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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화원칙 ‘U’를 통한 도덕 규범의 정당화

I. 보편화원칙 ‘U’의 소통행위이론적 정초

3. 보편화원칙 ‘U’를 통한 도덕 규범의 정당화

1) 보편화원칙 ‘U’의 결과지향성과 규범의 정당화/적용의 구분

하버마스의 보편화원칙 ‘U’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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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 a) 모 든 각인의 이익(Interesse)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 규범을 일반적으로 준 수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결과들과 부작용들이 b) 모든 당사자 들에 의해 강제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a)와 b)는 칸트의 보 편화가능성의 원리에 대한 하버마스의 두 가지 변형과 연관되어 있다.

하나는 보편화가능성의 검사를 모든 당사자들에 의해 승인 가능한 공통 이익(Interesse)의 관념을 중심으로 결과주의적 고려와 결합시키는 것이 며, 다른 하나는 보편화가능성의 검사를 복수의 주체가 실제의 실천적 논의를 통해 상호주관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보편화원칙 ‘U’는 결과지향성을 처음부터 절차에 반영하기 때문에 칸트의 비결과주의에 대한 헤겔의 비판, 즉 규범의 일 반적 준수에 의해 야기되는 결과를 합당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담론윤리학에는 해당될 수 없다(Habermas, 1991: 23).

하지만 이러한 결과주의는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다. 벤하비브에 따르면 보편화원칙 ‘U’는 의무론의 관점에서 결과주의에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 취약하다(Benhabib, 1990: 343; 1992a: 35-36). 벤 하비브는 보편화원칙 ‘U’는 결과주의적 혼동만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불 필요하며, 담론윤리학은 담론원칙 ‘D’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다른 한편 으로 벨머는 규범의 일반적 준수가 각인에게 가져올 결과와 부작용이 모 두에 의해 강제 없이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화원칙 ‘U’의 요구는 판정을 위한 인지적 부담을 과도하게 증가시킨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보 편화원칙 ‘U’로는 어떠한 확정적인 규범적 판단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Wellmer, 1986: 63-64). 본 논문은 여기서 벨머의 비판 및 하버마 스의 대응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

벨머에 따르면 ‘거짓말하지 말라’와 같은 규범을 보편화원칙 ‘U’에 따 라 정당화하고자 하는 경우 이중적인 인지적 부담이 발생한다. 하나는

현실의 모든 개별 상황들 하에서 이 규범의 일반적 준수가 가져올 결과 와 부작용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러한 결과와 부작 용이 모든 당사자들에 의해 강제 없이 수용될 수 있을지의 여부에 대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벨머에 따르면 이것은 복수의 주체가 참여하는 실천적 논의에 의해서도 해소될 수 없기 때문에, 보편화원칙

‘U’를 통해 근거 있는 도덕 판단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버마스는 귄터의 논의에 의존하여 규범의 정당화와 적용의 맥락을 구분함으로써 벨머의 이러한 비판에 대응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벨머 가 지적하는 이중의 인지적 부담은 타당한 규범을 정당화하는 논증 단계 와, 정당화된 규범을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논증 단계를 하나로 합 쳐버림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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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8). 정당화의 단계에서는 규범의 타당성이 문제가 된다면, 적용의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규범 적용의 적합성(Angemessenheit)이 문제가 된다. 귄터는 이 두 단계의 논 증을 모두 통과하여 타당성과 적합성이 확보된 규범이 성립하기 위한 조 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모든 특수한 상황에서 어떤 규범의 준수가 모든 각인의 이익에 야기할 수 있는 결과와 부작용이 모든 사람들에 의 해 수용될 수 있다면, 이 규범은 타당한 동시에 어떤 경우에도 적합하 다.”(Günther, 1988: 50) 하버마스는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규범을 산출 하기 위해서는 벨머가 지적하듯이 절대적 지식을 갖는 신적 지성이 필요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보편화원칙 ‘U’는 정당화의 논의 에 한정되어 있으며, 이러한 논의에서는 특정 시점에서 논의 당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와 근거를 토대로 규범의 일반적 준수가 모든 각인 의 이익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voraussichtlich) 결과와 부작용만을 검 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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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8-139). 규범의 적용에 대한 논의에서는 보편화원칙

‘U’가 아닌 적합성의 원칙이 기준이 되며, 이 두 원리가 결합함으로써 비 로소 불편부당성의 이념이 완전히 실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매카시는 하버마스의 정당화와 적용의 맥락의 구분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McCarthy, 2013: 217-218). 매카시에 따 르면 타당성을 다루는 입법과 적절성을 다루는 사법이 헌법적으로 제도

화되어 있는 법 규범에는 정당화와 적용의 구분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 으나, 그러한 제도가 결여되어 있는 도덕 규범에서는 정당화와 적용의 문제가 서로 끊임없이 뒤엉킬 수밖에 없다. 항구적인 불일치의 조건 하 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상황에 도덕 규범을 적용하는 과정은 적 용되는 규범 자체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덕 규범의 경우 정당화와 적용의 맥락을 분석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별 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매카시는 지적한다.

보편화원칙 ‘U’의 결과주의에 대한 이러한 비판 및 반박이 보여주는 것은 언어 및 행위 능력을 갖는 주체의 암묵적 지식을 재구성함으로써 보편화원칙 ‘U’를 도출했기 때문에 그것이 ‘대안 없음’의 속성을 갖는다 는 선험화용론의 주장이 그것을 정당화하는데 별다른 역할을 하는 바가 없다는 점이다. 보편화원칙 ‘U’는 그것이 도덕 규범의 정당화를 위해 합 당한 원리인가에 대한 도덕 이론의 관점에서의 검증을 필요로 하며, 선 험화용론에 기초한 주장들은 이 과정에서 아무런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 보편화원칙 ‘U’의 결과주의가 논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 원칙이 탈전통 사회의 구성원들이 직관적으로 채용하는 관점을 재구 성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것은 합리적 재구성의 작업을 수행하는 하버마스의 도덕 이론적 인 선택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 인다.

2) 규범의 정당화와 실제의 합의

하버마스의 담론윤리학에는 이성적 합의의 원리에 대한 세 가지 설명 이 공존한다. 인지주의적 윤리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담론윤리학에서 규범에 대한 이성적 합의란 합당한 근거에 따라 논증될 수 있는 규범에 대한 합의를 의미한다(Habermas, 1996a: 11-12). 이것은 ‘더 나은 논변’

에 대한 하버마스의 강조에서 나타난다. 칸트적 절차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규범에 대한 이성적 합의란 이상적 담화상황에서 이루어진 합의, 즉 공정한 절차에 따른 합의를 의미한다. 이 점은 논증 일반의 화용론적 전제 및 그것을 부정할 경우 발생하는 수행적 모순에 대한 하버마스의 선험화용론 논증에서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보편화원칙 ‘U’의 결과주의에 따르면 규범에 대한 이성적 합의란 모든 각인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 규범을 일반적으로 준수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결과들과 부 작용들이 모두에 의해 강제 없이 수용될 경우 성립한다.

이러한 세 가지 설명 중 규범의 타당성을 판정하는데 합의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합의 절차의 공정성에 의해서 규범의 타당성을 근거짓는 두 번째 설명뿐이다. 규범의 타당성을 이유에 의해 근거짓거나 결과주의 적 관점에서 근거짓는 작업은 공적 토론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구 성원들 간의 합의를 반드시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하버마스는 왜 규범의 타당성의 판정을 위해서 실제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 장하는가?

하버마스는 보편화가능성의 검사를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실제의 논증을 통해 수행해야 하는 근거를 두 가지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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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78). 첫 째, 각인이 실천적 논증에 실제로 참여하는 방식으로만 자기 이익이 타 인에 의한 왜곡된 방식으로 해석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 에서 각인은 자기 이익에 맞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는 최종심급이다. 둘 째, 소통적 일상행위를 통해 제기되는 규범적 타당성 주장이 행위조정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도덕적 논증은 독백론적으로 수행되어서는 안 된다. 규범에 대한 교란된 합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규범적 타당성 주장에 대한 상호주관적 승인이 보장되어야 하는 바, 이를 위해서는 관 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상호주관적 논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 번째 근거는 보편화원칙 ‘U’의 결과지향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하버마스는 왜 각인이 자기 이익의 충족 및 욕구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규범의 정당화에 접근해야 하는지 설명하 지 않는다. 히스에 따르면 이익의 개념에는 규범을 정당화하는 힘이 없 기 때문에, 이익에 대한 고려를 통해 규범을 정당화하려는 하버마스의

시도는 심리주의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Heath, 1995: 88). 하버마스는 이 러한 비판에 대답해야 한다. 둘째, 실천적 논증에 당사자가 실제로 참여 해야만 자기 이익의 정당한 반영 및 욕구의 올바른 해석이 귀결된다는 하버마스의 주장은 논쟁적이다. 예를 들어 롤스는 실제의 합의 결과가 임의적인 우연성에 의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 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이러한 생각은 하버마스의 규범의 정 당화와 적용의 구분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각인이 각자의 이익과 관련 된 특수한 맥락을 실천적 논증에 개입시킨다면, 규범의 정당화와 적용의 구분은 취소되고 판정을 위한 인지적 부담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정당화와 적용의 구분이 고수되어 정당화의 과정에서 각인의 자기 이익이 충분히 일반화된 형태로 고려된다면, 실제의 합의 없이 개별 주 체가 홀로 규범의 정당화를 수행할 수 있다(Schönrich, 1994: 46; 정호근, 1997: 138-139).

두 번째 근거는 규범의 타당성과 사실적 수용의 혼동에 기초해 있다.

규범에 대한 기존의 합의가 교란된 경우 새로운 실제의 합의를 산출해내 기 위해서는 실제의 소통행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것은 규범의 사실 적 수용이라는 관점에서만 그러하다. 규범이 하나의 생활세계 안에서 구 성원들에 의해 인정받음으로써 사회적 효력을 획득하는 과정에 대한 사 회 이론적 분석과, 규범의 타당성을 도덕 이론의 관점에서 검증하는 과 정은 분명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하버마스는 규범적 타당성 주장의 행위조정의 기능을 실제의 합의의 필요성을 위한 논거로 제시함 으로써, 규범이 사회적 효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규범의 타당 성이 실제의 합의 과정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 다.

규범의 정당화를 위해 실제의 합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하버마 스의 주장에는 서로 구분되어야 할 세 가지 주장이 섞여있다. 첫째, 규범 의 타당성 판정은 개별 주체에 의해 홀로 수행될 것이 아니라 복수의 주 체가 참여하는 공적 토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 (discussion)을 통해 실천적 판단의 인지적 내용을 향상시킬 개연성이 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