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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와 역할의 사회화: 언어적 공손의 습득

I. 서론

1) 지위와 역할의 사회화: 언어적 공손의 습득

어린이는 특정한 의사소통의 환경과 조직에서 지위와 역할, 사회적 관계에 대 하여 배우고 실천하지만, 모어 특유의 ‘언어적 장치’(linguistic devices)의 학습 과 활용을 통하여서도 ‘지위와 역할의 언어 사회화’(acquiring of status and role through language use)를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실천한다. ‘어휘’, ‘화행’,

‘형태적 변이형’ 등의 언어 형태(linguistic form)를 통하여, 어린이는 ‘어머니’,

‘아버지’, ‘자녀’, ‘교사’, ‘학생’, ‘의사’, ‘환자’ 등과 같은 자신과 관련된 여러 다 양한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부모, 교사, 또래 친구 등과의 사회적 관계에서 언어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가령 Samoa 사회는 연령과 지위에 따른 위계질서가 엄격하게 구분되는 사회 로, 정치적 직함, 종교적 직함, 연령, 세대 등은 상하의 위계를 구분 짓는 요소이 다. 사회적 지위 차이와 관련되는 언어행동 중 하나는 ‘관점 취하기’(perspective taking)로, 낮은 지위의 사람은 높은 지위의 사람의 기대와 욕구를 알아내고, 그 의 관점을 취하여 적절한 말하기를 하는 것이 요구된다. 가정에서 가장 낮은 지 위인 어린이는 부모나 손위 형제 등의 윗사람에게 적절하게 말하는 방식을 배워 야 한다. (미국 중산층 문화에서와 달리) 이 사회에서 아직 말하지 못하는 영아는 어른의 대화 상대로 적극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일단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만2세 즈음) 어른들은 유아가 지위 차이가 있는 상대에게 공손하게 말할 수 있도 록 가르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이 사회에서 어린이의 언어 학습 은 어머니-자녀의 양자적 관계라기보다는, 형제자매 간이나 또래 친구, 지역 공동 체의 어른들과 같은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는 다자적(multi-party) 관계이며, 이

대화의 참여자들은 높은 지위와 낮은 지위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위계적 질서 형 태를 이룬다. 따라서 공손함을 구현하는 언어행동의 학습은 Samoa 사회의 어린 이가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에게 존경과 존중을 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학습으로, 그들의 일상의 삶에서 중요하고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언어적이 며 문화적인 능력을 함양하는 데 있다(Ochs 1988: 136-137).

그런데 Samoa 사회에서는 특정한 동사와 같은 언어 형태를 사용하여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즉 엄격한 위계질서에 대한 문화적 지식을 전달한다. Samoa어 에서 지위와 언어의 관계를 보여주는 두 가지의 중요한 동사 표현은 'aumai'(가 져오다・주다)와 'sau'(오다)이다. 그리고 이 동사들은 사회적 지위, 즉 화자와 청 자 간의 위계적 관계를 표현한다(Platt 1986: 138). aumai라는 동사는 사용 가능 한 자원을 요구할 수 있는 화자의 권리를 함축하고, 아이를 포함한 가족의 모든 성원은 이 권리를 공유한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sau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지 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권력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 힘은 사람들에게 균 등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고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아이는 어른보다 낮은 지위, 동생은 손위 형제자매보다 낮은 지위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Samoa 어린이들의 삶에서 sau라는 동사는 인지적으로 중요하고 어린이들에게 자주 사용 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실제 발화의 목록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Ochs and Schieffelin 1995: 180-181). 다만 어린이들은 sau 표현을 자신보다 더 어 린 아기에게 혹은 가축에게나 사용할 뿐이다. 이에 비하여 aumai는 sau의 방식 으로 제약되지 않고 하위 지위에서 상위 지위에 이르는 모든 사람에 의해 빈번하 게 사용된다. Samoa 아이들은 sau와 aumai에 대하여 문화적으로 규정된 의미 를 아주 어린 나이부터 학습하고, aumai를 sau보다 훨씬 일찍 습득한다(Platt 1986: 141-142). 이와 같은 특정한 단어나 특정한 담화 구조를 선호하는 것은 문 화의 특정한 개념을 중요시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고, 어린이의 언어 습득 의 내용에는 언어 형태가 함축하는 묵시적이고 다면적인 지식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Ochs 1988: 3-4).13)

13) 비슷한 시기에 연구된, 언어 사회화 연구의 또 다른 주창자인 Bambi Schieffelin(1990)의 대표적인 연구에 따르면, Kaluli 사회에서 어린이는 무력하고, 타 인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 사회에서 아직 말하지 못하는 유아는 화자로서도, 청자로서도 대화의 참여자로 여겨지지 않는다. 유아는 어른 화자의 말에 직접적인 수신자(addressee)가 아닌 ‘청중’(audience)으로 존재할 뿐이다. 때문에 아 이가 말을 할 수 있기 전에 내는 소리들은 의사소통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고, 그 소 리들은 유의미하게 해석되지 않으며, 어른들은 아기의 소리나 몸짓에 적극적으로 반

Harkness와 Super(1977)는 미국 백인 중산층 어머니들의 언어적 실천과 비교 하여 Kenya의 Kokwet족의 언어 사회화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백인 중산층 어머 니가 하듯이 아동에게서 말을 유도해내거나 질문하기 보다는, 이 사회의 어머니 는 “주전자 좀 가져올래?”, “조심해!”와 같은 지시문(directives)을 주로 사용한 다. 이 사회 역시 앞서 기술한 Samoa 사회와 마찬가지로, 지위에 따른 상하의 계층 구조가 엄격한 사회로, 어른보다 지위가 낮은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 낌을 말로써 표현하는 것보다는, 보다 높은 지위를 점하고 있는 어른 화자의 말 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배운다. 어린이는 만2~3세 무렵이면 상대와의 지위 차이를 인지하고, 그에 합당한 언어행동(예를 들어, 어른이 말할 때 말하지 않기)을 적용하며, 이를 통하여 어른에 대한 복종과 존경이라는 문화적 가치관을 학습하여 나간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멜라네시아 솔로몬 제도의 Kwara'ae 사회 에서 유아를 대하는 어른들의 방식은 미국 백인 중산층의 그것과 다소간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Watson-Gegeo and Gegeo 1986).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대화 의 상대로 여겨져서, 어른은 유아에게 말을 걸고, 유아가 내는 소리, 사소한 몸짓 들도 언어로 해석해준다. 이 사회의 대표적인 언어 교육의 전략으로는 ‘반복적 관 습 표현’(repeating routines)이 있다. 예를 들면, 만나고 헤어질 때의 인사와 같 은 공손 어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어른은 아이에게 그리고 언니와 누나는 동생에 게 정확하게 말하도록 반복적으로 훈련시킨다. 이 사회에서 어린이는 만3세 즈음 이면 ‘아기’와 ‘책임감 있는 어린이’의 경계에 있다고 보아, 자기 통제와 독립성이 필요한 나이라고 인식된다. 특히 이것은 여아에게 더 강력하게 요구되며(Kaluli 사회의 여아들의 사회화에서 더욱 강력하였던 것과 마찬가지임(Schieffelin 1990)), 이 시기 이후의 여아들은 요리와 같은 집안일, 동생 돌보기 등의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Watson-Gegeo and Gegeo 1986: 19).14) 그리고 태국 사회도 어

응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린이가 일단 말을 하기 시작하면, Kaluli의 어머니는 어린 -이에게 반드시 “언어를 보여주어야”(“showing language”) 한다(Schieffelin 1990:

72-73). 어머니는 “이렇게 말해봐.”(Elema)와 같은 명령문을 사용하여 아이에게 언 어를 보여주고, 아이는 어머니의 말을 따라 반복하며 배운다. 그런데 이 Elema 표현 은 아이들이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어머니가 여아, 남아에게 모두 사용하지만, 구체적 으로는 성별에 따른 사용상의 차이가 있다. 여자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동생을 돌보는 책임을 안고 있기 때문에, 여아는 어머니의 Elema 표현을 동생을 가르치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남자 아이들에게는 동생을 돌보는 역할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 에, 남자 아이들은 Elema를 받을 뿐, 이를 타인에게 사용할 사회언어적 맥락을 가지 지는 않는다(ibid, 207).

14) 남아프리카의 Lesotho에 살며 Sesotho어를 사용하는 Basotho 사람들 역시

린이 사회화에서 친척 용어의 학습을 통한 위계질서의 학습은 매우 중요하며, 형 제 간, 친구들 간의 친척 용어의 사용을 통하여 어린이는 수직적 위계질서와 수 평적 질서를 넘나들며, 관계의 사회적 측면 그리고 감정 사회화를 배워나간다고 한다(Howard 2007).

유사한 맥락에서, 일본 언어문화에서 ‘배려’(思い遣り(omoiyari), empathy) 또 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화적 가치이다(Clancy 1986; Cook 1997; Nakamura 1996). 화자와 청자는 서로의 감정, 태도, 욕구에 대한 반응을 함께 협상해 나가며, 의견과 욕구에 대한 명시적 진술보다 간접적인 표현이 선호된다. 화자는 청자의 감정 혹은 체면을 배려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진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하여 배워야 한다. 또한 화 자는 잠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태도를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학습도 필요하다. 간접적인 말은 공손한 것으로 여겨지고, 상대에 대한 직접적인 거절의 표현을 회피하는 것 역시 상대방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다.

화자는 용인 가능한 수준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해야 하며, 이를 완곡 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정형화된 말 표현(fixed verbal formulas)을 빈번하게 사 용한다. 그리고 청자는 화자의 명확하지 않은 진술에서 내재된 의도와 의견을 해 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사회의 어린이는 어머니를 통하여, 타인의 마음을 읽지 못한 특정한 아동 자신의 언어행동이 무례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행동에

‘수치심’을 느끼도록 사회화된다. 타인의 말과 행동을 제대로 해석하는 방법에 대 한 일본의 문화적 규칙을 배우는 것은 아이가 타인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즉 불편하고 짜증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가르치는 것이 라고 어머니들은 믿는다. 이렇듯 일본 어머니-자녀 의사소통의 기본적인 목적은

Watson-Gegeo와 Gegeo(1986)에서 보여주는 어린이 언어 습득 환경의 유사한 맥락 을 공유한다(Demuth 1986). Basotho 사회의 양육자는 아이들이 말을 잘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은 유아와 어린이에게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 등의 아기말의 특징을 활용하며, 자녀들에게 적극적이고 끊임 없는 언어적인 자극을 준다. 예컨대, “울지 않는 아이는 침대에서 죽을 것이다.” 혹 은 “말이 없는 부모는 아이를 망친다.”(Demuth 1986: 54)와 같은 속담들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부모의 많은 언어적 자극과 자녀의 적극적인 반응이야말로 언어 습 득을 촉진하는 필수적인 의사소통의 환경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발화 촉진 관습’(prompting routines)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데, “말해 봐.”(ere), “그 렇게 말해 봐.”(echo), “말해.”(jueste)가 그것이다. 이 발화 촉진 관습은 적절한 의사 소통 행위로 정중한 호칭어와 인사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는 아이들이 문화적 지식을 언어적 능력으로 실현하는 것을 보여준다(ibid,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