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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시주거 유형의 단일성

그리고 이처럼 국내 도시주거가 고층고밀의 아파트단지 유형으로 단일화되어 진행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공간이 중립적인 범주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것이라는 르페 브르의 주장처럼 사회구조에 의한 정치 및 자본의 논리가 개입되어 있다. 이는 생산과 공급의 영역 그리고 소비와 수요의 영역에서 아파트단지라는 도시주거 유형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에 투영된 생산과 소비의 사 회구조적 논리는 그 안에 담긴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며 소외로 이끌 가능성 역시 내재 한다.

따라서 3장에서는 2장에서 다룬 사회구조의 이념적 토대를 근거로 국내 도시주거의 생산과 소비를 논의함으로써 아파트단지가 보편적으로 확산되어 나타나는 이유를 살펴 보고자 하며, 이러한 생산과 소비의 논리에 기인한 도시주거 상품화 경향은 4장에서 국내 도시주거와 일상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진다.

로 저것이라며 어느 언덕 기슭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한 동만 우뚝 세워 진 7층짜리 아파트였다. 프라하의 멋진 건축물을 방금 지나온 탓인지 아파트 는 진짜 험상궂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자본주의 시장제도를 도입하면서 갑자기 주택 부족 현상이 발생해 그 대책으로 급조해 지은 집입니다. 그런데 여기 도시계획자들과 환경보호론자의 반발에 부닥쳤습니다. 그래서 입주를 포 기하고 그냥 빈 집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런 건축물로 주택 부족을 해결 하자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상징물 같은 것이죠.’”129

시장경제를 도입하던 초창기에 수많은 경제사회적 어려움에 부딪히면서도 성냥갑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인 아파트로 주택난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도시와 건 축에 대한 철학은 한국 사회 전체가 아파트에 열광하는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위의 사례와 같이 아파트 한 동이 아니라 서구에서는 더욱 혐오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득세한다.

국내에서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로, 서구 근대화 과정과 유사한 산업화 및 도시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밀집된 도시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 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국내 공동주택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일 만큼 주거 유형에 있어서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어, 나름대로 국내방식으로 토착화된 서구 스타일인 ‘아파트’130 라는 유형이 사실상 전국토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도시화는 행정구역 인구를 기준으로 하여 89.51%에 이르렀으 며 도시계획구역 인구를 기준으로 한 도시화율은 90.77%이다.131 또한 우리나라 전 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율은 2005년 현재 53.04%이며132 , 서울의 경우 2009년 현 재 56.77%에 이른다.133 심지어 2005년에는 아파트의 공급이 단독주택의 15배로 정 129 허의도, 낭만 아파트, 플래닛 미디어, 2008, pp.194-195.

130 법적으로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5개 층 이상'인 주택을 의미한다. 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 4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 참조.

131 행정구역 인구를 기준으로 하여도 1989년에 이미 80%를 넘어섰으며, 2005년도에 이르러 서는 도시계획구역 인구를 기준으로 하여 90%를 초과하기 시작하였다. (행정구역기준 도시인구 - 행정구역상 읍 이상 인구, 도시계획구역 기준 도시인구 - 도시계획 구역 내 거주하는 인구). 국토 해양부, 국토해양통계연보 > 도시/도시계획현황 > 도시화추세 (연도별)

132 전체 주택수 - 12,494,827호, 아파트 - 6,626,957호. 통계청, KOSIS 국가통계포털 > 건설 주택토지 > 주택 > 주택총조사 > 주택의 종류별 주택 - 읍면동 (각 해당연도)

133 서울특별시의 경우, 2005년도에 아파트 공급 활성화와 단독주택공급의 상대적 저조에 힘입 어 아파트가 단독주택의 약 15배에 달하는 공급기록을 세우며, 서울시 아파트 비율도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며 54.21%에 달하게 된다. (다가구 주택을 단독주택 1동으로 집계한 기존 산정방식

[표 3-1] 주택유형별 주택호수 변화추이 (1975-2005년)

점에 이른다.134 이러한 통계는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이 도시이며, 아파트는 도시생 활의 전형적인 주거 유형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파트라는 주택유형의 증가는 특히 1990년대를 기점으로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높아 지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1988년 시점부터 급격한 주택가격의 폭등이 있었고 아 파트의 고층화와 고밀화가 가속화되었으며 건설량도 급속하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또 한 당시 주택은행에서 실시하던 ‘희망하는 주택유형’으로써의 아파트 선호도도 이 시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한다.135

에 의함) 서울특별시, 서울통계 > 주택건설 > 주택 > 주택현황 및 보급률

134 2000년 이후 전국적인 주택공급을 살펴보면, 2005년 아파트 공급은 415,511호이며 단독주 택(다가구 포함)은 27,799호로 무려 아파트가 단독주택의 15배에 달한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단 독주택 공급은 증가하였으나 민간주택 아파트 공급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2010년 현재 4.46배 (아 파트 공급 - 276,989호, 단독주택 - 62,178호) 까지 좁혀지고 있다. 이는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 속에서 2006년 정점에 달한 국내 부동산 시장도 동반 침체하며 주택개발사업이 크게 감소 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토해양부, 국토해양연보 > 주택 > 주택실적통계 > 주택건설실적총괄 135 강인호·강부성·박광재·박인석·박철수·이규인, 우리나라 주거형식으로서 아파트의 일반 화 요인 분석, 대한건축학회논문집, 13(9), 1997, pp.104-105.

그러나 1990년대를 기점으로 아파트의 증가세는 큰 폭으로 상승하는 반면, 단독주택 은 감소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략 2000년도 무렵부터 주택 재고량에 있어서 도 아파트가 단독주택을 상회하기 시작하였으며, 현 추세대로라면 간격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136

그런데 현재의 주택시장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90년대 이후, 즉 과거 70-80년대와 같 은 심각한 주택부족 문제에 처해있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주택유형별 공급비율이 더 욱 경직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137 한국에서 아파트의 급속한 확산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역사적인 현상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매우 높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이처럼 단기간에 아파트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한 나라가 없다.

물론 서구에서도 산업혁명 이후의 주택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현대적 의미의 아파트 가 건설되기 시작하였으며, 2차 대전 이후에는 제3세계 국가들에도 도시의 불법 건축 물 철거나 도시빈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아파트 주 수요층의 성격과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의 정도, 공공임대주택제도의 발 전 등에 있어서는 우리와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서구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파트가 복지 제도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전개 되었으며, 아파트 확산이 오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층 아파트로 부터 고층아파트 다시 저층고밀로의 변화가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한계를 수용하며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진행되었다.

즉 서구 국가들의 경우 산업혁명 이후부터 공동주택이 건축되기 시작하여 공동주택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층아파트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과 계획 가들의 의식전환 및 탈근대적 건축운동 등의 여파로 저층고밀형 주거 개발로 전환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서구의 공동주택 개념에는 고층아파트 외에 저층 연립주택도 포함 되어 있기 때문에 공동주택의 비율이 높다고 해도 우리와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136 가구원 수를 기준으로 살펴보아도, 1975년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약 90%)은 단독주택에 서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부터는 아파트 가구원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향으로 대략 2005년부터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 구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인구를 추월하게 되었다. [표 3-1] 참조. 고세범 외, 우리나라 주택유 형 비율의 변화 특성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26(8), 2010, p.47.

137 고세범·안건혁, 우리나라 주택유형 비율의 변화 특성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26(8), 2010, p.49 참조.

구분 주요 요인 정책적 요인 - 대량주택 공급 중심의 주택 산업화 정책

-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 시장 (선분양 체계)

경제/사회적 요인

- 부동산(특히 아파트)에 몰린 민간 투자 - 아파트의 환금성 및 가격상승률 - 아파트 거주민의 계층화 - 아파트 주거환경의 폐쇄성

계획적 요인 - 기능주의와 산업 시스템적 주택 계획 - 단독주택 대비 공간적 차별성과 유지관리성 주택 가선호 현상 - 아파트 외 주택유형에 대한 평가절하

- 공급편중에 따른 다양한 선택기회 박탈 [표 3-2] 주택 유형 획일화 요인 - 봉인식 외 (2006)

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서구의 근대적 도시주거 유형을 도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수요의 계층적 성격 등 그 실제적 속성에 있어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즉 서구에서는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복지 차원으로 공공임대주택의 발전과정에서 아 파트가 도입된 반면, 국내에서는 초기부터 중산층을 위한 주거유형으로 도입되었다.

국내에서 공공임대주택 제도는 198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야 빈약하나마 비로소 도입 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아파트 단지의 수요계층이 중산층을 넘어 전 계층으로 확 산되면서 계층 간 주거지 분리도 심각한 실정이다.

사실 하나의 주거양식이 도입되고 확산되는 과정은 복잡한 층위를 거치며 이루어지는 데, 기존 연구에서도 국내 도시주거 유형의 단일성을 다양한 관점과 차원의 요인에 근 거하여 제시하고 있다. 봉인식 외(2006)138 는 다음과 같이 정책적, 경제/사회적, 계획 적 요인 등의 맥락에서 아파트 획일화 요인을 분석한다.

반면 강인호 외(1997)139 는 정부의 양적 확대정책이나 가수요적 투기상황 등의 요인 을 중요시하는 정책적·경제적 측면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자 하며, 가장 강력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온 아파트가 가장 일반적인 주거형식으로 자리 잡아 왔다는 역설 적 사실에 주목한다. 만약 수요자들이 생활환경상의 부적절함을 인식하고 이를 주된 주거형식으로 수용할 의사가 없었다면, 아파트가 일반화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138 봉인식 외, 주체분석을 이용한 주택유형 다양화에 대한 실제적 접근, 국토계획, 41(4), 2006. 고세범·안건혁, 우리나라 주택유형 비율의 변화 특성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26(8), 2010에서 재인용.

139 강인호 · 강부성 · 박광재 · 박인석 · 박철수 · 이규인, 우리나라 주거형식으로서 아 파트의 일반화 요인 분석, 대한건축학회논문집, 13(9),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