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연구질문은 응답자로 하여금 제시된 인물을 의견지도자라고 인식하게 하는 ‘단서’를 찾는 것이다. 매체활동, 공신력, 매력 등의 의견 지도자의 특성이라던지 의견지도자의 말하기 스타일같은 소통양식은 해 당 인물을 의견지도자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았다. 이 에 다음 연구질문을 제기하고 구체적인 가설을 통해 검증하도록 한다.
[연구질문 1] 의견지도자의 개인적 속성은 그 인물을 ‘의견지도자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가?
가설 1-1. 제시된 인물이 매체활동을 활발히 할수록 시민들은 그 인 물을 의견지도자로 인식할 것이다.
선행연구들은 의견지도자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매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정보를 추구하는 점과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하려는 점을 언급 했다(Katz & Lazarsfeld, 1955). 의견지도자가 적극적으로 뉴미디어를 이 용한다는 특성은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시기의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인 터넷을 이용하는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이 해하고 전달함으로써 의견지도자들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 며, 시민으로서 공적영역에 참여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이준 웅 외, 2007; 최윤정, 2009; Shah & Scheufele, 2006).
그런데 기존 연구에 제기된 ‘적극적인 매체이용’이란 뉴스를 자주 접 하고, 시사적 정보를 습득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견지도자 가 미디어 관여도가 높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의견지도자가 매체
에 자주 ‘출연’하거나 그로 인하여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 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신문과 방송에 출연하는 인물은 대 개 사회적으로 공인된 전문성과 권위를 갖추거나,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텔레비전 미디어부터 인터넷 미디어에 이르 기까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곧 대중에게 영향력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자이언스의 연구에서 제시된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에 따르면, 낯설거나 무관심한 자극물이라도 자주, 반복적으로 노 출시키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대상에 대해 친근한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 이 생긴다고 한다(Zajonc, 1968). 이러한 감정은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노출효과는 대상에 대 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감정이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의 조건이 좀 더 복잡해졌을 때에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 다. 즉 단순 노출에 따른 친근감 상승만으로 의견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높게 판단할 수 있는가에는 비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학적 발견에도 불구하고 공적 인물이 매체에 많이 출연 할수록 인물의 설득효과가 증대하거나, 대중에게 의견지도자로 여겨지는 지를 검증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매체에 등장하는 유 명인이 주는 효과에 주목한 연구들이 있는데, 유명인의 광고 효과나 정 치 캠페인 효과 연구에서 모델의 매체 노출, 그에 따른 친근함이 구매력 이나 캠페인 효과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다고 주장한 연구(Chan &
Misra, 1990), 혹은 마케팅에서 유명인의 인도스먼트 효과를 통해 상품판 매를 증대시킨다고 주장한 연구(Erdogan, 1999)가 있다. 한편 정치학자 인 로젠버그와 매커퍼티는 유권자 조사를 통해 후보자의 친근한 이미지 가 유권자의 선호를 높여주고, 결국 정치인의 선거 당선에 도움을 준다 는 결과를 보고했는데(Rosenberg & McCafferty, 1987), 이 연구는 인물 의 매체 출연빈도를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이 미디어 주목을 통 해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 것의 효과를 연구했다는 점에서 참고 할만하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 인물이 방송, 뉴스, 소셜미디어 등 다양 한 매체에 등장하는 것이 응답자로 하여금 의견지도자라고 인식하는 근 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첫 번째 가설을 세웠다.
가설 1-2. 제시된 인물의 공신력이 높을수록 시민들은 그 인물을 의 견지도자로 인식할 것이다.
의견지도자들은 매체에 등장하여 자신을 표현하거나 의견을 제시함 으로써 대중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일 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좋은 사람이 하는 말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 보다 더 믿음이 간다”고 언급하며 에토스 개념을 제시한 이래, 같은 내 용일지라도 커뮤니케이터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현상에 대 한 연구가 계속되었다. 이 질문은 현대에 들어 ‘공신력’이라는 개념으로 재구성되는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자의 속성에 따라 전달력이 달라지 고 메시지의 설득력과 파급효과가 달라지는 것이 과연 무엇에서 연유한 것인지 숙고한 것이다.
메시지 효과연구에서 호블랜드와 와이스는 높은 공신력을 가진 정보 원으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낮은 공신력을 가진 정보원으로부터 받은 메 시지보다 수용자의 태도를 더 많이 변화시켰다는 것을 발견했다 (Hovland, Janis & Kelley, 1953). 즉 메시지의 전달자가 가진 신뢰성이 나 전문성이 수용자의 태도나 의견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 라서 공신력이란 수용자에 의해 지각된 커뮤니케이터의 속성이자 설득력 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념으로 전문성과 신뢰성을 포함한 하위 속성으 로 구성된다(Benoit & Benoit, 2008; McCracken, 1989).
화자의 전문성은 수용자가 볼 때 정보원이 나름대로 합당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지식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각하는 것을 가리키며, 화자에 대한 신뢰성은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이 얼마나 믿을만하고 신 뢰할 수 있는가를 가리키는 수용자의 믿음을 의미한다. 신뢰성과 전문성 은 소비자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설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이며, 정보원의 공신력을 강화시키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쓰인다(Benoit
& Benoit, 2008). 오키프가 설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은 커뮤니 케이터의 공신력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관련된 교육, 직업, 경험 을 갖는 것,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인용하는 것, 이해관계에 얽혀있지 않는 지위를 갖는 것, 화자에 대해 호감을 갖게 하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O’Keefe, 2015).
이 연구는 공신력을 구성하는 이런 특성들이 누군가를 의견지도자라 고 평가하는 준거 기준을 제공하는 요인이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공신 력이 높은 정보원은 설득력이 높은 정보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설득 력이 높은 속성을 가진 개인은 의견지도자라고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 문이다. 공신력 변수가 청자에 대한 설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속성인 만큼 응답자들이 화자의 공신력에 근거하여 제시된 인물을 의견지도자라 고 인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인물의 공신력을 독립변수로 사용하여 두 번째 가설을 세웠다.
가설 1-3. 제시된 인물이 매력적일수록 시민들은 그를 의견지도자라 고 인식할 것이다.
의견지도자가 가진 설득력의 요인 중 공신력 다음으로 언급되는 설 명변수는 인물의 ‘매력’이다. 매력에 관한 논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커뮤 니케이터의 공신력 개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 공신력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제시되었다. 즉 인물의 공신력을 구성하는 하위 개념에 어 떤 요인들이 있는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1990년대부터 인물의 매력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McCraken, 1989; Ohanian, 1990; O’Keefe, 2015). 공신력의 하위 개념으로 연구자들은 정보원 공신 력 모델(source credibility model: Hovland, Janis & Kelly, 1953)과 정보 원 매력성 모델(source attractiveness model: McGuire, 1985)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신력 모델이 전문성(expertise)과 신뢰성 (trustworthiness)을 하위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력성 모델은 친
밀성 (familiarity), 호감성(likability), 유사성(similarity) 등의 세 개의 하 위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McCracken, 1989).
매력성 모델 중 친밀함은 노출 과정을 통해서 광고모델이 사람들에 게 알려진 정도이며, 호감성은 모델의 신체적 외모나 행동을 보고 생성 된 긍정적인 감정을, 유사성은 모델과 소비자 간에 얼마나 닮았다고 인 식하는가의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McCracken, 1989). 커뮤니케이터가 전문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매력있는 커뮤니케이터의 메시지는 설득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신체적 매력은 정보원에게 호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커뮤니케이터가 전달하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 게 하는데, 수용자가 커뮤니케이터에 ‘호감’을 갖는 것은 메시지를 진실 하게 받아들이는 설득 효과가 있다(O’Keefe, 2015). 따라서 신체적 매력, 즉 외모를 통해 느껴지는 매력은 타인에 대한 지각과 반응에 영향을 준 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터의 설득의 한 측정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 활용 되었다. 대중매체 문화에서는 매력을 가진 인물일수록 그가 가진 능력에 비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며, 셀러브리티의 인기는 광고 수입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도 매력 요인이 대인 관 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성취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제 기되었다(Hakim, 2011). 이러한 관점은 저널리즘 영역에서 전달자에 따 른 뉴스 효과를 측정한다거나 정치선거에서 후보자의 매력이나 외모가 당선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알아보는 연구(Little, Burriss, Jones &
Roberts, 2007; White, Kenrick & Neuberg, 2013; Verhulst, Lodge &
Lavine, 2010) 등에 적용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외적 매력이 공적 인물 을 평가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인물의 매력이란 외모와 육체적인 매력을 포함한 인물 특유의 ‘카리스마’라고 할 수 있는 데(Hakim, 2011), 이런 ‘카리스마’의 경우 대인적 수준은 물론 대중적 영 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견지도자의 속성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 만 매력적인 개인이 의견지도자로 인식될 것인지는 다음과 같은 대립적 예측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매력이 개인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