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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윤리학의 형식화용론 및 소통행위이론적 배경

I. 보편화원칙 ‘U’의 소통행위이론적 정초

1. 담론윤리학의 형식화용론 및 소통행위이론적 배경

하버마스의 담론윤리학은 그의 소통이론의 체계 안에서 하나의 구성요 소를 이루고 있으며, 민주주의 이론과의 긴밀한 연관 하에 형식화용론과 소통행위이론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형식화용론에 따르면 소통행위는 담 화, 규범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 극적 행위의 세 가지 순수 유형으로 구 분되며, 이 각각은 진리, 올바름57), 진실성에 대한 타당성 주장을 제기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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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9). 담론윤리학은 소통행위의 두 번째 순수 유형인 규범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에 대한 형식화용론적 분석을 토대로 삼고 있으며, 형식화용론의 합리적 재구성(rationale Rekonstruktion)이라는 방법론에 의존한다. 형식화용론은 또한 하버마스의 소통행위이론 및 체계/생활세 계의 2단계 사회 이론의 기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담론윤리학은 합리 적 재구성이라는 방법론을 사회 이론과 공유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담론윤리학은 규범의 타당성 조건을 해명하는 도 덕 이론인 반면, 소통행위이론은 규범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를 사회통합 의 문제를 중심으로 하나의 사회적 사실로서 분석하는 사회 이론이라는 점이다.58) 규범을 사회적 사실로 간주하여 그것이 사회 안에서 수용되고 이해되는 방식을 사회 이론의 관점에서 기술하는 것과, 규범이 타당성을 갖기 위한 조건을 도덕 이론의 관점에서 해명하는 것 사이에는 범주적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담론윤리학과 소통행위이론이 합리적 재구성이라 는 동일한 방법론을 공유하도록 이론을 구성하는 것은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을 서로 뒤섞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59) 합리적 재구성의 방법은 규범이 이해되고 수용되는 방식에 대한 사실적 기술과 규범의 타당성에 대한 조건의 해명 사이의 구분을 불분명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버마스는 합리적 재구성을 형식화용론의 방법론으로 제시한다. 하버 마스에 따르면 형식화용론의 목표는 상호이해(Verständigung)의 보편적 조건들을 확인하고 재구성하는데 있다.60) 상호이해란 언어 및 행위능력

57) 여기서 ‘올바름’은 독일어 ‘Richtigkeit’를 번역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버마스의 형식화용론에서 타당성 주장의 세 영역을 가리키는 개념은 ‘진리’, ‘정당성’, ‘진실 성’으로 번역되어 왔으나, 본 논문에서는 ‘Legitimität’를 ‘정당성’으로 번역하고 규 범적 타당성을 나타내는 개념인 ‘Richtigkeit’는 ‘올바름’으로 번역하기로 한다.

58) 하버마스에 따르면 형식화용론은 사회학적 행위이론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Habermas, 1999a: 14 참조.

59) 하버마스의 소통행위이론에서 철학과 과학 사이의 뒤섞임에 대해서는 정호근, 1994 참조.

60) Habermas, 1984b: 353 참조. 하버마스는 여기서 ‘형식화용론(Formalpragmatik)’

이라는 명칭 대신 ‘보편화용론(Universalpragmatik)’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본 논문에서는 용어상의 불필요한 복잡성을 줄이기 위하여 ‘형식화용론’으로 명칭을 통일하여 사용한다. 보편화용론에서 형식화용론으로의 이행에 대해서는 김동규,

이 있는 주체들 사이에 합리적 동기에 따라 합의를 이루는 과정으로서 소통행위를 통해 도달된다. 그런데 하버마스에 따르면 소통행위에서 상 징적 표현의 의미 이해는 합리적 해석(rationale Deutung)의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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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7). 예를 들어 어떤 교수가 세미나 참석자에게 ‘물 한 컵을 가져다주십시오’라는 요구를 이해지향적 태도에서 수행된 화행으로 서 제시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요구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해석자는 소통적 일상실천의 상호작용의 참여자의 수행적 태도를 취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소통행위가 제기하는 진리, 올바름, 진실성의 세 가지 타당성 주장에 대해 합리성의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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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 합리 적 재구성은 언어 및 행위 능력을 가진 주체라면 누구나 일상적인 소통 에서 행사하는 이러한 합리적 해석의 능력 및 그에 대한 선이론적인 지 식을 암묵적인 지식(know how)에서 명시적인 지식(know that)의 형태 로 체계화함으로써 상징적 형성물을 산출해내는 생성 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McCarthy, 1978: 276-277; Habermas, 1984b: 368). 합 리적으로 재구성된 선이론적 지식은 모든 인간에게 일반적인 인지, 언어, 혹은 상호작용의 능력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 로 기대된다.61)

하버마스의 합리적 재구성의 방법은 후설의 현상학 및 하이데거, 가다 머의 해석학의 전통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버마스는 상징적 표현의 의미에 대한 이해 및 해석은 타인과의 상호이해의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 의 내적 관점에서만 가능하다는 해석학의 관점을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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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

이에 따라 형식화용론은 소통행위를 통해 타당성 주장이 제기되고 그것 을 이해 및 해석하는 상호이해의 과정에서 언어 및 행위 능력을 가진 주 체의 내적 관점, 즉 하버마스가 소통참여자로서 해석을 수행하는 “2인칭 관점”(Habermas, 1999a: 25)이라고 부르는 것에 특권적인 위치를 부여하 게 된다. 의미 이해는 말하자면 “하나의 생활세계의 구성원의 특권적 경 험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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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6)이다. 그런데 의미 이해는 타당성의 문제와 필연적 으로 연관되어 있다. 상징적 표현의 의미에 대한 이해는 타당성 주장에

61) 합리적 재구성의 방법론적 원칙에 대해서는 Pederson, 2008: 461-466 참조.

대해 해석자가 잠재적 참여자로서 태도를 취하고 평가를 내릴 것을 요구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리, 올바름, 진실성 주장의 타당성 조건은 상호 이해의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의 내적 관점에 의해서만 해명될 수 있다는 것이 하버마스의 주장이다.

하버마스의 합리적 재구성의 방법은 다른 한편으로 칸트의 선험철학의 기획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62) 칸트의 선험철학은 경험과 인식 의 대상을 가능하게 하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조건의 재구성을 목표로 한다(B25). 하버마스의 형식화용론은 경험의 가능근거로서의 ‘의식 일반 (Bewußtsein überhaupt)’이 아니라 언어 및 행위 능력이 있는 주체들의 사회적 실천과 활동에 구현되어 있는 생활세계적 배경의 심층적 구조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칸트의 선험철학적 동기를 변형시킨다(Habermas, 1999a: 19-20). 그것은 칸트의 선험철학의 기획을 경험과 인식의 가능근 거의 재구성으로부터 현대 사회에서 일상의 소통적 실천의 가능근거의 재구성으로 탈선험화한다고 할 수 있다(Cooke, 1994: 3). 이러한 탈선험 화는 약한 선험적 논증의 요구를 수반한다(Habermas, 1984b: 380). 형식 화용론은 상호이해의 가능 근거 및 심층 구조의 재구성이 최종적으로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인식을 산출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칸트와는 달 리 재구성을 통해 얻어진 인식을 경험에 의해 확증 혹은 반증 가능한 인 식으로 간주한다. 합리적 재구성은 칸트처럼 상호이해의 가능 근거에 대 한 오류 불가능한 인식의 지위를 처음부터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 적 이론과의 합치를 통해 사후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가설을 제시할 뿐이 다(Habermas, 1983a: 23-24).

형식화용론은 합리적 재구성의 방법에 따라 현대 사회에서 일상적인 소통의 보편적 전제조건들을 소통 참여자로서 해석을 수행하는 2인칭의 내적 관점에 기초하여 재구성한다. 그런데 문제는 규범에 규제되는 행위 에 대한 형식화용론의 서술이 규범의 타당성 조건의 해명이라는 도덕 이

62) ‘transzendental’은 일반적으로 ‘초월/초월적/초월론적’ 혹은 ‘선험/선험적’으로 번 역되었으며, 이에 따라 ‘a priori’ 또한 각각 ‘선험/선험적’ 혹은 ‘선천/선천적’으로 번역되었으나, 본 논문에서는 ‘a priori’를 ‘선천/선천적’으로 옮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transzendental’과 ‘a priori’를 모두 ‘선험/선험적’으로 옮기고

론의 요구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참 된 실천적 앎이라는 도덕 이론의 요구에 따라 실제로 타당한 규범이 성 립하기 위한 조건을 해명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 이론의 관점에서 규 범의 타당성에 대한 현대 사회에 일반적인 이해 방식을 재구성적으로 기 술하는 것인가?

하버마스는 소통행위이론을 ‘비판적 사회 이론’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러 한 두 측면을 하나로 합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당한 규범에 대해 현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해방식을 재구성하면, 이로부터 타당한 규범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해명할 수 있고 사회 비판의 규범 적 기초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 재구성은 사회 비판 의 기초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론적 지식을 산출하는 두 가지 역할을 수 행하게 된다(Habermas, 1983b: 40-41).

2) 규범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에 대한 형식화용론의 분석

규범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에 대한 형식화용론의 분석은 사회 이론의 설명적 요구에 정향되어 있는 규범의 개념을 사용한다. 이 점은 규범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의 세계 연관에 대한 하버마스의 분석에서 드러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규범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는 하나의 행위자와 객관 세계 및 사회세계 사이의 관계를 전제하는 바, 객관세계는 실재하는 사 실들의 총체로 규정되는 반면, 사회세계는 어떤 상호작용이 사람들 사이 의 정당한 상호관계들의 총체에 속하는지를 확정하는 규범적 맥락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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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2). 그런데 이러한 규범적 맥락은 공동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규범에 의해 규제되는 행위가 수반하는 타당성 주장은 복수의 규범적 맥락에 따라 상대화될 수밖에 없다. 규범에 대한 하버마 스의 다음과 같은 설명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규범은 한 사회집단에서 존속하는 동의를 표현한다.

특정 규범이 효력을 갖는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