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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Ⅵ-7〉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수성

2차․3차 모두에서 ‘사회정서학습 시 고려해야 할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수 성’으로 “정서가 가진 문화적 차이(2차․3차-4.54)”, “집단적 맥락과 위계적 관 계에서 정서를 인식하고 조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2차-4.08, 3차-4.23)”,

“‘수신(修身)’으로부터 출발하는 유·불교 전통과 연관성이 있다는 장점(2차 -4.15, 3차-4.23)”은 평균․내용타당도․합의도 기준 이상의 높은 점수를 나타 냈다. 그러나 이 외의 모든 항목들은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사회정서학습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정서적 특수 성”은 1차 조사에서도 가장 빈도수가 높았고, 2차와 3차 조사에서도 높은 수 준으로 합의 정도를 나타낸 항목이다. 구체적인 항목으로는 “집단적 맥락과

위계적 관계에서 정서를 인식하고 조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4.23)”와 “‘수 신(修身)’으로부터 출발하는 유·불교 전통과 연관성이 있다는 장점(4.23)”이 추 출되었다.

2016년 CASEL이 출간한 『사회정서학습 핸드북(Handbook of Social and Emotinal Learning)』의 「문화와 사회정서적 역량」 챕터는 관계기술역량에 서 문화적 특수성에 따른 차이의 대표적으로 예로 한국의 ‘존댓말 문화’를 설 명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문화적으로 위계질서가 중요하며 자신보다 윗사람에게 존중을 표현하는데 ‘존댓말’과 같은 형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렸 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적절하게 존댓말을 쓰는 것에 민감하도록 교육받는다는 것이다. 또 한국인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격식을 차려 대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인 반면, 흑인은 친밀감을 통해 존 중을 표현하기 때문에 한국인 상점주인의 격식을 차린 인사와 행동이 흑인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LA 한인타운 폭동 사태’를 유발하였다고 분석한다.

이 외에도 한국을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다른 사 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반면, 미 국에서는 관심의 표시이다. 또 미국과 같이 개인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자신 감이 행복의 주요 요소인 반면, 공동체주의 문화가 강한 동아시아권에서는 소 속감이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자아를 규정할 때도 미국에서는 독립 적인 개인의 감정과 행위를 강조하지만, 동아시아권에서는 집단 속 관계의 맥 락 안에서 개념화한다.

이와 같은 연구사례에서 볼 때, “집단적 맥락과 위계적 관계에서 정서를 인 식하고 조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델파이조사의 결과 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아래는 정서의 인식과 표현, 사회적 관계에 있어 ‘집 단적 맥락과 위계적 관계’, ‘형식․격식․체면’이 중요한 한국적 특수성과 관련 된 패널들의 기타의견이다.

Ÿ 사회정서학습에서 강조하는 역량이나 요소들 중 어느 부분과 한국에 서 전통적으로 중시해 온 ‘효’, ‘예'가 연결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 다. 사회적 인식이나 관계 관리 역량과 관련이 높겠지만 ‘효’나 ‘예’가 일상적인 관계보다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도 웃어른과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는 측면이 많아 특수하기 때문이다.

Ÿ 사회정서학습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감정 표현이 상황이 나 맥락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때로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간접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솔직한 의 사표현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위와 같은 지적은,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해서 사회정서학습을 수정하여 적 용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와 관련한 핵심적인 질문과 연관된다. Hetch 등(2015)은 인간의 뇌 발달은 어느 사회에서 보편적이며 같은 발달 궤적을 가 지고 있고, 정서조절, 의사결정과 같은 기능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정서의 표현 규칙이나 사회적 인식 구조 등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사회정서적 역 량은 보편적인 유틸리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특수 성을 고려하여 사회정서학습을 적용한다하더라도, 다섯 가지의 역량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Castro-Olvio(2010: 154)는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이 근거기반 프로그 램으로 타당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지닌 빅 아이디어나 중대한 요소들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언어, 예시, 의사소통의 미묘한 차이’등 과 같은 프로그램 실시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집단 적 맥락과 위계적 관계에서 정서를 인식하고 조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고려하여 상술한 세부내용을 수정한다면 구체적으로 그것이 사회정서학습의 빅아이디어에 해당하는 것인지 비단 예시나 존댓말 형식과 같은 요소에 해당 하는지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대나 성별, 개인적 경험에 따른 문화적 차이가 크며, 설사 연구 결과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문화로 입증되었 다 하더라도 미래에도 계속 바람직한 문화일지에 대해서는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편, “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측면은 의미가 있으나, 특수성이 다양 한 상황을 근거로 설명되어야지 보편성에 관한 상대 개념으로 설명되거나 지 나치게 강조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기타의견에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이다. “집단적 맥락과 위계적 관계에서 정서를 인식하고 조절해야 한다는 사 회적 요구” 이외의 항목들은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으로 제시된 항목이었음에 도, 도출되지 못한 것은 패널의 개인적 경험과 바람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었 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사회정서학습 내용을

구성할 때 섣불리 어떤 문화적 특성을 전제해서는 안 되며, 다른 나라나 문화 권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어떤 보편적인 정서나 관련 행동이 있는지에 대한 엄격한 연구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자기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사회정서학습의 다섯 가지 역량은 ‘수신 (修身)’으로부터 출발하는 유·불교 전통과 연관성이 있으며, 전통적으로 교육 에 있어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강조한 우리에게 익숙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는 인성교육이 우리나라의 전통사상과 현 대의 민주적․시민적 가치를 조화시킨 것이어야 한다는 요구와도 맞닿은 측면 이 있다. 지준호(2009)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나 ‘중용지도(中庸之道)’와 같이 자신의 도덕적 정서를 인지하고 조절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 사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되고 축적된 것으로 분명 유용한 가치가 있으며, 사회 정서학습과 같은 ‘자기인식’ 및 ‘자기 관리’ 능력 함양을 중심으로 한 현대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하여 교육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34) 김철호(2016) 역시 감정조절 영역은 동양 사상이 지니는 함의가 큰 주 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에 전통 사상이 어느 정도로 포함되어야 하는지는 차후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이론적으로 상호 간에 상술한 바와 같은 교차점이 있다면, 전통과 현대적 가치가 조화롭게 담겨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할 때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