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회정서학습을 적용한 학교인성교육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하 는 것이므로 우선적으로 사회정서학습과 인성교육의 연관성이 전제되어야 한 다. ‘Ⅲ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정서학습의 인성교육적 함의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연구가 있어 왔다(Elias 외, 2007; 이인재 외 2008; 손경 원 외, 2009; 천세영 외, 2012; 정창우, 2013; 도승이, 2015; 김수진, 2015). 본 절에서는 이와 같은 연구들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네 가지 측면으로 사회정서 학습의 인성교육적 함의에 대한 논의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사회정서적 발달은 인성 발달을 위해 본질적인 부분이므로 인성교육 에 있어 중요하다는 측면이다. 주지하다시피, 아동 초기의 애착, 감정의 분화, 자아개념의 발달은 정서와 사회성이 어떻게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 도덕성을 발달시키는지 보여준다.
Keltner & Haidt(1999)에 따르면 상호 관계적 수준에서 정서는 얼굴 표정, 음성, 몸짓 등의 정서 표현을 통해 상대방의 정서 상태나 신념 의도를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집단적 수준에서는 일체감을 갖도록 하고 집단 구성 원들이 서로 타협하고 양보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하며 문화적 수준에서는 그 사회의 규범이나 가체 치계를 학습하는 사회화 과정을 돕는다.
또, 기능주의 이론가들에 따르면 정서는 자기의식의 출현에 기여하는데, 예 를 들어 2세 중반, 자기의식이 충분히 발달되면 아동은 자부심과 당혹감과 같 이 자아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자기의식적 정서 (self-conscious emotions)를 경험한다. 학령기 아동은 무시, 속임, 거짓말과 같 은 의도적인 잘못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정서의 발달이 도덕성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반영한다(Berk, 2008: 330-335).
이처럼 사회정서적 발달은 도덕성 발달과 밀접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회 정서적 역량 발달을 목표하는 사회정서학습은 인성교육을 위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정서학습의 주요 기술 중 ‘자신의 정서 인지하기’는
‘도덕적 성찰’을 위해,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이해하기’는 ‘공감’을 위해, ‘정서를 조절하기’는 비도덕적 충동을 억제하고 ‘절제’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이 다. 인성교육의 목표가 도덕적 행동을 실천하도록 하는 데 있다면, 사회정서학 습은 구체적인 기술 훈련으로 사회정서적 발달을 돕고 이를 통해 학생의 도덕 성 발달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으므로 인성교육을 위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사회정서학습은 기존 인성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함의를 가진다는 측면이다. 특히 이는 사회정서학습을 옹호하는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장하 는 바이기도 하다(Elias 외, 2007; Elias, 2010). 미국에서 기존의 학생의 인성 발달을 위한 대표적인 학교개입 노력은 인격교육(Character Education)이다.
Lickona(박장호 역, 1998)는 가정해체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대중매체, 탐욕 과 물질주의를 학생들의 도덕적 일탈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학교가 가정 대신 인격교육을 함으로써 윤리적 문맹(ethical illiteracy)을 퇴치해야 한다고 생각 했다. 이를 위해 리코나가 제시한 방법은 학교 공동체 전체가 덕을 계발하기 위한 의도적 노력의 장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인격교육은 도덕성 발달 을 위해 기존에 있어왔던 모든 설명과 방법을 포괄하려는 우산개념일 뿐이라 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사회정서학습 지지자들은 방법적 측 면에서 인격교육의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lias(2007)는 옳은 행동을 하고 싶은 것과 실제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을 훌륭한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한다. 책임은 시간과 임무관리, 조정 기술을, 존중 은 공감을, 정직은 자기 인식과 의사소통 기술을, 훌륭한 시민은 문제해결능력 및 의사결정과 갈등 해결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즉, 도덕, 인격교육은 행위를 안내할 뿐이므로 행위의 발현을 위해서는 기술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 은 맥락에서 CASEL(2003)은 교육자들을 위한 가이드에서 사회정서학습에 기 초를 두지 않는 인격교육 프로그램은 정보 공유나 가치 정의, 비평, 포스터, 가치를 설득하려는 학교 의회와 같은 전략에 배타적으로 의존할 것이며, 기술 훈련과 관련 없는 이러한 접근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이 가이드에서 CASEL은 사회정서학습이 약물과 폭력 예방, 사회적 관계, 봉사학습, 학업 참여, 건강을 포함하여 인격을 넘어선 일련의 넓은 성과
들을 다루며 관리하기 때문에 오직 인격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보다 긍정적인 아동발달을 위한 노력들을 잘 통합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서 사회정 서학습은 아동의 인성과 연관된 다양한 주제를 가진 프로그램들을 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정서학습 지지자들이 도덕교육 없는 사회정서학습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Elias(2010)는 도덕교육 없는 사회정서학습은 학생들로 하여금 좋은 학습습관, 집단 활동을 위한 효과적인 기술과 긍정적인 교실 참 여, 정서적 유능감, 신중한 문제해결 방법, 비폭력적인 의사결정 능력만을 가 르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Elias를 비롯한 사회정서학습 옹호자(Elias 외, 2007)들은 기술은 방향을 갖고 있지 않음으로 덕의 안내가 필요하며 사회 정서학습은 인격교육과 상호보완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므 로 사회정서학습은 도덕적 기술 훈련을 통해 기존 인격교육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함의를 가진다.
셋째, 사회정서학습은 정부수준의 시행 정책과 풍부한 학교 적용 사례, 효 과가 검증된 다양한 전략과 아이디어, 프로그램과 교수학습 방법 등을 제공하 기 때문에 인성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들이 활용하는 교수학습 방법과 내용들은 다른 접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럼 에도 의의가 있는 것은 아동을 대상으로 연령에 맞는 다양한 활동들과 아이디 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김철호, 2016). 거북이 기술, 감정온도계, 신호등 분노 조절법 등 사회정서적 역량 발달을 돕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들에 담겨 있다. 비단 교수학습 방법뿐만 아니라, 정부수준에서 전면 적으로 실시한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사례들이 존재하고, 이보다 많은 학 군별, 학교별 시행 사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교전체의 활동을 구조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 역시 풍부하게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2012년, 인성교육 종합 대책을 세운 이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인 인성교육 제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인성교육제도도 정부 차원에서 학교와 학생의 도덕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이므로 사회정서학습의 시행 정책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다면 그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인 성 함양을 과연 법과 제도로 강제할 수 있는가에 관한 비판 역시 적지 않게 제기되어 왔다(유병열, 2016). 인성교육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론적 토 대와 효과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정서학습은 법과 제
도를 통한 지원 정책 사례의 좋은 모델들을 가지고 있고, 효과 면에서도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 있기 때문에 인성교육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사회정서학습은 현재 인성교육 이론의 흐름과 부합한다는 측면이다.
콜버그 이후 인지 중심 도덕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정서의 도덕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였다. 그런데 최근 20여 년 간의 정서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는데, 그 동안의 정서에 대한 주목이 도덕적 동기화의 수단으로서 공감에 대한 것이었다면, 최근은 정서 조절 기술, 이성보다 앞서는 정서의 합리성, 긍정적 정서에 대한 도덕교육 학자들의 관심이 증대되었다.
이러한 흐름 중 주목할 만 한 것은 Narvaez의 통합적 윤리교육(Integrative Ethical Education) 모델이다. Narvaez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은 특징적 인 기술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기초하여 인격교육에 대한 전문성 모델을 제 시한다(Narvaez & Lapsley, 2005; 정창우 역, 2008: 273-280). 그녀는 도덕교 육이 도덕적 전문성을 학생들이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Rest의 4가지 요소를 확장하여 도덕적 전문성을 갖기 위해 훈련 해야 할 총 84개의 윤리적 기술을 제시하였다. 이 중에는 감정 조절, 분노조절 하기, 관점 채택하기, 배려하기, 관계 맺기, 협력하기, 시간관리 하기, 의사소통 기술과 같이 사회정서적 기술과 중복되는 것들이 많다.
최근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들은 발달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전문 가적 기능과 자기 규제의 발달을 촉진을 경험시키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적 기능·기술은 정서적 자극을 통제하고, 전략적으로 주의를 조절하여 사회적 역량과 학교에 대한 애착이 커지도록 하기 위한 구조와 언어를 제공하 기 때문이다(Izard, 2002). 즉, 사회정서적 기술 훈련을 강조하는 사회정서학습 은 이론적 측면에서 전문성 모델과 잘 부합한다. 그런데 전문성모델은 상술한 통합적 윤리교육의 이론적 기초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적합한 이론과 실행방법을 선택한다고 할 때, 사회정서학습은 최근의 도 덕교육적 논의를 잘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 의의를 갖는다.
결론적으로 사회정서학습은 사회정서적 역량이 인성발달의 중요 요소라는 당위성과 인성교육의 효과를 제고시킬 수 있다는 효용성 측면에서 함의를 가 지며, 따라서 덕목교육을 강조해왔던 국내의 인성교육제도에서 상호보완적으 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상 논의한 인성교육의 함의 중 국내 인성교육을 위 해서 어떤 함의가 중요할지 또는 다른 함의가 있는지에 대해서 델파이조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