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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인물

한편 앞서 살펴본 인물 유형과는 정 반대로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 하고 방황하는 인물들도 존재한다. 이는 실제 독일 통일 이후 대부분의 동독 사람들에게 나타났던 유형으로 적극적으로 사회 변화를 수용하기보 다 원래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며, 사회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기회를 주기 바라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들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사회 적응 태도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 의 역할을 발견하지 못한 채 주변부에서 배회하다가 결국 사회에 적응하 지 못하고 방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슐체의 작품들 속에서 선별하여 정리해보면 다음 표와 같다.

<표 4.2.2-1>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인물

작품 인물 특징

심플 스토리즈

에른스트 모이러

▪동독 사회에서 학교 교장으로 재직함.

▪충실한 당원으로 당에서 지시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저항이나 판단 없이 그대로 수행함.

▪동독이 무너진 이후에도 당에서 자신의 사회적 지 위를 보장해줬던 것처럼 자신이 대우를 받아야 한 다고 생각함.

『심플 스토리즈』에 등장하는 에른스트는 과거 동독시절 충직한 당 간부이자 학교의 교장이었으나 동독 사회가 무너지고 난 후 사회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 행적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받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저 당이 시키 는 대로 했기 때문에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실직 신세가 되어 실업 보조금을 받기 위해 여러 지원서를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음에도 에른스트는 자신은 그런 일 따위는 할 수 없다며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를 위해 레나테는 대신 지원서를 작성해주기도 하면 서 새로운 사회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설득하지만

마르틴 모이러

▪동독에서 예술사학을 전공, 시간강사로 일함.

▪전환기에 일자리를 잃고, 아내도 교통사고로 사망 함.

▪아무것도 되지 못한 자신과 자신의 동기들에 대해 한탄하며, 이를 시대 상황 때문이라고 탓함.

한니

▪동독 시절 박물관장이었으나 통일 후 비밀경찰이었 던 사실이 탄로나 쫓겨남.

▪과거의 사람들을 그리워 함.

라파엘

▪동독에서 택시 회사를 운영함.

▪전환기에 갑자기 늘어난 택시 회사와 택시 운전자 들로 인해 경영난에 빠짐.

▪과거에 회사를 운영하던 시기를 전성기라고 생각하 며 그리워함.

아담과

에블린 아담

▪동독에서 알아주는 재단사로 뭇 여성 고객들의 인 기를 얻음.

▪모두가 억압 받는 와중에도 홀로 동독 사회에서 자 유로운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부를 축적함.

▪에블린을 좇아 서독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으나 자신의 직업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방황함.

끝내 에른스트는 과거 자신의 직위와 삶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에른스트는 동독에서 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하던 때 자신 이 쓴 기사로 인해 당의 앞잡이로 낙인찍히게 되고 사람들에게 온갖 비 난과 위협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아들인 마르틴은 아버지가 거절하지 못한 것이고 함정에 빠졌을 뿐이라고 옹호하지만 레나테는 그것이 순전 히 에른스트 본인의 결정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진술한다.

“1989년 사건이 터지자, 그는 독자 편지를 쓰라는 지령을 받았어요.” 레나 테 모이러가 말했다.

“그리고 모이러 동무는 썼구요.” 마르틴이 말했다.

“단지 그가 생각했던 것이었어요. 1956년 헝가리, 1968년 프라하에 대해서, 시위들이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고 선동자들은 관대함을 기대해선 안 된다 는 걸 썼던 거죠. 시위 선동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이곳에서 도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모이러를 위한 자비란 없다’라고 적힌 벽보가 붙었어요. 그리고 하필이면 신문에 그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있었던 사 진이 실렸죠. 저는 두려웠어요. 다음 날 그가 학교에 가는 것을 보고 존경 스러웠어요. 저는 언젠가는 그들이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 어요. 마르틴이 나더러 함께 라이프치히에 가겠냐고 물었을 때, 나는 최소 한 보는 것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고, 에른스트는 마르틴을 내쫓았죠. 집 안 출입을 금지한 거죠.”197)

레나테는 제 3자가 된 마냥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며 당시 상황에 대 해 진술한다. 앞서 에른스트가 교장이었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가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옹호했던 것과는 달리 레나테 역시 에른스트에게 거리를 두고 심판하는 태도로 그의 행적에 대해 진술하는 모습은 이미 레나테와 에른스트의 공감 관계가 깨졌음을 의미한다. 레나 테의 진술에 따르면 신문 기사는 에른스트 본인이 자신의 생각에 기반하 여 쓴 글이었고, 그 글을 통해 에른스트는 뼛속까지 전형적인 동독 보수 197) SS: 231-232쪽. ☞

층의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었음이 드러난다. 에른스트는 자신의 결백함 을 주장하기 위해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아무도 그를 옹호하거나 도와주지 않으며, 오히려 사직서를 내는 행위는 그가 스스로 과거의 잘 못을 시인하고 물러나는 것으로 확정짓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이에 대 해 마르틴은 아버지가 실수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 후 모두가 에른스트가 비밀경찰(슈타지)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다면 왜 물러났겠느냐, 자발적으로. 덜컥, 그는 실직자가 되어 주 저앉았고, 모두가 그를 피했어요. 아버지는 당을 탈당했어요, 당은 자기들 입을 열지 않았으니까요. 당이 그들 스스로를 고발할 리가 없다는 건 자명 한 논리예요. 아버지는 그저 기다려야만 했던 거죠. 새로운 지방 교원회가 아버지에게 나가라고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조기 퇴직을 시켰을 거예요.

에른스트 스스로가 모든 일을 다 망쳤어요.”198)

마르틴은 에른스트의 행동은 누군가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기 대하며 잘못된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옹호한다. 그러나 에른스트는 당 에서도 버림받으며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고, 레나테는 그런 에른스트의 인생이 갑자기 ‘종말’을 맞게 되었다고 표현한다. 실직 이후 레나테에게 의존하며 집착하는 병적인 모습을 보이던 에른스트는 손자 티노 Tino에 게 거절당하자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부정당했다고 느꼈고, 자신의 정체 성을 한 순간에 상실하게 된다. 개인의 정체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 에서 발전하는 것으로 가족이나 사회 집단 같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형성되는 ‘자신의 의식에 대한 지각’을 의미한다.199) 다 르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때 문화 속에서 형 성되는 개인의 정체성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채 화석화될 수밖에 없 으며, 사회나 문화의 변화로 인해 개인의 정체성 자체가 인정받지 못하

198) SS: 234-235쪽. ☞

199) 민춘기, 김순임: 「상호문화 소통능력 교육을 위한 수업모형 구상 연구」.

『독어교육』, 49, 2010, 74쪽(65-87).

거나 부정당하게 되면 개인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관계에서의 갈등, 소통의 어려움, 고립의 증대”200) 이 모든 요인이 에른스트로 하여금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게 하였고, 그 결과 사람들에게 가스총을 난사하는 이상 행동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에른스트의 비극적 인 상황에 대해 담당 정신과 의사인 홀리체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아는 건 단지 모이러 씨가 유일한 경우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게 전 부죠.”201)

이는 사회 변화 속에서 방황하며 사회 부적응 문제를 겪고 이는 동독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음을 말해준다. 에른스트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는 현재가 급박하게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과거에 남아있기 때문에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들은 특히 동독에서의 삶이 안정적이고 평탄했기 때문에 통일로 인한 변화가 삶의 근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 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으며, 과거 자신의 삶과 현재의 삶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고 끝내 몰락의 길로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