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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동호회를 통한 전통예술 향유양상

3) 예술감독의 재목과 역할

이다. 함께 연주하고 춤춘다는 즐거움을 위해서, 그리고 공연에서 화합의 결과물 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칭찬과 지적 혹은 기량의 차이에 따라 감정적인 상처를 만 들어내는 것을 억제하고 서로 의지하고 협동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때 자신의 실력이나 지식을 무조건 앞세우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 양보하고 합심하여 연습하는 것은 풍물굿과 탈춤 등 집단연희의 성격을 특징을 지닌 전통예술의 연 행과 동호회 일상을 조화롭게 해내는 하나의 방법이다.

실력이나 동호회에서의 활동기간이 제안의 타당함을 높여주기도 한다. 칭찬과 지 적에 따른 갈등의 상황과 공연을 위해 협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미묘하게 상충하 며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때 예술감독은 연습과 연출을 주도하고, 회원 간의 의견 차, 그에 따른 감정싸움, 동호회 이탈이라는 연결고리를 끊고 여러 회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공연에 반영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매개 및 완충제로서 기획되었다.

[사례 III-17] 예술감독의 역할에 따른 갈등

“풍물 하는 사람들은 기가 장난이 아니야. 상쇠싸움, 질투, 시기, 되게 심해. 보 통이 아니라고. 그나마 여기가 유한 거라고. 보기엔 안 그럴 수 있지만 안에 들 어가면 치배구성 때문에 상당히 싸움이 심해요. 별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목숨 걸 고 싸워. (치배구성은 어떻게, 뭐를 기준으로 해요?) 약간 실력 중심으로 가죠.

근데 그게 현저하게 차이가 나면 그냥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있으면. 다 상쇠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그럼 결국 관계 위주 인거지. 선생님이 지목을 해도 확 뒤집어 놓고 싶어서 그런 사람 있고.”

- 지혜영(여, 40대) 면담, 2015년 2월 6일

연출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회원 개인으로 하여금 예술감 독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개진의 타당성을 지닌 자 리는 평등하고 친밀한 관계를 추구하는 동호회 안에서 위계와 파벌을 조성하는 향 방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특히 [사례 III-17] 지혜영의 증언처럼 배역선정에 주도 적인 예술감독의 권한은 공연에 출연하길 원하는 회원들 사이에서 예민한 문제이 다. 칠판에 적힌 출연진 목록을 보고 “나는 이번에도 간택이 안 됐네” 하고 반응하 는 것은 공연기회가 소중한 동호회 회원들에게 공연 출연여부를 결정하는 예술감 독의 지위가 높게 받아들여짐을 보여준다. 물론 예술감독은 사전에 희망배역을 받 기도 하고 공연의 상황이나 회원의 요청에 따라 미리 생각한 구성에 변동을 준다.

그러나 출연진을 구성하는 권한이 일차적으로 예술감독에게 있다는 것은 회원 모 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예술감독의 권한은 회원의 공연 출연여부를 놓고 권력남용이 빚어질 수 있으며 그 이외의 영역에서 오용될 가능성을 갖는다. 2014년 풍월신명판의 정기총회에 연임은 가능하되 예술감독의 임기를 제한하자는 안건이 발의된 것은 그러한 우려 에서 비롯된 것이었다.38) 예술감독의 임기제한에 대한 찬반입장은 예술감독의 재

38) 총회에 발의된 임기제한 안건은 공동기금으로 치환되어야 할 수익공연의 공식수

목에 대한 시각차를 전제로 한다. 예술감독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활동기간이나 전수횟수와 같은 객관적인 수치나 자격증과 같은 공인된 요건이 있는 것은 아니 다. 대개의 경우 강사회원에 대한 의견과 유사하게 충분히 기량을 쌓고 자신을 비 롯한 다른 회원과 비교할 때 더 낫다고 여기는 “잘 하는 사람”을 예술감독의 재목 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예술감독으로 실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고집하는 회원이 있 는가 하면, 개인의 기량이 미진하더라도 누구든지 예술감독을 할 수 있다고 보는 회원도 있다. 실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연습과정에서 회원 간의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회원 누구나 예술감독을 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풍월신명판은 동인집단이라는 특성상 실력에 무관하게 회원 모두가 예술감독을

입이 특정 패의 경우 예술감독의 주도로 수입의 대부분을 뒤풀이 비용으로 사용하 는 등 기존 예술감독의 전횡에서 제기되었다. 이는 단체의 유지하는 질서를 무너트 리는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당 안건은 총회를 치르기 한 달 전 연습실 내부에 총회일정과 함께 미리 고시되었다. 하지만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성에 회원 들의 출석이 들쑥날쑥하면서 사전에 개별 패 내에서는 안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해당 안건을 추진하였던 회원은 임기제한의 필요성 때문에

“기습적으로”라도 제도를 성사시키는 것이 낫다고 보아 안건에 대한 논의보다 일단 의 제도설치를 더 우선시하였다. 결국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못한 임기제한의 시도는 성사되지 못하였고, 패별로 논의를 한 뒤 다음 해 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다 시 상정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때까지의 모습은 예술감독이 쥘 수 있는 권력의 독점을 막기 위한 시도였지만

“이렇게 민주적인 동호회가 없”다는 자부심과 상반된 불완의 민주주의였다. 총회 이 후 각 패에서는 일단의 임기제한을 설정하고 총회의 무리한 안건진행에 대해 반성 했다. 또한 안건 발의에 주도적이었던 회원은 여전히 자신의 방식이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이 “편법”이었음을 인정했다. 단체의 총회를 통해 잘못된 논의과정 과 일의 진행을 경험한 회원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더 나은 방 향으로 나가기 위해 고민한다. 단체보다 더 작은 단위인 패의 장(長)을 뽑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기능하는 것이 옳다고 여겨 이를 시도한다. 이는 과거 집단 내에 서 경험하지 않은 낯선 방식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더 나은 일의 절차임을 배운다.

풍월신명판의 운영은 완벽하기 보다는 “삐그덕 거리지만 굴러가는” 형태이다. 그 러나 전통예술이라는 하나의 매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공 유하고 문제의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신입회원의 유입과 기존회원의 이 탈이라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두 조건은 비동시적으로 발생한다. 때문에 예술감독 임기제한 안건의 처리와 같은 일련의 경험은 기존회원에게 학습되어 신입회원에게 그 내용과 실천이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동호회의 운영에서 바로 지금 민주주의 를 구현하지는 못 하더라도, 실패와 학습을 통해 민주주의의 절차를 훈련할 가능성 을 갖는다. 이 사례는 자발적 결사체를 “민주주의의 학교”로서 칭하고 결사체 내부 의 협력과 공동생활을 경험함으로써 사회적․시민적 생활에 필요한 업무와 기술을 배 울 수 있다고 말한 퍼트넘(Putnam 2009[2000]: 555-580)의 주장에 의거한 질적 연구의 단초를 제공한다.

할 수 있도록 직위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사회인 동호회 안 에서 선후배의 위계는 분명하게 서지 않으며 개인의 동호회 활동기간과 실력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로의 기량이나 의견제시 등을 두고 반목하기 보다는 기술적으로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회원들 간의 활동을 도모하고 패와 단체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예술감독으로 선출하는 것이 동호회 활동 의 본질인 전통예술을 향유하는 데 더 나을 수 있다.

이는 회원들이 풍월신명판 안에서 일차적으로 취하는 입장이 취미활동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동호회의 활동에 만족감을 높이고 평온한 동호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있는 방식이다. 전통예술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데 따른 즐거운 스트레 스를 받는 것과 달리 서로에 대한 인정문제가 감정의 싸움으로 치닫는 것은 동호 회 활동에 기대한 모습이 아니다. 또한 회원의 활동기간을 단정할 수 없는 이곳에 서는 매순간 모두가 예술감독의 재목으로 인정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복수의 회 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정 없이 예술감독을 수행할 수 있는 여지를 두어 특정인이 직책을 이행하는 데 방만하거나 그 권한을 잘못 사용하게 두기 보다는 여러 사람이 순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편이 더 낫다.

그럼에도 예술감독의 재목으로 잘 하는 사람을 고집하게 되는 데는 그의 역할 이 궁극적으로 공연의 연출 내지는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풍월신명판의 활동 은 내부적인 연습과 발표회에 그치지 않고 봉사, 수익, 상설 등 각종 양태를 빌어 대외공연을 통해 단체 외부에 존재하는 관객과 접점을 갖는다. 특히 수익공연은 풍월신명판이라는 단체를 유지하는 재정적인 기반이며, 봉사 및 상설공연은 회원 들이 보존회와 내부의 강습을 통해 연마한 전통예술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본 동 호회의 성격을 아마추어집단으로서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때 풍월신명판의 예술감 독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동호회 내부의 연습을 이끌고 외부 관객과의 만남에 서 가능한 한 동호회 회원들의 기량과 화합을 최대치로 이끌어 내 전통예술의 매 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임기제한에 반대하는 측은 특정 패의 경우 현재 예술감독을 맡은 회원 외에 연출에 종합적인 안목을 갖춘 이가 없어 임기제한이란 작동할 수 없는 무의 미한 제도라고 말한다. 즉 예술감독의 자격에 대한 입장은 동호회 내부의 순탄한 생활을 위해 임기제한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대외공연에서 선보일 수 있는 연 행의 질적문제로 인해 기술적 자질의 문제를 함께 참작하게 된다.

이상에서 나타난 예술감독의 재목에 대한 논의는 진지한 여가의 두 행위자인 아마추어와 취미활동가를 두고 풍월신명판이라는 단체가 지닌 성격과 실제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