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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춘향전>과 <취교전>의 적대적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고전소설에서는 적대적인 인물뿐만 아니라 조력자 역할을 하는 인물 역시 서사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는 두 작 품의 조력 인물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정하영은 주변 인물(minor character)을 “대체로 중심인물의 부 수적 존재로서 중심인물과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 그의 일을 돕거 나 시중드는 기능을 하는 인물“로 정의한다. 더불어 이들의 기능을 중심인물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이야기의 흥미로운 전개에 기 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258) 여기서는 여자 주인공인 춘향과 취교

를 돕거나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물들로 국한하여

‘조력 인물

(helper)’로 명명하고자 한다.

더불어 조력 인물을 분석할 때도 춘향

과의 우호적인 관계에 중심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춘향전>의 조력 인물로는 월매,

향단, 방자, 이방, 남원부민, 한

량들, 기생, 농부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춘향의 모친인 월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완판

84장본>에서 그녀는 딸에게 지난밤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몽룡과의 결연을 권유한다. 그녀가 들려준 꿈 이야기는 춘향에게 이몽룡과 인연이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춘향과 이몽룡의 혼약에 있어서도 월매는 매우 특별한 역할을 한다.

언약식에 증인으로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이몽룡의 의사(意思)를 확 인하고 불망기를 얻는 데에 있어서 주된 역할을 한다.

“나와 말 좀 하여 봅시다. 내 딸 춘향(春香)을 버리고 간다 하니 무슨 죄(罪)로 그러시오. 춘향(春香)이 도련님 모신 지 거진 일년(一 年) 되었으되, 행실(行實)이 그르던가, 예절(禮節)이 그르던가, 침선(針 線)이 그르던가, 언어(言語)가 불순(不順)턴가, 잡(雜)스런 행실(行實) 가져 노류장화(路柳牆花) 음란(淫亂)턴가. 무엇이 그르던가. 이 봉변(逢 變)이 웬일인가. 군자(君子) 숙녀(淑女) 버리는 법(法) 칠거지악(七去之 惡) 아니며는 못 버리는 줄 모르는가....(중략).... 남 못할 일 그리 마 오. 애고 애고 설운지고, 못하지요. 몇 사람 신세(身勢)를 망치려고 아 니 데려가오. 도련님 대가리가 둘 돋쳤소. 애고 애고 무서워라. 이 쇠 띵띵아.”259)

인용문은 상경하겠다는 이몽룡에게 월매가 악다구니를 해대는 부 분이다. 월매는 손뼉을 치고, 문을 두드리고, 주먹으로 사람을 위협 하고, 폭언을 하면서 이도령에게 달려든다. 월매의 이러한 반응은 춘향을 대시한 것으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은 춘향의 심사를 대변한다. 이처럼 월매는 현실 논리에 따라 처신하는 이해타산적인

258) 정하영, 「월매의 성격과 기능」, 김병국 외(1996), 앞의 책, 295면.

259) 구자균 교주(1976), 앞의 책, 101-103면.

인물이지만260) 늘 춘향의 곁에서 돌봐주고 춘향이 하는 일을 돕는 다. 춘향이 가혹한 매를 맞을 때 간장이 끊어지듯 아파하여 이몽룡 에게 이러한 소식을 전하고자 하지만 춘향이 원하지 않아 그러한 생각을 접어둔다. 그녀는 다만 이몽룡이 과거에 급제하고 높은 벼슬 을 하고 돌아와 춘향을 구해주기를 바라며 정성으로 기원한다.

“천지지신(天地之神) 일월성신(日月星辰)은 화위동심(化爲同心)

하옵소서. 다만 독녀(獨女) 춘향(春香)이를 금쪽같이 길러 내어 외 손봉사(外孫奉祀) 바라더니 무죄(無罪)한 매를 맞고 옥중(獄中)에 갇혔으니 살릴 길이 없삽니다. 천지지신(天地之神)은 감동(感動)하 사 한양성(漢陽城) 이몽룡(李夢龍)을 청운(靑雲)에 높이 올려 내 딸 춘향(春香) 살려지이다.”261)

위의 인용문은 이몽룡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월매가 치성을 드리 는 부분으로, 이를 통해 월매가 이몽룡의 약속을 믿고 그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월매의 믿음과 정성은 옥에 갇힌 춘향에게 정신적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춘향이 이몽룡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월매의 조 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262)

월매와 더불어, 향단도 춘향에서 큰 도움이 된다. 춘향의 몸종인 향단은 예의범절과 포용적인 인간애를 지닌 인물로 춘향을 이해하 고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준다.

“아씨 아씨 큰 아씨. 마오 마오 그리 마오. 멀고 먼 천리(千里)

길에 뉘 보랴고 와 겨관데, 이 괄시(恝視)가 웬일이오. 애기씨가 알

260) 진은진(2002), 「춘향전의 여성 인물 형상 연구」, 『판소리연구』14, 판소리학회, 296-297면.

261) 구자균 교주(1976), 앞의 책, 185면.

262) <완판 84장본>에서 월매의 형상은 여타의 이본과 차별화된다. 더불어 <완판 84장본>

에서도 이별 후 월매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서사 전반에 서 일관성 있게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으시면 지레 야단이 날 것이니 너무 괄시(恝視) 마옵소서.”263)

걸인이 되어 온 이도령을 월매가 박대하자 향단은 월매를 말리고 이도령을 극진히 대접한다. 향단은 이도령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정 성을 다하여 봉양함으로써 옥에 갇힌 춘향이를 대신하여 보조한 다.264) 춘향이 변학도에게 항거할 수 있는 것은 향단과 같은 충실한 몸종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향단은 월매와 더불어 춘향이 가 의지할 곳이 된다.

한편, 방자, 이방, 남원부민, 한량들, 기생들, 농부, 등이 춘향에게 직접 도움을 주지 않지만 이도령과의 결연과 변학도와의 대결에서 어느 정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모두 춘향의 입장에 서서 그 녀를 지지한다. 특히 방자는 춘향과 이몽룡의 결연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중매를 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소개를 통해 중매자의 역할을 한다. 방자의 춘향에 대한 평가는 이몽룡에게 춘향 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편 이방이나 농부와 같은 인물 역시 춘향에 대한 지지를 보낸 다. 이방은 수청을 위해 춘향을 부르라는 변학도에게 아래와 같이 응대한다.

“춘향(春香)이가 기생(妓生)도 아닐 뿐 아니오라, 구등(舊等)

또 자제(子弟) 도련님과 맹약(盟約)이 중(重)하온데 연치(年齒)는 부동(不同)이나 동반(同班)의 분의(分義)로 부르라기 사또 정체(政 體)가 손상(損傷)할까 저어하옵내다.”265)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방이 가진 춘향에 대한 인식이다. 이방은 춘향이 기생이 아니며 이도령과 혼인을 한 사이로 그녀를 보고 있

263) 구자균 교주(1976), 앞의 책, 193면.

264) 진은진은 향단을 춘향의 열녀적인 속성을 보조하는 인물로 춘향의 긍정적 내면이 투 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진은진(2002), 앞의 논문, 304면.)

265) 구자균 교주(1976), 앞의 책, 129면.

다. 그런 이유로 혼인을 한 춘향을 부르는 일이 사또의 체면을 손상 하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변사또의 명을 받아 춘향을 잡으러 가는 군로사령의 경우 이방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행수 기생과 마찬가지로 춘향의 변화된 삶의 태도를 깊이 이 해할 수 없었기에 고까움이나 시기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변 학도의 춘향에 대한 참혹한 형벌과 변사또에 대한 춘향의 항거는 점차적으로 주변 인물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오며 공감대를 형성 한다. 이는 이 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농부의 반응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골 춘향(春香)이가 본관(本官)에 수청(守廳) 들어 뇌물(賂物)을 많이 먹고, 민정(民政)에 작폐(作弊)한단 말이 옳은지.”266)라는 이도령의 물음에 농부는 매우 화를 내며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아무데 살든지라니 게는 눈콩알 귀꽁알이 없나. 지금 춘향(春香) 이를 수청(守廳) 아니 든다 하고 형장(刑杖) 맞고 갇혔으니 창가(娼

家)에 그런 열녀(烈女) 세상에 드문지라. 옥(玉)결 같은 춘향(春香)

몸에 자네 같은 동냥치가 누설(陋說)을 시키다간 빌어먹어도 못하 고 굶어 뒤어지리.”267)

그는 춘향을 세상에 드문 열녀로 칭하고 그런 춘향을 모욕하는 행위자에 대해 저주를 퍼부을 정도로 춘향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춘향을 옹호하는 인물이 많으며, 이들은 대 부분 하층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춘향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사람의 평가에 있어서 개혁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들은 사람을 신 분이 아닌 인격과 행동을 바탕으로 평가한다. 그들의 등장과 행동은 춘향의 영웅적 행위가 관아 주변 인물들로 하여금 깊은 반성을 촉 구하고 남원부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음으로써268) 변학도와의

266) 구자균 교주(1976), 위의 책, 181면.

267) 구자균 교주(1976), 위의 책, 181면.

268) 정출헌(1993), 앞의 논문, 121면.

대결에 있어서 결코 춘향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취교전>의 조력 인물로는 취운,

마교, 관가(管家) 아주머니와 각

연 스님 등을 들 수 있다. 취운은 김중과의 언약을 지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269) 취운은 김중과의 혼약을 대신해 달라는 부 탁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취교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270) 또한 재회 할 때 종당(宗堂)의 일을 책임지는 것도 취운이며 취교 역시 취운이 있어야만 자기가 간직했던 정절을 지킬 수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취운은 취교의 진정한 조력자라고 볼 수 있 다.

마교는 수파의 창가에서 기생 노릇을 하는 인물로서 취교와 같은 처지이다. 초경과 함께 도망치다가 잡혀온 취교가 수파의 가혹한 매 를 맞았을 때 마교가 취교를 위해 신원보증을 해준다.

동료 가운데 마교(馬翹, 마 끼에우)라는 아가씨가 있어, 취교를 불쌍히 여겨 위험을 무릅쓰고 보증을 서네.271)

취교의 처지를 안타까워해서 마교는 서로가 잘 모르는 사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취교를 위해 신원보증을 서준다. 마교의 신원보증 이 있어야 수파가 취교를 풀어준다. 이렇게 보면 마교는 취교의 귀 한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속임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심이 있 는 사람이 옆에 있어주는 것이야말로 취교에게 큰 힘이 된다.

관가 아주머니는 환파네 집에서 노비의 신분으로 일하는 하층민 이다. 관가 아주머니는 귀족 집안에서 일하면서도 하층민이 가진 인

269) 응웬 티 썸(Nguyễn Thị Sâm)은 취교와 김중의 사랑에 취운이 희생물이 된다며, 취운 이 없으면 취교는 김중과의 약속을 온전하게 지키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Nguyễn Thị Sâm, Người em vườn Thúy(취원의 여동생), Trịnh Bá Đĩnh 외(2003), 앞의 책, 602-606면 참조.)

270) 팜 반 흥(Phạm Văn Hưng)은 취운이 가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이어 받아주었기 때문 에 취교가 김중에 대한 고결한 사랑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Phạm Văn Hưng(2016), 앞 의 책, 136-137면.)

271) Nguyễn Du, 최귀묵 역(2004), 앞의 책, 1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