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미‧중‧일‧러 인식 비교 및 한국의 대외정책 127 모든 이념 성향에서 유보적 태도인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긍정적 평가(‘그렇지 않다’)와 부정적 평가(‘그렇다’) 비율만을 비교해도,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 보다 높게 나타난다.
다만, 이념적 진보층에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부정적 평가 (‘그렇다’) 비율이 가장 높고(33.2%), 부정적 평가와 긍정적 평가 간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15.0%p). 반면 이념적 보수층에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긍정적 평가 간 차이(6.6%p)는 중도층(9.9%p)이나 진보층에서보다 작게 나타난다. 즉 이념적 보수층 에서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층(29.5%)과 비교해 중도층에서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부정적 평가 비율(25.7%)이 더 낮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이념 적 중도층에서 판단을 유보한 ‘보통’ 비율이 58.4%로, 이념적 보수층과 진보층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2020년 미 대선 이후 한미관계 전망에 대한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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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북핵 문제와 한‧미‧일 공조 문제가 결부되면, 일본 관련 쟁점에 대한 우리 국민의 태도는 더욱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국민 전반적으로는 반일감정이 들끓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종료 고려라는 강경 대응에는 여론의 분화가 감지되었다.
<그림 Ⅴ-10> 일본 군사적 위협 인식(현재) 추이
(단위: %)
특히 일본에 대한 두려움 인식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에 대한 두려움은 부정적 감정의 재료가 되지만, 동시에 일본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주저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협 인식은 시간상 현재와 미래로 이분화해 볼 수 있다. 우선 현재적 위협 인식을 측정하기 위해 “귀하는 현재 일본이 우리나라에 군사적으로 얼마나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십니 까?”라는 질문을 사용한다. 이에 대한 응답을 4점 척도(1=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2=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 3=다소 위협이 된다; 4=매우 위협이 된다)로 측정한 후,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와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을 ‘위협이 되지 않는다’로, ‘다소 위협이 된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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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위협이 된다’를 ‘위협이 된다’로 다시 분류하여 살펴보았다.
<그림 Ⅴ-10>은 현재 일본의 군사적 위협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2020년 6월 조사 이후 일본을 군사적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 비율이 절반을 넘고 있다. 이는 단기간에 우리 국민 가운데 일본을 군사적으로 위협으로 느끼는 사람이 다수에서 소수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2020년 11월 조사 에서 그 비율이 약간 감소하긴 했으나(62.2% → 56.6%), 여전히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비율이 다수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을 군사적 위협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정부의 무능함과 일본 국민의 무기력함 그리고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판명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림 Ⅴ-11> 코호트별 일본 군사적 위협 인식(현재) (2020. 11.)
(단위: %)
일본을 군사적 위협으로 인식하는 비율에서의 코호트별 차이는 감지 된다. <그림 Ⅴ-11>이 보여주듯, 전쟁세대를 제외한 전 세대에서 일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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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 비율이 위협으로 인식하는 비율보다 크며, 특히 밀레니얼세대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위의 결과는 우리 국민 가운데 일본을 두려워하는 비율이 감소한 것을 반영한다. 이는 향후 일본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지지할 국민이 잠재적 다수라는 것을 시사한다. 앞서 분석에서 보여주었듯이 2020년 11월 시점 에서 스가 총리와 일본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 것으로부터 우리 국민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의 결과는 일본의 스가 정부가 아베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우리 국민의 다수, 특히 젊은 세대는 한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대한 잠재적 지지층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의 위협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귀하는 장차 일본이 우리나라에 군사적으로 얼마나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응답을 4점 척도(1=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2=별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3=다소 위협이 될 것이다; 4=매우 위협이 될 것이다)로 측정한다. 이를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와 ‘별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로, ‘다소 위협이 될 것 이다’와 ‘매우 위협이 될 것이다’를 ‘위협이 될 것이다’로 다시 코딩한 후 분석하였다. <그림 Ⅴ-12>는 2019년 9월 조사 이후 결과를 보여준다.
2020년 6월 조사에서 장차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 비율이 절반을 넘었으나(55%), 2020년 11월 조사에서는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47.9%).
그러나 이는 2019년 9월 조사 결과(33.3%)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 이다. 즉 장차 일본이 군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비율은 불과 1년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다만, 일본이 현재보다는 미래에 군사적 위협일 수 있다고 보는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현재 43.4%, 미래 52.1%)은 여전히 우리 국민 다수가 일본에 대해 불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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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Ⅴ-12> 일본 군사적 위협 인식(미래) 추이
(단위: %)
<그림 Ⅴ-13> 코호트별 일본 군사적 위협 인식(미래) (2020. 11.)
(단위: %)
장차 일본을 군사적 위협으로 인식하는 비율에서도 코호트별 차이는 감지된다. <그림 Ⅴ-13>이 보여주듯, IMF세대를 기준으로 차이가 나타 난다. 전쟁세대부터 X세대까지는 일본이 미래의 군사적 위협이 될 것 으로 본 비율이 더 높지만, IMF세대와 밀레니얼세대는 일본이 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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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 비율이 각각 55.8%와 57.4%로 군사적 위협이 될 것으로 본 비율보다 더 크다. 이 두 세대는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장기 침체 등을 보며 자란 세대이기에 일본을 (군사적) 위협 으로 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
이처럼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비호감 정도는 낮고, 새로 운 일본 정부에 거는 기대도 상대적으로 크지만, 일본에 대한 두려움은 덜한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들은 스가 정부가 아베 정부의 외교정책을 답습한다고 판단하면,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 것 이라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