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는 극심한 폭염 및 가뭄을 비롯한 극한 기상 이변의 빈도와 심각성에 현저히 영향을 미치고, 폭우 및 홍수의 기간 또한 늘려 왔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이 전 세계에 걸쳐 동일한 방식/규모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림 1] 이번 세기 말까지의 온도 변동성 대 1990~2013년 기간 동안의 일인당 배출량의 변화 예측치
참고: 온도 변동성의 변화 예측치와 온실가스 배출량 간에는 부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평균적으로 1인당 배출량이 비교적 낮은 국가들이 더 큰 온도 변동성을 경험할 것이다. 관찰된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국가들이 완만한 변화나 변동성 감소에 직면하는 경향이 있다.
출처: Bathiany 외의 논문(2018년) 중 그림 5b를 바탕으로 저자가 작성.
고위도에서는 온도 변동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구 평균 온도가 1℃ 상승할 경우 이번 세기 말까지 아마존 및 아프리카 남부와 같은 지역에서는 온도 변동성이 15% 증가하게 된다. Bathiany
등(2018)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는 가난한 국가들이 가장 큰 온도 변동성에 직면할
것임을 주장한다. 즉, 저소득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온도 변동성과 더 빈번한 이상 기온에 노출되어 농업 산출량에 대한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영향을 입게 되는 반면,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
복합 기후 사건
기후 위해 요소들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공통 기후 동인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정 위험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대신 시공간적으로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 작용으로 인해 사회 및 환경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배가되는 복수 기후 동인 및 위험 요소의 복합적인 발생을 복합적 사건(compound event)이라고 한다(Zscheischler 외, 2018). 그와 같은 복합적 사건은 복잡하고 단계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으며 적응하기가 훨씬 더 까다로울 수 있다. 또한 복합적 사건은 인적 시스템에 존재하는 기존의 도전 과제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짐바브웨는 2020년 여름에 코로나 19 확산 억제를 위해 노력하는 중에 심각한 가뭄과 폭염에 시달렸다.
가뭄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식량 및 용수 확보 불안이라는 위험에 빠뜨렸고, 안전한 물의 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와 질병은 공중 보건 당국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켰다. 여기에 더해, 폭염은 열과 관련된 사망 건수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다. 이와 동시에,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가뭄으로 인해 수력 발전이 중단되고 이어서 전력 공급량이 감축되는 바람에 위기에 대응하는 공공 기반 구조의 능력이 제한되었다. 식량 및 용수 불안은 일부 지역에서의 이동 및 이주를 촉발하여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공중 보건 부담이 가중되었다(Phillips 외, 2020). 이 예는 복합적 사건이 인적 시스템에 어떤 다면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적절한 정책 대응 및 적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복합적 사건에 대한 이해를 증진해야 함을 시사한다.
기후 조건의 변화는 식량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한다.극단적인 기상 이변의 발생이 증가하면 피해 주민과 그들의 생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세계 많은 지역에서 기후 조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 안보는 주요 관심사이다.
인위적 기후 변화는 이미 전 세계 농업 생산량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쳐 왔다. 글로벌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최근의 추정치에 따르면 농업 부문의 현재 총 요소 생산성(즉, 한 부문의 전체 생산성 혹은 해당 부문에서 사용되는 자원 대비 생산량)이 기후 변화가 없는 반사실적 시나리오에 비해 약 20% 더 낮다(Ortiz-Bobea 외, 2021) 이러한 기후 변화는 글로벌 수준에서 평균 생산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농업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존재한다. [그림 2]는 대륙별 및 국가별 영향을 세분화하여 보여 준다. 그래프에서 볼 때 일부 지역은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평균 농업 생산성은 기후 변화가 없을 때의 잠재적 수치보다 35% 더 낮은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 및 러시아와 같은 일부 국가들은 기후 변화의 결과로 농업 생산성이 증가하는 반면, 말리, 니제르, 수단, 니카라과 및 과테말라와 같이 열대 및 아열대에 속한 아프리카 및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심대하여 인위적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최대 40%에 달한다.
본 IPCC 보고서의 5장에서는 농업 및 식량 체계에 미치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개요를 제시한다(Bezner Kerr 외, 2022). 이러한 영향은 부분적으로 서서히 이루어지는 온도 및 강우량의 평균적인 변화에서 기인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기상 이변 및 재해에 의한 작물 파괴에서도 나타난다. 2010년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직접적인 작물 파괴와 새 작물 재배의 지연을 초래함으로써 미화 45억 달러에 달하는 수확량 손실을 입혔다. 북반구의 고소득 국가들도 농업 부문의 심각한 손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Brás 등(2021)은 폭염 및 가뭄의 복합적 기상 이변으로 인한 유럽 내의 작물 손실이 지난 50년 간 세 배로 증가했다고 추산한다. [그림 3]은 기후 조건 변화가 전 세계의 농업 생산성 및 작물 수확량에 미친 관찰된 영향에 대한 150건 이상의 연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첫 번째 열은 Ortiz-Bobea 등이 수행한 연구(2021)의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농업 부문의 총 요소 생산성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다음 열은 다양한 작물 종 및 범주의 작물 수확량에 대한 기후의 영향을 세분화한 것이고, 마지막 열은 모든 작물에 대한 영향을 집계한 것이다. 전체적인 그림은 명확하다. 즉, 기후 변화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부분의 작물의 수확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 조건의 변화로 인해 총 수확량이 증가한 유일한 지역인 중앙아시아를 제외하면 그 영향은 혼합적이거나 명백히 부정적이다.
[그림 2] 기후 변화가 전 세계 농업 생산성에 미친 지역별 영향(1961-2015)
참고: 일부 지역은 이미 1961년 이후 기후 변화로 인해 30%가 넘는 농업 생산성 손실을 입었다(기후 변화가 없는 세계와 비교할 때). 이러한 손실은 과거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지역에서 가장 크며, 따라서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 시킨다.
출처: Ortiz-Bobea 외의 논문(2021)에 포함된 그림 5.
14개 지역 중 11개 지역에서 이미 총 작물 수확량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관찰되어 왔다. 예를 들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최근 모든 작물 범주에 있어 상당한 수확량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이 지역이 빈곤층 인구수가 가장 많고 식량 불안도가 가장 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작물 수확량 감소는 농업 소득에 직접 의존하거나 변동성이 매우 높은 식량 가격에 취약한 많은 사람들의 기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Wiebe 등(2015)은 2008년에 우려할 만한 식량 안보 수준을 보인 53개 국가 중 27개 국가에서는 이미 기후 변화가 소비 칼로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식품 불안을 심각하게 악화시켜 왔다고 추정한다. 기후 조건이 증가하는 작물의 재배에 점점 더 불리해짐에 따라 이러한 영향은 2050년까지 크게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인 영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가격 충격을 통해 수요 측면에서의 식량 접근성과 충분한 칼로리 섭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전 세계의 빈곤층 중 다수가 생계를 농업 생산에서 나오는 소득에 의존한다. 따라서 기후 변화로 인한 작물 재배 실패 및 수확량 손실은 저소득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는 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Hallegatte, Bangalore 외, 2016).
35℃가 하루만 지속되어도 열로 인한 사망률이 상당히 증가
농업적 영향 이외에도, 기후로 인한 전 세계 온도 분포의 변화는 온도 관련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러한 맥락에서는 꼬리 사건이 가장 중요하다. 사망률과 온도 간의 전반적인 관계는 역 U자 형태의 궤적을 따른다. 비교적 추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해 온도가 상승하고 따라서 극한적인 한파의 발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망률이 감소할 것이다. 반대로, 이미 따뜻한 지역에서는 국가 수준 소득 불균등의 패턴과 어우러져 온도 관련 사망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적인 결과를 보면 35℃가 하루만 지속되어도 열로 인한 사망률이 인구 100,000명당 10.1명만큼 증가할 수 있다(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최소 치사 온도에 좌우). 2100년까지 이들 영향으로 인해 열 관련 사망률이 오늘날 제반 유형의 암이 보이는 사망률과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다(RCP8.5 이하에서). 이 사망률 증가 효과는 대부분 64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 그룹에 속한 인구의 비율이 높은 국가는 사망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