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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환기 문학의 등장배경 및 정의

3. 역량으로서의 공감과 문학을 통한 공감교육

3.3 통일 사회에 대한 문학적 공감으로서의 독일 전환기 문학

3.3.1 독일 전환기 문학의 등장배경 및 정의

통일은 독일 사회 전체를 변화시켰고 변화는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 하였다. 독일 문학계 또한 마찬가지의 내홍을 겪게 되었다. 통일 후 독일 의 문학은 “통일이 몰고 온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화를 민감하게 포 착해 기록”하기 시작하였으며,130) 베를린 장벽의 붕괴 전후부터 독일 통 일 이후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독일의 전환기 문 학이라고 칭한다. 전환기 문학은 ‘주제’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고려되며 전환기 이후의 삶과 곤경에 대한 묘사, 전환기라는 사건의 경과 등을 주 요 주제로 다룬다.131)

독일 전환기 문학은 사라진 동독 시절에 대한 향수가 기폭제가 되어 주목받게 되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난 이후 동독 사람들은 통일 에 대한 거대한 기대와 환희에 도취되어 있었지만 기쁨도 잠시 현실은 냉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서독인들에게 통일은 자신과 큰 관련이 없는 일로 느껴졌고 실질적으로 동독이 서독에 흡수 통일되는 형태로 통일이 이루어지다 보니 서독인들은 동독인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인 우 130) 류신: 「통일 이후 독일 문학계의 지형 변화」. 『뷔히너와 현대문학』, 제

27집, 2006, 159쪽(159-193).

131) Nicole Leier: Wendeliteratur-Literatur der Wende? Der Mauerfall in ausgewählten Werken der deutschen Literatur. In: Informationen Deutsch als Fremdsprache, 37(5), 2010, S.494(474-515).

월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동독인들은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느 끼며 자신들을 ‘2등 국민’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구동독 시절을 그리워하 는 ‘동독 향수 DDR-Nostalgie/Ostalgie’가 번지기 시작하였으며, 자신들 을 하나의 독일 국민이 아닌 서독인과 구별되는 구동독인이라고 느끼는

‘동독정체성 DDR-Identität/Ostidentität’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동독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는 전환기 문 학 작품들은 대중의 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게 되었고, 독일 전환기 문학 이 하나의 문학 장르로서 등장하게 된다. 통일 후 동독출신 작가들은 통 일이라는 사회 변화에 도취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자유, 새로 운 위험, 새로운 정체성 추구’라는 논제를 두고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132) 독일 전환기 문학 작가들은 동독 시절에 대한 비 판적 논조를 이어나가기도 하고 혹은 그 시절에도 아름다운 삶이 있었다 며 추억과 회상을 통해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도 한다. 통일과 구동독을 평가하는 태도는 세대별로 다소 상이하게 나 타나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독일의 전환기 문학은 한 순간 빠르게 겪게 된 독일의 통일문제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등장시켜 당시에 놓치고 지 나갔던 내적 통합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도한다. 더불어 전환기 문 학은 독일 통일 이후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동독인과 서독인이 아니라 하나의 독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데 기여한다.

동독 문학 작가들은 세대별 혹은 정치적 성향별로 구분되며, 세대별로 나누어 1세대, 2세대 그리고 3세대 작가 군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일반적 이다. 대표적으로 정미경은 동독 작가들을 1세대부터 3세대로 구분하여 세대별 대표 작가와 특징을 서술하고 있다.133) 정미경에 따르면, 1세대는 종전 후 망명에서 돌아온 작가들로 안나 제거스 Anna Seghers나 베르 톨트 브레히트 Bertolt Brecht 같은 작가들이 있으며 이들은 동독문학의 132) 이상금: 「하나의 독일 문학, 정체성의 탐색과정」. 『오늘의 문예비평』,

28, 1998, 114쪽(107-132).

133) 정미경: 「독문학: 성찰의 기억에서 유희의 회상으로-동독/통일문학에서의 기억방식의 변화」. 『독어교육』, 35, 2006, 369-370쪽(369-398).

초석을 다진 작가들로 평가받는다. 2세대 작가들은 비판적 사회주의 계 열 작가들로 평가받으며 대표적으로 크리스타 볼프 Christa Wolf, 볼프 비어만 Wolf Biermann, 하이너 뮐러 Heiner Müller 등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나치 하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동독의 사회 체제 속에 의식 적으로 참여하며 살아왔지만 현실 사회주의의 모순을 비판하는 태도를 보인다. 2세대 작가들이 사회 비판적이면서도 사회 체제에 순응하며 살 아왔던 역설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3세대 작가들은 독자적으로 문학 활동을 했던 작가 군으로 대체로 동독에서 유년기 시절을 보내고 통일 이후 90년대에 들어 문학 활동을 시작한 신세대 작가들로 구성된 다. 이들은 앞선 작가들과 달리 동독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순수했던 어 린 시절의 추억으로 회상하기도 하고 통일 독일 사회에 적응하며 서독 문물에 도취된 듯해 보이는 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3세대 작가들은 통일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젊은 층의 작가이 며 실질적으로 통일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통일 이후 독일의 문학에 대 해 연구한 류신은 2세대 작가와 달리 ‘단절과 불안’이 아닌 ‘새로운 출발 의 계기’로 통일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3세대 작가들이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고 평가한다.134) 앞선 세대의 작가들이 전쟁의 참상을 경 험하면서 느꼈던 공포감, 나치 하에서 느꼈던 참혹함과 이에 대한 죄책 감,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못 한 채 순응하며 살아가야 했던 비겁한 태도에 대한 내적 갈등 등으로 인 해 작품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도 스스로 한계선을 둘 수밖에 없었다면 3 세대 작가들은 앞선 세대가 겪었던 사회의 참혹함은 경험하지 못했으므 로 이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앞선 세대 작가들이 통 일을 일종의 ‘심리적 장애물’로 여긴 것과 달리 3세대 전환기 문학 작가 들에게 통일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부터가 ‘문학적 소재의 획득’이자 ‘검 열 폐지를 통한 소재 확장’의 신호탄이 되었고 이들의 문학적 창작 욕구 와 자유를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135)

134) 류신: 앞의 논문, 2006, 169쪽.

전환기 문학 작가들은 몰락하는 동독과 전환기라는 특별한 시대상을 자전적이고 사실적인 문학적 형태 속에서 다룬다. 특히 이들은 시대와 인물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시대와 사회에 대한 질 문을 던지며 작품을 서술한다.136) 때문에 전환기 문학 작가들은 글을 쓰 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과거를 극복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문학 치료사이자 동시에 치료의 대상자”137)이다. 독일 현대 문학 작가들의 경 우 통일 전 동독에서 살았던 기억, 통일 과정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과 그 속에서의 혼란 등을 작품을 통해 표출하였고 이것이 독일의 ‘전환기 문학’ 이라는 현대문학의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