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이 일상을 바꾸다
Ⅵ. 계층·지역·세대: 변화의 바람이 일상을 바꾸다 185 사회 구조는 가치와 규범, 행위와 관계, 문화 현상 등을 포함하며, 사회 변동은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구조적 변화이다. 동시대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을 통해 사회 변화의 흐름을 체감한다.
변화의 바람은 북한 주민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이제 북한에서는 식량 을 얻기 위해 양정소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2014년 3월 5일 토지개혁법령 발표 68주년을 맞아 북한 지도부가 ‘쌀은 국력 이고 사회주의다’라는 구호를 외쳤을 정도로 먹는 문제는 민심의 바로 미터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스스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제 북한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시장이 잘 돌아야 먹고 사는 문제도 잘 풀린다는 생각 정도는 누구나 갖게 되었다.
‘고깃국에 이밥을 먹는 것’이 더 이상 지상낙원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닌 현실이 된지 오래다. 비단옷은 아니더라도 기성복 몇 벌 정도는 시장에서 사 입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돈만 있다면 내가 살고 있던 살림집을 언제든지 팔고 더 괜찮은 살림집으로 옮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소위 ‘돈주’라고 불리는 자본가들은 고리대업이 나 살림집 건설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번다. 정보통신기술의 보급은 자본과 상품의 이동 속도를 가속화하고 소비를 부추긴다. 바야흐로 소비사회가 도래하였다.
진정한 ‘자력갱생’의 시대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북한이 더 이상 ‘평등 사회’가 아님을 실감하며 살아남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한 다. 적어도 일상생활에서는 국가가 아닌 시장이 자원 분배를 주도하고 비공식 부문에서 획득한 소득이 가계경제를 이끌고 있다. 북한 사회는 한편으로 새로운 가치와 규범이 이전의 것들과 경합을 하고 새로운 분업체계와 행위양식이 점차 보편성을 획득해가며 다원화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먹고 사는 일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일탈행위들 이 정당화되고, 정치권력과 돈이 결탁하여 더 큰 권력을 만들어가고
186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사회 8대 변화
있다. 자원의 위계적 분배는 북한을 계층사회로 변모시켰다.
계층사회는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불평등은 소득, 교육, 보건, 정 보, 소비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불평등은 개인과 가구 (household)의 차원을 넘어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소도시, 접경지역 과 내륙지역 등 지역 차원으로 확대되어 고착되고 있다. 자본과 상품의 이동, 그리고 시장의 규모와 접근성에 따라 지역의 부(富)가 재편되고 있다. 기존에 견고했던 정치적 신분질서에 생긴 균열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정권에서 육성되고 있는 ‘새 세대’에서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획득과 보유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