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말과 19세기는 조선과 청에서의 천주교에 대한 정책 변화로 인해 천주당은 물론 西學에 대한 조선사절의 관심도 주춤하던 때였다. 1799년 정월 徐有聞(1762-1822)이 사행하였을 때는 천주 당 내 북벽 한가운데 천주상을 30세 남짓한 여인으로 파악하였다. 서유문은 인물상은 좌우로 늘어 뜨려 풀어헤친 머리, 누런 얼굴빛, 치뜬 검푸른 눈두덩, 근심하는 듯한 거동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소매 넓은 긴 옷으로 옷 주름과 섶을 이은 것이 요연하여 움직일 듯 공중에 띄워 서있는 모습이라 적고 있다. 또한 동서벽에 서양 복식을 입은 군상과 사방에 구름이 감싼 천정에 곧 떨어질 것 같은 수많은 인물은 모두 조금 뒤에 물러서서 보면 그림으로 보기 어려워 奇怪하며 오래 섰으니 마음이 언짢아 좋지 않다고 하여 서양화에 대한 마뜩치 않은 심경을 토로하였다. 이는 당시 금교의 상황에 서 조선사절단이 천주당의 벽화를 보고 갖게 되는 기이한 감정을 잘 묘사하였다.
교당 근처에서 서유문 일행이 만난 탕개라는 성을 가진 서양인이 조선사절의 북경 천주당 방문을 금하였음에도 찾은 연유에 대해 묻는 대목에서는 당시 천주교에 대한 조선의 정책 변화에 북경 선교
조선후기 연행을 통한 서양화법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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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801년 辛酉邪獄 직후인 1802년 연행하였던 정사 曹允大(1748-1813)의 경우는 조선 조정의 금기 에도 행중에 한 사람을 천주당에 들어가게 하여 조선의 천주신자[邪類]들과 내통 정황을 탐문하기 위해 필담으로 수작하게 하였다. 천주교를 비롯한 서학은 조선에서는 더 이상 수용할 대상이 아닌 邪學으로 간주되었고, 북경을 찾은 사절단에게도 천주당은 금기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는 1804년 정월 사행사 일행이 조선에서 천주당의 방문이 邪學으로 금지된 후부터 서로 통행하지 못하였다고 기술한 점에서도 뒷받침된다.
1801년 이후부터 조선에서 천주교와 관련한 천주당이 금기장소로 간주되면서 러시아인들의 관소 였던 俄羅斯館은 이후 남당이나 동당과 같이 노골적인 천주당 보다 과거 조선 관소였던 점을 구실로 조선사절단이 즐겨 찾던 곳이다. 아라사관은 19세기 서구의 신문물 중 특히 사진술을 접할 수 있었 던 상징적 장소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중국에 사진이 전래된 것은 1840년대이며, 1860년대 초에는 북경에 중국인과 외국공관 소속 외국 인들이 운영하는 ‘影像館’, ‘照像館’ 등 소위 사진관이 등장하여 사회적 관심 대상이 되었다. 중국을 왕래하는 조선사신 중 일부 인사들도 사진을 찍으려 시도하여 사진을 국내로 들여오기도 하였다.
1861년부터 1864년 사이 조선사행은 총 10회에 걸쳐 북경에 파견되었는데, 이 시기에 해당하는 연행기록 중 1862년(철종 13) 10월부터 1863년 4월까지 연행하였던 李恒億이 쓴 燕行日記 의 내용 이 주목을 끈다. 연행일기 에는 이항억 일행이 1863년 1월 29일 북경에 있는 俄羅斯館에 가서 사 진을 찍었고, 2월 3일에 사진을 찾았다고 기록되어 최근 SOAS에서 공개된 조선사절의 사진의 정황 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조선 譯官 중에는 연행에 여러 차례 수행하여 중국에 정통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대개 사행 때 마다 외국인들과 접촉하며 국제 동향 뿐 아니라 서양문물을 가장 최전선에서 접했던 인물로 아라사 관을 비롯하여 외국공관에서 사진을 접할 기회도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1863년 동지사행의 수석 역 관 李埜(1803-?)를 비롯하여 개화파의 선구자 吳慶錫(1831-1879)이 그 일례이다. 오경석이 십여 차 례에 걸친 연행을 통해 조선에 유입해온 서적과 서양문물 중에는 렌즈를 비롯한 光論과 사진의 원리 를 포함한 1855년 한역 博物新編 도 있었다. 19세기 말 사진적 사실주의와 명암법을 반영한 채용 신의 초상화 역시 이 시기 유입된 광학 및 사진술에서 비롯된 초상화법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김명국의 병자 ․ 계미통신사행 활동작품 분석
- <달마도> ․ <노엽달마도> 중심으로 -
이정은 (범어사 성보박물관)
Ⅰ. 머리말
Ⅱ. 김명국 선화에 대한 일본측의 요청 배경
Ⅲ. 김명국의 일본 활동작품 분석
Ⅳ. 맺음말
김명국의 병자․계미통신사행 활동작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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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국의 병자 ․ 계미통신사행 활동작품 분석
-<달마도>․<노엽달마도> 중심으로-
이 정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