델 기반 탐구의 기대효과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경 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모델을 사용하고자 할 때 모델에 성급히 법칙 을 적용하여 수학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모델 사용에 관한 고민이 충분히 정성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