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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생산방식 : 물량주의와 표준설계

3.2 생산과 공급의 영역 : 표준화된 대량생산 주거유형의 도입

3.2.2 주거생산방식 : 물량주의와 표준설계

흔히 좁은 국토와 인구과밀이 대표적인 아파트 공화국의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국토가 좁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아파트 천국이 아니며, 일본 도쿄의 경우도 아파트 비중이 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154 결 국 밀도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밀도에 대응하는 공간조직 방식에 대한 문제이 며155 , 자본주의와 이를 구현하는 각 지역과 시대의 자본 및 권력의 논리에 기인한다 고 볼 수 있다.

[그림 3-3] 헥타르(hectare, 10,000㎡) 당 75가구가 배치된 3가지 유형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층고밀의 방식을 선택하였으며, 이는 전원도시와 대규모 공동주 택을 결합한 복합적 양식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페리(C. A. Perry)의 근린주구이론 모델과 함께 도시계획의 수직적 발전을 지향하는 모델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서구에서 아시아로 도시모델과 주택모델이 옮겨가는 과정은 의미의 어긋남 내지 변형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오늘날 아파트단지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과 녹지를 확보

154 전상인, 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이숲, 2009, pp.47-48.

155 [그림 3-3] 참고. Meta Berghauser Pont·Per Haupt, Spacematrix : Space, Density and Urban Form, NAi publishers, 2010.

하기 위해 고층 주거양식을 권장한 르 코르뷔지에식 현대건축이론 사이에는 강남개발 에 도입된 미국식 격자 모양 등 효율적 생산을 위한 다른 여과장치들도 개입되었 다.156

즉 건축이나 도시계획 철학 등의 이론적 측면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주택 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론이 더욱 중요했음을 알 수 있는데, 발레리 줄레조에 의하면 결국 아파트단지가 대량생산되는 과정에서 “건축이론은 실제 아파트단지를 탄 생시킨 기술상의 필요에 자리를 양보”157 했던 것이다. 이는 결국 자본과 권력의 논 리, 즉 생산과정의 경제성과 효율성이 공급과정에서 가장 우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생산방식의 효율성에 대한 강조는 1972년의 주택건설촉진법과 1980년의 택지개발촉진법에서의 ‘건설촉진’과 ‘개발촉진’ 등의 용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아파트 위주의 주택정책은 한국사회에서 아파트가 단기간에 대규모로 보급되고 확산되 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하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이미 1950년대 후반 한국 전쟁 이 후의 도시과밀화로 주택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자, 아파트를 단독주택의 유력한 대안으로 등장시키고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위해 ‘국민이 싫어하더라도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바 있다.158

특히 1980년대에 들어서면 효율적 대량생산 정책이 악성화되어 나타나는데, 설계기간 단축과 설계비 감축을 내세우며 주거동을 기계적으로 찍어대는 표준설계방식은 보편화 되었으며 달동네들을 고층 아파트단지로 삼켜버린 합동재개발 제도 역시 이 시기에 등 장하였다. 또한 개발을 부추기는 각종 규제완화 속에 고층고밀도 주거단지가 보편화되 며 도시환경과 주거환경의 질적 저하가 가속화된다.

그 결과 주택의 대량생산은 비로소 아파트를 통해 가능하게 되었는데, 성냥갑 같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가장 효율적인 주택공급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신 속하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려면 아파트를 규격화하는 방식이 경제적으로 유리하였 으며, 같은 설비와 자재를 여러 건설현장에서 돌려가며 쓸 수도 있었다.

지을 때마다 다시 새로 설계할 필요도 없었는데, 대한주택공사는 1982년부터 소위 156 발레리 줄레조 지음, 길혜연 옮김, 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후마니타스, 2007, p.165.

157 발레리 줄레조 지음, 길혜연 옮김, 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후마니타스, 2007, p.165.

158 경향신문, 1991년 1월 26일자 참조.

‘주택기본설계’를 매년 발간하며 아파트를 문자 그대로 찍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포디즘 스타일의 주택공급방식은 ‘경제적 공급의 차원’에서 당연히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식이었다.159

이와 같이 한국의 아파트단지에서 생산과 공급 그리고 시장에서의 유통의 효율화와 편 리성을 전제하는 ‘물량주의’는 거의 절대적이다. 또한 보편적 규범으로서의 평등주 의와 더불어 경제성 극대화를 위한 단위주거와 주거동, 나아가 단지 전체 계획방식의 규격화와 표준화는 이를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대두되었다.

‘표준설계방식’160 은 기존의 대한주택공사가 가장 지속적으로 운용해온 방식인데, 70년대 초반 조립식 아파트 도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적용되었으며, 1976년 이후로 는 단지내 부대복리시설도 표준설계도 개념에 의해서 전국적으로 동일한 평면이 적용 되기 시작하였다.

표준설계도 운영방식은 도입 초기에는 대량공급을 위한 경제적, 효율적인 측면에서의 장점 때문에 적용되었으나 점차 공식적인 제도로 자리잡아가면서 계획가들 역시 이러 한 시스템에 익숙해지게 되고 따라서 계획방식이 일종의 계획관행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결과에 이른다. 즉 계획가들도 단지계획에서 고유한 계획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 기 위한 창조적 계획 작업보다는 이미 표준화된 주거동과 부대복리시설의 반복배치를 통한 계획방식에 관성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161

그러나 공동주택단지는 일차적으로 주거동의 배치에 의해서 공간체계가 구성되는데, 주거동을 배치한다는 것은 건물의 배열 자체에 의미가 있기보다는 건물을 배치함으로 서 동시에 규정되는 주거동과 외부공간과의 관계 그리고 외부공간 자체의 특성과 성격 의 규정으로 인해 중요한 계획행위가 된다.162

159 전상인, 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이숲, 2009, pp.48-49.

160 표준설계는 과거 국내 설계기술수준이 매우 낮아서 설계의 질 수준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 던 시기에는 나름 유효한 설계방식이었으나, 사회 전반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간 이후에도 반복 사용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표준설계도의 의미는 경제적 동기만 남게되고 부정적 영향을 미 치게 된다. 즉 다양한 거주자의 주택에 대한 요구나 지역별 거주자의 수요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평균적 주거동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단지계획 차원에서 아파트 단지가 갖고 있는 입지특성 을 반영하기 어렵고 특성 있는 단지 구성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공동주택 연구회, 한국 공동주택계획의 역사, 세진사, 1999, pp.234-236.

161 표준설계방식의 적용으로 인한 설계업무량의 감소라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장점과 함께, 수 단과 목표의 부정합, 다양한 거주자의 주택에 대한 요구나 입지특성을 반영하는 개별적인 단지계 획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혜선, 공 동주택단지 옥외공간의 일상생활공간화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박사논문, 2003, p.26.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동일 유형의 주거동을 반복 배치하는 방식은 최초의 단지 식 아파트인 마포아파트(1962)에서부터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163 이후 주거동 의 반복배치 양상은 판상형 주거동을 일자 혹은 격자 배치하는 방식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최근에는 탑상형 주동이 도입되면서 전세대 남향 배치를 위해 45도 각도로 엇갈리게 배치하는 방식이 두드러지게 적용되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배치 개념은 유사 하다.

이처럼 그동안 국내 아파트 단지에서 동일한 형태의 주거동을 반복배치하는 것은 보편 적인 계획방법으로 이용되어 왔고, 이를 기본 전제로 하는 단지계획이 이루어져 온 것 이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서 동일한 형태의 주거동이란 단지 내에서 동일하다는 의미 일 뿐만 아니라 표준화된 계획방식의 고착화 및 상호 모방을 통해 전국 대부분의 아파 트 단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주거동이라는 점에서 그 획일성은 더욱 심해진다.

또한 동일주거동의 반복배치에 의한 단지계획 관행으로 개개의 건물이 독자적인 특성 을 가져야한다는 인식이 낮아지면서, 주거동 및 옥외공간의 관계가 단조로운 방식으로 조성되는데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동일 주거동을 반복 배치하 는 방식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주거동의 유형이 단지 어느 위치에 배치되어도 적용 가 능하도록 계획되어야 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디자인의 주거동 개발이 지양되어지고, 따 라서 주변 외부공간이나 보행자도로 및 단지 주변환경 등의 조건을 감안한 설계가 이 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은 주택부문에서의 자원 배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 운데 효율과 경제성을 최우선적 과제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계획에서도 공간작법의 편 리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건설의 효율성이 계획의 편리성과 상통하는 가운데 이러한 추세는 관행으로 고착되게 된다. 그 결과 보편적 사용자를 상정함으로써 단위 세대가 표준화되는 것에서 나아가, 동일 주거동의 반복배치로 전국의 단지를 구성하기

162 공동주택연구회, 한국 공동주택계획의 역사, 세진사, 1999, p.215.

163 10개 동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2개 유형의 Y자형 주거동 6개와 4개의 일자형 주거동을 반 복사용하고 있다. 마포아파트에서 주거동을 반복배치한 이유는 두 가지로 추론 가능하다. 우선 우 리나라 최초의 단지식 아파트로서 아파트 단지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상징성을 위해 Y자 형 주거동을 반복배치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도시에서의 토지이용효율화 등 경제적인 문제를 언급하고 있으므로 주거동을 반복배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설계노력의 경감도 작용하였을 것으 로 판단된다. 즉 동일 주거동 반복배치가 외부공간의 형성에 전제되는 특정한 공간체계를 의도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고, 상징성과 경제성에 대한 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공 동주택연구회, 한국 공동주택계획의 역사, 세진사, 1999, p.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