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저작에 담긴 내용
3.2.1. 전집에서의 배치
주드호프가 편찬한 14권 분량의 파라켈수스 전집에서 『사물의 본성 에 관하여』는 제11권에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1537∼1541년 사이 에 완성된 7권의 저작들이 담겨 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제외 한 나머지 6권은 모두 파라켈수스의 실제 저작들인데, 각각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313)
- 『카린티안 3부작(Widmung der drei Bücher an die Kärntner Stände)』(1538)
313) Sud. 11:429-430; Jolande Jacobi ed., Paracelsus: Selected Writings, 235-244에도 주드호프 에디션 전체의 목차가 수록되어 있다.
권 각 권의 글자 수 분량 비율
헌정사 4,472 2.4 %
1 17,018 9.1 %
2 5,224 2.8 %
3 12,550 6.7 %
4 6,504 3.5 %
5 20,513 10.9 %
6 12,378 6.6 %
7 21,858 11.7 %
8 26,668 14.2 %
9 60,310 32.1 %
- 『타타르 병에 관한 책(Das Buch von den tartarischen Krankheiten, dem Pfarrer D. jur. Johann von Brant in Eferdingen gewidmet)』(1537/8)
- 『일곱 변호, 비방자들의 모략을 향한 대답(Sieben Defensiones.
Verantwortung über etliche Verunglimpfungen seiner Mißgönner)』(1537/8)
- 『방황하는 의사들의 미로(Labyrinthus medicorum errantium.
Vom Irrgang der Ärzte)』(1537/8)
- 『예언 행위의 실습 및 그와 관련된 것(Praktiken und Verwandtes zur mantischen Praxis aus den Jahren 1537~1541)』
- 『상담 및 그와 관련된 것(Konsilien und Verwantes aus den Jahren 1537~1541)』
-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ie 9 Bücher de Natura rerum, an Johansen Winkelsteiner zu Freiburg im Üchtland, angeblich Villach 1537)』
주드호프 에디션 제11권 전체의 서문에서 주드호프는 이러한 배치의 의도를 밝혔다.314) 그는 1537년이라는 연대를 중심으로 제11권에 수록될 저작들을 선별했는데, 이 해는 파라켈수스가 바젤에서 추방당한지 10년 째 되는 해로서, 그의 주요 저작들이 여럿 완성되었던 시기이기도 했 다.315) 따라서 주드호프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헌정사에 기록된 연대를 근거로 이 저작도 제11권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연대가 올바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 다.316)
314) Sud. 11:xxxi-xxxiii.
315) 1536~1538년 즈음에 파라켈수스가 처했던 상황에 관하여는 다 음의 선집을 참조하라. C. Lilian Temkin, “Seven Defensiones: The Reply to Certain Calumniations of His Enemies,” in Four Treatises, ed. H.
Sigerist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41), 3-9.
316) 만약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파라켈수스 저작성을 일부 인 정하더라도, 주드호프는 그 일부분의 연대가 1533~1534년으로 앞당겨져야
이어서 주드호프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최종 형태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제1권~제7권, 그리고 이 일곱 권 전체와 분량이 비슷한 제8권~제9권이 원래는 하나로 묶여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한다.317)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란 불가 능한데, 그 어느 누구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원본을 본 적이 없 으며, 보덴슈타인이나 후저조차도 수고본 사본만을 보았을 따름이기 때 문이다. 헌정사에 언급된 “아홉 권”(in neun theil)이라는 표현도, 처음부 터 그렇게 기록되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주드호프는 의심을 제기한다. 그 가 이 저작에 대한 파라켈수스의 저작성을 의심하는 근거도 네 가지로 제시된다. “1537년 빌라흐”라는 연대 및 장소 표기에 대해, 파라켈수스는 1537년에 빌라흐에 있지 않았으며, 월과 일 없이 연도만 표기하는 것은 그의 습관이 아니었다. “필리푸스”라는 저자 이름도 파라켈수스가 즐겨 사용했던 필명이 아니었으며, 헌정사의 수신인인 “빙켈슈타인”도 가공의 인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주드호프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파라 켈수스의 실제 저작들과 함께 배치했을까? 주드호프는 말하기를, 만약 이 저작이 정말로 파라켈수스에 의해 기록되었다면, 그 파라켈수스는 1537년이 아닌 1527년의 혈기왕성했던 파라켈수스였어야 할 것이다. 그 러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16세기 전반기에는 물론 후반기에서조 차 쉽게 알기 어려운 광물학적, 화학적 지식을 담고 있으므로, 아마도 이 저작의 최종 편집자는 이러한 지식을 파라켈수스와 같은 인물의 것으로 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당대 사람들이 가졌던 의심과는 달리, 파라켈수스 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저술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주드호프는 확언한다. 결국 저작성에 대한 의심에도 불구 하고, 파라켈수스적(혹은 파라켈수스주의적)318) 지식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 이 저작을 파라켈수스 전집으로부터 떼어놓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한다고 보았다.
317) 본 논문의 3.1.2.를 보라.
318) 괄호는 주드호프의 표현이 아닌, 본 연구자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