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추구하는 종교나 가치관도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다양성의 사회’이다. 특히 현대 기술 의 발달은 우리가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의 범위를 확장시 켰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타자의 범주 또한 다양화시켰 다.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혼재한 사회 속에서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 며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 형성이 요구 된다. 그러나 나와 다르다는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차이에 대 해 거부감을 느껴 배척하거나 편견에 사로잡혀 상대방을 대하면 갈등이 생겨난다. 때문에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 을 이해하고 존경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다.
본 논문에서는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으로 ‘공감’에 주목하여 공감의 개념을 정의하였다. 먼저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공유할 뿐만 아니라 타자의 사고방식 및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타자 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역할 수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더불어 공 감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나의 감정과 사고방식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정의된 다. 공감과 구분되는 대표적인 개념인 ‘동감’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 을 함께 느끼며 타인과 같은 견해 혹은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동감은 다른 사람의 곤경에 대한 내적 반응으로 나타나며 모든 사람을 일반화 시켜서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대한다. 이와 다르게 공 감은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타자의 관점과 느낌을 이해하려는 노 력이 수반되며 문화, 민족, 성별, 직업 등에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각각의 객체로 두고 출발하기 때문에 상호 존중으로 이어지
게 된다.
공감은 정서적 요소, 인지적 요소, 표현적 요소, 경험적 요소로 구성되 며 이 요소들은 공감의 형성을 활성화시키거나 반대로 공감을 방해하고 차단시키기도 한다. 공감은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찰하며 감정이 입해보는 ‘감정이입의 단계’, 상대방과의 차이를 발견하고 수용하는 ‘차이 인식의 단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관점을 수용하는 ‘타자 이해 의 단계’,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시각과 선택을 존중 하는 ‘상호 존중의 단계’, 타자에 대한 이해를 나의 관점으로 전환시켜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태도를 변화시키는 ‘관점 전환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편견이나 선입견의 해체, 낯섦 인식과 수용 등의 핵 심 역량들과 더불어 다문화 사회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적 가치로 여겨진다. 본 연구에서는 이 핵심 역량으로서의 공감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적 차원의 방법으로 문학교육을 살펴보았다.
문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반영하고 있으며, 문학을 읽음으로써 우리의 상상력이 자극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낯섦과의 만남은 우리의 시각과 관점을 확장시키고, 나와 다른 것, 다른 문화 등에 공감하도록 이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공감교육을 위한 문학적 제재로 독일의 전환기 문학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독일 전환기 문학은 독일 통일 이후 동독인들을 중심으로 사라진 동독을 그리워하는 ‘오스탈기 Ostalgie’의 대두와 함께 등장한 독일 현대문학의 트렌드로 독일 통일 전 전환기시기에서부터 통일 이후의 사회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들의 갈등과 일상의 삶을 그리고 있다. 독일 전환기 문학은 우리 사회와 다른 독일의 문화적 배경을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과 작품의 소 재로 다뤄지는 ‘통일’이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지 않았고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낯섦’의 특성을 갖는다. 뿐만 아니 라 문학 작품을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해 통일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기 존의 통일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 감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독일의 전환기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잉고 슐체의 작 품들 중 전환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세 개의 작품을 선정하여 분석해보 았다. 작품이 출간된 순서로 살펴보면 가장 먼저 『심플 스토리즈』에서 슐체는 독일의 통일이 마치 서독에 의해 강간을 당하거나 갑작스런 교통 사고나 심장마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이 감당할 수 없을 만 큼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왔음을 동독인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이후 발표한 『새로운 인생들』에서는 새로운 사회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고 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모두가 새로운 삶에 대해 기대를 표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동독인 들은 순진하고 투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 지고 알텐부르크 신문사를 세우지만 점점 자본주의 사회 체제의 원리를 체득하게 되면서 이윤 추구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두는 인물과 여전히 체 면을 중시하고자 하는 인물로 나뉘면서 인물 간 관계가 와해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아담과 에블린』에서는 동독에서의 삶을 뒤로한 채 서독으로 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대화를 통해 마치 영화처 럼 묘사된다. 작가의 개입이 최소화된 인물들 간의 대화 속에서 인물 간 갈등이 해소되기도 하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관찰된다. 이를 통해 작 가는 독일의 통일은 현재 동독과 서독이 서로 소통하며 알아가는 단계에 있다는 자신의 시각을 표출한다. 이처럼 잉고 슐체의 작품은 독일 통일 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일관된 관점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통 일 이후 독일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다시금 통일의 의미를 고찰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사회 변화에 적응하는 태도에 따라 구분되는데, 가 치관과 행동 태도가 같은 사람들 간에 공감 작용이 더 활성화되어 나타 남을 확인하였다. 이후 앞서 2장에서 정의한 공감의 단계에 따라 인물 간 공감의 관계를 ‘감정이입의 단계’, ‘차이 인식의 단계’, ‘타자 이해의 단계’, ‘상호 존중의 단계’ 및 ‘관점 전환의 단계’로 나누어 공감의 요소들 을 분석해보았다. ‘감정이입의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낌과
동시에 상대방의 고통스러운 감정이 신체적인 고통으로까지 형상화 되어 나타남을 작품 속 인물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차이 인식의 단계’
에서는 언어의 차이와 사회 제도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가 공감을 저해 시키는 차이 요소임을 확인하였으며, 이러한 차이를 다름으로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면 상호 간 공감의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함을 살펴보았다.
‘타자 이해의 단계’에서는 상호 간 의사소통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 에 도달할 수 있음이 나타났으며 나와 다른 상대방의 관점을 수용하고 타인의 역할이 되어 생각해봄으로써 공감의 관계를 형성함을 관찰하였 다. ‘상호 존중의 단계’에서는 타인의 가치관과 추구하는 이상이 반영된 선택을 존중하고 이 존중을 토대로 타인의 행동을 함께 하는 공감적 행 동으로까지 이어짐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관점 전환의 단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자신의 정서적 상태와 사고를 성찰 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하거나 자기 자신의 태도를 변 화시키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위의 공감요소들을 토대로 전환기 문학은 공감의 요소를 담고 있고 현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통일’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미래의 통일 사회를 대비한 공감교육을 함에 있어서 적합한 교육 콘텐츠로 활용 가능 하다. 뿐만 아니라 실제 통일 이후 독일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감 있고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할 수 있으며, 상대방에게 공 감하는 태도와 방식이 상호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작용 하고 상호 이해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지를 제 3자인 관찰자의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이러한 공감 과정의 관찰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 자신의 시각 역시 성찰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가올 사회는 개인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시너 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갖춘 인재가 더 주목받을 수 있다.
이는 시기와 방식을 알 수는 없으나 향후 다가올 미래의 통일 사회를 대 비하는 차원에서 더더욱 가치를 갖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문학을 통
한 공감교육과 공감능력의 향상시킬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는 바이며, 특히 ‘통일’을 소재로 하고 있는 독일 전환기 문학을 통해 통일 이후의 사회를 간접 경험해보는 일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느껴지 는 ‘낯섦’의 강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일 문제를 작품 속 인물 의 상황과 나의 기존 시각과 비교하여 성찰해 봄으로써 통일사회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통일감수성, 통일 역량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는 공감교육에 활용 가능한 콘텐츠로서 전환기 문학의 가치를 분석하였으며, 향후 이를 토대로 교육 대상과 주 제에 맞는 공감교육이나 공감 중심의 통일교육으로 확장시켜 적용 가능 할 것으로 본다. 더불어 공감교육의 관점에서 전환기 문학 외에도 다양 한 교육 제재를 발굴하여 상호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사회가 되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