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변화 범주 동사의 의미 유형 구분의 실제
1.1. 수평 지향성 범주의 의미 유형
1.1.2. 대상이 기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
다음, ‘가다’와 의미적 관련성이 밀접한 ‘오다’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의미 항목을 제시해 보이면 다음과 같다.
오다 [동사]
(1) 어떤 사람이 말하는 사람 혹은 기준이 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움직여 위치 를 옮기다.
(2) 어떤 사람이 직업이나 학업 따위를 위하여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옮기다.
(3) 수레, 배, 자동차, 비행기 따위가 말하는 이가 있는 쪽을 향하여 운행하다.
(4) 물건이나 권리 따위가 자기에게 옮겨지다.
(5) 관심이나 눈길 따위가 말하는 사람에게로 쏠리다.
(6) 소식이나 연락 따위가 말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전하여지다.
(7) 전기가 흘러서 불이 켜지거나 몸에 전하여지다.
(8) 운수나 보람, 기회 따위가 말하는 사람 쪽에 나타나다.
(9) 느낌이나 뜻이 말하는 사람에게 전달되다.
(10)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르다.
(11) 어떤 대상에 어떤 상태가 이르다.
(12) 일정한 목적을 가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위 치를 옮기다.
(13) 건강에 해가 되다.
(14) (‘…에’ 대신에 ‘…까지’가 쓰이기도 한다)길이나 깊이를 가진 물체가 어떤 정 도에 이르거나 닿다.
(15) (주로 ‘와서’ 꼴로 쓰여) (‘…에’ 대신에 시간 부사어가 쓰이기도 한다) 말하는 때나 시기에 이르다.
(16) 물체가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다.
(17) 비, 눈, 서리나 추위 따위가 내리거나 닥치다.
(18) 질병이나 졸음 따위의 생리적 현상이 일어나거나 생기다.
(19) 어떤 때나 계절 따위가 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닥치다.
(20) (‘에서/에게서’ 대신에 ‘…으로부터’가 쓰이기도 한다) 어떤 현상이 어떤 원인 에서 비롯하여 생겨나다.
(21) 어떤 현상이 다른 곳에서 전하여지다.
(22) 어떤 경로를 통하여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위치를 옮기다.
(23) (‘…을’ 성분은 주로 서술성이 있는 명사가 온다) 어떤 목적 혹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하여 말하는 이가 있는 곳으로 위치를 옮기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동사 ‘오다’의 의미 역시 동사 ‘가다’와 마찬가지로「변화 는 이동」라는 은유의 작용에 의해 전체적으로 ‘변화’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러한 변화는 공간변화에서부터 시간변화, 상태변화로 그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 그 럼 아래에 동사 ‘오다’의 의미를 그 변화의 유형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 다.
먼저 ‘오다’의 ‘공간변화’와 관련된 사전의미를 모아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어떤 사람이 말하는 사람 혹은 기준이 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움직여 위치 를 옮기다.
(2) 어떤 사람이 직업이나 학업 따위를 위하여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옮기다.
(3) 수레, 배, 자동차, 비행기 따위가 말하는 이가 있는 쪽을 향하여 운행하다.
(4) 물건이나 권리 따위가 자기에게 옮겨지다.
(10)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르다.
(12) 일정한 목적을 가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위치 를 옮기다.
(22) 어떤 경로를 통하여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위치를 옮기다.
(23) (‘…을’ 성분은 주로 서술성이 있는 명사가 온다) 어떤 목적 혹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하여 말하는 이가 있는 곳으로 위치를 옮기다.
위에서 (1)은 사람이 기준점이 되는 사람 가까이로 이동함을 뜻하는데, 이는 한 공 간에서 다른 한 공간으로의 변화가 발생하였음을 의미하기에 ‘공간변화’의 의미를 지 닌다고 할 수 있다. (2)는 ‘직업’이나 ‘학업’을 목적으로 화자가 있는 쪽으로 이동함을 뜻하는데, 이 역시 ‘공간변화’의 의미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3)은 앞선 (1)과 의 미가 거의 동일하나 그 이동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운송 수단’이라는 점에서 차이 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화자를 기준으로 이에 가까이 접근한다는 점에서 ‘공간변 화’의 의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4)는 (1)이나 (3)과 마찬가지로 특정 대상에
‘공간변화’가 발생하였음을 의미하는데, 단지 그 대상이 (1)의 ‘사람’이나 (3)의 ‘운송 수단’이 아닌 ‘사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10)은 특정한 목적지에 도착하 였음을 의미하는데, 이도 공간상의 변화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공간변화’의 의미에 포함된다. (12)는 특정한 목적을 지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화자가 있는 쪽으로 이 동한다는 뜻으로 이 역시 ‘공간변화’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2)는 사람이 이동의 경로를 따라 움직임을 뜻하는데, 이도 ‘공간변화’의 의미로 포괄할 수 있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23)은 어떤 목적성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화자 쪽으로 이동함을 뜻하는 데, 이 역시 공간상의 변화가 수반되므로 ‘공간변화’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동사 ‘오다’도 동사 ‘가다’와 마찬가지로 ‘공간변화’의 의미 범주에 포섭되는 의미들을 다수 지니는데, 구체적으로 ‘가다’와 ‘오다’ 모두 ‘공간변화’의 의미를 나타 내는 사전의미가 총 8가지로 정리된다. 이들은 서로 대응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예컨 대 ‘학교에 가다’와 ‘학교에 오다’의 두 예문은 모두 ‘사람’이 이동의 목적지인 ‘학교’
로 이동함을 뜻하는데, 이는 동일한 사건의 서로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상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동일한 이동 행위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기준점인 화자로부터 멀어지는 행위인지 아니면 기준점인 화자에게로 접근하는 행위인지에 따 라 서로 다른 동사가 사용되는데, 이동 행위가 기준점인 화자로부터 멀어지는 경우 라면 동사 ‘가다’가 쓰이고, 이동 행위가 기준점인 화자에게로 접근하는 경우라면 동 사 ‘오다’가 쓰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공간변화’의 의미를 나타내는 동사 ‘가다’와
‘오다’는 동일한 이동 장면을 묘사하나, 그 이동의 방향과 기준점의 위치 간의 관계 에 따라 서로 다른 동사가 선택될 따름이다.49)
다음, ‘오다’의 ‘시간변화’와 관련된 사전의미를 함께 보이면 다음과 같다.
(15) (주로 ‘와서’ 꼴로 쓰여) 말하는 때나 시기에 이르다.
(19) 어떤 때나 계절 따위가 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닥치다.
위에서 (15)는 화자가 말한 시간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시간’을 ‘이동’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그 이동 대상인 시간이 기준점인 화자에게로 도착한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시간변화’의 의미를 나타내게 된다. 또한 (19)는 특 정한 시간이 화자가 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미 그 시점에 이르렀거나 곧 이르게 됨을 의미하는데, 이 역시 ‘시간’의 개념을 구체적인‘ 이동’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그 이동 대상이 기준점인 화자에게로 도착하였거나 접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결과적으로 ‘시간변화’의 의미를 나타내게 된다.
이제 ‘오다’의 ‘상태변화’와 관련된 사전의미를 살펴보기로 하는데, 앞선 ‘가다’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상태생성’과 ‘상태도달’의 의미는 포착되나, ‘상태소멸’50)과 ‘상
49) 이러한 동사 ‘가다’와 ‘오다’의 ‘공간변화’의 의미에서 기준점이 수행하는 역할은 이들 동 사의 다른 유형의 ‘변화’ 의미 즉 ‘시간변화’와 ‘상태변화’ 의미에 대한 해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오다’의 ‘시간변화’ 의미와 ‘상태변화’의 의미를 해석하는 부분에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한다.
50) 동사 ‘오다’의 의미에 ‘상태소멸’의 의미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의 기준점과의 해 석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동사 ‘오다’에 의해 표현되는 행위의 대상은 개념화 자를 기준점으로 이에 접근하는 경우로, 이러한 대상은 개념화자의 시야 범위에 들어오 는 가까운 지점에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동사 ‘가다’에 의해 표현되는 행위 의 대상은 개념화자를 기준점으로 이에서 멀어지는 경우로, 이러한 대상은 개념화자의 시야 범위를 벗어나서 결국은 개념화자가 관찰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짐을 뜻한다고 볼
태유지’51)의 의미는 포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아래에 먼저 ‘오다’의 ‘상태 생성’의 사전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앞서 제시한 ‘오다’의 사전의미들 중에서 ‘상태생 성’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모아서 보이면 다음과 같다.
(5) 관심이나 눈길 따위가 말하는 사람에게로 쏠리다.
(7) 전기가 흘러서 불이 켜지거나 몸에 전하여지다.
(8) 운수나 보람, 기회 따위가 말하는 사람 쪽에 나타나다.
(9) 느낌이나 뜻이 말하는 사람에게 전달되다.
(11) 어떤 대상에 어떤 상태가 이르다.
(13) 건강에 해가 되다.
(16) 물체가 말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다.
(17) 비, 눈, 서리나 추위 따위가 내리거나 닥치다.
(18) 질병이나 졸음 따위의 생리적 현상이 일어나거나 생기다.
(20) 어떤 현상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하여 생겨나다.
(21) 어떤 현상이 다른 곳에서 전하여지다.
위에서 (5)는 ‘관심’이나 ‘눈길’과 추상적인 대상이 ‘화자’에게 영향을 미쳐 ‘사람들 의 관심이나 눈길이 화자에게 집중됨’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러한 상태가 없던 데로 부터 그러한 상태가 생겨남을 의미하기에 ‘상태생성’의 의미로 볼 수 있다. (7)은 ‘전 기’라는 대상이 움직여 특정 대상에 도달함을 뜻하는데, 이는 곧 ‘전기의 생성’을 나 타낸다. 따라서 이 경우 ‘오다’는 ‘상태생성’의 의미로 간주할 수 있다. 이는 앞서 논
수 있다. 이러한 관계로 말미암아 동사 ‘가다’는 ‘상태소실’의 의미를 지니게 되나, 동사
‘오다’는 ‘상태소실’의 의미를 지니지 않게 된다고 할 수 있다.
51) 동사 ‘오다’가 본용언이 아닌 보조용언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상태유지’의 의미가 드러나 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해당 용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ㄱ. 그는 이 직장에서 30년간이나 일해 왔다.
ㄴ. 그는 지금까지 아픔을 잘 견뎌 왔다.
여기서 예문 (ㄱ)은 ‘그가 지난 30년 동안 자신의 일을 꾸준히 지속하였음’을 의미하 고, 예문 (ㄴ)은 ‘그가 지금까지 아픔을 유지한 채 살아왔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보조동 사로 쓰인 ‘오다’가 선행하는 본동사가 지시하는 동작을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