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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동호회를 통한 전통예술 향유양상

3) 신체와 정신적 치유효과

걸 느껴요. 물론 나는 평소에도 살아있어, 살아있지. 근데 좀 더 내가 내 몸을 막 이렇게 쓰면서 더 나를 드러내게 한다고 해야 되나. […]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지낼라면 좀 숨기기도 하고 수그리기도 하고. 근데 공연을 핑계[로 삼는 것은]

는 아니지만 그걸로 이제 나를 표현하는 거지. 나 이만큼? 이렇게? 한다. 나다.”

- 심진화(여, 50대) 면담, 2015년 2월 16일

연습을 통해 기술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 개인이 선호하는 표현방 식을 사용하고 자신의 느낌을 담아내는 것은 전통예술을 빌어 자기 자신을 드러 내는 일이기도 하다. [사례 III-10]에서 심진화가 말하는 “나다”는 자신의 몸으로 자기만의 표현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천명한다는 것을 뜻한다. 직장과 연계되지 않 는 동호회, 학원 등지에서는 여가행위자의 직업이 무엇인가에 관계없이 그 사람 자체로서 존중받는다. 그리고 필요한 기술의 학습과 연행에 집중함으로써 평소 타 인과의 사회생활에 사용하던 자기 자신과는 또 다른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Moore 2013: 269-271). 이는 진지한 여가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개인적인 만 족감 중 자아실현을 통해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기표현의 효과다(Stebbins 1992: 95).

보자의 경우 몸을 사용하는 방식을 아직 체득하지 못해 몸에 굴신을 제대로 가할 수 없다. 연습량이 부족하여 동작과 가락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 적으로 동작의 순서를 떠올리게 되어 타인이 보기에 몸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럽다.

당사자 역시 자신의 몸을 편하게 다루지 못해 피곤함을 느끼고 잘못된 굴신으로 무릎에 통증을 얻는다. 하지만 몸의 움직임에 맞는 바른 호흡을 사용할 때 동작은 자연스러워지고 무릎 주위의 온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이경옥·손소영 2000). 실제 로 과거 무릎이 좋지 않았던 전희성은 경남오광대를 배우기 시작한 이래로 “도가 니가 좋아졌다”며 회원들에게 경남오광대를 열심히 행할 것을 추천했다.

풍월신명판 활동으로 전통예술을 행하는 것은 신체적인 치유와 더불어 응축된 화나 답답함을 분출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를 갖는다. 방은희(여, 50대)는 장구를 격렬하게 치고 난 뒤 “너무 좋아, 막 스트레스가 다 사라져, 불량 청소년들 이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 그러면 애들이 바뀔 것 같아” 라며 스트레스 해소의 경험을 전파하고 싶은 마음을 표출하곤 했다. 특히 풍월신명판에서 다루는 음악은 장구, 북, 꽹과리, 징 등 타악기를 중심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소리를 내고자 악기 를 두드리는 과정에서 답답한 속을 뚫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연습을 하 는 도중 회원들의 표정에서 어느 순간 미소가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모습을 발견 하게 된다. 연행을 통해 속병을 해소하는 것은 샤먼이 종교의식에서 행하는 춤과 음악을 통해 사람들을 심리/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치유행위(강 경선 2009: 456 재인용)와 유사하다. 풍물굿, 사물놀이 등 각종 음악을 연습하는 과정 역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종의 예술치료 효과를 낸다.

풍물굿을 통해 정신적 건강을 찾는 것이 타악의 성질을 활용한 예술치료의 효 과(ibid.: 149-160)와 같다면, 탈춤의 또 다른 이름인 가면극을 통해 극적 요소를 이용한 치유도 경험할 수 있다. 연극치료는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내담자가 극중 인물로 분하여 자신이 지닌 트라우마의 경험을 재현하고 이를 극복하는 상황을 겪음으로써 현실에서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주현식 2013 :182). 평소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 경남오광대의 종가도령처럼 우스꽝스러 운 짓거리를 하며 관중을 웃기는 어릿광대 역할을 맡는 것은 어려운 일인 동시에 오히려 기존의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주기도 한다. 이는 자신과 다 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새로운 정체성을 취하며 자신의 일상적 정체성에 변화 를 가하는 치유의 효과를 가진다(ibid.).

풍월신명판의 주력작품인 경남오광대는 풍자와 해학이라는 탈춤의 특징에 걸맞 게 전반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둥이가

중심이 되는 장은 나병환자라는 인물의 특징에 맞추어 울퉁불퉁한 피부를 표현한 탈, 소고를 쥘 수 없어 좌절하는 동작, 느린 굿거리 연주로 장의 대부분에서 슬픈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연정은 풍월신명판에서 문둥이의 춤을 “사실 처음 봤는데 […] 마음이 진짜 아리”고 “뭔가 짠한 마음에 춤이 매력적”이라고 느껴 그에 내재 된 정서에 감화하여 보존회의 개인무 전수에서 문둥이를 택하였다고 말한다. 이처 럼 등장인물에 동화되어 감정의 정화를 겪는 것은 카타르시스의 경험이다.

카타르시스적 경험은 전통예술의 신명풀이와도 같다. 비극적 서사는 물론 격렬 한 음악을 통해 도취에 빠지며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감정의 격렬한 해소를 유발 한다. 신명풀이 역시 내면에 억압되어 있던 생명력을 발화시킴으로써 건강한 상태 를 회복하고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아울러 표출한다(김효 2010). 경남오광대의 문둥이 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동작에서 시작하여 관중에게 다가가 자신의 움직임을 뽐내고 슬픔을 내재한 기쁨의 춤사위로 변화하는 서사를 갖는다. 이때 연행자로서 카타르시스와 신명풀이를 경험하는 것은 행위와 감정을 동일시하여 관객의 입장에서 체험하는 것보다 더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사례 III-11] 연행 중 느끼는 몰입의 매력

“외마치를 치다보면 몸이 축 쳐지면서 그 가락에 묻혀버려. 근데 기분이 되게 좋 아. 너무 좋고 신명이라고 해야 하나, 마약 같은 그런 느낌이라 해야 하나, 하여 튼 근데 그게 풍물만 있는 건 아니겠지. 서양음악 하더라도 그럴 수 있고. 근데 그건 집단으로 해서 그런 거 같애. 근데 뭐 혼자 해도 올 수 있겠지. 근데 그걸 한번 느껴보면 이거구나 [하는 게] 있어. 푹 빠져야 나오지, 겉으로 보면서는 알 수 없어.”

- 도정우(남, 40대) 면담, 2015년 2월 25일

“이번에 [외부에 수업 받으러] 가니까 선생님이 엑스터시 마약의 그런 느낌을 받는대. 최고의 흥분상태. 춤은 그럴 수 있는 거 같애. 희열감에 빠질 때가 있어, 자기도 모르게. 몇 번 없어. 좋긴 한 거지. 영혼이 빠져나갈 그 정도 그게 아마 마약을 했을 때 그런 느낌이 아닐까. 그런 느낌 때문에 또 하고 또 하는 게 아닐 까.”

- 서도연(여, 50대) 면담, 2015년 1월 31일

연행자로서 연주하고 춤추며 연기하며 경험하는 몰입은 나인 듯 내가 아닌 것

같은 무아지경의 트랜스(trance) 상태에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몰입의 순간 그동 안 연습해 온 몸의 기억에 따라 저절로 동작과 소리를 만들어내지만 그때의 느낌 은 그저 나도 모르게 움직인다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의 몸짓과 역할, 가락에 빠져 그 안에 젖어드는 느낌은 [사례 III-12]에서 도정우와 서도연 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마치 마약을 복용할 때의 느낌으로 추정되는 멍한 극도 의 흥분상태이다. 그러나 무아지경이라고는 하지만 의식 어딘가에 그런 상태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추후 그런 상태였음을 자각해낸다는 점에서 완벽한 무의식의 상 태는 아니다.

이때의 나는 평소의 자신이라고 단언할 수 없고 대본에서 명시하는 역할 그 자 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연행자로서의 상태는 나의 몸을 통해 대본상의 역할을 투 영해내는 중간자적 존재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망각하지 않되 일상적 자아에서 벗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몰입의 모습이다(Moore 2013: 272). 연행 중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경험은 그 순간의 희열과 함께 전통예술의 능동적 연행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