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에 따라 지식정보 생산과 유통과정의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며,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매체 환경에서는 ‘의 견지도자’라는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다양화될 가능성이 있 다. 전통적 논의에서 의견지도자가 대중매체를 매개하여 일반인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면, 온라인 매체의 등장 이후에도 영향력있는 정보전달자의 존재가 여전히 지속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유력한 정보전달자는 어떻게 설득력을 발휘하여 정보전달자 의 역할을 수행할까라는 질문을 낳는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에서 현대사 회의 미디어 이용자들이 지식과 정보를 대하는 양식, 그리고 그 과정에 서 나타나는 의견지도자의 등장과 활동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명세를 지니고,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셀러브리 티는 신비로운 페르소나를 지닌 비밀스러운 스타가 아닌 화젯거리를 제 공해주는 ‘인지도 높은’ 인물이며, 셀러브리티는 인격 그 자체가 대중적 으로 화제성이 있어야 셀러브리티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 다. 셀러브리티 시스템은 인물의 재능이나 능력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것 이 아니라 ‘인지도’에 의한 관리 시스템에 근거한 현상(노명우, 2012a)이 기 때문에 그들은 사생활을 숨기기보다는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인지도’
와 ‘평판’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셀러브리티는 다양한 미디어에 노 출되는 빈도가 높을수록 자신의 유명세를 유지함으로써 긍정적이든 부정 적이든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인은 미디어를 통해 공중에 잘 알려진 친근한 사람으로 흔히 오 락과 스포츠 등 대중매체나 대중문화를 통해 나타난다. 20세기 초 미국 영화산업의 성장에서 비롯된 유명인의 등장은 현대 대중문화와 뗄 수 없 는 관계가 되었다(Turner, 2004). 하지만 미디어가 탄생시킨 유명인에 처 음 학문적 관심을 기울였던 부어스틴은 유명인의 부상을 비판적인 시각 으로 보았다. 셀러브리티란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며 미디어라는 가짜 세상의 이벤트(pseudo-events)에서 연기하는 진정성없는 가짜인물 이라는 것이다. 또한 매스 미디어의 위세가 커질수록 인간적 성취가 아 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유명세로 인물의 사회적 명성이 만들어지는 현 대 미국사회의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았다(Boorstin, 1992).
그러나 이후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은 셀러브리티들이 유명 세를 얻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성취, 유명인의 전문성 및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취한다. 저널리즘을 통해 전달되는 유명인 메시지가 가진 공신력과 권위, 또는 유명인들이 대중문화를 통해 대중들 에게 끼치는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유명인을 단순히 가짜 세상의 수행자로 폄하할 수만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또한 대중매체 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커질수록 매체에 등장하는 유명인이 가진 영향력 도 증대되었고, 대중문화 종사자 뿐 아니라 공적 영역의 다양한 분야에 서도 인지도와 대중적 평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의견지도자와 유명인은 대중들에게 영향력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초기 의견지도 자 연구는 대중이 매스 미디어 메시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보다 주변 에 존재하는 의견지도자와 ‘대인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사결정에 영 향을 받는다고 하며 의견지도자가 대중매체의 효과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는 관점을 가졌다. 그러나 신문 방송에 등장하는 인물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인물의 메시지가 가진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연예인 뿐 아니 라 정치인, 기업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유명인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유명인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흥행이나 상품판매를 위한 마케팅 수단에서 그 범위를 넓혀 정당, 정부, 이해집단 등 정치조직과 사회 각 영역으로 확대되었으며 정치선거, 정책결정, 대중 집회, 기금모금 등 정치사회적 캠페인에도 적용되고 있다.
유명인의 정치적 영향력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는 오프라 윈프리의 오바마 지지를 꼽을 수 있는데, 미국의 여러 연구를 통해 소위 ‘오프라 효과’라고 하는 유명인 지지효과가 증명된 것이다(Garthwaite & Moore, 2008; Pease & Brewer, 2008). 대선후보 경선 당시 거물급 정치인은 아 니었던 오바마가 당내 경선에 성공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관심과 지지를 얻는데 오프라 윈프리의 효과가 있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례이다. 그 외 에도 미국과 캐나다의 젊은이들이 유명가수와 스포츠 영웅의 정치적 견 해에 영향을 받았고, 유명인이 전개한 투표독려 운동에 호응이 높을수록 대중의 정치냉담이 줄어들고 젊은 세대의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다는 주 장도 제기되었다(Jackson & Darrow, 2005).
유명인 정치문화, 혹은 정치인의 유명인화 현상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흔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안차수, 2014; Street, 2004;
Wood, Corbett & Flinders, 2016). 유명인 정치의 범람은 오락과 이미지 정치에 의한 숙의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평가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 만, 2000년대 이후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참여 진작이라는 차원에 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Street, 2012). 유명인 정치를 다루는 연 구자인 스트리트는 2004년과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젊은 세대의 투표율
이 높아진 것에 대해 유명(연예)인들의 지지선언이나 투표독려운동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았다. 유명인이 등장하고, 소셜미디어가 매개하는 선거 캠페인활동은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평가받던 젊은 세대 를 적극적인 정치참여자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정치공론장 복원에 대한 기대를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다(김동윤·김위근·조민규, 2015; 안차수, 2014; Park, 2013).
이러한 유명인 효과는 유권자의 투표행태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 대한 엘리트 정치인과 기업인의 태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 드와 동료들에 따르면, 최근 정치인들이 더 이상 ‘거물 정치인’ 이미지를 추구하기보다 친근하고 일상적 유명인(everyday celebrity)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고, 대중적 인기(popularity)와 공신력(credibility) 사이의 긴 장을 전략적으로 조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Wood, Corbett & Flinders, 2016). 이 연구는 정치혐오적 태도가 만연한 현 시 대에 정치인들이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을 활용하여 소통함으로써 전문성보다 평범함(normality)을 보여주고, 권 위보다 친숙함(just like us)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단지 기업업무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거나, 방송매체 및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유명인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 북의 저커버그같은 경영자는 다양한 매체 출연이나 강연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역할을 한다(Thomson, 2006). 국내에서도 일부 젊 은 기업인들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친근한 이 미지를 드러내고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 을 알리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의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명인으로서의 지위가 대중에 대한 인물의 영향력을 키워줄 수 있 는 요인이 되자 유명인들은 정치, 학계, 음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 고, 또한 자유롭게 그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최근 국내 방송계에서도
‘전문성’을 특징으로 하는 ‘전문가-셀러브리티’가 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 다(한미소·윤태진, 2017). 전문가 셀러브리티 캐릭터들이 과거의 권위있
는 전문가들이 매체에 재현되었던 방식과는 달리 전문성과 개성은 물론,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미지에 기반하여 대중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는 것 이 최신 트렌드로 여겨진다. 전문가 셀러브리티의 등장은 전문성의 영역 과 대중문화 장의 교차로 이해할 수 있는데, 대중매체는 백종원(요리연 구가)이나 허지웅(문화평론가), 설민석(한국사 강사)같은 인물을 출연시 켜 셀러브리티의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전문성을 활용하는 동시 에 대중에게 흥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방송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시사·교양 장르의 연성화와 미디 어 장르의 혼성화 경향은 결과적으로 다양한 전문가 셀러브리티를 낳았 을 뿐 아니라, 때로는 공론장에서 화자가 ‘대중적 명성을 얻지 못함’은 하나의 약점이자 낙인이 되기도 한다. 정치평론가 변희재가 그를 ‘듣보 잡’, ‘변듣보’라고 지칭한 진중권을 상대로 한 소송2) 에서 법원은 진중권 의 모욕죄를 인정하고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중앙일보, 2009). 물론 이 소송은 상대방에게 모욕적인 언어를 구사했는가가 핵심 쟁점이었지만, ‘듣보’ 즉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다는 사실이 인터넷 공 론장에서 그의 설득력을 폄하하거나 대중에게 의견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는 최근의 인터넷 공론장 문화를 반영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