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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교설의 다원주의와 이성적 합의의 한계

I. 정치적 정의관에 대한 합의의 인지적 내용

2. 포괄적 교설의 다원주의와 이성적 합의의 한계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안정성 논변의 수정은 정의론에서 질서정 연한 사회의 개념이 갖는 실현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이 루어진다. 질서정연한 사회란 1) 모든 사람이 동일한 정의의 원칙을 수 용하며, 이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져 있고, 2) 사회의 기본 제도가 정의의 원칙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3) 이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져 있는 사회를 말한다(

TJR

: 4). 문제가 되는 것은 첫 번째 조건이다. 정의론에서는 공 정으로서의 정의를 정치적 정의관이 아니라 포괄적 교설로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항구적인 특징을 이루는 합당한 포 괄적 교설들의 다원주의의 현실 하에서는 하나의 포괄적 교설이 모든 시 민들에 의해 수용될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정치적 정의관으로 제시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따라 안정성 논변 을 수정해야 한다(

PL

: xvi-xvii).

롤스에 따르면 포괄적 교설(comprehensive doctrine)이란 ‘최상의 문제 들(highest things)’을 다루는 믿음들의 체계로서, 여기에는 종교, 세계에

대한 철학적 관점들, 그리고 선관에 대한 다양한 도덕적 관점들이 속한 다(

PL

: 4). 어떤 교설이 ‘포괄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체계 안에 모든 가치와 덕목을 다룸으로써 모든 주제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우리 의 인생 전반과 관련하여 행동에 대한 실천적 지침을 포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PL

: 12). 롤스는 합당한 포괄적 교설의 다원주의를 현대 입헌 민주주의의 자유로운 체제 하에서 인간 이성의 행사로부터 귀결되는 정 상적인 결과로 간주한다(

PL

: xvi).

합당한 포괄적 교설의 다원주의는 ‘판단의 부담(burdens of judgment)’

을 통해 설명된다. 판단의 부담은 합당한 개인, 즉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 으로서 두 가지 도덕적 능력을 충분히 실현하고, 협동의 공정한 조건을 존중하고 사회의 협동적 구성원이 되려는 지속적인 욕망을 갖는 사람들 사이의 합당한 불일치의 원인을 설명해주는 개념이다. 롤스는 합당한 불 일치의 원천으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PL

: 56-57).

(1)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하여 경험적이고 과학적인 증 거는 서로 상충하며, 복잡하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어렵다.

(2) 유관한 고려사항들에 완전히 동의하는 경우에도, 그 각각의 중요성에 대해 달리 평가함으로써 다른 판단 에 이를 수 있다.

(3) 도덕적, 정치적 개념뿐만 아니라 모든 개념들은 어 느 정도 모호하며 판단이 어려운 사례(hard case)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불확정성은 우리가 어느 정도 판단과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바, 여기서 합당한 개인들은 입장을 달리할 수 있다.

(4) 우리가 증거를 평가하고 도덕적, 정치적 가치의 중 요성을 평가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는 그 시점까지의 우리의 전체 경험, 우리의 삶의 전체 경로에 의해 형 성된다. 따라서 직업, 사회적 지위, 노동분업, 다양한 사회집단과 인종적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 회에서 시민들의 총체적 경험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들의 경우 그들의 판단은 대체로 여러 가지로 나뉠 수밖에 없다.

(5) 하나의 문제의 양 측면에 대해 상이한 힘을 가진 상 이한 종류의 규범적 고려사항들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

(6) 어떠한 사회 제도의 체계라도 그것이 허용하는 가치 들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도덕적, 정 치적 가치들에 대한 어떤 선택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치들의 선택 및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합당한 개인들은 서로 입장을 달리하게 된 다.

롤스는 판단의 부담으로 인해 민주주의의 정치 문화는 합당한 불일치 를 항구적인 조건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판 단들은 합당한 개인들의 자유로운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진 뒤에서 이성 적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조건 하에 있다는 것이다. 따 라서 판단의 부담이라는 개념은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덕목을 강 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판단의 부담의 개념은 이성적 합의의 한계를 규정한다. 롤스가 제시하 는 합당한 불일치의 여섯 가지 원천은 실천적 판단 일반과 관련하여 유 효성을 가질 수 있다. 사실을 확정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 일치의 원천인 (1)-(4)나, 규범 및 가치 판단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일 치의 원천인 (5), (6)은 좋음은 물론 옳음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작동한 다. 실천 이성의 자유로운 행사 자체가 합당한 불일치들을 산출해낸다면, 우리는 이성적 합의의 한계를 수용하고 옳음과 관련하여 합당한 불일치 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노선을 따를 경우 옳음의 문 제에 대해서 보편화가능성의 원리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하는 칸트의 자 율성과 결별하고 인간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는 보다 현실적인 정당화 논 리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는 옳음의 합당한 불일치를 상당 부분 인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