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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상 유치원의 사회적 구성과 언어적 환경

I. 서론

1) 연구 대상 유치원의 사회적 구성과 언어적 환경

연구자는 ‘어린이의 언어 사회화’라는 주제어를 가지고, 서울시 송파구 B 유치 원의 만5세(한국 나이로 일곱 살) 반에서 2008년 2학기(9월∼12월), 2009년 1학 기(3월∼6월) 동안 예비 현지 연구를 하였다. 그런데 연구자가 애초에 계획하고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만5세 아이들은 ‘적절한’ 혹은 ‘적절하지 못한’ 한국어 사 용의 규칙에 대하여 이미 상당한 정도의 학습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비적 현지 연구에서 연구에 참여할 아동의 연령을 초등학교 입학 직전의 만5세 아동으로 선정했던 것은 그간의 어린이 언어 발달을 다룬 인류학 연구들이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유아(infant)21) 혹은 이제 막 말을 시작하는 만2세 이전의 유아

와 그들의 부모, 특히 어머니의 양육 관습이나 실천에 집중되었던 연구 경향22)에 대한 연구자의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예비적 현지 연구를 통하여 만5세 아이들의 경우 이미 낯선 어른과의 일상적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울 만치 의 사소통 능력의 발달에 있어 나름의 성취를 이루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막 사 회적 생활에 발걸음을 내디딘 아이들의 언어 사용을 보려던 연구자의 의도와는 다름을 알게 되었고, 어린이들의 언어 발달 정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없던 초 보 연구자의 실수를 교훈삼아, 아이들의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의사소통 능력 의 습득이 이루어지는 생생한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아직 언어 습득의 과정 에 있는 더 어린 연령의 ‘만3~4세 어린이’가 어울리리라 생각하였다. 이후 연구자 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생태유아교육으로 유명한 부산의 A 대학교 부설 유치원 (이하 ‘A 유치원’23))에서 2010년 1월 초 연구 승낙을 받았고, 같은 해 3월 이번 의 현지 연구를 시작하였다.

A 유치원은 1995년 3월 설립되어, 2010년 3월 현재, 만1세~만5세 어린이 200 21) ‘infant’는 라틴어로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LeVine

and New 2008: 159).

22) 유아기를 다룬 인류학적 연구들이 보이는 특징 중의 하나는, 유아의 발달에서 ‘먹이 기’, ‘재우기’와 같은 생존을 위한 돌봄이 인류 보편적으로 나타날지라도, 그 모습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 문화와 달리’, “모 든 문화에서 어머니와 자녀가 가장 친밀한 관계인 것은 아니며”(Tronick 1987), “아 버지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회도 존재하며”(Hewlett 1992), “나바호 사회 에서는 요람을 사용하는 육아 방식이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됨”(Chisholm 1978)을 기 술한 연구들이 그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Catherine Snow 등의 연구자(1979)들은 미 국, 네덜란드, 독일, 영국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하는 말, 육아의 목표에 대하여 연구 하였다. 이 연구는 멕시코, 일본 사회와 비교하여 볼 때, 서구 사회의 어머니는 아동 을 대화가 가능한 ‘의사소통의 동료’(communicative partner)라 간주하며, 또 아이는 의사소통이 필요한 독립된 개인이라고 여겨진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Snow 등이 ‘서 구 사회’를 ‘비서구 사회’와 대비되는 동질적 공동체로 본 것에 반하여, LeVine과 Norman(2001)은 ‘서구 사회’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국가들의 문화적 실천이 결코 유 사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이를 테면, 애착(attachment)에 대한 연구에서 만1세 즈음 이면 부모와 안정적 애착을 가지게 되고, 이는 인류 보편적이라는 ‘미국’ 심리학자들 의 주장은 비판의 여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국 중산층 사회에서 인정 되는 이 이론에 따른다면 독일의 유아는 어머니와 불안정한 애착을 경험하는 감정적 으로 동요된 아이들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이 연구들은 문화적 특수성이 고려된 이론, 즉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어린이 발달 이론 이 수립되어야 함을 역설하며 이에 공헌하였다고 볼 수 있다.

23) 본 연구에 참여해 준 제보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본 논문에서 인용되는 모든 기관명과 이름은 가명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되도록 아이들의 뒷모습이 나온 사진을 사용하였으며, 아이들의 편지, 그림 등의 현지 문헌에 실명이 등장할 경우에 는 보이지 않도록 처리하였다.

여명이 다니고 있다. A 유치원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4층으로, 지하에는 교재, 교구 보관실, 기악 연습실, 창고와 기계실이 있고, 1층에는 사무실, 조리실과 2개 의 영아반 교실이 있다. 2층에는 교사실과 3개의 교실과 양호실, 책방이 있으며, 3층에는 교사실과 5개의 교실, 4층에는 미술 교실과 수영장, 생태공원이 있다. 바 깥 놀이터에는 미끄럼틀, 철봉, 그네 등의 놀이 기구가 있는 놀이터와 동물 사육 장, 모래 놀이터, 흙산, 축구장 등이 있으며, 바깥 놀이터 근처에는 채소를 키울 수 있는 텃밭도 있다. 교직원으로는 원장, 원감, 담임교사 14명과 미술교사, 영양 사, 조리사, 사무원, 청소원이 있으며, 이외에 각 반에는 교실 정리나 수업 준비 를 도와주는 1명의 보조교사가 있다.

교사들은 대개 A 대학교의 학부 혹은 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그래 서 타 사립 유치원에 비하여 학력 수준이 높은 편으로) 유사한 교육적 배경이나 교육적 가치관을 가진, 즉 유사한 교직 사회화 과정(이명순 2001: 202)을 경험한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교사들의 연령대는 20대 중반∼60대 초반(원장 50대, 원감 40대이며, 담임교사들은 20대 6명, 30대 5명, 40대 1명, 50대 1명, 60대 1명)이 며, 모두 여성이다. 보조교사는 주로 A 대학교의 유아교육과에서 운영하는 ‘보육 교사 교육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재취업을 하고 자 하는 40대~60대 기혼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A 유치원 교사의 많은 수가 미혼의 젊은 여교사들로 구성됨을 생각할 때, 이미 자녀를 키워본 바 있는 보다 연륜 있는 보조교사가 각 반에서 ‘아줌마 학생이자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하 는 것은 보육교사 자신에게도 중요한 실습 경험이 되겠지만, (A 유치원이 직접적 으로 의도한 바는 아닐지라도) 아이들과 젊은 교사들에게도 어린이를 어린이로서, 동시에 교사를 교사로서 성장하게 하는 좋은 취지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각 반에는 ‘학생 선생님’으로 불리는 참관 실습생인 유아교육과 학생들 혹은 ‘할머니 선생님’, ‘할아버지 선생님’ 등의 자원봉사자가 다녀가곤 하였다. 1년 간 현지 연 구를 하며 교실에서 한 명의 구성원이 되었던 연구자 역시 ‘학생 선생님’으로 분 류되고 ‘학생 선생님’으로 불리웠다. A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생활보호대상자 의 자녀, 모자(母子) 가정과 부자(父子) 가정의 자녀, 저소득층 자녀로 입학이 우 선적으로 고려되고 전액 혹은 반액의 보육료를 지원받는 일부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A 대학교의 교직원 및 대학원생으로, 부모들의 연령은 대부분 30대~40대이다. 경제적으로는 꽤 윤택한 편이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로도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A 유치원에서는 대부분의 사립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한글, 영어, 수학, 한자 등 의 교과목 교육이나, 발레나 태권도 수업과 같은 특별 활동을 시행하지 않고, 바 깥 놀이터에서의 놀이나 A 대학교의 교정을 산책하고 텃밭을 가꾸는 등의 뛰어놀 면서 자라는 것에 가치를 둔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 교육이 아니라 다 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예쁘다’, ‘아름답다’,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감정, 친구가 되는 과정, 신나게 놀면서 뭔가를 만드는 창조력, 사물을 생각하는 힘, 바로 지혜 가 필요하다.”라는 A 유치원의 놀이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는 이상적인 취지는 학 부모들이 입학 신청을 한 후 몇 년을 기다리고서라도 A 유치원에 보내고자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며, 어린이들의 언어생활에 보다 많이 그리고 보다 가까이에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A 유치원은 연구자에게도 ‘좋은’ 연구지가 되어 주었다.

A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하여 한 학부모는 “잘 놀고 잘 먹 이는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어서”라고 하면서, 또한 학습 위주의 사립 유치원이 나 영어 유치원이 아닌 A 유치원에 보낸 것은 자녀가 아직은 한글이나 영어 공부 등의 교육적 상황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며, 자연 속에 서 또래들과 어울려 잘 놀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도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선택 은 주변인들에게 ‘신념 있는’ 행동으로 여겨지나, 초등학교 입학이 가까워올수록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다른 아이들은 ‘저렇게’ 많은 것을 하는데 내 아 이는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러다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아 닌지...” 하는 불안과 초조한 마음이 들어 수학이나 영어 과목에 대한 선행 학습 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다고도 하였지만, 자녀가 ‘그런’ 것들로 경쟁하기를 결 코 원하지 않기에 유아기에 적절한 놀이와 성장의 환경을 제공해주는 A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24)

(2) ‘어울림반’의 언어적 환경

A 유치원의 학급 편성은 연령별로 구분된 단일 연령의 10개 반과 만3~4세의 혼합 연령반 1반으로 총 11개 반이다. 연구자는 A 유치원의 11개 반 중에서 만 24) “한국 사회의 유아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 부정적 평가 는 표면적으로는 전인 교육, 아동 중심, 놀이 중심임을 자처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는 ‘어른’ 중심과 ‘학습’ 위주로 이루어져 온 유아교육 관행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오늘날 성행하는 유아교육현장은 (‘놀이 학교’라고 할지라도) 부모들의 읽 기, 쓰기, 셈하기와 관련된 요구에 부응한 학습과 ‘세심하게 통제된 놀이’ 중심의 교 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하정연 200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