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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동호회를 통한 전통예술 향유양상

2) 기량조율과 협동의 필연성

대)의 말처럼 풍월신명판 활동을 그만 두는 이유로 칭찬이나 지적은 가시화되지 않는다. 최근 정기모임에 참석하지 않아 사실상 그만둔 것으로 간주되는 이주승 (남, 70대)의 활동중단 이유는 건강이라는 일신상의 문제다. 그러나 또 다른 배경 에는 연행방식을 두고 다른 회원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왔으며 그 문제가 말 다툼으로 점화되었던 사실도 존재한다.

칭찬과 지적이 때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때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활동의 촉 매가 되는 것은 비전문가로서 여가와 애호의 대상으로 예술을 직접 연행하고자 하는 이들의 모임, 즉 예술동호회의 특징이다. 일상에서 예술을 영위하고자 하는 비전문가에게 공개적으로 지적이나 칭찬을 가하는 것은 그의 실력을 두고 뛰어난 것과 뒤쳐진 것이라는 구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는 실력을 앞세워 회원들 사 이에 위계를 조성한다. 모두가 대등한 관계이길 지향하는 동호회 회원 간에 그러 한 위계는 감정적 상처를 유발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활동하는 동호회에서 칭찬과 지적의 역기능은 진지한 여가를 행하는 데 있어 이겨내야 할 또 다른 인 내의 대상인 것이다.

풍물굿과 탈춤 실력을 향상시키면서 동호회 활동도 오래 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나재환은 타인의 기술에 대해 잘 한다 혹은 못한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기 보다는 표현에 대한 선호도를 이야기함으로써 칭찬의 방식을 우회할 것을 제안한다. 공개 적인 비판이나 비난이 아닌 대화로써 지적에 내포된 딱딱한 분위기를 없애고, “그 게 뭐가 잘 하는 거야”가 아니라 “너는 그게 좋구나, 하지만 나의 느낌은 다른데”

하고 타인에 대한 칭찬을 질투하는 대신 쉬이 넘겨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동호회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위계와 감정싸움을 막고 회원들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에 회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사람이 들고 날 때면 칭찬과 지적의 문제는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한 무대에 오르는 모든 회원이 무대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어디에 대기하고 있을 것인지, 언제쯤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동작을 건넬 것인지 서 로 합의를 보고 수차례 리허설을 해보아야 실제 공연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 러운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 서로의 합을 맞추지 못한 연행은 그것이 동호회 외 부의 관객을 두고 벌어진 것이든 아니든 연행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 스스로도 즐 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공연을 치르기 위해서는 참여회원의 전체 실력을 조화롭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례 III-15] 연습에서의 협동 추구

한선희: “어우, 나는 이렇게 하면 소리가 잘 안 나.”

지혜영: “언니, 이건 같이 하는 거잖아. 일단 팔 방향부터 맞춰. 팔은 틀리면 티 가 확 나잖아.”

한선희: “그래? ...그래야겠다. 소리는 누가 내주겠지.”

(2014년 12월 9일 우리악패 연습 中)

공연에 참여하는 회원의 역할배정은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기량을 기반으로 예술감독의 주도에 따라 이루어진다. 실력이 처지는 회원은 무대의 뒤편에 배치되 지만 기량이 더 나은 회원의 사이사이에 위치하여 잘 하는 사람의 기운에 힘입어 함께 공연을 잘 해낼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물론 역량이 부족한 회원은 공연을 앞두고 더욱 연습에 매진하여 자신의 실력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사진 3] 탈춤패 경남오광대 연습장면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기 보다는 공연까지 정해진 기한 내에 끌어올릴 수 있 는 기량에 한계가 있는 현실을 마주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연습과 공연의 과정은 [사례 III-15]처럼 회원 개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여 연습하고 연행하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그보다 더 잘 하는 회원이 메 꾸어 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의지한다.

공연 이후의 모임에서는 공연에 대해 자평을 하고 서로를 독려하며 반성의 시 간을 갖는다. 일례로 11월 진도북놀이 봉사공연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의 진도북놀 이 공연 중 “제일 별로”였다. 그 이유로 제기된 것 중 하나는 연행의 중심축이었 던 연유정의 실수다. 이는 그를 폄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참여자에 비해 우수한 실력을 가진 회원의 연행을 믿고 따르던 구도가 붕괴되었음을 의미한다.

함께 공연에 참여했던 양서현은 당시를 회자하면서 “내가 언니를 되게 의지했었나 봐, 근데 언니가 흐트러지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무너지더만” 이라고 말했다. 이는 같은 공연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서로를 믿고 연행할 때 회원 모두가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공연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상대적으로 기량이 뛰어난 사람이 연행의 중심축이 되기는 하지만 모든 공연과 연습과정이 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강습이라는 형식 안의 연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강습은 동호회 회원 간의 평등함을 강조하는 일상과 달 리 강사와 학생이라는 위계적인 관계가 공히 인정되는 때이다. 강사의 자격에는 강습을 할 수 있을 정도로의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암암리의 진입장벽이 있다. 하지만 강사회원과 학생회원 사이에는 강사의 일방적인 전달경로만 존재하 지 않는다.

반복 학습으로 형성한 몸의 기억은 강사가 가락과 동작의 단위를 끊어 가르칠 때 이따금 어디까지 가르쳤는지 혹은 다음 순서의 연결을 순간적으로 잊게 만든 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연달아 연주하고 춤추는 것을 의도적으로 단절시킨 데에 따라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이때 강사가 잠시 강습을 멈추는 상황이 발생하면 수 강생과 학생회원은 강사 스스로 다시금 강습을 진행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것은 강사회원의 실력이나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지 는 춤의 동작이나 가락을 끊어서 가르칠 경우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 문이다.

[사례 III-16] 자유로운 의견개진

무난하게 강습이 진행되던 중 강사인 연유정이 갑자기 동작을 헷갈려했다. 뛸

때의 팔의 움직임이었는데, 고연정과 구대영은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전에 연유 정이 어떻게 가르쳐줬었는지 목소리를 내 말해주었다. 그리곤 “아니지 거기선 이렇게 지”, “나는 이게 더 낫던데” 하며 자기 생각대로 시연해보였다. 연유정은

“왜 갑자기 헷갈리지” 하면서 고연정과 구대영의 정리에 연유정은 “내가 그렇게 했나보다” 하면서 강습을 이어갔다.

(2014년 11월 19일 탈춤 초급강습 中)

강사가 다음의 과정을 스스로 깨닫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학생 회원은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되짚어 줄 뿐만 아니라 동작의 연결, 박을 끊는 방식에 대해 직접 자신의 몸을 통해 시연을 해 보인다. 이때 [사례 III-16]처럼 강사와 학생 내지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모르는 사람이라는 위계적인 구도는 잠 시 해체되고 연행방식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는 장이 형성 된다. 강사가 기존에 축적된 몸의 기억으로 인해 분절적인 강습을 하며 혼란을 겪 는 것은 강습의 마비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강생이 강습에 능동적으 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회원들은 자신이 배우면서 혹은 악을 치 고 춤을 추며 가졌던 생각이나 느낌을 서로 공유하며 더 나은 연행의 방향을 만 들어 나간다.

회원의 실력을 조율하여 공연을 구상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은 단체로서 보여줄 수 있는 전체기량의 합을 향상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본 동호회는 아마추어집단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진지한 여가로서 의 활동을 요구한다. 특히 관객과 만나는 공연은 회원 개인이 아마추어로서의 자 각을 하게 되는 때이다. 그러나 전문가단체의 구성원이 계약을 맺거나 상호의 합 의 하에 활동의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동호회에서는 회원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활동이 유동적으로 전개된다. 동호회 활동을 위해 시간을 애써 만들 지만 그것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회원 개인이 자신의 실력을 고양하는 것과 별개로 서로 다른 상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양의 시간에 동등한 노력을 들여 동호회의 이름을 내걸고 공연할 수 있는 최고의 기량에는 한계가 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하여, 그리고 공연을 위하여 회원들은 부단히 상호작 용한다. 하지만 회원의 실력은 사전경험, 활동기간, 연습량 등에 따라 동등하지 않 다. 회원들 간의 실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때 기량 을 조절하는 것은 불가피한 처사이면서도 여러 사람이 함께 활동하기 위한 대안

이다. 함께 연주하고 춤춘다는 즐거움을 위해서, 그리고 공연에서 화합의 결과물 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칭찬과 지적 혹은 기량의 차이에 따라 감정적인 상처를 만 들어내는 것을 억제하고 서로 의지하고 협동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때 자신의 실력이나 지식을 무조건 앞세우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 양보하고 합심하여 연습하는 것은 풍물굿과 탈춤 등 집단연희의 성격을 특징을 지닌 전통예술의 연 행과 동호회 일상을 조화롭게 해내는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