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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합의의 절차적 기준으로서의 이상적 담화상황

II. 담론원칙 ‘D’와 실제의 합의를 통한 규범의 정당화

2. 이성적 합의의 절차적 기준으로서의 이상적 담화상황

하버마스의 이상적 담화상황(ideale Sprechsituation)의 개념은 본래 진 리합의론의 일부로서 제시된 것이다. 진리합의론은 진리 주장과 올바름 주장에 대한 논증이 타당성을 판정해낼 수 있기 위해 만족해야 할 기준 을 이성적 합의의 원리에 따라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Habermas, 1984a: 136-137). 진리합의론을 전개할 당시에 하버마스는 이성적 합의가

진리 주장과 올바름 주장 모두에 대해서 구성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 으나, 이후 진리 주장에 대해서는 이 입장을 철회하고 진리는 합리적 수 용가능성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인정한다(Habermas, 1999d: 288). 하지 만 올바름 주장과 관련해서는 규범의 타당성은 곧 이상적으로 정당화된 확언가능성이라는 진리합의론의 입장을 고수한다(Habermas, 2005b: 85).

하버마스는 실제의 합의가 합리적으로 동기지어진 동의라는 목적을 달 성하기 위한 절차적 조건을 이상적 담화상황 안에 집약한다. 이상적 담 화상황은 소통의 체계적인 왜곡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 담화 상황(Sprechsituation)이 ‘이상적(ideal)’이라는 것은 그러한 상황 하에서 의 소통이 외적인 우연적 영향력 및 소통의 구조 자체로부터 생겨나는 강제들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Habermas, 1984a: 177).

이상적 담화상황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들은 논증 일반의 화용론적 전 제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알렉시는 하버마스의 이상적 담 화상황을 다음과 같이 동등한 권리 부여, 보편성, 그리고 강제 없음의 세 가지 조건으로 정식화한다(Alexy, 1978: 169).

(1) 동등한 권리 부여(Gleichberechtigung)

언어 및 행위능력을 갖는 모든 주체는 논의에 참 여하는 것이 허용된다.

(2) 보편성(Universalität)

a. 모든 사람은 모든 주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 다.

b. 모든 사람은 논의에서 어떤 주장이든 제시할 수 있다.

c.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자세, 욕망, 필요를 표현할 수 있다.

(3) 강제 없음(Zwanglosigkeit)

어떠한 화자도 (1)와 (2)에 제시된 그의 권리를 행 사하는데 있어 내적 강제나 외적 강제에 의해 방해 받을 수 없다.

하버마스는 이상적 담화상황에 대한 알렉시의 이러한 정식화를 담론윤 리학 안으로 수용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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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 이후 이를 변형하여 다음과 같은 네 가 지 조건을 최종적으로 제시한다(Habermas, 2005a: 54-55).

(1) 공지성과 포함성

- 논란이 되는 타당성 주장에 유관한 기여를 할 수 있 는 어떤 사람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2) 소통에 참여할 동등한 권리

- 모든 각인은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발언할 동등 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3) 기만과 환상의 배제

- 논증 참여자들은 진실성을 가지고 발언해야 한다.

(4) 강제의 부재

- 소통은 더 나은 논변이 제기되어 논증의 결과를 결 정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형태의 제한들로부터 자 유로워야 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이상적 담화상황을 이러한 조건들은 더 나은 논변 이라는 강제 외에 모든 강제를 배제하며 협업적 진리추구의 동기 외에 다른 모든 동기를 중립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만족시키는 합의는 이성적 합의로 간주될 수 있다(Habermas, 1984a: 179).

하버마스의 이상적 담화상황의 개념은 논의(Diskurs)를 통한 근거제시 의 방식으로 타당성을 판정하는 진리 주장과 올바름 주장 일반에 적용된 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이 개념이 올바름 주장을 판정하 기에 충분히 구체적인 절차적 조건들을 표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불 가피하게 만든다. 진리 주장과 올바름 주장을 이상적 담화상황이라는 하 나의 절차적 제약조건을 통해 아우르려는 하버마스의 시도는 알렉시의 모델에서 (2)의 c 항목 그리고 하버마스의 모델에서 항목 (3)을 이루는 진실성의 조건이 두 가지 타당성 주장 사이에서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에 서 문제점을 드러낸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자세, 욕망, 필요를 표현할 수 있다’ 혹은 ‘논증 참여자들은 진실성을 가지고 발언해야 한다’라는 조

건은 실천적 논의에서는 유관성을 갖지만 이론적 논의에서는 불필요하 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전제가 논증 일반의 화용론적 전제를 이룬다고 확언하는 데서 그치고 있다(

DE

: 123).

2) 이상적 담화상황과 선험화용론 논증

하버마스의 이상적 담화상황의 개념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비 판은 그것이 실제의 합의 과정에서 원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Luhmann, 1971; Geuss, 1981; Elster, 1986; McCarthy, 1991; Bubner, 1992; Rehg & Bohman, 1996; Brink, 2005). 앞서 제시된 네 가지 조건 들 중 (1)의 공지성과 포함성은 실제의 합의 과정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의 수를 무제한적으로 증가시키는 반면, (2)의 소통에 참여할 동등한 권 리는 실제의 합의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무시하 는 것으로 보인다. (3)의 기만과 환상의 배제 조건 및 (4)의 강제의 부재 조건은 실제의 합의 과정에서 실현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 능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따라서 하버마스가 말하는 ‘실제의 합 의’를 제한된 숫자의 참여자들이 시간적, 공간적 제약 하에서 실제로 논 의를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상적 담화상황을 실현하는 것은 원리 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하버마스는 이상적 담화상황을 실제의 합의 과정에서 완전히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상적 담화상황은 이성적 합의 여부를 판정할 기준으로서 의미를 갖는데, 그 근거는 다음 의 세 가지이다(Habermas, 1984a: 179-183). 첫째, 실제의 합의 과정이 갖는 현실적 한계들은 공공의 토론에 참여할 평등한 기회 및 평등한 발 언권 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보완될 수 있다. 둘째, 이상적 담화상황은 규범에 대한 기존의 합의들을 사후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비 판적 기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이상적 담화상황을 이루는 조건들

은 소통의 가능조건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소통적 관계에 처해 있는 사 람이라면 누구든 이상적 담화상황을 반사실적으로 전제할 수밖에 없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이상적 담화상황은 경험적 현상도 단순한 이론적 구 성물도 아니고, 논증에서 상호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불가피한 선험적 가정이다.

하버마스가 제시하는 이러한 세 가지 이유들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이 유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성적 담화상황의 실현불가능성 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타당한 규범을 근거짓는 원리로서 제시되 기 때문이다. 공정한 절차에 따른 실제의 합의에 규범의 타당성에 대한 구성적인 역할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합의가 실현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이것은 어떠한 규범도 이상적 담화상황에 의해 절차적으로 근거 지어질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의 합의 절차에 대한 비판적 기준의 구성은 이와는 별개의 논의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를 위 해 반드시 이상적 담화상황에 호소할 필요는 없다.

하버마스의 반박의 핵심에 있는 것은 세 번째 이유이다. 소통적 상호 작용의 참여자는 누구나 이상적 담화상황을 암묵적으로 전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의 실현가능성을 문제 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남은 길 은 그것이 비록 완전하게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하버마스의 선험화용론 논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편화원칙 ‘U’를 다루면서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여기서는 그것이 규범의 타당성에 대한 인지주의적 관점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보이도록 하겠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이상적 담화상황을 이루는 네 가지 조건들은 논증 의 필연적인 전제조건들이기 때문에, 모든 화자는 이러한 조건들이 위반 되면 관련 논증은 진정한 논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리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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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 하지만 규범의 정당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절 차의 공정성에 의해 규범의 타당성이 구성된다는 전제가 있을 경우에만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떤 실천적 논의에서 참여자들이 A, B, C... 등의 논변을 제시하고, 이 중 A가 타당한 논변 혹은 제일 나은

논변이라고 가정해보자. 실천적 논증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경우, 즉 논변 B, C...를 제시하려는 참여자들이 배제되거나, 혹은 B, C... 등을 제 시하려는 시도가 억압되거나, 혹은 B, C... 등에 아니오의 입장표명이 강 제되는 경우, 그것이 논변 A의 타당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논 증의 과정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이다.

논변 A, B, C...에 타당성이 절차독립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공 정한 절차에 의해서 완전히 결정된다고 보는 경우에만, 논변 A의 타당 성은 절차의 공정성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인지 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실천적 논변은 그것이 자체적으로 갖는 속성에 의해서, 즉 합당한 이유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타당한 것이지, 그것이 공 정한 절차에 의해 합의되었기 때문에 타당한 것이 아니다. 만약 공정한 합의의 사실이 아니라 공정한 합의가능성에 호소한다면, 그것은 결국 이 유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3) 이상적 담화상황과 자율적 주체

하버마스의 이상적 담화상황은 1) 공지성과 포함성, 2) 소통에 참여할 동등한 권리, 3) 기만과 환상의 배제, 4) 강제의 부재로 이루어진다. 이러 한 조건들 중 1)과 2)는 논의에 참여하여 발언할 형식적 권리를 보장하 는 것이며, 더 나은 논증을 가려내는 기준이 되는 것은 3)과 4)이다. 하 버마스에 따르면 3)의 ‘기만과 환상의 배제’는 참여자의 자기 기만을 방 지하며 타인의 자기 이해 및 세계 이해에 해석학적으로 개방된 태도를 견지하게 하는 반면, 4)의 ‘강제의 부재’는 모든 참여자의 이해관계와 가 치정향이 동등하게 고려된다는 점을 보장한다(Habermas, 2005a: 54).

여기서 더 나은 논증을 가려내는 실질적 기준이 되는 3)과 4)가 ‘배제’

혹은 ‘부재’의 형태로 제시된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3)의 ‘기만 과 환상의 배제’는 타당한 규범에 대한 합의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내 적 강제(‘자기 기만’ 등)를 제거하는 반면, 4)의 ‘강제의 부재’는 타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