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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시장조사를 통해 본 가계저축의 상황

생활합리화 운동은 저축 증대에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1967년부터 한국은행 저축부에서 실시한 저축시장조사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전국 저축 시장의 현황과 “잠재적 고객으로서의 일반 가계 에 대하여 저축에 관한 전반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저축시장조사를 실시하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조사는 지역별, 산업별, 소득 계층 별 저축 ‘패턴’의 특성과 개인의 금융 자산 선호 형태를 파악함으로써 보 다 효율적인 저축 추진 정책의 입안에 기초 자료를 마련하는 데 그 목적 이 있었다. 한국은행은 1967년에 제1차 저축시장조사를 실시한 이래 1969년과 1971년에 각각 제2차와 제3차 조사를 실시하였다.155)

조사는 표본조사로 진행되었는데 표본은 전국의 총 가구 중에서 무작 위 추출법에 의거 선정되었다. 1967년에는 3,250가구, 1969년에는 4,500가구, 1971년에는 5,903가구를 표본으로 삼아 조사를 진행하였 다. 조사방법은 조사원에 의한 직접 조사법과 금융기관원이 각 표본가구 에 조사표를 배부하였다가 일정 기간 경과 후 수집하는 유치법을 동시에 활용하였다. 저축시장조사의 내용은 가계의 저축 보유 상황, 저축 성향, 저축의 방법 및 목적, 금리에 대한 인식, ‘반저축요인’, 저축 홍보에 대 한 반응, 금융기관에 대한 요망 사항 등이었다.156)

1967년 조사 결과 저축을 보유한 세대는 전체의 74.4%였고 그 중에 서 저축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세대는 61.7%였다. 이 결과에 대해 서 한국은행은 금리현실화 조치를 계기로 저축금액의 증가와 더불어 저

155) 이후에도 한국은행은 1973년, 1976년, 1978년에 각각 조사를 진행하였다.

156) 한국은행, 1972 《저축총람 1972》, 91쪽.

축인구가 확대되었다고 평가하였다.157)

앞서 살펴본 가계부 보급 운동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였을까. 한 국은행도 저축시장조사를 시행하면서 가계부 활용도를 곧 생활합리화의 기준으로 삼았다. 1967년에 시행된 제1차 조사에서 가계부를 사용하고 있는 가계는 44.2%에 불과했고 하다 말다 하는 경우가 23.9%, 사용하 지 않는 경우는 31.9%로 파악되었다.158) 2년 뒤인 1969년 시행된 제 2차 조사에서는 가계부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가계는 51.7%, ‘하다 말다 한다’는 20.1%, 안한다는 응답은 20.1%로 집계되어159) 2년 사 이에 가계부 사용 가계의 비율이 증가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2년 사 이 가계부 활용 빈도가 증가한 만큼 생활합리화 정도가 늘어났다고 해석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절반을 조금 넘어가는 정도였을 뿐이었다.160)

한국은행은 ‘반저축유인’, 즉 저축을 방해하는 요인을 파악하는데 노력 을 집중하였다. 왜 저축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유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73.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계’ 가입 24.8%, 물가 등귀 13.0%, 금리 저위 11.6%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여유가 없어 저축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해석 하였다.

소득저위가 저축 저해의 결정적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소득이 저위인 우리나라에 있어 이러한 결과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유가 없 다’는 것을 단순히 소득이 저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그 사람의 소비성향 및 생활합리화의 정도에 따라 느껴지는 막연한 생활감각에 불과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여유가 없다고 응답한 가계 중 가계부를 적는 가계가 28.9%

157) 위의 자료, 91~92쪽.

158) 앞의 자료, 93쪽.

159) 한국은행 저축부, 1969 《저축시장조사 1969.10》, 33쪽.

160) 후술하겠지만 1973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오히려 가계부 작성 비율이 감소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이러한 해석의 근거로 제시되었다. “생 활합리화는 곧 저축과 직결되며 저축 추진 운동에 있어 ‘가계부 적기 장 려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매우 강조되었다.161) 저축시장조사 에서는 가계부를 적절히 적지 않는 것은 생활합리화의 수준이 낮은 것으 로 평가되었다. 따라서 저축을 하지 않는 경우도 가계부를 작성하여 생 활합리화의 수준을 높인다면 저축을 늘릴 수 있다고 제시되었다.

그런데 계층별 저축 보유 상황을 살펴보면 과연 생활합리화만으로 저 축을 증대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1971년 조사에 의하면 직업별 저축 보유율을 살펴보면 임금생활자가 76.3%로, 자영자 27.7%보다 훨씬 높았고 임금생활자 중에서는 공무원(98.0%), 군인 (96.6%), 사무직 회사원(95.2%) 순으로 저축 보유율이 높았다.162) 이로 볼 때 저축 성향은 생활합리화의 측면이 아주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소득 안정성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반저축요인을 조사하면서 계 가입 상황을 파악하였 다. 계는 그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1950년대 내내 민간에 서 성행하였고163) 이때까지도 여성들 사이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었다.

1969년 저축시장조사에서 전체의 72.3%가 계에 가입하고 있다고 응답 하였다. 계를 가입한 목적으로 ‘친목 및 상호부조’가 전체의 41.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결혼, 학비, 주택, 가구 구입’이 28.4%, ‘영업자 금 조달’이 13.5%, ‘돈놀이’가 5.4%, 기타가 3.5%로 나타났다. 또한 계에 가입하는 하는 이유에 대한 응답에서 ‘은행 적금과 비교해서 계가 유리한 것 같아서’가 52.8%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한 분

161) 위의 자료, 31~33쪽.

162) 한국은행 저축부, 1971 《저축시장조사 1971.10》, 12쪽.

163) 1950년대 은행을 비롯한 제도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민간 에서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계가 매우 성행하였는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의 연구 를 참고. 안순덕, 2002 〈1950년대 도시부녀자 계소동 일고찰〉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이명휘, 2015 〈1954~1956년 한국여성신용조직의 금융시장에 서의 역할〉 《여성과 역사》 제23집.

석을 바탕으로 저축시장조사의 작성자들은 계가 금융기관 저축과 경쟁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이를 금융시장으로 흡수해야 하며 은행을 이용하 는 것이 계에 가입하는 것보다 이율이나 순익 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164)

그러나 당시 계를 활용했던 사람들이 단지 계에 가입하는 것이 은행에 적금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자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 게 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표 2-9> 은행적금과 계의 이자율 비교

출처: 이창렬, 1966 《한국의 금융과 자본동원》,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 소, 197쪽.

비고: 1962년 12월~1963년 4월에 조사됨.

계의 금리는 끝번에 해당.

이 조사는 금리현실화 조치가 취해지기 이전에 실시되었기 때문에 1960년대 후반 보다는 은행 이자율이 더 낮았던 조건을 반영한다. 1년 기간의 1만원 계약의 계의 경우 시중은행의 적금 이자보다 국민은행의 적금 이자가 2배 정도였고 13인계의 이자는 4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계 약액이 5천원 미만인 경우에는 13인 계의 이자는 국민은행보다는 낮았 다. 그리고 기간의 은행 적금의 이자나 계의 이자나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계의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만을 근거로 들 수는 없다. 또한 당시 성행하던 순번계의 경우 첫 번과 끝번의 이자율의 차이 가 매우 컸기 때문에 계가 성행한 이유로 이자율만을 들 수는 없다.165)

164) 《저축시장조사 1969.10》, 34~35쪽.

기간 계약금액 (원)

적금 (제일·조흥) 적금 (국민) 13인계

단리 복리 단리 복리 단리 복리

1년

5,000 0.102 0.086 0.095 0.072 10,000 0.022 0.021 0.043 0.040 0.095 0.073

100,000 0.058 0.049

300,000 0.058 0.049

2년 10,000 0.023 0.020 0.033 0.028 0.027 0.026

100,000 0.027 0.026

한편, 가계는 저축을 어떠한 방법으로 활용하였을까. 가계는 금융저축 을 자신들의 생활을 위한 자금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 었다. 1971년 저축시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자녀의 교육 및 결혼자금 조달’ 36.0%로 가장 높았고 질병 및 불시의 재난 20.5%, 노후의 생활 안정 13.0%, ‘부동산 매입 등 가옥신축’ 11.1% 순이었다.166) <그림 2-1>에 나타나듯 조사 연도에 따라 변동이 다소 심하게 나타났지만 자 녀 교육과 결혼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불시의 사고에 대비하거나 노후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저축을 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한 1967년에 비해 1971년의 조사결과에서 부동산 매입 및 가옥 신 축을 위해 저축을 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 목된다. 부동산 투자는 ‘반저축요인’으로 꼽히기도 하였는데 1971년 조 사에서 부동산 투자를 위해 저축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의 4.8%

에 불과하였으나, 앞서 저축 목적에 관한 조사를 고려할 때 점차 부동산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에 투자하 는 이유로 ‘투자의 안정성’(62.7%)과 ‘물가 상승률보다 부동산의 가격상 승이 높기 때문에’(19.5%)라는 응답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였고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물가 상승률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높기 때문에167) 투자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고 조사되었다.168)

부동산 매입 문제는 저축의 관점에서는 양가적이었다. 아직 집이 없는 가계의 경우는 집을 사기 위해 은행을 이용하여 저축을 늘려나가겠지만,

165) 이에 관하여 이창렬은 당시 대중들이 계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 이 해석하였다. “양 기구(계와 은행] 사이의 써어비스의 차이 또는 대중에 대한 親近味의 차이에서 온 것이라고 보겠으며 특히 목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貸付의 기약성의 차이에 由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창렬, 1966 앞의 책, 197쪽.

166) 《저축시장조사 1971.10》, 39쪽.

167) 1960년대 후반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은 30%를 상회하였다. 1966년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지가는 연간 약 50%~200% 정도 증가하였고 1968년 의 경우 평균 55%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급속한 도시화와 공업화로 서울과 부 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가가 폭등하였던 것이다. 손정목, 1988 《한국현대 도시의 발자취》 일지사, 252~252쪽; 전강수, 2019 《부동산공화국경제사》

여문책, 114쪽.

168) 《저축시장조사 1971.10》, 48쪽, 53~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