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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저작을 둘러싼 배경

3.1.2. 배열 문제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까다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앞에 붙어 있는 파라켈수스의 이름으로 기록된 헌정사(“Dem ersamen fürsichtigen herren Johansen Winckelsteiner von Freiburg in Üchtland meinem lieben bruder und vertrauten freunt”)에서, 저자는 이 저작이 아홉 권으로 구성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297) 그렇다면 왜 프라 이부르크 수고본과 보덴슈타인 인쇄본 초판의 구성은 아홉 권이 아닌 일 곱 권이었을까?

우선, 보덴슈타인의 1572년 초판 인쇄본은 독립된 형태의 책이 아닌, 더 큰 모음집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모음집은

『변신(Metamorphosis)』이라는 제목을 달고 1부와 2부로 나뉘었다. 1 부는 열한 권, 2부는 두 권으로 구성되었는데, 보덴슈타인은 1부의 처음 일곱 권에 「자연적 사물에 관하여(Von natürlichen Dingen)」라는 독 일어 표제를 붙였다. 아마도 보덴슈타인의 인쇄본은 프라이부르크 수고 본의 구성을 계승했던 것으로 보인다.298)

[그림 6]은 보덴슈타인의 1572년 인쇄본의 목차이다. 특이하게도, 열 한 권으로 구성되되었다는 1부에서 제8권과 제11권이 빠져 있다. 제7권 은 변성(transmutation)을 주제로 다루며, 보덴슈타인은 제1권부터 제7권 까지를 묶어 표제를 달았다. 이어서 제9권(De cementis)과 제10권(De gradationibus), 그리고 철학자의 돌에 관해 다루는 2부299)가 뒤따른다.

297) Sud. 11:309; CP 3:266-278.

298) Urs Leo Gantenbein, “Real or Fake?”, 8-9. 16세기 후반에 제작 된 레이덴(Leiden) 수고본도 프라이부르크 수고본과 동일하게 일곱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레이덴 수고본은 명백히 프라이부르크 수고본보다 후대의 사 본이다. 주드호프는 레이덴 수고본의 가치를 평가절하 했다. 현재 레이덴 수 고본은 라이덴 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299) Hiro Hirai, “Into the Forger’s Library”, 492. 후저는 2부에 속한 두 권의 진정성을 의심하여, 위작 모음집 가운데 위치시켰다.

[그림 6] 보덴슈타인의 1572년 인쇄본(바이에른 주립도서관 소장)의 목차:

1부에서 VIII장이 빠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7] 바소디우스 구성을 계승한 1591년 후저 에디션의 목차:

Das 1부터 Das 9까지 빠짐 없이 나열된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표제와 배열은 이 책에 대한 보덴슈타인의 일종의 마케팅 전략을 드러낸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일반적인 연금술보다 더 높은 차원의 변성 과정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이다.300)

반면에, 1584년 슈트라스부르크 인쇄본을 편집했던 바소디우스는 흥 미롭게도 두 가지의 변화를 시도했다. 먼저 독일어 표제를 ‘De natura

rerum’이라는 라틴어 표제로 바꾸었는데, 이는 기존의 독일어 표제가

1570년에 미하엘 톡시테스에 의해 출판된 다른 파라켈수스 저작301)과 제 목이 같았기 때문에 혼선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또 다른 변화로, 바소디 우스는 보덴슈타인이 구성해 놓았던 배열도 과감히 수정했다. 보덴슈타 인 인쇄본에서의 제9권과 제10권을 각각 제8권과 제9권으로 옮기고, 제1 권부터 제9권까지를 모두 묶어 라틴어 표제 밑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아 홉 권 구성을 완성한 그는, 자신의 인쇄본 서문에서, 파라켈수스의 헌정 사와 보덴슈타인의 목차 사이의 모순이 해결되었다고 주장했다.302)

히라이는 바소디우스의 이러한 배열 수정에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 여』를 연금술에 관한 이론적 입문으로 여겼던 보덴슈타인의 관점에 반 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평가한다. 바소디우스는 이 저작에 불확 실한 자료가 섞이기를 원치 않았기에, 기존의 2부를 제외시키고 더 이상 새로운 자료를 포함시키지 않았다.303)

300) Hiro Hirai, “Into the Forger’s Library”, 492-493. 아마도 보덴슈 타인은 1세기 로마 작가 오비디우스(Ovidius)의 유명한 작품을 의도했을 것 이다; John Tholen ed., Producing Ovid’s Metamorphoses in the Early Modern Low Countries (Leiden: Brill, 2021), 227-228. 늦어도 14세기 후반에 는 이미 오비디우스의 『변신』이 서유럽에 유통되고 있었다.

301) 본 논문의 각주 340의 11)을 보라.

302) Hiro Hirai, “Into the Forger’s Library”, 494.

303) Hiro Hirai, “Into the Forger’s Library”, 501-502. 페르나와 도른은

『아르키독시스』의 흥행 성공에 고무되어 1571년 바젤에서 업그레이드된 새 로운 인쇄본을 야심차게 출판하면서, 새로운 자료들이 첨부되었음을 책의 표 지에 밝혔다. 여기에 포함된 다섯 권 중 둘째 권이 『이미지에 관하여(De imaginibus)』이다. 호문쿨루스라는 동일한 소재를 다룬 『사물의 본성에 관 하여』와 『이미지에 관하여』가 같은 해에 같은 도시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본 논문의 5.2.2를 보라). 보덴슈타인의 모음집 『변 신』의 일부분으로 포함되어 처음 출판된 『자연적 사물에 관하여』는 변성 연금술과 친화적인 다른 작품들과 함께 묶였는데, 그 중 두 작품이 1571년

[표 2]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배열 변화

간텐바인은 또 다른 수고본의 존재가 바소디우스에게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제안한다. 아마도 1569~1584년 사이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 정되는 함부르크(Hamburg) 수고본과 코펜하겐(København) 수고본이 일 곱 권이 아닌 아홉 권 구성의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바소디우스 는 1584년 인쇄본을 출판했을 당시에 적어도 두 수고본 중 하나의 존재 를 이미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코펜하겐 수고본을 면밀히 연구했던 카 를 주드호프는 이 수고본이 바소디우스의 인쇄본이나 이후의 후저 에디 션보다도 더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 수고본을 자신의 에 디션에 반영했다.304)

페르나의 『아르키독시스』 인쇄본에도 포함되었다.

304) Urs Leo Gantenbein, “Real or Fake?”, 9. 함부르크 수고본은 1569~1585년 사이에 호헨로헤(Hohenlohe) 백작 볼프강 2세를 위해 제작되었 으며, 바소디우스의 초판보다 시기상 앞섰을 것으로 보인다. 주드호프는 함부 르크 수고본의 존재를 알았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한편, 코펜하겐 수고본은 메클렌부르크(Mekclenburg)의 공작 울리히에게 헌정되었다. 수고본

보덴슈타인 인쇄본 바소디우스 인쇄본

1부

독일어 표제

1권 1권

라틴어 표제

2권 2권

3권 3권

4권 4권

5권 5권

6권 6권

7권 7권

표제 없음

8권(없음) 8권

9권 9권

10권 11권(없음)

2부 1권

(제외됨) 2권

요컨대, 보덴슈타인의 배열은 프라이부르크 수고본에 근거했고, 바소 디우스의 배열 수정은 함부르크 수고본이나 코펜하겐 수고본에 근거하여 이뤄짐으로써, 이렇게 정착된 아홉 권 구성 형태가 후저 에디션에 반영 되어 주드호프 에디션에까지 이르렀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