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감에 대한 이론적 검토
2.2 공감의 구성요소
많은 학자들은 공감이란 정서적 요소와 인지적 요소로 구성된 복합물 이라고 말한다. 이에 본 장에서는 공감의 구성요소로 어떤 것들이 있는 지를 살펴보며, 본 연구에서 말하고자 하는 문학을 통한 공감교육에 필 요한 공감의 구성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정리해본다.
‘공감’은 복합적인 특성을 갖는다. 공감은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을 모 방하여 느끼거나 인식하는 차원의 단일 작용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인지하고 똑같은 정서를 느끼며 그러한 정서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파악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모든 작용이 일련의 순서대로 작용하거나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 차원의 현상이다. 공감이론을 제시한 프리 들마이어와 트롬스도르프는 공감의 구성요소이자 공감의 조건으로 ‘정서 적 요소, 인지적 요소, 친사회적 동기부여’ 세 가지를 제시한다.61) 공감이 란 어느 한 요소에 치우쳐 있지 않은 복합적인 요소의 구성물이라고 주 장한 호프만과 페쉬바흐의 공감의 복합 요소설을 토대로 박성희는 ‘인지 적 요소, 정서적 요소, 의사소통적 요소’가 공감의 하위 요소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62) 김윤정은 보다 구체적으로 데이비스의 대인관계 반응지수 interpersonal relation index와 메르비안과 엡스타인의 정서 공감척도 Emotional Empathy Schale에서 특정 요소를 추출하여 공감의 요소를
‘인지적 요소’와 ‘정의적 요소’로 분류하였다.63)
61) Wolfgang Friedlmeier und Gisela Trommsdorff: a.a.O., S.139ff.
62) 박성희: 『공감학: 어제와 오늘』. 서울 2004. 30/60-62쪽.
63) 김윤정: 「공감 기반 설득 화법 교육 연구」. 박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 교, 2017, 57쪽.
<표 2.2-1> 공감의 인지적·정의적 요소
인지적 공감에서의 주요 요소는 ‘역할수용’으로 타인의 역할을 취해 보되 개인적인 특성과 행동을 분리하여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주 체는 타자와 일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또 다른 객체로 두고 접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적 요소에 있어서 상대방의
‘관점’을 인식하고 취하여 조정하는 것은 공감의 기본 구성요소가 된다.
정의적 관점에서의 공감은 ‘정서적 요소’를 포함하며, 정의적 관점에서의 요소로는 자신의 감정 수용하기, 타인의 감정 예측하기, 자신의 감정 조 정하기를 들고 있다. 여기서 타인의 감정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수용한 다는 것은 직면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수동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전 이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타인에 대한 나의 감정을 수용하는 것을 말 한다. 나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솔직한 감정을 받아들인 후에야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예측이 가능해지며, 타인이 느끼는 정서적 상태에 대해 서 나의 판단까지도 이루어지게 된다. 이는 상대방의 느낌이나 감정을 상상해보거나 예측해보면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상대의 입장이나 상황에 대해 다소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인식적 차원의 ‘관점 취하기’
와는 개념적으로 다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 조정하기는 상황에 따 라 결정을 내리거나 판단을 할 때의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판단하여 조절하는 것으로 주변의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정서 적인 상태를 말한다.64) 그러나 이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판단하거나 통제하는 인지 의 과정까지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인지적 요소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 64) 김윤정: 위의 논문, 58쪽.
인지적 요소 정의적 요소
▪관점 점검하기
▪관점 조정하기
▪관점 정립하기
▪자신의 감정 수용하기
▪타인의 감정 예측하기
▪자신의 감정 조정하기
다.
지금까지 공감이 어떤 요소들로 이루어져있는 가를 중심으로 구성요 소를 살펴보았다면, 브레델라가 제시하는 공감의 구성요소는 공감이 이 루어지는 ‘상황적 맥락’과 관련된다. 브레델라는 공감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같은 처지에 있다고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는 그 장소에 있지 않 다는 인식’, 이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65) 즉 공감하는 주체가 대상과 같은 처지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실제로는 그와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고 스스로를 대상과 분리할 때 주체성을 바 탕으로 공감이 형성된다. 이는 공감이 대상과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다른 객체로서 존재함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는 측 면에서 중요한 요소 분석이라고 생각된다.
앞서 살펴본 기존 연구들에서는 공감의 구성요소를 정서, 인지, 표현 등 큰 범주에서만 제시할 뿐 그 하위 항목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의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공감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 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어떤 공감의 요소를 발달시킬 수 있으며, 교육 과정 속에 공감을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 지를 논의하기 위해 공감의 구성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큰 범주에서의 구성요소들 속에 어떠한 세부 특성들이 들어갈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공감의 구성요소를 상세히 나누어 제시한다. 이는 공감의 단계 를 살펴보는 데 있어서 공감의 단계별로 기능을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선행 과정이며, 더불어 문학 속 인물간의 공감 관 계를 파악함에 있어서도 어떠한 공감의 요소가 발견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밑거름을 제공해 줄 것이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공감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65) Lothar Bredella: a.a.O., 2010, S.156.
<표 2.2-2> 공감의 구성요소
정서적 요소는 주로 우리의 심리상태, 마음과 관련된 요소들을 포함 하며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에 대해 일차원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 그리고 상대방의 정서 상태를 동일하게 느끼며 나 자 신의 감정에도 변화가 수반되는 감정이입을 들 수 있다. 각 요소별로 특 징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 관심 :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그 사람에 대한 공감 작 용이 일어날 수 있다. 무관심한 대상에 대해서는 공감이 일어날 가능성 은 전혀 없다.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우선되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동기요인이 되어 나 자신이 아닌 타자를 관찰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 감정 : 클라우스 R. 쉐러 Klaus R. Scherer에 따르면 감정은 ‘자극에 대한 변화’, ‘타고난 신경체계’, ‘차이에 대한 반응’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
정서적 요소 인지적 요소
▪관심
▪감정
▪감정이입
▪관찰
▪상상력
▪차이인식 및 수용
▪관점수용
▪역할수용
표현적 요소 경험적 요소
▪표정
▪언어 능력/대화
▪친숙함/유사성
▪선행지식 및 경험
▪관용
▪고정관념/편견
▪선입견
▪낯섦
된다.66) 감정은 주체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특성이기도 하지만 외부에 서 오는 자극, 차이의 인지 등으로 인해 발생된다. 또한 감정은 의도적으 로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실제 또는 상상한 대상과 관련하여 발생한다.67) 감정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내재된 정서적 능력이지만 내 면의 감정을 유발하는 자극제를 필요로 하며 감각을 통한 외부 자극의 인식과 이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 감정이입 : 다른 사람과 완전 동일화되어서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며 완전한 일치 상 태가 되는 완전한 일치 상태는 ‘감정전염’에 가깝다. 반면 감정이입은 다 른 사람의 정서적 상태를 따라서 함께 느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단 순히 감정적 상태를 인지적 차원에서 감정의 원인과 관련된 사실을 아는 것에 그치기도 한다. 감정이입은 자아와 타자가 분리된 상태에서 발생한 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지적 요소는 상대방의 정서적 상태를 지각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이 것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며 그로 인해 주체가 느끼게 되는 감정 자체 에 대해서도 스스로 인지하는 일련의 과정을 형성한다. 구체적으로 다음 의 요소들이 있다.
▪ 관찰 : 타인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 한다. 이 때 관찰은 아무 생각이나 느낌 없이 ‘바라보는 것’과 달리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그 사람을 주시하는 것을 말한다. 공 감 과정에서 관찰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살피고 분석함으로써 그 사람의 66) Klaus R. Scherer: Neuroscience projections to current debates in emotion
psychology. In: Cognition & Emotion, 7(1), 1993, S.4(1-41).
67) Juliane Brauer: Empathie und historische Alteritätserfahrungen, In:
Emotionen, Geschichte und historisches Lernen: Geschichtsdidaktische und geschichtskulturelle Perspektiven, Göttingen 2013, S.83(75-92).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적 행위를 뜻한다.
▪ 상상력 :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기 위해서는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특정한 상황에 자신을 놓아보고, 자신이 마치 그 일을 경험한 것처럼 느끼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있는 능 력이 필요하다. 고든 W. 알포트 Gordon W. Allport에 따르면 공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행동 속에 상상적으로 전위시키는 것”이다.68) 다시 말해서 공감은 ‘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된 것 처럼 상상’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공감에 있어서 상상의 역할은 중 요하다.
▪ 차이 인식 및 수용 : 내가 아닌 상대방을 관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와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감정이 생긴다. 이 러한 차이 인식의 결과를 나와의 다름으로 그대로 수용하기도 하지만 이 차이에 대한 정서적 판단이 더해져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게 된다. 타인 을 인식하고 타자와의 차이점을 인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 이 그 자체를 다양성의 차원에서 수용하게 되면, 정서적 공감이 더 강화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타자와의 차이 인식 및 수용은 공감 의 주요한 구성요소가 된다.
▪ 관점수용 : 관점수용이란 말 그대로 나와 다른 타자의 관점을 수용하 는 것을 말한다. 비쇼프-쾰러에 따르면 관점수용은 정서적인 관여가 이 루어지지 않는 “순수한 이성적 메커니즘”이다. 우리는 관점수용을 할 때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상상은 하지만 그 감정에 참여하거나 함께 느 끼지는 않는다.69) 이런 이유로 비쇼프-쾰러는 관점수용은 공감과는 별개
68) Gordon W. Allport: Pattern and growth in personality. New York 1961, S.536.
69) Doris Bischof-Köhler: a.a.O., 2009, S.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