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라오스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격조사 교육의 전제
2. 한국어와 라오어의 격 실현 방식의 차이 대조 언어학과 분석
2.2. 한국어의 격 실현 방식
격(Case)은 언어학자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있다. Lyons(1985:289)에 의하면 어원적 으로 격은 라틴어의 ‘Casus’에서 가져온 말인데 이는 ‘밀어짐(falling) 또한 일탈
(deviation)’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12) 김원경(2009:15)에 의하면 격이라는 정의는 그 리스어인 ‘ptosis’에서 출발하여 라틴어의 ‘Casus’로 이어진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격 과 관련한 언어 현상이 복잡하므로 격 범주에 관한 정의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한 언어 의 격 범주는 구조격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격 기제에 의해 표시되기도 하고, 이외에 다 양한 격 표현들도 있다.
김원경(2009:13,46)에서 ‘격’은 외연적 속성과 내면적 속성의 양면성을 가지는 문법 범주라고 언급하고 있다.13) 격 범주의 특성은 ‘형태’와 ‘의미 기능’이라는 주요한 기본으 로 볼 수 있다. 한국어의 격은 주로 ‘형태격’과 ‘의미격’이라는 대립 정의를 바탕으로 격 범주의 본질을 규명하고 격의 분석 과정을 명시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언어 유형 적으로 격 범주는 ‘위치’에 의한 유형과 ‘표지’에 의한 유형으로 관찰할 수 있다. 위치에 의존하여 격을 표시하는 언어들은 문장 속에서 성분들의 위치가 격 관계를 표시해 준 다.14) 안병희(1966)는 한국어 문장에서 나타난 논항들 중에 격 조사 없이 등장하는 논 항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격 조사 없이 나타난 논항들이 통합 관계에 의해서 격을 표시하는 현상이라 하면서 격이 표시된다는 것으로 봤다. 이를 독립된 격 범주로
‘부정격’(Casus Indefinitus)이라 정하였고, 격 조사와 함께 나타난 논항들은 격 조사에 의해 격을 나타내는 현상이라 하면서 격이 표시되는 ‘정격’(Casus Definitus)이라고 제 시하였다. 민현식(1983)은 ‘부정격’이라는 용어를 쓰면 개념상 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면서, 격이 정해져 있는데 다만 격 표지로 표시되지 않았을 뿐이라 보고 표시되지 않은 격은 ‘무표격’(Unmarked Case)으로, 표 시된 격은 ‘유표격’(Marked Case)으로 제안하였다(김용하, 1999:244).
한국어의 격 범주는 격조사에 의하여 외현적으로 실현되기도 하며 무표적으로 그 기 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어 격 범주는 주로 격 조사를 통하여 나타내며 조사는 그 형태와 기능 현상에서 아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어 격은 문장 속에서 명사구가 놓인 위치로도 표시될 수도 있으며, 무표로도 의미 기능을 나타낼 수도 있고, 또한 명사나 명사 상당 어구에 격 형태의 결합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언어
12) 쓰리잔 꾸마르(2012)에서 재인용
13) 격이 가지는 양면성은 ‘문법 격과 구체 격(Jespersen), 내부 결정 격과 외부 결정 격 (Wundt), 개념 사고 격과 직관 격(Deutschbein)’ 등의 어휘로 문법사에서 지속적으로 궁구 된 것이다.
14) 김원경(2009:13,46)에서는 위치에 의하여 격을 나타낸 언어를 ‘Location-Language’라고 하고 ‘L언어’로 줄여, 표지에 의하여 격 표시 언어들은 ‘Marker-Language’라고 하고 ‘M언 어’로 줄여 지칭하고 있다.
에 따라 격을 나타내 주는 외현적 접미사들은 다르고, 동일한 언어라고 하더라도 역사적 인 시기에 따라 다른 주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 또 문제가 되는 부분은 동일한 의미를 표 현하는 용법이 동일한 방법으로 격 표지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서로 다른 방법으 로 격 표지를 사용하는 표현 방법도 있다(김원경, 2009:38:39:52).
(35) 가. 철수가 과일을 먹는다.
나. 과일 먹어.
다.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
라. 도둑이 경찰에게 잡혔다.
(35가)는 격조사가 문장 내에서 문장 성분인 체언 뒤에 쓰여 격 범주를 나타내 주는 예문이고, (35나)는 격조사를 통해서 격 범주를 나타내 주는 것이 아니고 무표로 격 범 주를 나타내주는 예문이다. (35다, 라)는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지 만 같은 격 범주를 나타내 주는 용법을 쓰지 않고 서로 다른 격 표지를 통해 격 범주를 나타내는 예이다.
필모어(Fillmore)는 격 문제에 대하여 설명하기 위하여 언어 현상을 통해 의미 기능 을 기준으로 내면격 범주를 체계화하였다. 격의 형태를 개별 언어들의 표면적인 현상으 로 삼고 심층구조에 입각한 언어 보편적인 격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 러나 이러한 격 분류는 성분어의 표지나 위치에 의한 분류와 일치되지 않은 결과가 나타 나기도 한다. 촘스키(Chomsky,1980)에서는 의미역 이론과 격 이론을 분류하여 표면적 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격과 그 의미론적인 격 기능과 심층적인 격 기능을 분류하였으며, 격 할당 구조에 관한 일반적인 원리와 의미 기능 위주의 격 분류는 다른 층위의 접근이 라고 간주한다. 촘스키(Chomsky,1986)에서는 영어의 속격을 구조 격으로 다루었던 것 을 본유격으로 다루었다. 블레이크(Blake, 1998)에서 격 범주는 ‘종속적 명사가 그 문장 내에서 머리어가 가지는 유형을 표시하는 체계’라 한다. 격 범주의 정의를 서술어 중심 을 위주로 논의하는 것보다 더 포괄한 범위에서 다룰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문장 내 에서 일반적으로 서술어는 머리어가 되며, 서술어와 관련을 나타내고 있는 명사들은 서 술어를 통해 적절하게 격을 표시한다. 주어와 목적어는 모두 다 서술어를 머리어(head) 로 하는데 주어는 서술어의 지정어가 되고, 목적어는 보충어가 된다(김원경, 2009:39-41).
블레이크(Blake,1998)에서는 세 가지의 방법으로 격 표시를 나누었다. 첫 번째, 굴절
표지에 의존하여 격이 표시되는 방법, 두 번째, 전치사나 후치사에 의존하여 격을 표시 하는 방법, 세 번째, 어순에 의하여 격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많은 언어들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격 현상들에 의하여 많은 언어들이 이 세 가지 방법 중의 하나를 선정하기 보다는 어느 한 방법을 주된 방법으로 하고 다른 방법을 부차적인 방법으로 선택하여 사용하여 격을 나타내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영어의 격 범주는 ‘위치에 의한 격’과 ‘굴절에 의 한 격’, ‘전치사에 의한 격’으로 분류된다. 영어를 위치에 의한 격 표시로 보는 경우 영어 의 주된 격 표시 방법은 어순에 의존한 것이며, 대명사는 굴절이라는 기제에 의하여 해 당 구조에 적합한 격 형태를 나타낸다. 일반적인 명사나 고유 명사 등은 전치사를 통해 서도 격을 표시한다. 영어의 대명사가 굴절형으로 나타나지만 어순이 자유롭게 쓰이지 못함으로 인하여 보다 ‘위치’가 더 주된 격 표시 기제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김원경, 2009:47). 중국어의 격 범주는 ‘위치에 의한 격’ 또한 무표로 실현되기도 한다.
한 언어 내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격을 표시할 수 있다. 격을 표시하는 방법 중 구조 격을 표시하는 방법은 형태와 통사론적 기제에 의해 표시된다. 본유격들은 이와 달리 별 도의 기제에 의해 표시된다. 어떤 언어에서의 본유격이 다른 언어에서는 구조격으로 분 류될 수도 있다. 한 언어에서 주어와 목적어가 위치에 의해 분류된다면 그 언어는 어순 에 의해 격을 나타내기도 하고 또한 격 기능을 표시하기 위한 다른 기제는 전치사와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주어와 목적어가 조사와 결합해 격 기능을 나타내 는 현상에 의한 언어는 격 표지 언어에 해당된다.
김원경(2009)에서 형태격(Morphological)은 통사적 구조나 형태적 표지에 의해 격을 표시하는 방법이라 하고, 의미격(Semantic)은 논항의 의미 기능을 통해 격을 표시하는 방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다시 형태격을 ‘구조격’과 ‘본유격’으로, ‘구조격’을 ‘목적격, 속격, 주격’으로, 본유격은 ‘부사격’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형태격을 ‘목적격, 속격, 주격, 부사격’으로 정리할 수 있다. 형태격을 표시하는 형태로는 ‘가, 를, 의, 에, 로, 와’가 있는데 이 중 ‘가, 를, 의’는 구조격 조사이고, ‘에, 로, 와’는 본유격 조사에 해 당된다.
민현식(1982나)은 한 조사 형태의 많은 격 기능과 한 격 기능에 동원되는 많은 조사류 의 문제로 인하여 격과 조사 형태가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보면 주격 ‘이/가’라고 하는 것도 주격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며 목적격, 보격의 기능도 표시되는 1형태인데도 불구하고 3격의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1) ‘물이 맑다.’와 같은 경우에는 ‘이’가 주격조사의 기능으로, (2) ‘물이 먹고 싶다.’와 같은 경우에는 ‘이’가 목적격 조사의 기능으로, (3) ‘물이 된다.’와 같은 경우에는 ‘이’가
보격 조사의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민수(1995)에서 한국어격조사를 ‘주격, 속격, 목적격, 구격, 여격, 공격, 호격, 술격 조사’로 나누었고, 권재일(1992)에서는 격조사를 ‘주격, 목적격, 부사격, 관형격, 호격 조사’로 나누어 언급하고 있다(김원경, 2009:66). 학교 문법에서의 격조사는 ‘주격, 목적 격, 서술격, 보격, 관형격, 부사격, 호격 조사’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한국어는 격 표지에 의존하여 격을 표현하는 언어로 분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어에서는 격을 표현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형태는 조사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조사는 문장 내에서 특정한 격을 표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격조사와 명사의 어휘적 의미를 표시하는 한정 기능을 가지는 보조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립국어교육원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격을 ‘문장 내에서 체언이나 체언의 역할을 하는 말이 서술어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자격’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주시경(1910)은 영어의 ‘Case(격)’을 한국말로 해당되는 ‘듬’이라고 설명하였고, 문법 기능 즉 문장 성분을 바탕으로 하여 듬(격)을 ‘임 이듬(주격)’, ‘씀이듬(목적격)’, ‘남이듬(서술격)’의 3가지로 구분하였다.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문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요소는 단어이지만 단어만을 나열 하여 문장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에서는 문장을 이루기 위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 중 하나가 조사이다. 조사는 문장 내에서 앞의 체언인 문장성분에 붙 어 다른 문장성분과의 관계를 나타내거나 의미를 더 부여해 주는 요소이다. 조사는 단어 이지만 독립적으로 쓸 수 없는 요소이다.
한국어는 격 표지에 의존하여 격을 표현하는 언어로 분류된다. 격을 표시해 주는 기능 을 지니고 있는 문법 형태는 조사이다. 조사는 문장 내에서 특정한 격을 표시하는 기능 을 지니는 격조사와 명사의 어휘적 의미를 표시하는 한정 기능을 지니는 보조사로 나누 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