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종안을 발표하기 전부터 국민복지연금 최종안은 언론들을 통 해 보도되기도 하였고,85) 이에 대한 논평은 최종안 공식 발표 이전부터 언론을 통해 개진되었다. 연금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5개년계획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또
84) 〈제조업 등 15업종으로〉 《경향신문》 1973.9.21. 2면.
85) 정부가 국민복지연금제도의 최종안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이 최종안의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국민복지연금제 방안 확정 매월 급여액 4%씩 적 립〉《경향신문》 1973.9.11. 1면; 〈국민복지연금 시행안〉 마련 피고용자·사 용자 부담 같게〉 《동아일보》 1973.9.13. 1면.
지급액 산정
방식 기본 연금액(균등부분+비례부분) + 가급연금액
급여 수준 최종 임금의 40% 이상 (저소득자는 70%, 고소득자는 30% 수준) 사업의 관장 보건사회부 장관이 관장하며 보험료의 징수 업무 등은 국세청장에 위
탁 기타
물가 상승 등에 의한 연금 급여의 구매력 하락(가치하락)을 제도적으 로 방지하고 합리적인 급여액을 보장하기 위하여 임금에 순응, 급여액 이 자동적으로 조정되도록 함.
는 산업 간 소득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짐으로써 국민연대의식의 제고가 불가피하게 됐고 밖으로는 남북대화에 부응할 사회복지제도가 마련돼야”
하며,86) “비록 저소득의 낮은 경제수준에서도 공정분배를 위한 복지의 틀을 마련해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리고 “서구의 경험이 제시한 바로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복지를 실현하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사회보장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복지연금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기대감을 보이기도 하였다.87)
하지만 문제는 “저소득과 불평등의 소득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어 떻게 복지를 밀고 나갈 것”인가였다.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하였는데 바로
“생산의 증가, 국민전체소득의 증가”였다. “근로자 중 반 이상이 免稅點 이하의 근로소득을 얻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소득 분배 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 반실업 내지 불완전고 용 등을 고려한다면 이른바 일차적 빈곤, 절대빈곤의 소득수준이 지배적 인 우리나라 경제에서 복지 향상의 일차적 역점은 소득수준의 전반적 상 승에” 있다는 것이었다.
공식 발표 후 사회 각계에서 나온 견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기대보다는 우려와 비판이 더 많았다. 한 신문의 논평과 같이 “국 민복지연금제도 실시 요강에 대한 일반 국민의 반응은 전자의 거부도 후 자의 열광적 승인도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지연금제의 필 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안에는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는 비판적 태도 를 취하고” 있었다.88)
재계와 노동계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하였다. 전경련은 제도의 취지 에는 찬성하지만, 노후의 생활 보장보다 현실 생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며, 면세점 이하의 근로자에게도 강제 가입토록 한 것은 수정되어야 하고, 퇴직금 제도를 이 제도에 흡수하고 산재 운영을 합리화하며 의료
86) 〈노사만의 基金自擔 〈국민복지연금〉 내용과 운용방안〉 《동아일보》
1973.9.15. 3면.
87) 〈저소득과 복지연금〉 《동아일보》 1973.9.13. 3면.
88) 〈국민복지연금제도〉 《경향신문》 1973.9.21. 2면.
보험제도를 확대할 것을 요망한다고 하였다. 한국노총은 “현재 근로자가 부담하는 제세공과가 봉급의 10% 이상인데 4% 부담은 다소” 과중하 고, 임금상승률이 저조한 터에 근로자의 부담 가중이 우려되며 퇴직금·
산재보험 등의 일원화 논의는 제도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것이라고 논평 하였다.89)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달랐지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 장하는 논거로 모두 노동자들의 부담을 제시하였다. 물론 재계의 입장은 노동자들의 부담에 있었다기보다는 퇴직금을 복지연금에 통합시켜 자신 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데 초점이 놓여 있었다.
야당 또한 서민과 중소기업에 부담을 준다며 국민복지연금 시행에 반 대하였다. 신민당 채문식 대변인은 21일 “정부가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국민복지연금법은 서민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신민당은 이에 반대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복지연금법이 갑근세 면세점 이하의 봉급자에게 도 일률적으로 소득액의 4%를 징수하는 것은 과중한 부담이 되며 중소 기업에도 압력을 주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민당은 “재산권 의 행사를 법이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도 국민복지연금에 반대하 였다.90)
서민 부담 증가와 더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한 불신도 국민복지연금 제 도 시행을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일시적 또는 영구히 최저생활을 영위할 수 없거나 불가결한 의료서비스에 충당할 생활수단을 갖지 못한 국 민에 대해 공공사회적인 조치에 의해 ‘빈곤으로부터의 자유’를 확보해주자 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선진국들의 사회보장제도는 피고용자로 하여금 갹 출금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입자는 물론 기업과 정부에도 부 담을 지우고 있다. 그래서 연금관리는 안정성이 있어야 하고 수익성도 높 89) 〈각계 반향 “저소득층 부담 가중 우려 임금 체제 확립 선행토록”〉 《매일경 제》 1973.9.20. 1면; 〈복지연금제 지상공청회 “입법과정서 보완을”〉 《매일 경제》 1973.9.21. 3면.
90) 〈복지연금반대 신민, 기본권제약 요소 들어〉《경향신문》1973.9.21. 1면;
〈연금법 반대 신민 “서민부담 가중”〉《동아일보》1973.9.21. 1면
아야 한다는 게 사회보장의 일반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복지연금 제도엔 정부의 재정 출연이 전혀 없다. 따라서 그만큼 가입자에게 돌아가 는 혜택의 크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작다는 얘기가 된다. [중략] 우리나라 의 경우는 영세봉급생활자의 부담이 너무나 무거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나중에 되돌려 받는다고 하지만 당장 최저 생계비에도 미달돼 갑근세 마저 면제받고 있는 월 소득 1만 5천원 미만 계층에게까지 월 600원 씩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고소득층이나 자영자와 비교해 볼 때 좀 무리인 것 같 다.91)
이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사회보장제도는 가입자·기업·정부 모두 제도 운영의 부담을 지고 있는데 한국의 국민복지연금제도에는 정부의 재정 출연이 거의 없고 연금 관리의 안정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피고용자와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연금기금의 대부분을 중화학공업개발을 위한 국민출자채권 인수나 재정자금예탁으로 돌림으로 써 연금관리의 수익성 원칙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고,
“국민복지의 증진이라는 정책목표에도 불구하고” “내자동원 측면에 보다 치중하고 있어” “사회보장제도 실시의 의의를 크게 줄이고” 있다는 것이 었다.92) 내자동원과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을 연결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는 달리 이에 대한 논평들은 내자동원과 사회보장의 기능과 목적을 분리 하였는데 이는 국민복지연금 기금을 마련하고 운용하는데 대한 정부의 역할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듯이, 서민들의 부담이 증대된다는 반대 의견이 많 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봉급생활자, 즉 임금생활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 게 표출되었다.
넉넉지 못한 월급이지만 그나마 마음 놓고 쓰기가 어려워질 모양이다. 월
91) 〈중화학 내자 노려 〈사회보장〉 뒷전 주객전도〉 《동아일보》1973.9.21.
3면.
92) 위의 자료.
급은 50%를, 그리고 보너스는 전액을 저금통장으로 주게 될 날이 未久에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참 맹랑한 일이다.
(중략) 하여간 정직한 월급장이들이 딱하게 됐다. 갑종근로소득세에다 직 장저축적금 그리고 주민세, 거기에다 국민복지연금을 위한 기여금까지 내 게 된다면 그야말로 월급봉투는 더 없이 얄팍해질 판국이다. 얄팍한 월급 이나마 그 중 50%가 예금통장으로 나올 것을 생각하면 따분한 마음이 앞 선다. 한번 부정을 하고 몇 천만 원을 받아먹고 구속된 공무원이야 재직 시 그까짓 월급봉투 쯤 있으나 마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정직한 봉급자들은 그렇지가 않다. 한 푼이 아깝고 새롭다. 그런 가운데 묵묵히 참 고 아끼며 사는 월급 장이들. 내일의 번영을 위한 절약이고 인내라고 생각 하면서 그들은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러나 좀 너무 심한 것 같다. 반드시 봉급자들의 주머니만을 주로 겨냥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부분에 눈을 돌릴 수는 없는지. 갖가지 내자동원 극대화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월급통 장 얘기는 아이디어 치곤 그 내용이 너무나 빈곤하고 시시하다. 가뜩이나 충분치 못한 월급에 늘 불만을 품어 온 아낙네들. 월급통장을 받아들고 그 들의 바가지가 한층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래저래 불쌍한 자 그대 이름은 월급장인가.93)
정부가 내자 동원의 명목으로 임금 생활자의 월급을 통해 자금을 손쉽 게 걷어 들이고 있다는 생각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 한 임금 생활자의 상황에 공무원의 부패상을 대비한다. 즉 국가의 공공 행정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좀 더 다른 부분, 즉 임금생활자가 아닌 다른 계층에게도 부담을 지워야 한다 는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극적이나마 국가적 이익에 대비되는 사적 이해관계를 들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앞서도 살펴본 야당의 반 대 논리처럼 개인의 재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 고 있었다.
이러한 거부감은 정부가 국민복지연금 시행의 목적으로 내세운 노후
93) 〈횡설수설〉 《동아일보》 1973.9.22.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