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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전통예술 연행의 양면성

2) 전통의 무게와 현대적 소통

료와 함께 하는 재미를 추구하고자 발산하는 연행은 아마추어가 지향하는 관객과 함께 즐기기라는 가치에 포섭된다. 따라서 다양한 행위자로 구성된 풍월신명판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전통예술의 합은 관객을 위해 최선의 기량을 준비하되 회원 스 스로도 즐기면서 선보이는 공연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연행을 통해 관객에게 “아 무것도 아냐, 너도 할 수 있어, 같이 하자,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한다.

대 2과장은 동호회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듣는다. 춤만으로 분위기 를 느낄 수 있는 1‧4장과 시각적 재미가 있는 3과장, 이야기의 전개가 명확한 5과 장과 달리 2과장은 원양반과 말뚝이의 재담이 주를 이루며 현대에 사용하지 않는 표현을 많이 다루고 있어 의미전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 기 위해 경남오광대 2과장에 변화를 주자는 제안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은 다양하 다.

[사례 IV-4] 연행에 변화를 주장하는 이유

“지금에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탈춤을] 올리면 관중들이 어? 김빠진 사이다 먹 듯이 보는 거지. 아무 반응을 못 하잖아. 왜 공감을 못 하지? [현대인으로선] 양 반을 그렇게 극혐하지 않는 거지. 죽일 놈, 때려죽일 놈, 이런 감정의 바탕이 없 으니까 그 극이 아주 재미가 없는 거지. […] 양반[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조 뭐시기처럼 땅콩[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처럼 걔를 놓고 [재벌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했으면 [관중들이 보면서] 잡아먹어! [하고 반응을 ]했을 거란 말야.

그런 차이지. 그러면 [지금 공연하는 경남오광대의 내용은]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소재의 연희잖아. [그러니까 오히려 관중들이 그걸 보면서] 얼마나 스 트레스를 받겠어.”

- 송석범(남, 50대) 면담, 2015년 1월 12일

변화에 긍정하는 이들은 공연의 수용자인 관객의 입장을 고려한다. 변화의 범 위는 의미전달을 위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경남오광대의 원형 대본에 제시 된 수많은 한자어를 현대의 구어체로 변경하는 것에서부터 경남오광대의 줄거리 를 모티브로 삼아 말뚝이를 운전기사로, 원양반을 대기업 회장으로 바꾸어 재벌을 비판하는 창작까지 다양하다. 특히 후자의 제안은 현대의 관객이 일상에서 경험하 고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단순히 극의 내용이해에 그치지 않고 심정적 공감을 바탕으로 공연에서 관객과 더 깊이 있는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 라 여겨진다. [사례 IV-4]에서 송석범이 지적하듯 탈춤 속 조롱의 대상인 양반에 비견할 수 있는 현대의 인물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변화를 시도할 때 동시대를 살 아가는 관객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응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변화에 반대에 반대하는 측은 전통의 원형을 바꾼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다. 이들은 공연에서 만나는 관객보다 아마추어와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경남오광 대의 보존회라는 전문가를 고려한다. 특히 문화재제도의 원형보존법칙은 보존회에 주어진 중요한 임무이자 연행의 기준이다. 원형유지를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

용의 기본원칙으로 삼아온 무형문화재를 배우고 공연함에 있어 변화를 가하는 것 은 불편하고 보존회에 폐를 끼칠까 염려되는 일이다. 보존회의 연행방식은 풍월신 명판 회원이 전통예술에 필요한 기술을 학습하고 공연하는 데 참고하는 명확한 척도로 수용된다. 따라서 변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고전작품만이 줄 수 있는 묘미 를 강조하며 관객을 사로잡을 방안으로 연행의 질을 높이는 것을 내세운다.

[사례 IV-5] 보존회와 동호회의 역할 구분

“보존회 회원들은 그렇게 해야 해, 그대로. 정통성도 있고 근데 어떤 문화를 하 다 보면 정통성하고 변화가 부딪히는데 문화가 너무 대중하고 분리돼 있으면 사 장된다 그럴까. 대중하고 매개체하는 동호회 같으면 조금 맞춰서 가는 게 맞는 거 같애. 시대에 맞게 그래야 관객하고 호흡할 수가 있지. 지금은 생판 다른 얘 기하고 있어. 조선시대 양반이 어쩌고, 내용도 그렇고. 호흡을 해야 해. […] 대 중은 이만큼 와 있는데 계속 고집한다는 건 그럼 사장된 문화잖아 […] 일반적 인 전통문화, 풍물 하는 사람도 그래. 보존회원 몫은 지키는 거고 대중하고 접근 하는 건 동호회나 이런 것들이 해야 하는 것들이고. 그런 거라고 봐”

- 도정우(남, 40대) 면담, 2015년 2월 25일

풍월신명판과 보존회의 관계에 대해 변화를 긍정하는 측의 입장은 다르다. [사 례 IV-5]에서 도정우가 보존회와 동호회의 역할을 구분지었듯, 풍월신명판 회원 들이 매년 경남오광대 보존회의 전수에 참여하여 관련 기술을 학습하고 이를 연 행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둘은 별개의 단체이다. 이들은 오히려 동호회에 서 그동안 보존회에 부여되었던 원형보존이라는 역할 대신 “보존회가 하지 못하는 것을 긁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호회의 회원은 무형문화재의 보존회와 달리 국가로부터 원형의 보존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지 않았으며, 스스로 즐기기 위 한 목적에서 자발적으로 모여 내부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학습하고 연습하며 이를 동호회 외부의 관중에게 공연하는 활동을 한다. 이때 동호회는 보존회와 일반 대 중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오히려 공연내용에 공감 하지 못한 관객이 멍한 채로 있다가 객석에서 이탈하는 것은 동호회 회원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장르와 활동에 대한 회의감을 양산한다.

만약 매번 라이브공연으로 대인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든 공연예 술의 전문단체(Baumol&Bowen 1968)라면 공연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어 재정난 이 우려되어 쉽사리 새로운 도전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풍월신명판은 영 리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공연의 수익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풍월신명판은 보존

회는 물론 영리공연단체라는 전문가집단과는 다른 위치에 서있다. 원형보존이나 수익성의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생계의 문제에 관계없이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새 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아마추어(Stebbins 1992: 38)의 위치는 문화재로 지정 된 전통이라도 변화를 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더 욱이 경남오광대를 각색하기 위한 고민은 본 대본이 담고 있는 내용을 활용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사실 연행의 내용에 있어 풍월신명판 회원들이 실행하고 있는 전통의 원형이란 무형문화재제도에서 강조한 원형(原型) 보다는 전형(典型)에 가깝다.42) 앞서 지 신밟기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마을의 대동놀이라는 본연의 맥락이 온전하게 살아 있는 연행은 벌어지지 않는다. 풍월신명판의 주된 공연상황은 무대화된 기획공연 이며 상황에 따라 작품의 일부만을 떼와 연행한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원형을 중 시한다고 하더라도 공연의 상황에 따라 애드리브를 가하거나 연행자 스스로 연행 방식에 타당성을 갖기 위해 자신의 신체에 더 편한 움직임이나 납득할 수 있는 표현과 구어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경남오광대의 비비역할을 맡아온 송석범은 보존회 기준 연희대본의 대사 를 개사하여 사용한다. 송석범은 인간을 한 명만 더 잡아먹으면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비비가 비비의 고조할배라고 속이는 양반의 말에 “할애비! 그거는 몬 묵심 더”로 쉽게 포기하는 것을 두고 극적 완결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42) 원형의 개념은 문화재보호법 안에서도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또한 사람에 의 해 행해지는 과정을 말하는 무형문화유산에 공예품, 건축물과 같은 유형문화재에 논할 수 있는 원형을 적용하는 것 무리라는 점에서 무형문화재의 원형문제는 학자 들 사이에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실제로 무형문화재의 예능보유자와 전수조교, 전수․이수자가 갖고 있는 원형에 대한 인식에는 조금의 변화도 용납하지 않거나 변 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등의 시각차가 존재한다(문화재청 2006). 그 사이 학자 들의 논의에서도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원형 개념은 사실상 가변성을 인정하고 의미 를 전환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달라졌다. 또한 무형문화유산에 있어서는 원형이라는 표현 대신 순간성과 공간성, 내발적 역동성을 포괄하는 전형의 개념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송준 2008).

한편, 2016년 3월 시행예정인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은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이 원형보존의 원칙을 중시하여 전통문화의 단순 계승을 말했던 것에 서 더 나아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하는 방향을 강조하며 무형문화재의 보전과 진흥을 통해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과 2011년 중국의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 시도 이후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무형유산법)으로 법 제정에 대 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모법(母法)인 문화재보호법과의 관계상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무형문화재법)로 공표되었다. 다만 실존인간이 연 행하는 무형문화의 특성을 고려하여 원형이라는 표현 대신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구 성하는 본질적인 특징으로서 “전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