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복 전쟁을 반대했다. 그러나 전쟁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 다.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하게 되면, 전진하지 말고 후퇴하라. 담담한 마음으로 하라. 힘 자랑 하지 마라. 이겨도 개선 행진을 하지 말고, 장례식을 치루라. 등 - 이는 일반적 병법과 일치한 다. 노자의 이런 태도는 묵자의 비공론과 비슷한 측면도 있다.
* 노자는 전쟁에 대해서 30~31장, 그리고 67~69장 등에서 말한다. 몇 안 되는 편이지만, 전쟁 의 핵심을 잘 지적하고 있다. 노자가 생각하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담담한 마음이다.
1) 집념, 분노 ↔ 평정심, 담담한 마음
노자의 대표적인 전쟁론인 30~31장에서는 전투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한 다. 사령관 뿐만 아니라, 지휘관 혹은 사병도 알아야 할 마음가짐이다.
싸우는 자의 마음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담담한 마음이다.
⓵ ‘이겨야 한다’는 집념이 있다. 이 집념을 비워야 한다. 승부욕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싸움 을 잘 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수하게 만든다. 어떤 것에 집착하면, 뻔한 것도 보지 못 한다. 먼저 ‘이겨야 한다’는 집념이 ‘이겨야 한다’는 집념을 이겨야 한다. 대욕(大欲)이 무욕(無欲) 이다. 그래야 있는 그대로가 보인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 하면, 전쟁에서 진다.
⓶ 지치지 말아야 한다. “질긴 놈이 이긴다!” 싸우면 증오와 분노를 한다. 증오와 분노는 마음 을 황폐하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사람은 증오 분노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송을 하면, 이런 마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버티기 힘들어진다. 전쟁은 소송과 는 비교가 안 되는 큰 일이다.
⓷ 평정심, 평상심, 담담한 마음이 중요하다. 증오와 분노를 마음에서 지워야 한다. 노자는 ‘담 담한 마음’을 강조했다. 후대에 선불교의 임제(臨濟) 선사는 “평상심이 도이다” 라고 한다. 진검 승부를 할 때, 평상심을 유지하는 자가 이긴다. 상대의 칼 앞에서 엄청나게 떨린다. 몸에 힘이 들어가고, 초식이 꼬이게 된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평상심을, 평소의 상황에서는 비상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④ 냉철함, 차가운 마음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담담한 마음은 안으로 분노나 증 오를 없앤다. 오래 버티게 만든다. 밖으로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한다. 담담한 마음은 ‘비운 마음’(虛心)의 일종이다. 전쟁에서는 냉철한 상황 판단이 중요하다.
⑴ 31장에서 노자는 지휘관의 담담한 마음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기란 상서롭지 못한 도구이니, 군자의 도구가 아니다.
어쩔 수 없어서 쓸 뿐이니,
담담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최상이다.
이겨도 아름답게 여기지 마라. ···
사람을 죽임이 많으니 슬픔과 애통함으로써 눈물을 흘린다.
전쟁에 이기면 상례(喪禮)로서 그것에 처한다.”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
殺人之衆, 以哀悲泣之. 戰勝 以喪禮處之. (31장)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도구이다. 다치고 부수고 죽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군자는 죽이는 자가 아니라, 살리는 자이다. 공자가 ‘군자’ 개념을 제시한 이래 그렇게 생각한 다. 지배층은 죽이는 자가 아니라, 살리는 자가 되어야 한다. 정복 전쟁은 부수고 죽이는 것이다.
전국 시대 군주들이 추구했던 것이다. 7국이 리그전을 벌이는 것은 모두가 상대에게 저승사자가 되는 것이다. 침략 공격 – 이런 것 말고는 남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器’는 무기를 뜻한다. 무기는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도구이다. 무기를 가 지고 전쟁을 하면,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게 된다. 그래서 흥분한다. 이렇게 흥분해서 전쟁을 하 면, 이성을 잃고 행동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
일반 병사들은 전선에서 싸우기 때문에, 피를 보고, 흥분을 하고 분노나 공포에 빠지게 된다.
이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군대의 지휘관은 전쟁에 임함에 냉정을 유지하고, 이성적으로 사유해 야 한다. 이것은 군주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은 욕심이 앞서면 이기기 힘들다. 전쟁을 지휘하는 군주나 지휘관은 무리한 욕심을 버리고, 냉정한 마음을 가져야 승리를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어서 쓰라”는 말은 무기와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다. 다른 모든 것을 해 보고, 안 되면 하는 것이다. 이는 손자 병법 의 첫머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타협할 수 있으면 하라. 그 것이 전쟁보다 훨씬 낫다.
어쩔 수 없이 하기 때문에, 상황을 냉철하게 본다. 객관 필연성을 보게 만든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식하고 대처함이다. 좋아서 전쟁하면 상황의 좋은 점만 본다. 어쩔 수 없이 하면, 나쁜 점을 주로 보게 된다. 후자가 전쟁에서는 중요한 태도이다.
“담담한 마음으로 하라”는 말은 감정적으로는 분노와 증오가 없는 마음이다. 즉 평상심, 평정 심이다. 이성적 측면에서는 냉철한 인식, 판단을 하는 마음이다. 이는 허심(虛心)이다.
“이겨도 아름답게 여기지 말라”는 말은, 이긴 것을 자랑하고 뽐내지 말하는 것이다. 이겼다는 사실만 인정하면 된다. 이겨서 아름답게 여기면, 그 다음에도 또 전쟁을 한다. 걸핏하면 전쟁으 로 나가게 된다. 전쟁이라는 것은 위험하다. 내가 꼭 이기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자주 하다 보 면 아주 크게 당하는 수가 있다.
이겨서 뽐내는 방법이 개선 행진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진 자들의 복수심을 유발한다.
이 복수심으로 완전히 망한 나라가 진시황의 진나라이다. 세상은 어떤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 니다. 세상은 끝이 없이 계속되는 드라마이다. 이긴 것은 이긴 것이고, 그 다음 상황이 있다. 길 고 멀리 보면, 진 자들의 원한과 증오를 증폭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노자는 개선 행진 대신에, 장례식을 치루라고 한다. 죽은 자들은 우리편, 상대편의 구분이 없이
추모하고 슬퍼하라. 전쟁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끔찍한 일이다. 개선 행진 대신에 장례식을 하 면서 슬프게 울라고 한다.
⑵ 68장에서 노자는 대립자의 공존 논리에 따라서 말한다.
“무사가 잘된 자는 무사 같지 않으며, 잘 싸우는 자는 분노하지 않는다.
적을 잘 이기는 자는 대결하지 않는다.
사람을 잘 쓰는 자는 그의 아래가 된다.
이를 일러서 다투지 않는 능력이라 한다.”
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68장)
① 이것은 대립자의 공존 논리이다. “무사가 잘 된 자”는 “무사답지 않다.” “적을 잘 이기는 자”는 “적과 붙어서 싸우지 않는다.” 싸워야 이기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이다. “사람 을 잘 부리는 자”는 남의 아래가 된다. 부리는 자는 위이다. 잘 부리는 자는 아래가 된다.
무사가 잘 되는 자는 무사답지 않다. 잘 싸우는 자는 분노하지 않는다. - 싸움은 목표했던 결 과를 내는 것이다. 싸움이 힘자랑이나 적을 완파하는 분노의 폭발 – 이런 것은 아니다. 무사다운 것은 힘이 넘치고, 싸움 기술이 뛰어난 것이다. 싸움은 목표 달성이지, 그런 힘이나 기술 경연은 아니다.
②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누가 더 평정심을 유지하느냐가 싸 움에서 승패를 가른다. 싸움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평소의 담담한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그 래서 무사는 분노하지 않는다. 진검 승부할 때 평정심이 가장 중요하다. 평정심을 잃으면 진다.
그래서 분노가 아니라, 평정심으로 싸워야 한다.
평정심은 도(道)에 가깝다. 싸움을 할 때, 흥분하거나 공포에 빠지게 되면 반드시 패하게 된다.
③ 이기기를 잘 하는 자는, 적과 그냥 싸우지 않는다. 미리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싸 워서 이기는 것은 하수이다. 최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그 방법은 각자가 자신의 처지 에서 알아내야 한다.
④ 윗사람이 되어서 시킬 때는 아래가 되라. 위에서 누르는 것보다, 아래에 있으면서 단결을 도모하라. 지휘관이 사병들과 동고동락하는 것이다. 위와 아래가 일체가 되면, 큰 힘을 발휘한다.
반대로 위와 아래가 따로 놀면 힘이 약화된다.
2) 힘자랑 ↔ 목적 이룸
전쟁이라는 것은 강함을 떨치고, 힘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목적만 이룰 뿐이고, 신속히 끝 내야 한다.
도로써 사람의 주인(군주)을 보좌하는 이는 군대로서 천하에 강함을 떨치지 않는다.
그 일은 돌아오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잘 하는 자는 결과를 낼 뿐이지, 감히 강함을 취하지 않는다.
목적만 이룰 뿐 (강함을) 뽐내지 말라.
목적만 이룰 뿐 교만하지 말라.
목적만 이루되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것이다.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
善有果而已, 不敢以取强;
果而勿矜, 果而勿驕, 果而不得已, (30장)
전쟁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⓵ 목적을 이룬다. ⓶ 강함을 취하지 않는다.
⓷ 뽐내지 않는다. ④ 어쩔 수 없어서 한다. ⑤ 마음이 냉철함, 담담함을 유지한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⓵ 목적만 생각하라. 적에 대한 증오 분노는 없애라. 그래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그만 두라.
전쟁을 하다 보면, 결과를 얻어도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⓶ 강함을 취한다. 적에 대한 분노 증오 때문에 강함을 떨치고, 적에게 잔인하게 한다. 진나라 는 조나라의 40만 병사를 생매장했다. 적의 군사력을 없앰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적에 대한 분노 와 증오 때문에 그렇게 했다. 동시에 상대에게 극한의 공포와 절망을 심어 주기 위한 것이다.
⓷ 뽐내는 것은 상대에게 분노와 증오를 유발시킨다. 이렇게 하면 후환이 있게 된다.
전쟁은 어쩔 수 없어서 한다. 분노와 증오를 지우고, 있는 상황만 보라. - 이 둘은 앞에서 이 미 설명했다.
④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일은 돌아오기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내가 상대에게 했던 포악 함, 잔인함은 그대로 나에게 돌아온다. 잔인함의 악순환이다. 진시황이 6국을 멸망시킬 때 잔인 하게 했다. 그래서 진시황이 죽자마자 천하에 반란군이 일어난다. 그리고 항우는 진나라에게 그 대로 똑같이 잔인한 짓을 한다. 진나라가 철저하게 망한다. 그가 한 만큼 그가 당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 나의 막강한 힘은 알지만, 미래에 내가 그대로 강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늘 힘자랑하고 잔인하게 나간다. 그래서 꼭 똑같이 당한다.
노자는 모든 전쟁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노자는 강자나 승리자, 혹은 패권자를 부정하지도 않 는다. 힘으로 하는 정복 전쟁을 반대한다. 노자가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이기기 위해서나, 이기고 난 뒤에, 쓸데없는 힘자랑을 하는 것이다. 전쟁을 하면 전쟁의 목적을 잃고, 힘자랑을 하 거나, 강함을 과시하려고 한다. 이런 힘자랑은 잔인한 살상으로 가기 쉽다. 이런 것을 노자는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