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의견지도자는 사회관계망 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카츠(Katz, 1957)는 의견지도 자를 정의할 때 넓은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그 사회관계망에서 전략 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카츠에 따르면, 의
견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닮고 싶어 한다거나 유능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견지도자들은 타인들로부터 접근이 용이해 야(accessible) 한다”고 했다. 의견지도자는 대체로 지역적 특성을 갖기보 다는 넓은 활동범위를 가진 코스모폴리트적(cosmopolite)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외부와의 정보를 매개하고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Burt, 1999). 인 성강도를 통해 의견지도자 성향을 측정한 와이만(Weimann, 1991)도 인 성강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 고, 각종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보았다.
결국 의견지도자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시민으로서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Shah & Schefele, 2006).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는 데에도 공 헌한다고 볼 수 있다(Brosius & Weimann, 1996). 또한 의견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풍부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데, 의견지도자가 아닌 집단의 사람들에 비해 풍부한 사회자본을 바탕으로 남보다 양질의 정치정보원 (interpersonal source)을 확보할 수 있으며(Roch, 2005), 이렇게 얻은 정 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킴으로써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다 (Weimann, Tustin, Van Vuuren, & Joubert, 2007).
그렇다면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의견지도자의 속성이나 그가 가진 영향력의 효과, 또는 영향력의 규모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인터넷 공간의 커뮤니티의 게시글 수, 댓글 수, 팔로워 수 등에 나타나는 멱함수 분포를 살펴보거나 인터넷 토론공간에서의 의견지도자를 발견하는 데 초 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최수진, 2016). 또한 소셜미디 어를 기반으로 한 토론공간에서 정보가 어떻게 흐르는지, 의견지도자가 존재하는지 파악한다거나, 인터넷 토론공간에 따라 참여자들의 네트워크 구조가 달리 나타나는지를 분석할 수도 있다(Choi, 2015).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지도자는 정보교환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대중 의 높은 관심을 끌만한 정보를 생산하고, 이들과 사이버 상의 의사소통 과정에 참여하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팔로워 그룹을 형성해가는 행위는 온라인 공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의견지도자의 특성으로 간주할 수 있
다.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인물의 속성 뿐 아니라 타인과의 교류를 통한 관계성이 핵심적이다. 사람들에게 영향 력을 행사하는 의견지도자들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최윤정, 2009). 따라서 오피니언 리더 집단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량이 많을 뿐 아니라 넓은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여기서 중심성이란 수직적 피라미드의 정점과는 분명 다른 개념으로서 역동적인 네트워크 운동 중 많은 노드를 지닌 허브에 위치해 있음을 의미한다. 즉 온라인 공간에서의 영향력이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진화·발전한다는 동 학적 관점에 근거한 것이다(이원태 외, 2011).
최근 들어 의견지도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 뿐 아니라 일상 생활의 트렌드 형성자(trend setter)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개인들’로 여겨진다(Watts & Dodds, 2007). 이른 바 ‘유력자(influentials)’, ‘영향력자(influencer)’, ‘온라인 유력자 (e-fluentials)’, 네트워크의 ‘허브’, ‘메이븐(mavens)’등 관점에 따라 다양 한 명칭으로 호명되었다(Watts & Dodds, 2007; Weimann, 1994; Keller
& Berry, 2003; 이원태·차미영·양해륜, 2011). 이들은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의 확산 과정에서 큰 파급효과를 보여주거나, 여론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대규모의 추종자와 지지자를 보유하면서 정보의 확산 뿐 아니라 사회정 치적 의제설정 및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자 미디어 연구자들도 이들이 어떤 속성을 가진 사람들인지 관심을 갖고 있 다(이원태 외, 2011).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소셜미디어는 대중적인 플랫폼인 동시에 사 회의 '권력관계가 드러나는 장'으로서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정치학, 정 치사회학,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이런 관점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연 구 영역으로 소셜미디어 세계를 ‘권력 또는 영향력’이 행사되는 장으로
간주하고 있다(이재현, 2013). 트위터에서 정치적 유력자와 의견지도자를 규명하고자 한 두보이스와 가프니(Dubois & Gaffney, 2014)의 연구는 이단계 유통이론에서 제시된 의견지도자 개념이 트위터에서도 통용된다 는 연구 결과를 보고한다. 그들의 트위터 관찰에 따르면, 중심성의 척도 를 통해 전통적 엘리트형에 가까운 사람들이 네트워크의 유력자로 작동 하고 있으며, 블로거나 온라인 정치평론가와 같은 사람들의 메시지가 관 계성에 기반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은 텍스트를 읽고 선별할 때 ‘누가’ 그 정보를 생산했는지 그 주체에 영향을 받고 있 으며, 트위터에서 본 메시지의 내용이나 속성보다도 유력자 속성을 가진 화자의 메시지가 정보 전파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온라인 의견지도자의 커뮤니케이션 영향력은 매우 유의미하다. 그동안 건강관련 행동 변화를 촉진시키거나 건강정보를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의견지도자가 누구인지 규명하 고 이들의 역할을 탐색하는 다양한 헬스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수행되었 다(Somerville, Diaz, Davis, Coleman & Taveras, 2006; Valente &
Pumpuang, 2007). 예를 들어 온라인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관찰하는 연 구에 따르면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에 관한 정보를 전파하고, 바 이러스 관련 위험 행동을 줄이기 위해 의견지도자가 개입하여 건강정보 를 전달하는 것이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예방행동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성관계 네트워킹을 촉진해주는 인 기있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HIV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널리 퍼뜨림으 로써 HIV 검사의 빈도를 늘리게 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 험한 행동을 줄이고 HIV 예방 프로그램과 정보를 주변에 확산시키는 데 에 기여할 수 있다(Ko, Hsieh, Wang, Lee, Chen, Chung & Hsu, 2013).
상품 마케팅 및 홍보분야에서도 온라인 공간의 유력자는 높은 교류 네트워크 자원을 가졌다는 면에서 중요한 존재인다. 과거 비즈니스 영역 에서 구전, 즉 입소문을 통해 평판을 관리하거나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 델로 쓰는 관행은 인터넷 확산과 함께 변화를 겪는데, 인터넷 이용자들 에게 전자매체 구전(e-WOM)효과를 거두기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유명인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 유명인은 제품에 대한 호감이나 신뢰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외 광고산업에서 각광받고 있다(김현정·표희선·한미 정, 2011).
중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온라인 네트워크에서는 메시지 전파과정을 추적하고 유력자의 영향력을 시각화(visualize)하는 것이 기 술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의 네트워크 분석에 있어 가 장 기본적인 분석 기법이자 널리 쓰이는 기법으로 중심성 분석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분석은 노드가 해당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중심적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최수진, 2016).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서도 네트워크 중심성을 활용하여 의견지도자나 유력자를 찾아내는 연구 가 등장하고 있는데, 대화 네트워크에서 많은 사람들과 활발히 대화를 하고 대화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는 유력자를 규명하고자 할 때, 대화기 록을 토대로 사람들 간의 연결정도와 중심성이 높은 노드를 찾아냄으로 써 온라인 공간의 유력자를 발견할 수 있다(Choi, 2015).
따라서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지도자 여부를 규명하는 것은 그 사람 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자기표현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 뿐 아니 라 그의 메시지의 ‘전파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가 네트워크 상에서 차지 하는 위치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메시지가 전달되 는 것은 전통적 의미로 말하면 구전(word of mouth)을 통한 전파인데, 온라인 유력자의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단계 유통이론에서 제시되었던 의견지도자의 역할과 그 맥을 같 이 한다(이재현, 김찬균, 2012).
소수의 엘리트나 파워맨의 역량을 강조했던 엘리트주의적 의견지도 자 관점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이용의 확산으로 인해 도전에 직면하기 도 한다. 대표적으로 와츠와 도즈는 한동안 주류 학설로 여겨지던 ‘유력 자 가설’에 대해, 기존의 유력자 모델이 ‘일화적 경험주의(anecdotal empiricism)’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Watts & Dodds, 2007). 이들은 정보의 확산과정이 마치 전염병 감염 네트워크처럼 특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