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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빈부격차

186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사회 8대 변화

있다. 자원의 위계적 분배는 북한을 계층사회로 변모시켰다.

계층사회는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불평등은 소득, 교육, 보건, 정 보, 소비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불평등은 개인과 가구 (household)의 차원을 넘어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소도시, 접경지역 과 내륙지역 등 지역 차원으로 확대되어 고착되고 있다. 자본과 상품의 이동, 그리고 시장의 규모와 접근성에 따라 지역의 부(富)가 재편되고 있다. 기존에 견고했던 정치적 신분질서에 생긴 균열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정권에서 육성되고 있는 ‘새 세대’에서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획득과 보유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Ⅵ. 계층·지역·세대: 변화의 바람이 일상을 바꾸다 187 하지만 식량배급소인 양정소가 텅텅 비어있다. 배급표는 그저 종이딱 지에 불과하다. 노임표에는 월 급여액이 기재되어 있으나 여러 가지의 할당된 과제들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하고 나면 실제 지불금액은 “0 원”으로 처리되어 있다.105) 설령 월 노임이 정상적으로 지급되더라도 급여 수준이 몇 천원에 불과하며, 그 돈으로 쌀이나 강냉이(옥수수) 1㎏을 사기도 어렵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당 2,000원대 수준이었던 쌀값은 2010년 이후 ㎏당 5,000원을 넘겼다.

급수 공급량 대상자

1급 900g 유해 직종 종사자, 중노동자

2급 800g 탄광·광산 운반공, 중장비 운전자

3급 700g 일반 노동자

4급 600g 대학생, 연로보장 공로자, 환자

5급 500g 중학생

6급 400g 소학생

7급 300g 연로 보장자, 전업 주부, 유치원생

8급 200g 1~4세 어린이, 죄수

9급 100g 1세 미만의 유아

<표 Ⅵ-1> 북한의 배급제: 급수별 1일 식량 공급량

자료: 통일교육원, 󰡔2016 북한이해󰡕 (서울: 통일교육원, 2016), p. 309.

시장으로 달라진 밥상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북한 주민의 밥상은 식량배급소가 아닌 시장에 의해 차려졌다. 시장에 가야 식량을 구할 수 있고 식량을 살

105)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조사에 의하면 김정은 정권 들어 공식 직장에서 받은 월평균 급여가 0원인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50%를 넘는다.

구체적으로 연도별 급여수준이 0원인 응답률이 2013년 51.9%, 2014년 61.1%, 2015년 54.8%, 2016년 58%, 2017년 47%로 나타났다. 정동준 외, 󰡔북한주민의 통일의식 2017󰡕 (서울: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18),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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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돈을 벌 수도 있게 되었다. 거의 모든 북한 주민들은 실질적으 로 ‘투 잡’(two jobs)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공장·기업소·농장·기관 등에 적(籍)-문건 상에 존재하는 소속기관-을 두고 있으면서 장사 또 는 부업 등의 비공식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놓고 비공식 경제활 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직업 종사자들-예를 들어, 교사, 의사, 공안기관 및 당 일꾼 등-은 지위를 이용하여 뇌물로 부수입을 얻는다. 시장의 확산과 비공식 경제활동으로 인해 과거 배급 시기에 비해 북한 주민의 식생활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림 Ⅵ-1>과 <그림 Ⅵ-2>를 보면, 2010년 이후 북한 주민의 식생 활은 전반적으로 양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으며, 축산과 수산업의 증산으로 고기 섭취의 양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 은 정권이 안정기에 들어선 2015년 이후에는 하루 세끼 식사가 가능했 다는 응답률이 86%를 상회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고기 섭취 횟수 역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거의 매일 섭취” 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5년 이후 섭취 횟수가 뚜렷 하게 증가했다.

<그림 Ⅵ-1> 북한 주민의 하루 식사 횟수

(단위: %)

자료: 정근식 외, 󰡔북한사회변동 2017: 시장화, 정보화, 사회분화, 사회보장󰡕,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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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Ⅵ-2> 북한 주민의 고기 섭취 횟수

(단위: %)

자료: 정근식 외, 󰡔북한사회변동 2017: 시장화, 정보화, 사회분화, 사회보장󰡕, p. 37.

소득 불평등과 식생활의 양극화

비공식 경제활동으로 인해 북한 주민의 소득 불평등이 점점 뚜렷해 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북한사회변동조사’(2012~

2016년)에서 주관적 계층인식과 비공식 소득 분포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월평균 비공식 소득이 ‘100만원 초과’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층 36.4%, 중층 17.5%, 하층은 2.2%로 나타났다. 특히, 비공식 경제활동을 통해 중층의 소득 증가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100만원 초과’

의 응답률이 2012년에는 3.6%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21.5%로 크게 증가했다.106)

소득의 차이로 인한 밥상의 빈부격차 역시 뚜렷해졌다. 상층은 기본 적으로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고기나 과일 등 다양한 부식물을 섭취하 는 등 식생활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으며,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등의

106) 장용석 외, 󰡔북한사회변동 2016: 시장화, 정보화, 사회분화󰡕(서울: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17), p.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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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식품도 즐긴다. 평양 시민의 경우 피자, 스파게티, 햄버거, 콜라 등 고가(高價)의 외국 요리 전문식당에서 외식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중류층은 세끼의 쌀밥을 먹을 수 있지만 다양한 부식물을 섭취하지는 못하며, 한 달에 한두 번 이상은 고기를 섭취할 수 있다. 하층은 강냉이 밥과 같이 잡곡 위주의 주식만을 섭취하고, 고기는 거의 섭취하지 못한다.

불행하게도 밥상의 빈부격차는 더 이상 국가의 조정이나 분배체계 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북한 주민들이 과거와 같이 식량배급 체제로의 회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북한 사회에서도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과 양질의 일자 리 창출, 그리고 부패 척결만이 밥상의 빈부격차 문제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Ⅵ-1> 밥상의 빈부격차

* 평양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식당으로 부유층이 주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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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하층민들이 강냉이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