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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서울의 한 전통예술동호회 사례를 통해 동호회 회원들이 자신의 여 가생활을 즐기고, 끊임없는 연습과 공연을 통해 풍물굿과 탈춤을 중심으로 한 무 형문화유산을 지금 이 순간 전승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이는 문화 재 보존회에 소속하여 활동하는 공인된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통의 계승자 중 하 나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관심이 미비하였던 일반시민의 역할에 관심을 돌리기 위한 시도였다.

풍월신명판에서 탈춤을 배우고 몇 차례의 모임과 공연에 구경꾼으로, 연행자로, 사진가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참여하며 함께 악기를 치고 춤을 추는 동안 주변 지인들은 연구자에게 풍월신명판이 뭐하는 곳인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모임 인지와 같은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현대에 탈춤을 연구해서 어디에 쓸 수 있겠냐 는 나름의 현실적인 반문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후자의 이야기는 탈춤이 이미 죽 어버린 문화라고 단언하며 나름대로 걱정 어린 하지만 가슴 아팠던 안부를 건넨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문화가 죽었다는 것은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의 행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은 결과이며, 어떤 문화가 살아서 계속 움직이는 것 역시 사람 때문이다.

풍월신명판이라는 전통예술동호회는 1980년대 대학가에 존재했던 전통예술[민 속문화]에 대한 관심에 따라 풍물굿과 탈춤을 좋아하고 이를 직접 실행한 사람들 이 중심이 되어 형성되었다. 풍월신명판의 창설 이후 한동안 동호회 회원들은 전 통의 장르를 비롯하여 예술을 이용한 문화운동의 한 조류로서 사회변혁을 위한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동호회의 역사를 지속해온 가운데 회원들의 활동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전통예술 그 자체를 행하고 스스로 즐기는 것이었다. 현재에도 풍월신명판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고 각종 대외활동과 지원을 통해 단체가 유지되는 데에는 현역회원들이 향유하고 있는 전통예술이 중요한 자 원으로 작용한다. 동호회로의 가입이 회원 개인의 자유의사에서 시작되었듯 동호 회에서의 모든 활동과 운영은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풍 월신명판은 구조적으로 전문가, 대중과 삼자관계를 형성하는 진지한 여가의 아마 추어단체로서의 특징을 갖는다. 풍월신명판에서 주력하는 무형문화유산의 보존회 는 그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집단으로 회원들이 전통예술을 익히는 데 중요한 기준축이다. 회원들은 보존회에서의 전수를 기반으로 하여 동호회의 자

체적인 강습과 연습을 더해 전통예술의 공연지식을 구축한다. 이는 회원 자신이 한판 놀 수 있는 도구이자 그 기회를 제공해주는 단체의 재정을 지키고 동호회 외부의 대중을 만나게 해주는 수단이다.

풍월신명판 회원들은 전통예술동호회라는 여가활동을 위해 시간을 애써 만들어 낸다. 이들이 관람보다 한 차원 더 능동적으로 직접 전통예술을 익히며 향유하게 되기까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배경은 과거의 관련경험이다. 성장과정에서 가정 환경과 같은 배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한 것이었든, 대학이라는 새로운 사회에 진입하여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었든 그것은 전통예술에 대한 비공식적 인 학습이었다. 현재 동호회는 성인남녀가 전통예술을 학습하고 지속적으로 행할 수 있는 대안적인 공간이다. 회원들은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기술을 익히고 표현 하며 스스로를 재인식하고 치유하는 등의 효용을 경험한다. 그러나 풍월신명판에 서의 활동은 개인적인 예술향유를 넘어 회원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요구한다.

집단연희의 성격을 가진 풍물굿과 탈춤 등의 전통예술을 연습하는 가운데 회원들 사이에는 실력의 우열이 발생한다. 여기서 배태될 수 있는 감정의 상처를 막고 더 나은 공연의 짜임새를 위해 필요에 따라 기량을 조율하는 노력은 불가피하다. 특 히 공연의 연습과 실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예술감독은 내부적으로 동호회의 안정적인 활동을 도모하고 외부적으로 선보일 공연의 질을 고려하게 만드는 복합 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본 연구에서 전통예술동호회의 회원들이 경험하는 전통예술의 효능과 동호회 활동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역학은 여타의 예술 혹은 동호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동호회 외부와 조응하여 이루어질 때, 본 동호회 회원들이 공유하는 전통예술이라는 장르의 특징 은 확연히 드러난다. 풍월신명판의 대외활동은 해당 예능을 활용하여 과거 의례로 서 지니고 있던 기원과 벽사차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현대의 일상과 대비되 는 스펙터클로서 즐길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는 과거에 만들어진 풍물굿과 탈 춤이라는 무형문화유산이 동호회 회원들을 통해 현재에 생존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이다. 동호회 내․외부에서 갖가지 활동을 하는 가운데 회원들은 진지한 여가의 두 행위자인 취미활동가와 아마추어 가운데 그가 취하는 입장에 따라 활동방향에 차이를 보인다. 자신과 동료회원의 만족에 주안점을 두는 취미활동가는 예능을 행 하는 데 따른 즉각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데 주목하는 반면, 공연을 통해 만나는 대중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마추어는 공연을 통해 그와 소통하고 그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 지향한다. 그러나 전통의 공연예술로써 현대의 관객

과 소통하고자 연행양식에 변화를 가하려는 시도는 쉬이 성사되지 못한다. 아마추 어단체로서 풍월신명판이 구축한 전문가 단체인 무형문화유산 보존회 역시 활동 에 중요한 고려대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형)문화재의 이름에 동반되었던 원형 보존의 법칙은 동호회 회원들에게조차 암묵적인 장벽이 되며, 재능과 질적 문제라 는 또 다른 요소가 회원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한다. 다만 자신의 개성을 담아낸 연행으로 미약하나마 점진적인 변화를 가한다. 그리고 연습과 공연을 반복하는 동 호회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풍월신명판 회원들이 느꼈던 재미와 즐거움은 한국 전통의 무형문화유산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승화된다.

한국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중국, 일본의 다음 순으로 가장 많은 무 형문화유산을 등재한 나라이다.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은 여러 공동체 가 지니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문화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보호협약은 무형문화유산에 담긴 지식과 기술이 세대를 거쳐 전달될 수 있도록 변화와 적응을 통해 생존능력을 갖추고 무형문화유산의 지속적인 재창조와 전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보호의 방향으로 설정한다(문화 재청․아태무형유산센터 2010). 2013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김장 문화의 사례는 국내법상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실제 생활공동체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문화라면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과 보호주체로서 공동체의 역할을 재인식시켰다(황경순 2013). 이는 국가와 국 가에게 그 역할을 위임받은 기․예능보유자 및 보존회만이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전승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존회의 예능보유자와 전수조교 등의 전문가를 통해 전통예술에 필요한 기술 을 학습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를 연마하며, 정기적으로 동호회 외부의 지역사 회와 관중을 대상으로 공연하는 활동은 생각 이상의 노력을 요하며 그것을 진지 한 여가로서 해당 활동에 몰두하고 지속해나가는 것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경우 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풍월신명판 회원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름없다. 무형문화유산의 전승은 보호와 전승에 목적의식을 두고 행해질 수도 있 지만 김장문화처럼 삶의 일부로서 문화예술의 능동적인 향유라는 맥락에서 이루 어질 수 있다. 현재 무형문화유산을 다루는 전통예술동호회의 수나 그에 참여한 수는 소수이다. 그러나 이를 즉각 비판하기 보다는 창작 및 발표․동호회 등 문화예 술에의 참여활동이 장르에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실정을 참작해야 한다. 자 칫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여활동의 정당성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월신명판의 설립에 영향을 주었던 문화운동은 문화의 창조와 향유의 권리를

되찾는 것을 과제로 삼고(정이담 1985: 19-20) 전통예술을 비롯한 모든 예술을 실천하는 데 있어 연행의 놀이성과 주체의 회복을 강조했다(문호연 1985[1984]:

68-73). 이러한 논조는 문화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에 담긴 주장과도 맞닿 는다. 문화민주주의는 교육이론가 두보이스(DuBois)가 다양한 문화집단들의 가치 를 공유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으로, 1976년 오슬로 유럽 문화장관회의를 통해 한 사회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정하는 이론으로 제기되었다. 그리고 하 위문화와 지역문화를 비롯하여 대중이 문화의 수동적인 수용자로 머물기 보다는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성을 부과했다 (Graves 2009: 10-11). 그레이브스 역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궁 극적으로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문화(Culture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ibid.: 21)”라는 표현에 걸맞게 대중이 문화생산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그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개인의 문 화예술향유를 넘어 그가 속한 문화적 집단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한 국가 안에, 세계 안에 다양한 형태의 문화가 공존할 수 방안이기도 하다.

전통예술동호회 회원들은 여가활동으로 무형문화유산을 표현하는 예능을 직접 행함으로써 예술향유라는 줄기와 무형문화유산의 전승을 동시에 달성한다. 이와 같은 연구를 함에 있어 향후 가미되어야 할 것은 본 연구가 음악과 춤, 극적요소 를 전통예술이라는 큰 이름 아래 다루었던 것에서 더 나아가 하위 예술장르가 지 니고 있는 특성과 동호인의 실천 사이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다. 특정 가락을 연주하고, 동작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느끼는 생각이 나 감정의 문제를 보는 것은 그것을 함으로써 행위자가 자아실현이나 표현과 같 은 어떤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능이 아니라, 무형문화유산이 지닌 예술․내용 의 측면이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얻고 오늘날 재해석될 수 있는 여지에 대해 근원적인 탐구를 가능케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 스스로 전통예술을 직 접 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술과 그 원리에 대해 심도 있는 이론적인 지식 을 들고 연구지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풍월신명판에 대한 개괄로 다루었던 동호회의 운영에 따르는 내․외부적 상 호작용은 참여형 시민예술활동이 사회 구성원의 복지와 유대에 긍정적으로 기여 할 수 있는가(심보선․강윤주 2010)에 대한 연구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동호회 활 동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예능을 익히고 그 재미를 느끼는 것 외에도 그것을 연습 및 공연하고 동호회라는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회원 간의 상호작용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또한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