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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견 꿈꾸는 노동자들

110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사회 8대 변화

보급되어 있어 사전에 구축되어 있는 연락망을 활용해 쉽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44) 쉬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소규모 노동력은 지인을 통해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에서 사적 노동시장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구인·구직을 연결하는 시스템도 차츰 개선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질적으로는 개선 될 부분이 많다. 우선 일용직 등 단기적인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노동 자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비공식적인 형태로 형성되다보니,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을 보호해 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러한 요소는 사적 노동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현재와 같이 노동시장이 비공식적으로 형성된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하겠다.

Ⅱ. 기업과 노동: 강화되는 기업의 자율성 111

해외 파견된 노동자의 힘든 일상

해외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생활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일단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대도시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들의 경우, 아침 6~8시에 현장에 나가 밤 10~12시에 일과를 마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한다.46) 2013년 아랍에미리트 왕궁 건설 현장에 근무했던 한 북한이탈주민은 다른 나라 노동자들과 달리 가장 더운 시간에도 북한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으며, 하루 16시간 정도 일을 했다고 한다.47)

게다가 노동자가 이러한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단 소득 중 일부는 국가에 ‘계획분’ 명목으로 바쳐야 한다. 이 돈은 북한 중앙정부로 들어 가게 된다. 이외에도 거주비, 사회보험료, 식비, 충성자금 등의 명목으 로 돈을 내야 한다. 이렇게 납부한 돈의 일부를 중간 관리자가 착복하 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많게는 회사에서 받는 돈의 80~90%에 이른다.48)

그렇다고 생활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노동자들은 주로 작업장 근처에서 단체생활을 하는데, 혼자서 외출하거나 핸드폰을 소지하는 것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또 북한 당국에서 파견한 관리의 감시를 받는 등 생활에 제약을 받는 경우도 많다.

46) 이애리아·방일권·이창호, 󰡔러시아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의 북한 노 동자󰡕 (서울: 통일연구원, 2017), p. 84.

47) 한동호 외, 󰡔북한인권백서 2018󰡕 (서울: 통일연구원, 2018), p. 418.

48) 이애리아·이창호·방일권, 󰡔러시아 사할린 지역의 북한 노동자󰡕(서울: 통일연구원, 2016), p. 43.

112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사회 8대 변화

노동자들이 해외 파견을 선호하는 이유

그럼에도 북한 노동자들은 해외 파견을 선호한다. 이는 노동자들이 해외 파견을 목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평양의 한 대외건설사업소의 노동자 는 임금과 배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출근하는 것을 해외로 나가기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고 한다. 해외 건설자로 나가야 돈을 벌 수 있는데, 해외 건설자로 나갈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경력을 쌓고 기술도 연마해 야 하며 상급자에게 좋은 이미지도 심어주어야 하는 만큼 출근을 열심 히 한다는 것이다.49)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노동자들은 뇌물을 주고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귀국 후 다시 해외에 파견되려 노력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해외 노동자로 파견되는 것이 비록 몸은 고되지만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노동자들이 노동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수를 받지 못한 다고 한 바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어떻게 돈을 모을 수 있는가?

이들은 대체로 부여된 업무 외의 ‘청부’를 함으로써 돈을 모으고 있다.

청부란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 공사를 수주해서 작업하는 것을 가리킨 다. 이는 불법이지만 상납금을 내고서도 돈을 어느 정도 모으려면 불가 피하기 때문에, 능력이 되고 기회가 주어질 경우 노동자는 이러한 작업 에 나서고 있다.

해외 파견 기회를 얻기 위한 경쟁 치열

해외 파견이 이처럼 목돈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다보니, 파견 기회를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노동자에게 이러 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을까? 우선 토대(출신성분)가 좋아야 한다. 가까

49) 박영자 외, 󰡔북한 기업의 운영실태 및 지배구조󰡕, p. 109.

Ⅱ. 기업과 노동: 강화되는 기업의 자율성 113 운 친척 중에 정치범, 경제범 등도 없어야 한다. 또한 당원 위주로 선발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며, 범죄 전적, 군사복무 내역 등에 대해서도 검증이 이루어진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선발 과정에서 토 대, 당성, 경력 등을 고려하는 것은 이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해 탈북하는 것을 막고, 이들을 통해 체제 위협 요소가 북한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해외 파견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뇌물 공여도 필수적이다. 해외 파견 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뇌물 없이는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고 한다. 뇌물 은 서류 조작 등을 통해 해외 파견을 위한 자격 요건을 갖추는 데에 활용되기도 한다. 뇌물을 주고 본인 혹은 친척의 범죄경력을 없애기도 하고, 직장 생활을 충실히 하지 않았던 것을 무마하기도 한다. 이는 시장화가 진전되고, 부정부패 문제가 심화됨 속에, 토대 등을 기반으로 한 북한 특유의 차별 시스템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