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역량으로서의 공감과 문학을 통한 공감교육
3.2 문학을 통한 공감교육
3.2.2 공감교육 차원에서 문학교육의 역할
것이 바로 문학 작품이 갖는 공감의 역할이다.
이며 동시에 공감을 매개하는 매체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이 나타난 다.112)
문학에서의 공감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안 해밀턴 Ian Hamilton은 자 기 자신을 초월하여 세상을 다양한 의미로 조망해 볼 수 있는 인식 전환 의 방법이라고 정의한다.113) 또한 하워드 M. 밀러 Howard M. Miller는 타인의 눈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독특한 능력이 바로 공감이며 자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시야를 확장시켜주는 연민, 관용, 인내의 원천이 바로 공감이라고 정의한다.114) 문학 텍스트는 우리에게 낯선 관 점을 경험하게 하고 다른 시각의 이유와 근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관 점수용 능력 형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매체이다. 문학 텍스트를 통해 우 리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경험할 수 있게 되고 다름에 대해 생각 해볼 수 있다. 문학교육이 갖는 특별한 학습 목표는 “공감의 상호작용, 관점수용, 추론”115)이라는 카스퍼 H. 슈피너 Kaspar H. Spinner의 말처 럼, 우리는 문학을 통해 공감능력을 습득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이해 하는데 필요한 태도를 갖출 수 있게 된다.
문학작품은 독자들에게 정서적 반응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작가와 독 자 사이에 의사소통을 매개한다.116) 공감교육 차원에서 문학이 가치 있 는 이유도 바로 ‘정서적 상호교환’을 발생시키는 데 있어서 문학이 가장 적합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학의 특성은 심리치료 분야에서 문 학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학은 예술과 인문학의 이중적 성격을
112) 공감의 가치를 인정하는 철학자들 역시 공감능력이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과목으로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등을 지목한다. (정재림: 앞의 논문, 94쪽)
113) Ian Hamilton: Nurturing Empathy in the English Clasrom. In: Word’s Worth, 47(1), 2014, S.29(29-30).
114) Howard M. Miler: A Dose of Empathy. In: Reading Teacher, 54(4), 2001, S.380(380-381).
115) Kaspar H. Spinner: Literarisches Lernen, Oppenheim 2006, S.81.
116) 김현: 『문학이란 무엇인가』. 서울 1976, 14쪽.
갖고 있기 때문에 예술의 성격인 감성적인 접근과 인문학의 특성인 인지 적인 차원에서의 치료가 모두 가능하다.117) 여기서 말하는 치료란 “병인 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함을 의미”하는 것 으로,118) 감정을 표현하는 소통능력을 키워줌으로써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문학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학은 낯섦 이 해의 발전을 위한 매체로 “개인의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다.119) 예술적, 문학적 능력으로서 ‘연민, 동감, 공감의 작용을 통제하기도 하고 유발하 기도 하는 것’ 이 바로 문학이 담당하고 있는 공감 매개의 역할이다.120) 슈피너는 문학이 공감능력의 발달을 위한 교육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공감을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관련 짓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문학 수업의 기본적인 목표라고 말한 다.121) 즉 문학이란 낯섦 이해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낯섦 이해란 곧 내가 아닌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 작품 읽기에서 공감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작품 속에서 우리는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공감 작용을 발견할 수 있으며, 서술자가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작품 밖에서 작가 가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을 표현할 수도 있으며 작품을 읽는 독자가 인 물과 작품 속 상황을 둘러싼 공감적 수용을 하기도 한다.122)
공감적 수용과 관련하여 올젠은 문학 텍스트의 수용에 있어서 ‘공감’
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문학 교수법적으로 중요한 개념인 공 감을 규정하였고, ‘공감적 읽기 empathisches Lesen’가 무엇인지에 대한 117) 송명희: 「문학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고찰(1)」. 『한어문교육』, 27, 한국
언어문학교육학회, 2012, 25쪽(5-29).
118) 김익진: 「문학의 치료 기제에 관한 고찰 Ⅰ」. 『인문과학연구』, 45, 강 원대 인문과학연구소, 2015, 385-386쪽(371-388).
119) Kaspar H. Spinner: a.a.O., S.171.
120) Vgl. Fritz Breithaupt: a.a.O., 2013, S.61.
121) Kaspar H. Spinner: Zielsetzungen des Literaturunterrichts. In: Kasper H.
Spinner(Hrsg.): Kreativer Deutschunterricht. Identität–Imagination–
Kognition. Seelze 2001, S.171(168-172).
122) 정재림: 앞의 논문, 90쪽.; 김미영, 유리: 앞의 논문, 132쪽.
명확한 개념을 제시한다. 수용에 있어서 공감이 언제 일어나는가에 대해 올젠은 ‘독자가 등장인물의 관점을 받아들일 때’, ‘등장인물 속으로 감정 이입 될 때’, 이 두 가지 경우를 제시한다. 더 면밀히 살펴보면 독자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공감능력’이 감정능력인지, 인지능력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에 따라, 그리고 이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따라 위의 질문 에 대한 답은 더 다양해 질 수 있다고 말한다.123) 즉 독자는 문학 텍스 트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공감의 경험을 하게 되며, 독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에 따라 공감의 정도와 공감의 종류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문학 수용의 과정에 있어서 공감 현상 을 규명하는 것은 문학을 도구화 시킨다는 교수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한 다는 것이다. 문학을 ‘유용성 Nützlichkeit’ 측면에서 강조하는 것은 오늘 날에도 지속적인 논쟁거리이다. 현대 문학이론가들은 문학작품 읽기를 통해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공감의 지평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문학 읽기를 통해 감동을 받았더라도 그것 이 실제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오히려 문학 작품 속에서 경험한 사건과 그에 대한 생각이 편견 을 만들어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하며 문학을 통한 역량 교육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치료요법 같은 취지라고 부정한다. 그러나 문학작품이 주는 상상의 경험과 이를 통한 공감의 경험, 공감능력의 개 발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관련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 으며, 실제로 소설책을 다 읽거나 연극을 본 뒤에 사람들이 공감적 행동 을 하도록 고취되는 경향이 있음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기도 한다.
크르즈나릭은 이에 대해 문학을 통한 공감의 경험은 자기 집 거실에 서도 해볼 수 있는 공감 여행의 방법이라고 말하며 “안락의자 공감 armchair empathy”이라고 명명한다.124) 문학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실 제 경험해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하거나 자기와 다른 타인의 생각과 123) Ralph Olsen: a.a.O., S.1.
124) Roman Krznarick: a.a.O., S.136.
느낌을 가져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 그러나 이는 문학을 지나치게 목적에 맞춰 도구화 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직면하게 된다. 문학의 고유한 미학적 특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 니라 문학의 주제와 소재만을 중심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문학의 미 적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라는 입장과 더 이상 문학을 고정된 틀에 맞춰 해석하는 일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여러 교육 목적에 맞춰, 다양한 교육적 방법을 활용하여 문학 그 자체에 대한 수요를 높여야 한다는 입 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에 대한 중간자적 입장에서 문학의 ‘활동력’을 넓히는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주장은 ‘어떤 방식으로 낯선 문화의 이해나 공감능력의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하는 문학의 도구화적 입장에서 벗어나 무한한 의미잠재력 속에서 문학 자체가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둠 으로써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둔다.125)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학교육의 방향 설정에 있어서 상호문화적 가치를 포함하거나 공감교육의 목표를 포함시키는 것은 교육을 통한 역 량 강화라는 현대 사회의 교육적 목표에 부합된다. 문학 이론의 학습이 나 작품 분석에 입각한 문제 해결 중심의 기존 문학수업은 말 그대로
‘학습과 평가’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문학작품을 통해 타자의 입장이나 처지를 이해하거나 타인의 시각을 수용하는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공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는 어렵다. 이에 문학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상상력의 증 진,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능력의 획득이므로 문학 교육의 역할을 확 대시켜야 한다고 진선희는 주장한다.126) 또한 김혜숙은 우리 사회에 존 재하는 다양한 문화와 적극적으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학교 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타자를 존중하는 관계 중심의 공감 및 배려교육”
으로 교수·학습 목표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127) 125) 권오현: 앞의 논문, 9쪽.
126) 진선희: 「다문화 사회의 국어과 교육 방향」.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 구』, 10(1), 2010, 422쪽(403-428).
127) 김혜숙: 앞의 논문, 17쪽.
따라서 문학교육의 목표가 문학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에서 더 나아 가 학습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하 며,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의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공감교육의 차원에서 문학이 역할을 다 할 때 나와 다른 사람,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 는 사람을 위로하고 배려할 줄 아는 “타인 지향적 감정의 실천”128)이 가 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