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보편화원칙 ‘U’의 소통행위이론적 정초
2. 선험화용론을 통한 보편화원칙 ‘U’의 도출 및 정당화
하버마스에 따르면 선험화용론을 통한 보편화원칙 ‘U’의 도출 및 정당 화 논증은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성립한다(
DE
: 103). 하나는 정당 화된 규범을 통해 가능한 참여자의 공통 이익이 되도록 사회적 대상을 규율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형식화용론적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은 사 회 이론으로서의 소통행위이론을 배경으로 한다. 다른 하나는 논증 일반 의 필연적 전제조건에 대한 선험화용론적 분석이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두 가지 분석의 결합을 통해 규범적 타당성 주장을 논의를 통해 충족하 려는 진지한 시도를 하는 모든 참여자는 보편화원칙 ‘U’를 암묵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다.렉은 보편화원칙 ‘U’에 대한 하버마스의 이러한 선험화용론 논증을 교
한 방식으로 재구성한다.64) 렉에 따르면 보편화원칙 ‘U’는 다음의 두 가 지 논제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Rehg, 1991: 29).
(P1): 우리는 어떤 행위규범이 수용되어야 할지에 대해 가설적으로 논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다.
(P2): 논증 일반의 화용론적으로 불가피한 전제조건들이 존재한다.
P1는 규범의 정당화에 대한 형식화용론적 분석에 상응하는 반면, P2는 논증 일반의 필연적 전제조건에 대한 선험화용론적 분석에 상응한다. 렉 은 P1이 사회 규범의 개념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의미론적 분석을 함축한 다고 본다(Rehg, 1991: 36-37).
(P1.1): 사회 규범은 공유된 행위 기대로서 그것이 일반 적으로 준수될 시 다음과 같은 결과가 기대될 수 있다.
a)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규율하여 잠재적 인 갈등을 조정한다.
b) 특정한 사회 질서의 형성에 기여하거나 그것 을 방조하는 결과 혹은 부작용을 갖는다.
항목 a는 참여자 관점에서 규범에 의해 규정되는 역할 기대에 연관되 어 있는 반면, 항목 b는 특정한 규범의 도입이 사회통합과 관련하여 어 떠한 결과를 낳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렉에 따르면 하버마스는 사 회 규범의 이러한 의미론으로부터 실천적 논증을 통한 정당화에 대한 다
64) 하버마스의 선험화용론 논증을 보다 정교하게 재구성하려는 시도로는 렉과 오트 (K. Ott)의 연구를 들 수 있는데, 전자는 하버마스의 원안에 충실하게 머물러 있 는 반면 후자는 그것을 몇 가지 방식으로 변형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본 논문에서는 하버마스에 의해 승인받은 바 있는(ED: 134) 렉의 재구성을 수용한 다. 하버마스의 선험화용론 논증에 대한 오트의 재구성에 대해서는 Ott, 1996 참 조.
음과 같은 논제를 직접 도출해낸다.
(P1.2): 따라서 만약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논증을 통해 규범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면,
- 그들은 그러한 규범과 관련된 행위 기대가 모 든 것에 우선하여 이해관계를 규율해야할 가치 를 체화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확신할 수 있 어야 한다.
- 그리고 필요한 경우 그들은 또한 해당 규범의 일반적인 준수가 바람직한 사회 질서에 필요한 이해관계의 조정된 충족에 기여한다는 점을 보 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렉은 논제 P2를 세분화하는 작업과 관련하여 알렉시(R.
Alexy)의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 P2의 선험화용론적 분석은 사회 구성원 들이 규범에 대한 합리적 동기에 따른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실천적 논 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제한다. 렉은 알렉시의 분석에 따라 P2의 함축을 다음과 같이 이끌어낸다.
(P2): [논증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다음의 전제조건을 수용해야 한다]
(a) 언어 및 행위능력을 갖는 모든 주체는 논의에 참 여하는 것이 허용된다.
(b) i. 모든 사람은 모든 주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 다.
ii. 모든 사람은 논의에서 어떤 주장이든 제시할 수 있다.
iii.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자세, 욕망, 필요를 표현할 수 있다.
(c) 어떠한 화자도 (a)와 (b)에 제시된 그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있어 내적 강제나 외적 강제에 의해
렉에 따르면 P2의 (a)는 ‘보편성’ 혹은 ‘공지성’(Öffentlichkeit)의 규칙 으로 명명될 수 있는 바, 이 규칙에 따르면 논의는 원칙적으로 모든 이 성적 행위자에게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규칙인 (b)는 평등 (Gleichberechtigung)의 규칙으로서, 이 규칙은 참여자들에게 주장을 도 입하고 문제 삼을 균등한 기회를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c)는 비강제성 (Zwangslosigkeit)의 규칙으로서, (a)와 (b)에 명시된 참여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왜곡 없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렉은 논제 P1과 P2에 대한 이러한 해명을 기초로, 하버마스가 보편화 원칙 ‘U’를 도출하는 과정을 다음의 10단계로 재구성한다(Rehg, 1991:
40-43).
(1) P1의 사회 규범의 의미론이 옳다고 가정하자.
(2) 어떤 다원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이 논증을 통해, 즉 좋은 이유들을 기초로 (이해관계의 잠재적 갈등을 규율하는) 규범에 도달하고자 한다고 가정하자.
(3) 논증 일반의 필연적 전제조건에 대한 P2의 분석이 타당하다고 가정하자.
(4) 따라서, 해당 사회의 구성원들은 각각의 관련 당사 자들이 좋은 이유, 즉 각인의 자유로운 문제 제기에 의해 검증된 이유로서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이유에 의해 지지되는 규범에 도달하려고 노력한다(1, 2, 3 으로부터).
5단계와 6단계에서는 규범에 대한 실천적 논의에서 무엇이 ‘좋은 이유 (good reason)’로 수용될 수 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한다.
(5) 해당 규범의 일반적 준수가 다음의 조건을 만족할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만 규범을 좋은 이유를 기초로 수용했다고 할 수 있다.
(a) 모든 다른 가치들에 우선성을 갖는 가치에 따라
행위를 조정한다.
(b) 바람직한 사회 질서를 산출한다(1, 4로부터).
(6) 그 가치에 정향하는 것이 자신에 대해 타인에 의해 서, 그리고 타인에 대해 자신에 의해서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을 경우(상호적 행동 정향), 그리고 오 직 그 경우에만, 가치는 다른 모든 가치에 대해 우선 성을 갖는다고 합리적으로 확신할 수 있다.
렉에 따르면 (6)은 미드의 ‘일반화된 타자(generalized other)’의 개념을 체화하고 있다.65) 하버마스에 따르면 미드의 ‘일반화된 타자’에서 일반성 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TKH2
: 64-65). 한편으로 그것은 어떤 구체적 사회 집단의 제제력을 동반하는 힘을 내재화하는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 이라는 점에서 일반화된 명령의 사실적 힘에 대한 요구를 수반한다. 하 지만 동일한 일반성 속에는 또한 통찰에 기초하는 요구가 포함되어 있는 데, 그것은 규범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당사자 모두의 이해관심을 고려하 고, 모두가 각자의 이해관심에서 공통으로 형성할 수 있는 일반 의지를 구현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6)은 이러한 요구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 될 수 있다.렉은 7단계에서 왜곡되지 않은 소통의 개념을 「진리이론들」에서의 하버마스의 논의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66)
(7) 상호적인 행위 기대가 합리적인 경우는 그 자신과 타인의 이해관심에 대한 인식이 언어, 개념틀, 혹은 사회 질서의 개념들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경우, 즉 그러한 인식이 적절한 언어에 의해 매개되는 경우 등등에만 성립한다.
여기서 왜곡되지 않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의 적절성의 여부는 최종적으로는 생활세계적 확실성들의 배경 전체와 연관된다. 생활세계적
65) 일반화된 타자의 개념에 대해서는 Mead, 1972: 155-158 참조.
배후 확신은 잠재적인 갈등상황에서 부분적으로만 주제화될 수 있기 때 문에, 7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모든 각각의 생활세계적 배 후 확신이 논의에 의해 비판적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
5단계에서 7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사회 규범에 대한 합리적 확신은 아직 독백론적인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8단계 및 9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러한 확신은 진정한 상호주관성의 영역으로 나아가 “자율적 주 체들 간의 완전한 상호성”(Rehg, 1991: 40-43)에 도달하게 된다. 최종단 계인 10단계는 8단계와 9단계를 통합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8) 그러나 모든 각인이 타당성 주장을 자신의 이해관심 에 비추어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나의 이 해관심이 왜곡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으려면 해 당 규범의 일반적 준수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 시킨다는 점을 타인들에게 그들이 적절하다고 생각 하는 관점에 따라 확신시킬 수 있어야 한다.
(a) 모든 다른 가치들에 우선성을 갖는 가치에 따라 행위를 조정한다.
(b) 바람직한 사회 질서를 산출한다(3, 5, 6, 7로부터).
(9) 그러나 내가 타인들의 관점들이 적절하다는 것을 확 신할 수 있으려면 나가 그들의 조건들이 그들 자신 과 나의 이해관계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일 수 있어야 하므로, 그들은 나에게, 나 자 신의 관점에 따라, 해당 규범의 일반적 준수가 다음 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점을 확신시킬 수 있 어야 한다.
(a) 모든 다른 가치들에 우선성을 갖는 가치에 따라 행위를 조정한다.
(b) 바람직한 사회 질서를 산출한다(6, 7, 8로부터).
(10)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만 규범은 좋은 이유를 기초로 도달되며, 그에 대한 이
성적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a) 관련 당사자 각인은 타인들을 그들이 그들 자신 및 타인들의 이해관계의 인식을 위해 적절하다고 간주하는 관점에 따라, 해당 규범의 일반적 준수가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킴을 확신시킬 수 있어야 한 다.
(i) 모든 다른 가치들에 우선성을 갖는 가치에 따라 행위를 조정한다.
(ii) 바람직한 사회 질서를 산출한다.
(b) 각인은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해당 규범의 준수가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킴을 모 두에 의해 논의적으로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i) 모든 다른 가치들에 우선성을 갖는 가치에 따라 행위를 조정한다.
(ii) 바람직한 사회 질서를 산출한다.
렉에 따르면 10단계는 보편화원칙 ‘U’를 함축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보편화원칙 ‘U’ 및 담론원칙 ‘D’는 다음과 같이 정식화된다(
DE
: 103).‘U’ 논란이 되는 규범의 일반적 준수가 모든 각인의 이익의 충족에 대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 들과 부작용들이, 모두에 의해 강제 없이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D’ 실천적 논의의 참여자로서 모든 관련 당사자의 동 의를 받는 (혹은 받을만한) 규범들만이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보편화원칙 ‘U’는 실천적 논의에서 타당한 규범을 산출하고 정당화하 기 위한 논증의 규칙인 반면, 담론원칙 ‘D’는 도덕 이론으로서의 담론윤 리학의 기본 관념을 표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양자는 분명하게 구분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