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노인 이주의 맥락
3.2. 노인이주를 통한 가족의 재결합
3.2.1. 가족구성원의 흡인
3.2.1.1. 자녀 세대의 일 가정 양립난
최춘옥(여성, 81세)
큰 딸이 한국 간지 한 7,8년 됐는지. 그 다음에는 막내딸이 또 가고, 그 다음에 또 둘째 딸이 가고, 딸들이 다 먼저 갔어요. 그리고 사위들 도 따라 가고.
방정희(여성, 74세)
아들 둘에 딸 하나. 다 한국에 있어요. 다 한국 나가버렸어요. 날 혼 자 남겨놓고 가버리데…
요형순(여성, 82세)
(지금 자녀들은 어디에 있어요?) 한국에 다 있어. 몽땅 나왔어. 몽땅 나와서 다 한국에서 버오. 맨 처음에 나온 게 우리 작은 아들이지. 먼 저 나와서 형님을 하나씩 하나씩 다 데려갔어.
이처럼 가족 구성원 중의 ‘선구자’들은 경제적 이유나 환경의 원인으로 고향을 떠났고 가족은 분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주는 다른 지역의 경제기회와 좋은 생태환경에 의해 흡인되었다고 하기 보다는 개혁개방 이후의 거시적인 구조적 변동으로 인해 날로 쇠퇴되고 있는 고향의 생존 환경과 암울한 경제적 현실의 배출작용에 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 다.
3.2. 노인이주를 통한 가족의 재결합
성원들이 같은 기업에 취직해 있는 것도 비교적 보편적인 현상이었고, 주택도 복지재로 단위에서 분배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같은 주거단지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았다.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국유기 업이 민영화되고 거주하던 단위소유의 주택이 개인소유의 자택으로 바뀌 었지만 가족 간의 물리적 거리는 여전히 매우 가깝고 핵가족들로 이루어 진 네트워크화 된 가족이 주를 이루고 있다(김수한, 2011:156). 농민일 경우에는 집체에 소속된 토지를 가정단위로 도급 받음으로써 가족들은 토지의 속박으로 같은 집체 내에 생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가 족 간의 접근성에 의해 중국의 가족은 외형적으로 핵가족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농업생산, 가사, 육아, 돌봄 등 측면에서 서로 활발한 상호지원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에는 도시화로 인해 일부 가족 구성원 (특히 젊은 층)이 고향을 떠남에 따라 가족 간의 상호지원의 가능성이 크게 약화 되어 세대 간의 돌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 구조적 원인으로 고향을 떠나 위해시로 이주한 젊은 세대일 경우 대부분 도시에서 소득이 비교적 낮고 노동시간이 길며 노동 강도가 높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출산과 육아를 맞으 면 경제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시간적으로든 아동을 돌보기 어려운 상황 에 직면하게 된다. 위해시의 경우 대부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셔틀버 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를 다녀오는 길에서 동반 해줄 사람이 없으면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 때 노부모가 맞벌이하 는 성인자녀와 같은 지역에 거주할 경우 성인자녀를 대신하여 아이를 동 반해줄 수 있으나, 자녀세대가 고향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을 때 에는 양육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사귀영의 경우 맞벌이를 하는 아들과 며느리의 퇴근 시간은 오 후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인데 손자의 방과 시간은 3시 30분에서 4시 30 분사이이다. 따라서 8살의 손자를 배웅하고 맞이해줄 사람이 없어 어려 움을 겪었다.
사귀영(여성, 61세)
애들은 둘 다 출근하잖아요. 그렇잖아요. 젊은이들도 생활해야 하잖아
요? 애가 학교 끝나면 데려올 사람이 없어요, 데려오지를 못해요, 퇴 근이 둘 다 늦어서. 꼭 누군가가 데려오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애 는 3시 30분에 수업이 끝나요, 지금은 4시 30분이고 겨울에는 3시 30분에요. 아들, 며느리 퇴근은 5시 30분, 6시, 퇴근이 늦어요. 지금 손자가 8살인데.
이러한 경우에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들과 며느리 중 한사람이 출근을 포기해야 하지만 새로운 도시로 이주한 자들은 삶의 압력에 의해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부분 자녀들은 어쩔 수 없이 고향 에 있는 노인들이 와서 아이를 봐주기를 요청할 수밖에 없고, 은퇴하여 한가하게 있는 노인들은 자녀들을 도와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기도록’ 도 와주는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진항웅(남성, 65세)
지금은 말이에요. 다들 이렇게 말하잖아요. 애들이 어디 있으면, 늙은 이들이 나이 들어서 은퇴하면 어디로 간다고. 이게 어떤 이유가 있냐 면, 나이가 들면, 그렇죠? 지금 애들은 출근하단다고 정말 바쁘고 애 들이 아이가 있으면 누군가가 도와서 애를 봐줘야 하잖아요. 그러니 까 노인들이 가까이에 안 있으면 불려갈 수밖에 없죠, 안 부르면 안 되니까. 지금 젊은 사람들이 애가 있으면 어쩌겠어요, 누군가는 도와 서 이 일을 넘겨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바쁘게 되면 가정생활, 애 보는 일이 해결이 안되니까, 거의 다 이런 상황이죠.
진항웅(남성, 65세)
사위는 롯데마트 안에 있는 영화관에 관리직인데요. 만날 집 안 있고 전국 각지에 출장 다녀요. 그니까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적은 거에 요. 그러니까 손녀일은 신경 쓸 시간이 없는 거죠. 전국을 여러 개 구 역으로 나누어서 관리하는 데 이 구역, 저 구역 다니느라고. 우리 딸 도 얼마나 바쁜지,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면 하루 종일 일해도 밤에도 끝이 안나요. 특히 여름이 되면 여행 성수기가 되면 손님이 많으니까 하루 종일 완전 정신이 없어요. 그니까 자기 자식 일을 신경 쓸 수가 없는 거에요.
한편 부모세대는 자녀세대가 육아에서 객관적인 어려움이 있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거절을 하지 못한다. 또한 현재 중국 사회에서는 노인들 이 육아를 돕는 것이 암묵적인 규범처럼 되어 있기에 노인들은 의무감에 의해서 자녀가 있는 도시로 이주하여 손자(녀)를 돌봐주기도 한다. 더불 어 노인들은 자녀에게 양육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노년기 자녀로부터 돌 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사귀영(남성, 61세)
(아이를 돌봐주지 않으려는 어르신들도 계시죠.) 그건 불가능해요. 어 떻게 거절하나요. 대부분 기꺼이 승낙하지요. 지금은 다들 애가 하나 뿐이 아닌가요. 젊은 애들이 당신더러 애를 마중 다녀라는데 당신이 거절 해봐요. 그럼 이후에…아닌가요? 아들이 하나뿐인데 거절 못하 지요. 아닌가요? 나중에 나이가 들면 그래도 걔를 의지해야 되는데, 아닌가요. 이것은 임무지요. 꼭 해야 되는 거로 의무지요. 지금 노인 들은 다 이렇게 살죠 뭐.
이처럼 맞벌이를 하기 위해 젊은 세대는 노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고 노인들은 기꺼이 자녀를 돕고자 이주를 한다. 중국의 이주 노인들 은 대부분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고 자녀들과 가까이 살면서 노후를 즐길 뿐만 아니라 손자(녀) 돌봄에 있어서 자녀에게 많은 도움을 제공하 고 있다(孟向·姜向群·宋健,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