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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헌 민주주의의 최상 원리로서의 정의의 두 원칙

I. 정치적 정의관에 대한 합의의 인지적 내용

1. 입헌 민주주의의 최상 원리로서의 정의의 두 원칙

롤스에 따르면 현대 입헌 민주주의를 규범적으로 정초하기 위해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민주주의적 사유의 전통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흐름의 대립을 해소하는 것이다(

PL

: 4-5). 하나는 로크(J. Locke)와 연관 되는 전통으로서, 이 전통은 콩스탕이 ‘근대인의 자유’라고 부르는 사상 과 양심의 자유, 인간과 재산의 기본권 및 법치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한

다. 다른 하나는 루소(J. Rousseau)와 연관되는 전통으로서, 이 전통은 콩스탕이 ‘고대인의 자유’라고 부르는 평등한 정치적 자유와 공적 삶의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한다.73)

그렇다면 관건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지 가치의 요구를 조화시키 기 위한 실천적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롤스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제도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합당한 원칙으로서 정 의의 두 원칙을 제시한다(

JFR

: 42-43).

(1) 각인은 평등한 기본적 자유들의 완전히 적절한 체계 에 대해 동일한 불가침의 권리(claim)를 가지는 바, 이 체계는 모두를 위한 동일한 자유들의 체계를 갖 는 것과 양립 가능하다(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원칙).

(2)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 족해야 한다. 첫째, 그것은 공정한 기회 균등의 조건 하에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 직책 및 지위에 결부 되는 것이어야 한다(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 둘째, 그것은 사회의 최소수혜자들의 최대 이익에 부합해 야 한다(차등의 원칙).

정의의 두 원칙에 의해 규정되는 정치적 정의관은 다음의 세 가지 점 에서 자유주의적(liberal)이다(

PL

: 6-7). 첫째, 그것은 현대 입헌 민주주 의에 일반적인 형태의 기본권, 자유 및 기회들을 열거한다. 둘째, 그것은 이러한 기본권, 자유 및 기회들에 우선성을 부여한다. 셋째, 모든 시민들 이 그것은 이러한 기본권, 자유 및 기회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 록 적절한 전목적적(all-purpose) 수단을 보장한다.

정의의 두 원칙은 여기에 평등주의(egalitarianism)의 요구를 결합시키 는데, 그것은 세 가지 점에서 나타난다. 첫째,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정치 적 자유의 공정한 가치를 보장함으로써 제1원칙에 의해 열거된 평등한

73) ‘현대인의 자유’와 ‘고대인의 자유’에 대한 콩스탕의 구분에 대해서는 Constant,

기본적 자유들이 단순히 형식적인 것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한다. 둘째,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 또한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도록 방지책을 요 구한다. 셋째,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최소수혜자 의 최대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을 제시한다. 롤스는 정의 의 두 원칙이 자유주의와 평등주의의 결합을 통해 민주주의의 두 가지 기본 가치를 조화롭게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지침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롤스의 정의의 두 원칙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전통에 내재되어 있는 심 층적 합의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Rawls, 1980: 518). 따 라서 정의의 제1원칙과 제2원칙은 현대 입헌 민주주의의 규범적 요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롤스에 따르면 정의의 제1원칙은 입헌 민주주 의의 근간을 이루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 및 그 우선성을 우리의 숙고된 판단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가장 확고하게 보장한다는 점에서 공리주의를 비롯한 목적론적 원칙에 대해 상대적인 우위를 갖는다(Rawls, 1999a).

입헌 민주주의는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대한 공통의 이해에 의해 성립한 다고 할 수 있다(

TJR

: 214). 정의의 제2원칙을 이루는 공정한 기회균등 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은 ‘민주주의적 평등(democratic equality)’과 연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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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ii, 65). 민주주의 사회의 에토스를 고려하면 최소수혜자의 인생의 장기적인 전망을 평등한 기본적 자유와 일관된 방식으로 극대화 하는 것이 합당하다. 따라서 차등의 원칙은 민주주의의 정치적 관습을 합당하게 확장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Rawls, 1999a: 153).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 정의의 두 원칙은 민주주의의 규범적 내용의 핵심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입헌 민주주의의 최상 원리로 간주된다. 이 점은 롤스가 정의의 두 원칙을 사회의 기본 구조에 적용하는 방식을 설 명하기 위해 도입하는 4단계 과정(four stage sequence)의 개념에서 분 명하게 드러난다(

TJR

: 172-175). 1단계인 원초적 입장에서 정의의 두 원 칙이 선택되면, 2단계에서 당사자들은 제헌 위원회에 참가하여 입헌 민 주주의를 위한 최선의 헌법을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것은 정의의 제1원칙인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원칙으로서, 당사자들은 이러한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고 전체로서 정치 과정이 정의로운 절차가 되도록 하는 헌법을 선택하도록 요구받는다. 정의로운 헌법이 선택되면 3단계인 입법의 단계로 나아가는 바, 여기서는 정의의 제2원칙이 적용된다. 질서 정연한 입헌 민주주의 사회에서 입법은 정의의 제1원칙이 보장하는 평등 한 기본적 자유와 양립 가능하다는 조건 하에 사회적, 경제적 정책들이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을 만족시키고 최소수혜자의 장기적인 전망을 극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인 4단계는 법관과 행정관 에 의해 법규가 적용되고 시민 일반이 법규를 준수하는 단계이다. 롤스 에 따르면 시민불복종은 이 단계에서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원칙이나 공 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부정의한 법에 대항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TJR

: 326). 4단계 과정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롤스가 정의의 두 원칙을 입헌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 입법, 법 의 적용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최상 원리로 간주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헌법 및 헌법에 체화되어 있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들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입헌주의 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롤스는 입헌 민주주의를 절차적 민주주의와 대 비시킨다(

JFR

: 145). 롤스에 따르면 입헌 민주주의는 법규와 법령이 예 컨대 정의의 제1원칙이 포괄하는 것과 같은 시민의 기본적 자유들에 부 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체제로서, 입법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규정하는 헌법이 실제로 존재한다. 반면 절차적 민주주의는 입법의 내용에 대해 헌법적 한계를 비롯한 어떠한 한계도 부여하지 않으며, 법을 제정하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다수가 제정하는 것은 무엇이든 법이 된다. 이러한 구분에 따를 경우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입헌 민주주의의 입장을 따르는 정치적 정의관으로 이해된다.

롤스에 따르면 입헌 민주주의는 크게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갖는다 (Rawls, 2007: 85). 첫째, 헌법은 성문화된 최고법으로서 정부 구조를 전 체적으로 규제하며 그것의 주요 기관인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의 권 력을 정의한다. 둘째, 성문 헌법의 목적 중 하나는 특정한 기본권이 최고 의 입법적 권력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셋째, 그를 위해

모종의 사법 심사(judicial review) 제도를 갖추고 있다. 넷째, 제헌 위원 회 및 헌법을 수정하기 위한 다양한 헌법적 절차들이 존재한다. 이후 살 펴보게 되겠지만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의해 규정되는 입헌 민주 주의는 이러한 네 가지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2) 공정으로서의 정의와 민주적 의지형성의 과정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입헌주의의 관점에서 시민들의 실제의 합 의에 의한 민주적 의지형성의 과정이 평등한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일 이 없도록 헌법에 의해 적절하게 제한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롤스가 시민들의 민주적 의지형성의 과정이 갖는 역동적인 잠재 력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롤스는 정의의 제1원칙이 보장하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들이 단순히 형식적인 것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정 치적 자유의 공정한 가치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시민들 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강조하는 공화주의의 전통과의 접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롤스는 정의로운 입법을 항상 보장해주는 민주적 의지 형성의 절차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TJR

: 173). 헌법을 정치 적 의지 형성의 과정을 통해 입법의 체계를 산출해내는 하나의 절차로 간주한다면 완전한 절차적 정의, 즉 정의로운 결과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절차라는 이념은 실현될 수 없다. 가능한 최선의 체제는 불완전한 절차 적 정의의 체제뿐이다. 따라서 입법은 정의로운 헌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

TJR

: 194).

민주적 의지 형성의 과정이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의 사례일 수밖에 없 다는 것은 부정의한 법이 입법될 수 있음을 함축한다. 입헌 민주주의는 입법 과정에서 다수결 규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바, 그렇다면 이 규칙 에 의해 부정의한 법이 만들어지는 경우 우리가 그것을 왜 준수해야 하 는가라는 문제가 생겨난다. 롤스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가 불완전한 절차

적 정의로서의 입헌 민주주의의 한계를 감내해내는 것 외에 별다른 방도 가 없기 때문이다(

TJR

: 311). 우리는 공통의 입법 절차에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절차 중 하나에 합의하는 것이 아무런 합의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서로 양보를 해야 하며, 가능한 최선 의 입법 절차로서 다수결 원칙을 운용하는 데 있어 서로가 갖는 인지적, 동기적 한계들을 감내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롤스는 이러한 배경 하에서 다수결 원칙을 최대한 정당화할 방도를 모 색한다.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수자가 의지하는 것이 곧 옳은 것 이라는 관점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이다(

TJR

: 313). 민주적 헌법 하에서 특정한 조건들이 만족될 경우 다수자에게 법을 만들 권리가 주어지는 것 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제정된 법이 정의로운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다수결 원칙을 통해 최대한 정의로운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서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다수결 원칙에 입 각한 의지형성의 절차가 배경적 정의의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 으로서, 이 경우 배경적 정의란 정치적 자유의 공정한 가치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TJR

: 313). 다른 하나는 다수가 제정한 법이 이상적인 조 건 하에서 정의의 두 원칙을 따르는 합리적 입법자가 합당하게 선택할 만한 것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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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8). 이 경우 다수의 결정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실제적인 권위를 갖게 되며, 다수결 원 칙은 유사-순수 절차적 정의(quasi-pure procedural justice)의 사례가 된 다.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는 정의의 두 원칙이 정의로운 입법의 결과를 직접 규정하며, 다수결 원칙은 그러한 입법 결과를 산출해낼 가능성이 제일 높은 하나의 효율적 절차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얻게 된다. 공정으 로서의 정의에서 다수결 원칙은 헌법에 종속된 지위를 갖게 되며, 정의 의 두 원칙 및 그것을 구현하는 헌법에 의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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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 롤스 에 따르면 그러한 제한을 정당화하는 논변은 자유는 자유 그 자체만을 위해서 제한될 수 있다는 자유의 우선성 논제에 기초해 있다. 헌법에 의 해 다수결 원칙을 제한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보다 큰 자유를 보장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