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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또래 집단의 대화의 특성: ‘경쟁적 말하기’

I. 서론

1) 어린이 또래 집단의 대화의 특성: ‘경쟁적 말하기’

본 연구의 어린이말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강한 응집력(cohesion)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특수한 형태의 대화 방식을 ‘경쟁적 말하기’(competitive talk)로 명명하고자 한다. 그 전형적인 예는 다음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사례Ⅲ-31>

혜준(5세, 남): <컵에 나무 블록을 담아서> “이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렛 케이크.”

연구자(31세, 여): “혜준이는 초콜렛 케이크를 가장 좋아하는구나.”

승우(5세, 남):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듯한 말투를 흉내 내며 연구자와 혜준에 게> “먹어요~ 먹어라~”

지언(5세, 여): “나 어제 할머니랑 아빠랑 엄마랑 미승이랑 지언이[나]71), 찜질방

71) 이 사례에서 지언이가 스스로를 칭하며 ‘지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아이들은 자신을 자칭함에 있어 그리고 타인을 칭함에 있어 자신과 상대의 ‘이름’만을 사용하

가서 아스크림[아이스크림] 먹었는데.”

연구자(31세, 여): “어제 찜질방 가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지언(5세, 여): “네. 할머니는 아스크림 안 먹고요. 우리만 아스크림 먹었어요, 미승이랑 지언이랑.”

승우(5세, 남): “아까 전에 아빠랑요 해운대 바다 가서요, 으음~ 아~ 목욕했어 요.엄마 봤어요, 엄마.”

연구자(31세, 여): “응? 엄마 봤어요?”

승우(5세, 남): “네. 그래서요, 찜질방에서요,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요.”

<사례Ⅲ-31>에서 아이들의 대화는 경쟁적이라는 양상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그 내용의 면에서는 일견 맥락상의 유기성이 긴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의 대화에서 주요한 화제들은 공고한 응집력에 바탕한 것이다. 먼저 다섯 살 남아 혜준이가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놀이인 음식 만들기 놀이를 하면서

‘초콜렛 케이크’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다. 이어 승우는 혜준이가 가정한 놀 이의 세계에 기꺼이 동참하여, 연구자와 혜준이에게 먹여주는 시늉을 하였다. 이 를 지켜보던 5세 여아 지언이는 혜준이의 초콜렛 케이크 이야기에서 초콜렛 케이 크와 아이스크림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낸 듯, ‘어제 찜질방에서 아이스크림 먹었 다.’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승우는 ‘아까 해운대 가서 목욕하고, 찜질방에 서 아이스크림 먹었다.’라는 이야기로 지언이의 말의 맥락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앞선 화자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경험과 유관한 맥락의 단서를 찾았을 것이고, 그 것을 토대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초콜렛 케이크’→‘아 이스크림’과 ‘찜질방’→‘목욕’ 혹은 ‘어제’→‘아까’로 이어지는 경쟁처럼 보이는 이 대화는 아이들 또래 집단에서 공유하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일 것이며, 나아 가 또래 집단 속에 보다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하는 어린이들의 대화의 방식이라 생각된다. 아이들은 이러한 ‘다시 풀어 말하기’(reformulation)를 통하여 현재의 화자가 한 말을 다음 사람이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또는 좀더 명확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대화의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첨가하고 확인하며 결과적으로 기도 하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칭어로서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고 2인칭 대명사 대신 타인의 이름을 쓰는 것은 명백히 발달적 변화를 거친다는 점이다. 만3세 아이들 이 시간이 지나 학기 말로 갈수록 이름으로 자신과 상대를 칭하는 빈도가 줄어가고, 만4세 아이들에게서는 그 사용 모습을 학기 초에도 이미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 시 말하여, 아이들은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여 감에 따라, 점차 ‘나’와 ‘너’ 같은 대 명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존댓말 사용의 능력이 더욱 발달함에 따라) 이 ‘나/내’

의 사용은 ‘저/제’의 겸양 표현의 학습 및 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대화 참여자들은 대화를 함께 구성해나가는 과정을 갖게 된다(이원표 2001:

295). 바꾸어 말하면,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유기적이지 않은 화제들로 대화가 구 성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것은 또래 간의 관계 맺기와 어린이말의 중요한 대화 의 특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자면) 아이들의 삶에서 ‘경쟁’은 참으로 흥미롭다. 물론 경 쟁이라고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상대를 이기겠다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곧 갈등으로 연장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아이들 간의 경쟁은 상대를 이기겠다는 표현이라기보다 는 서로 평등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보다 구체적으로는 서로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 하는 경쟁이라 할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밥을 먹 거나 옷을 입으며 혹은 달리기를 하며 일상에서 사소한 경쟁을 수없이 만들어내 었다. 아이들은 경쟁의 결과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였고, 아 이들에게 일상의 무수한 경쟁을 놀이로 치환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른으로서 연구자는 아이들의 경쟁적 세계를 가혹하고 냉혹한 결과로만 바라보지 않기 위하 여 아이들의 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아이들의

‘경쟁적 말하기’ 또한 이러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경쟁적 말하기는 아동 간에 친구 관계를 맺고, 친구 사이를 더욱 돈독 하게 하는 중요한 사회적 장이 된다. 동시에 이러한 유형의 경쟁적 말하기는 서 로의 사회적 기술의 범주를 보다 더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상대의 관 점, 즉 친구의 행동의 의도나 목적을 이해할 수 있는 역할도 가지게 해주어 아동 의 사회언어적 능력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것이다.

<사례Ⅲ-32>

세형(5세, 남): <해우가 하고 있는 토끼 귀가 달린 머리띠를 가리키며, 웃으면 서> “방구 토끼.”

해우(5세, 여): <세형이의 놀림에도 아랑곳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연구자에게>

“이거요, 필리핀에서 산 거예요. 비행기 타고 갔다 왔어요. 이번에도요.”

지언(5세, 여): “나 어제 은규 오빠랑, 할머니랑 엄마랑 음… <처음의 자신감 있 는 목소리에서 그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케이 블카 탔어요.”

해우(5세, 여): “근데요, 우리 언니, 아니 동생도요 어린이집 다녀요. 짝은[작은]

데도요.”

보조교사(51세, 여): <과장되게 놀라는 말투로> “해우보다 더 작은 동생인데 요?”

해우(5세, 여): “은영이는 작은 어린이.”

보조교사(51세, 여): “은영이는 걸어 다닐 수 있어요?”

해우(5세, 여): “아니오, 안아야 돼요. 맨날 신발 없어요. <기는 시늉을 하며>

은영이는요, 요렇게 해서요, 기어 다녀요.”

승우(5세, 남): <해우의 말이 끝나자 재빨리> “선생님, 아까 전에요, 케이블카 타봤고요. 아까도 할머니 집에요, 토마스 기차 많아요. 우리 집에도 많이 있 어요.”

재윤(5세, 남): <승우의 말을 받아 웃으면서> “선생님, 나 기차 타 봤어요. 기차 요.”

세형(5세, 남): “우리 집에, 어, 우리 집에 뽀로로 기차 있어요.”

서윤(5세, 여): “우리 집에도요~ 뽀로로 인형 있어요.”

위 말 사례는 아이들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응집력과 협력이 보다 섬세하게 구 성된 예가 될 터인데, 앞선 초콜렛 케이크의 말 사례보다 유기적으로 확장된 것 으로 볼 수 있다. 다섯 살 남아 세형이가 해우가 토끼 귀가 달린 머리띠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방구 토끼.”라고 말하는데, 이때 ‘방구’[방귀]는 다른 아이를 놀 릴 때 또는 말의 상황을 재미있게 바꾸고자 할 때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유사한 기능을 하는 표현으로는 ‘똥’, ‘엉덩이’ 등이 있다. 웃으며 말하는 세형이와 대비 되는 태도로 다섯 살 여아 해우는 아랑곳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이거요, 필리핀 에서 산 거예요. 비행기타고 갔다 왔어요. 이번에도요.”72)라고 말하며, 연구자를 대리 청자로 삼아 아이들에게 자신의 머리띠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러자 다섯 살 여아 지언이는 해우의 ‘비행기’ 이야기에 주목하여 “나 어제 은규 오빠랑, 할 머니랑 엄마랑 음…”이라고 한 뒤, ‘케이블카’라는 ‘비행기’와 탈 것이라는 면에서 유사한 관련성이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가져왔다. 그런데 지언이가 케이블카를 말 하기 전에 얼마간의 말이 없는 휴지가 있었고, 또 목소리 크기가 현저히 줄어든 것 그리고 이 말을 한 뒤 지언이가 현재 진행 중인 이 말의 집단을 등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을 감안하면, 지언이의 ‘케이블카’는 즉흥적으로 생각해냈거나

72) 해우는 조부모를 비롯한 친척들이 필리핀에 거주하며, 아버지의 사업과 관련하여 필 리핀을 자주 방문한다고 하였다. 다른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해우의 새로운 경험 들과 필리핀의 물건들은 종종 ‘지하 경제’의 거래물이 되어 해우가 또래들 사이에서 화제를 주도하고 위세를 획득하는 데에 일정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혹은 ‘어제’가 아닌 더 이전의 경험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때 아이들의 말이 사 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지점이 아닐 것이다.73) 해우는 지언이의 ‘케이블카’ 대신 에, 자신의 여동생 이야기를 꺼내면서 동생이 아직 어리지만 어린이집에 다닌다 는 이야기를 보조교사와 주고받았다. 해우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다섯 살 남아 승우는 “선생님, 아까 전에요, 케이블카 타봤고요. 아까도 할머니 집에요, 토마스 기차 많아요. 우리 집에도 많이 있어요.”라고 하였는데, 이때 승우는 해우와 보조 교사가 주고받는 말의 맥락에 미처 끼어들 틈을 잡지 못하여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음에 아쉬워하며, 해우의 ‘비행기’, 지언이의 ‘케이블카’와 연관 짓 는 맥락에서 장난감인 ‘토마스 기차’를 이야기하려는 듯 보였다. 그러자 해우의 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중단되고, 다섯 살 남아 재윤이는 “선생님, 나 기차 타 봤 어요. 기차요.”라고 경쟁하듯 말하였고, 마찬가지로 다섯 살 남아 세형이도 “우리 집에, 어, 우리 집에 뽀로로 기차 있어요.”라고 재빠르게 말하였으며, 뒤이어 다 섯 살 여아 서윤이도 “우리 집에도요~ 뽀로로 인형 있어요.”라고 말을 이어 나갔 다.

이처럼 한 아동이 ‘비행기’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다음 화자인 아동이 비슷하 면서도 같지는 않은 자신만의 경험과 좀더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케이블카’를 제 시하고, 케이블카가 다시 ‘토마스 기차’로 그리고 토마스 기차가 (실제의) ‘기차’

로, 다시 ‘뽀로로 기차’로, 마지막에는 ‘뽀로로 인형’으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대 화 연결의 방식은 아동들의 관계 맺기의 적극적 전략일 것이며, 또래 집단 내부 의 연대감을 공고히 해주는 말하기 방식일 것이다. 말하자면, 아이들은 타인의 경 험에 대한 기술을 듣고 그와 유사한 경험을 경쟁적으로 구술하는데, 이는 아이들 이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그것을 지속해 나가는 어린이 대화의 특징

73)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아이들의 말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 지는 않다는 점일 것이다. 이를 테면,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과 선호 가 녹아든 특정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혜준이(5세, 남)의 ‘아 쿠아리움의 상어’, 지언이(5세, 여)의 ‘찜질방과 아이스크림’, 근우(5세, 남)의 ‘공룡 박물관의 공룡’, 시은이(5세, 여)의 ‘제주도 여행’, 정환이(6세, 남)의 ‘생일 케이크’, 은원이(6세, 여)의 ‘강아지 사랑이’와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회자되는 빈도의 측면에 서 보자면 무척 많이 사용되는 편이며, 개별 아이들의 특정하면서도 주요한 말의 소 재들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공유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내러티브의 화제들은 개별 아이들에게 저장되어 언제든 꺼내어 보고 싶은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기에, 자주 회상 되고 또 그 회상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루틴(routine)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 문이다. 게다가 아동들의 특정한 화제를 주제로 한 내러티브는 이야기되면 될수록 세 련되어지고 각색되어지기도 함은 물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