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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 전망 41 이번 조사에서는 북미정상회담 및 서신교환에 대한 평가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서신을 교환했습니다. 이 북미정상의 교류에 대해 어떻게 평가 하십니까?”라는 문항을 사용했다. 이 문항은 4점 척도(1=매우 긍정적으로 평가; 2=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 3=어느 정도 부정적으로 평가; 4=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로 측정했다. <그림 Ⅱ-9>의 그래프는 ‘매우 긍정적 으로 평가’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합치고,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와 ‘어느 정도 부정적으로 평가’를 합쳐서 각각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로 코딩한 후 지지정당별로 비교한 것이다.
우선, 전체 응답자의 71.9%가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및 서신교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서, 북미정상 간의 교류를 한국의 국민 들은 매우 의미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지정당 별로 비교해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국민의힘 지지자들조차 68.3%가 북미정상 간의 교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이는 더불 어민주당 지지자들의 75.1%보다는 낮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파 72.8%보다도 약간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예측되는 것보다 보수적인 국민의힘 지지자들 또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관여정책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보수정당 지지자들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지지는, 문 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보다도 오히려 이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선호를 좀 더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할 때 야당 지지자들은 정책 그 자체에 대한 선호 혹은 판단보다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정책에 대한 평가에 반영 할 가능성이 높다. 즉 문재인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보수정당 지지자 들의 반대는 북한과의 협력과 교류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국내 정치 적인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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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여정책의 주체가 한국의 여당 혹은 현 정부가 아닌 미국일 때, 이에 대한 선호는 국내 정치에 대한 판단 혹은 이해관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로부터 독립적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적극적인 교류에 대해 긍정 적인 평가가 높은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호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의 대립이 배제된 순수히 정책적 측면 에서 대북정책을 평가할 때 정당 지지와 상관없이 한국인들은 대화와 타협, 관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할 것이다.
나.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의견
<그림 Ⅱ-10>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의견: 지지정당별
(단위: %)
2017년 전쟁 직전의 위험한 상황까지 치달았던 북미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정상회담 수용으로 급반전되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무위로 돌아간 이후 북미관계는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남북관계 또한
Ⅱ.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 전망 43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인들은 앞에서 본 것과 같이 북미정상 회담 자체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바이든 정부가 다시 북미정상회담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어떠한 기대를 갖고 있을까?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를 측정하기 위해 이 조사에서는
“미국의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 하십니까?”라고 묻고, 이를 4점 척도로 측정하였다(1=북미정상회담을 조건 없이 재개해야 한다; 2=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어느 정도 실질적 진전을 보인다면 재개해야 한다; 3=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 재개해서는 안 된다; 4=어떤 상황에서도 북미정상회담을 재개해 서는 안 된다). 네 개의 답지는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긍정하는 내용의 답지 2개와 부정하는 내용의 답지 2개로 구성되었다. <그림 Ⅱ-10>은 이 문항의 응답분포를 지지정당별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0.1%는 조건 없이 북미정상회담이 재개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52.9%는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라는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재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즉 전체 응답자 중 73%가 북미정상회담의 재개에 긍정적이었다. 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재개 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부정의 응답은 2.3%에 그쳤으며, 북한의 완전 비핵화 이전에 재개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 응답은 24.7%였다.
지지정당별로 비교했을 때, 조건 없는 북미정상회담 재개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조건 없는 재개를 찬성한 비율은 13.7%에 불과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25.8%여서 두 집단 간 차이는 12.1%p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34.3%는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의견(완전 비핵화 전 반대+어떤 상황에서든 반대)을 가지고 있었으며,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경우는 20.4%로 13.9%p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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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힘 지지자 중 북미정상회담의 재개를 희망하는 비율(무조건 재개+북핵 문제 진전 이후 재개)은 각각 79.6%와 65.7%로 부정적인 태도의 비율 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상대적 으로 보수적인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미온적이지 만, 그래도 3분의 2에 가까운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은 북미정상 회담의 재개를 희망하지만,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신중하고도 실질적인 접근을 바라고 있다고 해석된다.
다. 바이든 정부와 대북한 경제제재
<그림 Ⅱ-11> 바이든 정부와 대북한 경제제재: 지지정당별
(단위: %)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지만, 임기 초 시작한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정책의 기조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이 최대압박정책의 핵심은 북한에 제재를 강화하여 경제적‧외교적‧
Ⅱ.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 전망 45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이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구별되는 점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대화‧협상을 추진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1)
앞 절에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바이든 정부가 정상 차원에서의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압박정책 혹은 대북 경제제재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미국의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을 개발하였다. 이 문항의 답지는 다음의 4개로 구성되었다: (1)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2)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3)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4) 잘 모르겠다. <그림 Ⅱ -11>은 이 문항의 기술통계를 지지정당별로 나누어 살펴본 것이다.
우선, 전체 응답자 중 바이든 정부가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19.3%,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19.5%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지지정당에 상관없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에 가까운 46.9%로 가장 많았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제재강화(22%)를, 더불어 민주당 지지자들은 제재완화(25.2%)를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지정당별 차이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과반(54.2%)은 경제제재의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제재강화와 제재완화의 차이는 4.4%p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또한 절반에 가까운 44.2%가 현 수
1) 김상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한국의 과제,”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CO 17-12, 2017.5.24.), p. 1, <https://www.kinu.or.kr/pyxis-api/1/digital-files /2ba9acaf-868d-4313-a9dc-b107b5e9e02f> (검색일: 20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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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유지를 원했으며, 제재완화와 제재강화의 차이는 11%p였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매우 기술적인 문제로, 이 문제를 전문적 으로 연구하고 다루지 않는 일반인들이 그 내용을 제대로 알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사실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거둔 효과와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일반 국민들의 의견은 이 이슈에 대한 대강의 정보에 기반한 인상비평적인 평가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문항의 조사결과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효과에 대해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이 대북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