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감교육 콘텐츠로서의 가치 및 활용방안
5.1 공감교육 콘텐츠로서 전환기 문학의 가치
공감교육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의 명제들이 고려 되어야 한다.
1) 공감의 요소를 담고 있어야 한다.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공감을 구성하는 ‘공감의 요소’를 담고 있어야 한다.266) 공감교육의 콘텐츠는 학습자로 하여금 공감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공감의 요소들이 공감의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 용하는 지를 학습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학습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2) 현 사회에서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는 ‘이슈’를 담고 있어야 한다.
공감교육의 콘텐츠는 우리 사회의 표상이자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 266) 앞서 2.2.장에서 공감의 구성요소로 ‘정서적 요소(관심, 감정, 감정이입)’,
‘인지적 요소(관찰, 상상력, 차이인식 및 수용, 관점수용, 역할수용)’, ‘표현적 요소(표정, 언어능력/대화)’, ‘경험적 요소(친숙함/유사성, 선행지식 및 경험, 관용, 고정관념/편견, 선입견, 낯섦)’을 제시하였다.
울로서 학습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상상을 촉발할 수 있는 계기 를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의 주제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이슈일수록, 교육 대상의 관심사와 가까울수록 학습 동기가 부여되고 흥미를 유발하게 된다. 사회적 이슈와 관련 있는 콘텐츠는 공 감교육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이끌 수 있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공감 하도록 하며 공감의 기본 토대를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교육대상, 교육 주제와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공감교육은 현대 사회에 필요한 역량으로서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으로 교육 주제에 따라 다양한 교육 대상을 선정하여 이루어지는 일 종의 교육 방향이다. 따라서 공감교육의 콘텐츠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염두 할 점은 교육의 대상과 주제와 따른 적절한 콘텐츠를 선별하 는 것이다. 나와 대상 간의 유사성이 크거나 친밀도가 높을수록 공감의 강도가 강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감교육의 콘텐츠 역시 교육의 주제에 적합하고 교육 대상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교육적 효과가 높아진다.
4) 구체적인 예시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다. 실험이나 조사를 통해 연구 되기는 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구체적인 수치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감의 능력치나 공감의 효과를 측정 하기 어려운 만큼 교육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이 존 재하기 때문에, 상상에만 의존하게 된다. 때문에 공감교육을 위한 콘텐츠 는 학습자에게 보다 구체적인 예시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며, 학습자 는 이를 통해 구체적인 상황과 인물에 자신을 세워둠으로써 상황에 적합 한 공감을 경험해 볼 수 있어야 한다.
5) 교육 대상을 자아성찰과 관점전환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나 자신을 성찰하고 나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 은 공감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자 공감교육의 목표이다. 따라서 공감교육 의 콘텐츠는 교육 대상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의 단계, 차이 인식의 단계, 타자 이해의 단계, 상호 존중의 단계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감의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일련의 공감 단계들을 모두 거쳐 자아성찰의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명제들을 기준으로 전환기 문학 작품 중에 서도 특히 잉고 슐체의 작품이 공감교육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는 지를 평가해보도록 한다.
1) 먼저 슐체의 작품은 공감의 요소를 담고 있다. 앞서 4장에서 작 품을 분석한 결과 작품 속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공감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가장 주요하게 등장한 것은 ‘대화’가 공감에 미치는 영향이 었다. 공감의 시작과 끝이 모두 대화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물들은 대화를 통해 감정이입을 표출하기도 하고 상대방에 대 한 공감을 표현하면서 상호 이해와 존중의 관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 다. 반대로 인물 간 대화의 과정에서 인물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고정관 념이 표출되기도 했으며, 다른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으로 인 해 갈등 관계를 형성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독인과 서독인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알게 되는 모습을 보였으 며, 이들의 다름은 살아온 사회 체제의 차이를 비롯하여 문화 차이, 가치 관의 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서로 다름을 인식하게 되고 이것에 대해 가 치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
더불어 ‘차이 인식’과 ‘다름 수용’은 공감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주요한 요소임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아담과 에블린』
에 등장하는 아담과 카탸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서로 전혀 알지 못하
는 관계로 처음에는 낯선 상대방에 대해 경계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 나 함께 이동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삶의 행적들에 대해 알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정서적 상태에 공감하게 된다. 서독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카탸와 휴가를 보내기 위해 여행 중인 아담은 서로 추 구하는 이상이나 가치관이 명확히 다르지만 서로가 다름을 수용하는 과 정을 통해 격려해주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는 다름 수용을 거쳐 상 대방의 입장이 되어 인식해보는 ‘역할수용’으로 이어져 타자를 보다 더 이해하게 되고, 그 결과 타인의 관점과 선택을 존중하는 ‘상호 존중’의 단계로까지 나아가게 됨을 보여준다.
슐체의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통일 전후 독일 사회를 살아가는 인물로 각자 다른 상황 속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하며,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인 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 간의 공감 관계를 살펴볼 수 있 고, 이를 통해 공감의 과정과 공감적 대화 등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문 학은 우리의 사회와 인간상을 비추는 거울로서 역할을 하며 우리는 문학 이 던지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고 감정적 경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슐체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는 공감교육을 위한 예시가 되기에 적절하다.
2) 슐체의 작품은 현 사회의 이슈를 포함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상 황에 비추어 ‘통일’이라는 주제는 남북관계의 교류가 증가하고 통일에 대 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이다. 문학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을 작가가 가공하 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문학은 학습자가 현실에 서 직간접으로 당면할 수 있는 실상과 조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 다.267)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 현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문학은 의도 267) 양정임: 앞의 논문, 276쪽.
를 갖고 문학을 도구화한 것으로 문학적 예술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긍정적 시각에서 보면, 공감을 더 쉽게 이끌어 낼 수 있고 현실 사회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허구적 플롯을 특징으로 하 는 소설에 ‘생동감’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문학 텍스트의 현실 반영에 관하여 안드레아 쉰쉬케 Andrea Schinschke는 문학 텍스트 가 현실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각에서 현실을 ‘해석’하게 한 다고 말한다.268) 수용자는 문학 텍스트에 나타나 있는 관점을 토대로 현 실을 재해석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때 자기 자신의 관점과 충돌하기도 하고 텍스트의 관점을 수용하기도 하면서 현실 사회에 대한 다양한 관점 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잉고 슐체의 작품은 우리가 직접 경험 해 보지 못한 ‘통일’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독일 통일 전후의 사회 모습 을 비춰줌으로써 수용자로 하여금 보다 현실적인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있다.
3) 잉고 슐체의 작품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래의 통일 사회에 대비한 공감교육’이라는 교육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적합한 교육 소재가 된다. 통일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의 연구가 학계에서 활발 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도 통일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 질적으로 학생들에게 ‘통일’이라는 주제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 에 낯선 것에 속한다. 비어라허는 다름과 낯섦을 경험하는 것은 위험한 요인이지만 한편으로는 기회가 된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정 서적 태도가 좁은 범주에서 편협하게 유지되고 화석화되는 것을 방지하 고 새로운 시각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낯섦의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 다.269) 낯섦은 우리에게 사전적으로 주어진 정보나 경험에서 체득한 느 낌이 없기 때문에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268) Andrea Schinschke: Literarische Texte im interkulturellen Lernprozess. Tübingen 1995, S.60.
269) Alois Wierlacher: a.a.O., S.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