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역량으로서의 공감과 문학을 통한 공감교육
3.3 통일 사회에 대한 문학적 공감으로서의 독일 전환기 문학
3.3.2 독일 전환기 문학의 공감적 특성
전환기 문학 작가들은 몰락하는 동독과 전환기라는 특별한 시대상을 자전적이고 사실적인 문학적 형태 속에서 다룬다. 특히 이들은 시대와 인물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시대와 사회에 대한 질 문을 던지며 작품을 서술한다.136) 때문에 전환기 문학 작가들은 글을 쓰 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과거를 극복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문학 치료사이자 동시에 치료의 대상자”137)이다. 독일 현대 문학 작가들의 경 우 통일 전 동독에서 살았던 기억, 통일 과정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과 그 속에서의 혼란 등을 작품을 통해 표출하였고 이것이 독일의 ‘전환기 문학’ 이라는 현대문학의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생활 형편이 경감되는 듯한 정서적 반응을 경험하기도 한다. 문학 작품 을 읽으며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고통이 줄어든 것 처럼 느끼게 한다는 의미에서 문학 텍스트를 통한 공감은 개인의 삶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139)
독일 전환기 문학은 ‘낯섦’을 경험하게 한다. 문학이론가인 빈터슈타이 너는 “낯설게 하기 Verfremdung”를 통해 친숙함을 타파하여 새로운 시 각을 형성하게 하고 인식을 열어 확장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예술 이라고 말한다.140) 문학은 예술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갖는 것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하여 묘사하면서도 문예학적 언어와 문체를 사용하여 표현된 창조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다는 점에서 수용자로 하여금 낯섦을 느끼게 한다. 또한 작품 속에는 작가가 말하고 자 하는 의도적인 시각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현실과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동시에 나와 다른 타자의 시각을 직면하게 한 다. 특히 전환기 문학은 ‘독일 문학’이기 때문에 세계문학 자체가 갖는 낯섦이 존재한다. 국내 문학과 달리 독일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독일인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주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속에서 우리는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독일의 음식, 옷, 자동차 등의 상품명,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이나 잡지의 이름과 같은 물질적 차원의 문화에서부터 독일인들이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태도, 사 고방식, 행동 방식 등 인지적 차원의 문화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문화적 사고방식에 비추어 다른 점을 발견하고 낯섦을 느끼 게 된다.
독일 전환기 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이라는 소재는 우리 나라의 분단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남한과 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때보다 통일에 대한 139) Vgl. Matthis Kepser und Ulf Abraham: Literaturdidaktik Deutsch: eine
Einführung. Berlin 2006, S.11.
140) Werner Winterstener: Poetik der Verschiedenheit. Literatur, Bildung;
Globalisierung. Klagenfurt 2006, S.121.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통일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학문적 관심도가 높다. 때문에 독일 통일을 소재로 다루고 있고, 통일 이후 독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전환기 문학은 흥미로운 읽을거 리가 될 수 있다. 우베 슈마허는 전환기 독일 사회의 변화가 거대한 사 회적 실험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141) 그만큼 통일 전후의 독일 사회가 ‘실험’이라고 표현될 만큼 비정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혼란을 겪 었음을 뜻한다. 통일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고 통일을 경험해 본 적 이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독일 통일은 낯설지만 호기심을 갖게 하는 매력적인 소재이다. 독일 전환기 문학이 갖는 이러한 낯선 요소들은 독 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통일에 대해 간접 경험해 볼 수 있 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독일 문학과 독일의 전환기 문학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낯선 대상이 다. 독일의 작가가 쓴 타국의 문학이면서 동시에 전환기 문학이라는 장 르 자체가 우리에게는 없는 장르이기 때문에 우리는 낯선 것에 대한 ‘매 혹’을 느낄 수 있으며, 이 작품을 구성하는 배경도 우리의 문화와 다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 역시 낯설게 느껴진다. 독자가 경험 해 보지 못한 독일의 사회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우리가 실제 경 험해 보지 못한 ‘통일’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겪어보 지 못한 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3.3.2.2 관점수용을 통한 상호문화적 이해
상호문화 연구가인 브레델라는 타자 이해를 위해 ‘내부 관점 Innenperspektive’과 ‘외부 관점 Außenperspektive’이 모두 필요하며 이 두 관점 사이의 긴장 관계를 통해 상호문화적인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내부 관점을 통해 우리는 인종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으며, 외 141) Uwe Schumacher: a.a.O., S.74.
부 관점이 무비판적으로 내부 관점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는 역할을 한 다.142) 내부 관점의 수용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관점이 우리의 것 과 다름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게 될 경우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차원에서 외부 관점이 필요하다. 슈피 너는 이를 문학과 연결 지어 문학이 다른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을 형성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매체라고 평가한다. 문학은 나와 다른 관점과 마주 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서로 연결시키고 이 다양성의 원인 과 결과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143) 문학을 통한 관점 수용은 나와 다른 것, 다른 문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이 아니라 비판적인 성찰을 통해 인식의 범위를 넓히고 나의 관점을 변화시키도록 이끈다.
상호문화적 이해는 “타자 및 타 문화를 바라보는 나의 생각, 나의 시 각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서부 터 시작한다.144) 독일 전환기 문학은 통일의 문제를 다룰 때 이러한 생 각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가치를 갖는다. 독일 전환기 문 학은 통일 전후 독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특히 동독 출신 의 작가가 동독 사람들의 삶의 변화와 가치관 및 정체성의 변화를 묘사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통일은 서독인들에게도 물론 거대한 변화 였으나 이들에게는 보다 국가적인 차원의 의미로 다가왔다면, 동독인들 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오던 국가가 한 순간에 사라졌고 사용하던 화폐나 사회 제도가 한 순간에 모두 바뀌게 된 거대한 변혁의 과정이었다. 때문 에 통일은 동독인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가게 되었고 이들의 이야기가 문학 작품을 통해 더 빈번하게 형상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의 시각 에서 바라봤을 때 통일은 우리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도와주 142) Lothar Bredella: Zur Dialektik von Eigenem und Fremdem beim interkulturellen Verstehen. In: Der fremdsprachliche Unterricht Englisch 35, 2001, S.12(10-14).
143) Kasper H. Spinner(Hg.): Kreativer Deutschunterricht. Seelze 2008, S.81.
144) 김정용: 앞의 책, 176쪽.
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우리를 우월한 위치 에 두고 상대방을 나보다 낮은 존재로 바라보는 차별적 시각을 전제한 다. 때문에 전환기 문학 작품을 통해 통일을 간접경험 함으로써 통일이 나의 삶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뿐만 아 니라 다른 사람의 삶, 특히 동독인에 비추어 볼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지를 상상해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