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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줄어들었으며, 이후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였지만 2016년에도 122만 톤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공급능력이 회복되지 못하였다. 화학 소재 역시 비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공급 증가가 없는 것으로 추정되 고 있다. 이러한 금속 및 화학 산업의 부진은 대규모 장치산업인 이들 산업의 재건과 현대화를 위한 투자 자금을 북한 정부가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다 화학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설비가 경쟁력이 없는 기술 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 등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황해제철 소에서 코크스탄을 쓰지 않는 소위 주체철 공법의 하나인 산소열법용 광로를 현대화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김책제철소에 생산 능력이 더 큰 산소열법용광로를 건설하여 가동하고 있으며, 탄소하나화학공 업 창설을 위하여 순천화학연합기업소에서 대규모 메탄올 생산 공정 건설 등을 추진하는 등 금속과 화학소재 공급 능력 확대를 위해 신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성과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23)
금속 및 화학 소재 공급 능력의 부족은 이미 북한 산업의 회복 및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북한이 자력 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재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 등 외부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 이다.
Ⅰ. 시장과 산업: 시장을 디딤돌로 회복 중인 산업 85 제품’이라는 평판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시장화에 따른 소비재 시장이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고, 이러한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북한의 경공업 기업의 투자 및 생산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 주민에 대한 소비재 공급은 섬유·의류나 식품가공 등 북 한의 경공업이 담당하였지만, 북한 국영기업의 소비재 공급 역할은 1980년대에 크게 약화되었다. 전력과 원부자재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1990년대에는 국영 경공업 기업에 의한 소비재 공급 기능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소비재를 구매해야 했다.
가장 먼저 식량과 가공식품을 이어 의류 등 기초 생필품들을 시장에서 구매하기 시작하였다. 식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소비재 시장은 중국산 등 수입 소비재가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북한 정부는 주민의 수입산 소비재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을 경계하면서 국영기업에 의한 소비재 공급 확대 정책을 천명하였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다. 중화학 공업의 설비와 원부자재 공급 역량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국영기업 에 의한 소비재 공급 확대는 수입 수요만을 증대시키기 때문이었다.
생산도 크게 늘일 수 없었으며, 제품의 질도 수입품을 따라가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 경부터 북한은 경공업 중 식품가공업을 집중적으로 복구 및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일용식품공업성을 설 치하고, 각 도에 종합식품공장을 건설하는 등 식품가공업에 자원배분 을 집중하였다. 경공업 중 식품가공업에 집중한 것은 일차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인 먹는 문제와 관련된 산업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식품산업은 기호와 관련된 산업으로 지역적 특색이 강하게 작용하여 중국산 제품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과 원자재를 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어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식품가공 부문을 중심으로 북한 정부,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시장을 활용한 중앙정부의 경공업 육성 정책이 지속되고, 무역회사나 국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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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서 중소규모 설비투자 여력이 조금씩 축적됨에 따라 1990년대에 몰락하였던 북한의 경공업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중화학 공업에 비해 경공업의 회복 추세가 안정적이고, 더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중국산 수입품 일변도이던 북한 시장에서 북한산 제품의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13년 이후의 국산화 정책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계 공업의 회복에 따라 국산 설비에 의한 경공업 기업 현대화가 가능하게 된 것도 북한 경공업의 경쟁력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2010년대 중반 현재 북한 시장에서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북한산 제품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북한 경공업 공급 역량의 부분적 회복과 함께 북한 시장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북한의 시장화가 진전되고, 수입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중국산 저가 수입품이 대거 시장에 공급되었다. 저가의 원자재를 사용한 질이 낮은 제품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북한 시장에 공급되었다고 한다. 북한 주민 들이 최소한의 생필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저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실제로 중국산 약품 등에 따른 인명사 고도 적지 않게 일어남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평판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되었다. 중간계층이 성장하고, 이들의 고급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자 저가 중국산 제품을 대신할 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도 따라서 증가하게 되었다.24)
북한산 제품의 공급 증가
북한산 제품의 공급 증가는 다음과 같은 경로로 이루어진다. 첫째, 무역회사가 생산에 참여하는 경우이다. 중국에서 소비재를 수입하여
24) 위의 글, pp. 17~18.
Ⅰ. 시장과 산업: 시장을 디딤돌로 회복 중인 산업 87 판매하던 무역회사가 중국산 제품의 평판이 하락하고, 북한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중국 등으로부터 설비와 원부자재를 수입하여 북한에서 제품을 생산하여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국영기업이나 기존의 국영기업이 설비를 현대화하여 시장에서 경쟁력 을 갖출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이다. 이 형태는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경공업 공장의 설비 현대화가 추진되면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기계공업의 설비 생산능력이 부분적으로 회복되어 수 입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국산 설비를 통한 설비 현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된 것도 국영기업에 의한 경쟁력 있는 제품 공급의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방식은 중국 기업과의 합작·합영을 통하여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이다. 북한에 서 갑자기 제품의 질이 크게 올라간 제품들이 주로 여기에 속하는데 화장품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네 번째는 가내 수공업이나 사적 제조업 체에서 생산된 제품이 시장에 공급되는 경우이다. 가내 수공업이나 사적 제조업체도 시장 구조의 변화에 따라 점차 상대적으로 고급 제품 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산 제품은 서민들이 주 로 찾는 종합시장뿐만 아니라 중간계층 이상이 주로 이용하는 평양 등 대도시의 백화점 등 대형·고급 유통망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25)
그리고 일부 북한산 경공업 제품, 특히 북·중 임가공을 통하여 생산 된 봉제의류는 대북 경제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빠르게 수출이 확 대되었다. 외부와의 협력을 통하여 시장과 원부자재만 확보하면 북한 의 경공업은 제한적이지만 세계시장에 진출할 역량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5) 위의 글, p.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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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러한 현상은 제한적이지만, 국산화 정책이나 대북 경제제재, 그리고 돈주26)의 참여 등에 따라 북한산 제품의 시장 진출이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하다.27)
<사진 Ⅰ-4> 대형 유통망에서 판매되는 북한산 제품
자료: 연합뉴스 제공
26) 돈주는 북한에서 상당한 규모의 화폐자금을 축적하고, 이를 환전, 무역, 사금융, 제조업 등에서 이 자금을 활용하여 영리활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석기·변학문·
나혜선, 김정은 시대 북한의 산업과 산업정책, p. 246.
27) 이석기, “김정은 시대 북한산업과 남북경협에 대한 시사점,” p.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