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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적 질서와 호칭어 사용

I. 서론

2) 연령적 질서와 호칭어 사용

한국 어른들의 사회적 관계에서 연령적 질서를 구성하고, 화자와 청자의 연령 이나 지위 차이에 따른 상하 관계에 따라 적절한 높임의 정도를 언어적으로 표현

64) 브루너(2011: 230)는 자아는 구성된 것으로, 자아를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향해 어 떻게 우리의 위치가 정해지는지에 대한 텍스트로 본다. 말하자면, 한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젊은이에서 늙은이로 변화하는 우리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힘과 기술, 배 치에 대한 규범적인 텍스트이다. 한 개인에 의한 상황 내에서 이러한 텍스트의 해석 은 다른 상황에서의 자아에 대한 그의 판단이며, 그것은 자아존중감과 힘에 대한 기 대와 느낌으로 구성된다.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어린이 또래 세계에서도 연령 차이가 있을 때 비 대칭적 호칭어를 ‘주고받는다’. 연령상 상위자만이 하위자를 ‘너’ 등의 2인칭 대명 사와 ‘이름’으로 부를 수 있으며, 연령상 하위자는 상위자를 이름만으로 결코 부 를 수는 없고, ‘너’라고 칭해서도 안 되고, 또한 ‘야’와 같은 넓은 의미의 호출어 (summons)를 사용해서도 안 되며, 오직 ‘형’, ‘언니’ 등의 의사친척호칭만을 사 용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회언어적 규칙(sociolinguistic rule)이다. 이 규칙 은 위반 시에 비난과 제재가 뒤따르는 매우 엄격한 규칙으로, 호칭상의 차이는 아이들 간의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 그리고 대인 관계를 서열 관계로 보고 그에 대한 ‘언어행동의 윤리’의 원칙을 강제하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언어문화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3세 어린이들과 만4세 어린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 어울림반에서는 호 칭어 사용 규범을 가르치려는 교사의 일상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테면, 아 동들이 서로 간의 연령 관계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학기 초, 교사는 ‘오늘의 도 우미’ 역할을 맡은 다섯 살 아동에게 “이거는 서윤이 좀 갖다 주세요, 저기 분홍 색 옷 입은 서윤이. 그리고 지언아, 저기 하정환 오빠야 있지? 토끼 모둠, 저기 하정환 오빠야한테 가져다 줘.”라고 말하며, 화자 대 청자 간의 연령 차이를 인지 시키고, 서로 간의 관계를 기준으로 호칭어를 하나하나 일러주는 식이었다. 담임 교사는 같은 나이인 서윤이를 호칭어가 붙지 않은 이름만으로 지칭하여, 지언이 역시 서윤이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음을 알려주었고, 한 살 더 많은 정환이에게 는 정환이라는 이름 뒤에 ‘오빠야’가 붙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다.65)

이 아이들의 세계에는 사용되는 호칭어의 종류와 그것의 사용 규칙을 목록화하 면, 다음의 <표Ⅲ-2>와 같이 된다.

65) 이때 형, 언니, 누나, 오빠에 호격조사 ‘아’/‘야’를 붙여 ‘형아’, ‘언니야’, ‘누나야’,

‘오빠야’라고 칭하는 것은 부산 방언일 것이다. 이는 (동기간이나 혹은 그 정도의) 친 밀함을 나누는 사이에 주로 사용되며, 이 호칭어들은 주로 아이들이 사용한다. 또 다 른 화자 집단은 부산 방언을 구사하는 젊은 여성들인데, 이 ‘오빠야’라는 말 사용에는 귀여움이나 천진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이 응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부산 방언에서 ‘언니+야’, ‘오빠+야’가 동일 세대 간의 심리적 친밀함의 표현 이라면, 부모 항렬의 삼촌뻘의 사람에게 ‘아재+요’(왕한석 2009: 179)와 같은 표현은 (이제는 일상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더라도) 존대의 호칭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범주 구분 호칭어 2인칭 대명사 호출어

형아

‘형아’

‘언니(야)’

‘오빠(야)’

‘누나(야)’

친구 ‘이름+아/야’ ‘니/너’ ‘야’

동생 ‘이름+아/야’ ‘니/너’ ‘야’

<표Ⅲ-2> 어린이 또래 세계의 호칭어의 자원과 사용의 규칙

호칭어 사용의 규칙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가르쳐주려는 교사의 적 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러한 호칭어 사용의 규칙이 강제되어 있음 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사용이 아이들의 일상의 언어생활에 체화되어 쉽게 이루 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사례Ⅲ-16>

은원(6세, 여): “세형이는 나한테 ‘야’라고 해요. 다른 남자애들은 모두 ‘언니’라 고 해요. 재윤이는 ‘누나’라 하는데. 근우랑 다른 애들은 ‘언니’라 해요. ‘누나’

라 해야 맞는 거지요? 근데 한주연은 남자도 아니면서 내한테 ‘누나’라 해요.

웃기지요? ‘언니’라고 해야 되는데. 시은이도 ‘누나’라 하고 아니면 ‘야’(라고 하고요). ‘언니’는 잘 안 쓰고.”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청자와 화자의 연령과 젠더에 따른 형, 언니, 누나, 오빠 라는 호칭어가 어렵지 않을지라도, 아이들은 그 관계에 따른 적절한 호칭어를 사 용하는 데 다소간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야’와 ‘너’와 같은 연하의 연 령이 연상에게 사용할 수 없는 표현을 쓰는 것 혹은 호칭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 름만으로 칭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보다 흥미로운 것은 청자와 화자의 성별에 맞지 않는 호칭어의 사용과 관련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들이 특히 어려워 하는 부분이다. 다섯 살 아이들은 여섯 살 아이들에게 이름이나 대명사 등이 아 닌 높임의 호칭어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은 안다고 하더라도, 성별의 차원과 관 련하여서는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령 <사례Ⅲ-16>에서 볼 수 있다

시피, 호칭어의 잘못된 사용은 다섯 살 여아가 여섯 살 여아를 ‘언니’가 아닌 ‘누 나’라고 한 경우, 다섯 살 남아가 여섯 살 여아를 ‘언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는 아마도 아동 개인의 가정에서의 생활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 각된다. 앞서 Ⅰ장 <표Ⅰ-1> ‘어린이들의 인적사항 및 특성’에서 기술하였던 바와 같이, 18명의 아이들 중 다섯 살 여아 3명, 여섯 살 남아 1명은 외동아이이다.

이를 테면, 위 사례에서 언급된 주연이의 경우 외동딸로 ‘언니’라는 호칭어는 어 울림반으로 진급함에 따라 아직은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반면에, 가까이 지내는 이종 사촌 오빠에게 사용하는 말인 ‘오빠(야)’ 그리고 사촌 남동생이라는 관계에 서 (남동생에게 자칭어로서의) ‘누나’(예를 들어, “누나가 해줄게.”)에는 꽤 익숙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근우는 집에서는 남동생이 있는 ‘형’으로, 자칭어로서 ‘형’을 잘 사용하고, 여섯 살 남자 아이들에게도 ‘형’이라는 호칭어를 잘 사용하는 반면,

‘누나’라 불러야 할 은원이를 ‘언니’라 칭하는 등 호칭어의 사용에는 아직은 불완 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사례Ⅲ-17>

지욱(6세, 남): “선생님, 세형이가 은원이 누나[은원이]한테 비키라고 해요.”

지욱이의 이 단 한 문장의 발화는 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은원이와 나이 가 같은 여섯 살 지욱이는 ‘은원이’라고만 말해도 되는데, 다섯 살 세형이의 입장 을 빌어, 즉 ‘세형이가’라는 주어 때문에 ‘누나’를 붙여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단 순히 호칭어의 잘못되거나 어색한 사용으로만 볼 수는 없다. 말하자면, 지욱이의 말은 호칭어 사용 규칙에 대한 아이들 또래 집단의 문화적 규칙을 말로 설명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섯 살 여아 주연이가 “선생님, 연석이 [연석이 오빠]가 내 스티커 밟았어요.”라는 말에, 담임교사는 “밟지 마요. 연석이 오빠.”라고 말해주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교사는 주연이의 스티 커를 밟는 연석이의 행동에 주의를 주는 것과 동시에, 주연이가 ‘연석이 오빠’라 고 적절하게 말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수정해주었다. 그에 따라, 담임교사가 상 정하는 청자는 주연이의 스티커를 밟은 연석이기도 하겠지만, 연석이에 대한 호 칭어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 주연이를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위 사례에서 지욱이는 다섯 살 아이들보다 한 살이 많고 호칭어 사용의 규칙에 대하여 잘 알 고 있으므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말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세형이에게 잘 설 명해 주어야 한다는 ‘형’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지욱이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은 그 방식을 차용해서 “세 형이가 은원이 누나에게”라고 말을 하였고, 이때 지욱이 말의 청자는 교사이기도 하지만, 또 한 명의 숨겨진 청자로 세형이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 다.

그런데 호칭어 사용의 규칙은 그 위반 사례들을 통하여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연구자는 아동 간의 호칭어 사용과 관련한 언쟁이나 크고 작은 갈등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갈등의 빈도는 학기의 후반부로 갈 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례Ⅲ-18>

은원(6세, 여): “선생님, 세형이가 내 자리에 앉아서 안 비켜줘요.”

담임교사(26세, 여): “세형아, 거기는 누나 자리래.”

은원(6세, 여): “니 자리는 여기야.”

세형(5세, 남):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가 아닌 그 옆자리인 근 우 자리에 가서 앉는다.>

지욱(6세, 남): “선생님, 세형이가 근우 자리에 앉았어요.”

은원(6세, 여): <장난치는 세형이가 무척 못마땅한 듯> “야, 나는 여섯 살! 니 는?”

세형(5세, 남): <천진하게> “나도 여섯 살~”

은원(6세, 여): <장난기 가득한 세형이의 표정과는 달리 진지하게> “야, 니는 다섯 살!”

세형(5세, 남): <여전히 장난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웃으며> “나도 여섯 살~”

지욱(6세, 남): “선생님, 또 거짓말해요, 세형이가.”

담임교사(26세, 여): “세형이는 거짓말 안 하는데...”

은원(6세, 여): “여섯 살이라고 했어요.”

담임교사(26세, 여): <차분한 목소리로 세형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배려하려 는 듯> “세형아, 세형이 여섯 살 되고 싶어? 1년만 있으면 세형이도 여섯 살 된다.”

지욱(6세, 남): <교사의 말을 이어받아 재빨리> “1년만 있으면 우리도(은원과 지욱) 일곱 살 된다.”

은원(6세, 여): “우리 2년만 있으면...”

세형(5세, 남): <은원이의 말을 끊으며> “아니, 아니, 아니, 내가 쪼끔 있다가 여섯 살 되면 되잖아. <의기양양하게> 여섯 살 되면 되잖아. 야! 야!”

지욱(6세, 남): <정색하며> “‘야!’라고 하지 마라, 형아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