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국내 도시주거 상품화와 아파트 브랜드화
4.1.2 브랜드의 이중성 : 생산과 소비 영역의 중재
4.1.2.2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
상품이 브랜드화되기 이전과 브랜드화 이후의 가장 극단적인 차이는 차별화된 이미지 의 구축 여부이다. 브랜드는 그 이중성에 기반하여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며 소비 를 조작해나가게 된다.
“광고의 첫 번째 기능은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같은 범주 안의 다른 상품과 구분될 수 있도록 차별화시키는 데 있다. 이 일은 특정한 ‘이미지’를 특정 상품에 부착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어느 것에든 그것의 정체성은 그것이
‘무엇인가’보다는 ‘무엇이 아닌가’에 달려있다. 왜냐하면 정체성의 경계 는 일차적으로 구분(다른 것과의 차이)에 있기 때문이다.”278
“소비는 사회 전체를 균등화하지 않는다. 소비는 오히려 사회 내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고 쓸 줄 알며, 똑같은 스니커즈를 신고 똑같은 책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등은 형식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 먼저 차별화의 논리가 있으며, 이 논리에 따라 섬세하게 제공되는 상품들에 의해 개인들의 개성과 취향, 욕구 가 만들어지는 것이다.”279
따라서 물질적 실체로서의 상품이라는 개념보다, 신중한 마케팅을 통해 상품과 관련지 어지는 비물질적인 가치와 이미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는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 없 이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그야말로 제품 간의 차이를 식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까지 이르게 된다.
278 Judith Williamson, Decoding Advertisements, 박정순 옮김, 광고의 기호학, 커뮤니케이션 북스, 2007, p.28.
279 권용선, ‘생산의 사회에서 소비의 사회로?’, in: 이진경 편저, 문화정치학의 영토들, 그린 비, 2011, pp.73-75.
“그들이 3가지를 모두 마셔본 다음 비교한 걸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 실은 이들 3가지 브랜드가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각기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위스키가 아니라, 그 이 미지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위스키 생산자가 팔아야 하는 90%에 해당한다 .”280
그러나 초기부터 이미지에 의한 마케팅이 도입된 것은 아니며, 마케팅과 광고의 역사 는 그 시작인 1870년대 이후로 ‘합리적’ 단계와 ‘비합리적’ 단계, 그리고 이 둘 의 종합으로 구분된다. 마케팅의 초기인 1870-1910년 당시 소비자는 본질적으로 합 리적일 것으로 여겨졌으며 쉽게 속임수나 상술로 설득되어지지 않는 대상이었다. 그러 나 1910-1930년대에 소비자는 합리적이기 보다는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며, 따라서 합 리적 고려사항들보다 비합리적 충동에 호소하는 기법들이 활용된다.
그러나 대공황 이후에는 두 가지 관점이 종합되어 나타나는데, 설령 소비자의 결정이 온전히 합리적으로 보여진다 하더라도 의식적이든 혹은 잠재의식이나 무의식적이든 감 성적 차원에 의해 깊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즉 감성적 반응을 불러일으 키는 상징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해지게 된 것이다.
또한 대략 1925-1947년의 기간은 제품의 품질이나 그 사용에 대한 이성적 소구 (rational appeal)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것에서, 매력이나 동기의 개념에 근거하여 소비에 대한 비이성적 혹은 상징적 기초를 통한 접근으로 전환한 시 기이다. 여기서 제품은 신분/지위, 부유함, 가족 단위의 행복 등 소비자에 의해 욕망 되는 특징들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표현된다.
1945-1965년에는 마케팅 전략과 광고 스타일에서 ‘개인화’(Personalization) 경향 이 발견되는데, 개인화라 하더라도 대중매체의 정수인 텔레비전을 통해 접근 가능한 것으로 편리함,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매료, 부유함에 대한 욕망이라는 한정된 특성을 갖는 전형적인 대중 소비자 개념에 머무른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적인 대중 소비자는 오늘날 광고에서도 쉽게 인지되는 고정관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281
280 David Ogilvy, Ogilvy on Advertising, London : Prion Press, p.14. Mark Peterson, Consumption and Everyday Life, Routledge, 2010, p.201에서 재인용.
281 Mark Peterson, Consumption and Everyday Life, Routledge, 2010, pp.202-204 참조.
이후 광고는 차별화 전략을 위해 시장세분화에 이르게 되고, 1970년대 이후 브랜드화 가 급증하면서 시장조사가 등장하게 된다. 대략적인 인구통계 등의 정형화된 이미지에 서 벗어나 더욱 개성에 기반한 가치와 열망들이 요구되어 지며, 소비자의 선호와 열망 에 근거할 필요가 절대적으로 대두된다.
따라서 마케팅의 역사는 실재하는(tangible) 상품에서 시작하여 무형의(intangible) 가 치로 끝난다. 그리고 여기서 광고와 브랜드 그리고 로고는 뚜렷이 구분되지만 상호 밀 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즉 로고는 일종의 상징으로 광고의 연장으로 생각할 수 있는 데,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노출된 최소한의 정보로 소통하며 다양한 범위의 미디어를 넘나들며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즉 브랜드와 로고 역시 중성적인 기호가 아니며, 의미 를 생성하는 장치이자 정보의 강요 그리고 거대한 의미 체계에서 작동하는 기호와 상 징인 것이다.282
그러나 일반적인 상품과는 구별되어야 할 거주 장소로서 일상을 담아내야 하는 도시주 거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상품화됨으로써 그 소외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3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파트라는 주거상품은 다른 소비재와는 그 판매방식이 확연 히 다르다. 고객은 모델하우스라는 전시용 공간과 카탈로그 상의 정보만으로 구매 여 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공급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이다. 다른 소비재의 경우 이미 사용해 본 사람들의 조언 등을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수집 가 능하지만, 아파트는 적어도 신규공급인 경우 판매기간 즉 분양기간 중에는 이러한 경 험을 해본 사람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선판매-후공급이라는 판매방식은 실체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아파트라는 상품의 경우 다른 소비재에 비해 상품의 보유기간이 길 기 때문에 한 번 형성된 고객의 스키마(schema)는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브 랜드 아파트는 이미지를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여 왔다.283
282 Mark Peterson, Consumption and Everyday Life, Routledge, 2010, pp.197-200 참조.
283 이승준, 집에 담고 싶은 모든 가치와 집이 담고 싶은 기본 가치, 건축 1108, 2011, p.18.
고객들에게 남들과 차별화된 상품, 혹은 적어도 다른 상품과 동등이상의 상품수준을 확보하고 있 음을 각인시키기 위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이다. IT의 본격적인 시장형성시기였던 2007년에는 주택업계에서 너도나도 유비쿼터스를 앞세웠으며, 디자인의 중요성이 산업전반 뿐만 아니라 경영방식까지도 확산되었던 2008년에는 디 자인 차별화가 상품의 경쟁력이었고, 2009년 이후에는 친환경, 에너지 절감이 대세가 되었다. 이 승준, 집에 담고 싶은 모든 가치와 집이 담고 싶은 기본 가치, 건축 1108, 2011, p.19. 따라서 실제적인 주거의 기본 가치는 제외된 채,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는 트렌드에 따라 형성되어 왔고 소비자 역시 이러한 경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즉 브랜드화되기 이전과 이후의 가장 극단적인 차이가 차별화된 이미지의 구축 여부이 듯이, 아파트 건설업체들도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을 실천하여 왔다. 이를 위해 단위당 품질에 투자하는 금액이 커지면서 소비자 요구에 맞춘 고품질 아파트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했으며, 브랜드화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의 폭 역시 비교적 넓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건설업체들은 소비자의 요구사 항을 고려한 차별화, 전문화된 아파트를 건설할 필요성 만큼이나, 이를 소비자에게 식 별시키기 위해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역시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게 되었 다.
이는 아파트가 브랜드화되기 이전인 1990년대와 브랜드화 이후인 2000년대의 TV 광 고를 비교분석한 논문에서도, 1990년대에는 아파트 상품의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했던 반면 2000년대 이후에는 점차 감성적 이미지를 지향하며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밝힌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2000년대의 광고에서 는 실체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부재하기도 하며 때로는 과장된 비유를 통해 소비자 의 사회적 위신과 지위, 자아실현을 충족시키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284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품질에 대한 차원도 구매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윤 외(2011)의 연구285 에서 는 아파트 브랜드 자산을 형성하는 3가지 요인인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이미지, 지각 된 품질이 소비자 태도와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소비자 태도와 구매 의도 모두에서 지각된 품질,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이미지 순으로 나타 났다. 즉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주관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품질에 대한 인식이 소비자 태도 및 구매 의도에서 가장 높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남으 로써, 건설회사의 지각된 품질을 알리는 노력이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주택은 고가일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구성원이 장시간 공유하는 공간이며, 자 산으로서 가치를 갖는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복잡하고 신중한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필요로 한다.286 특히 최근에는 일반 상품을 구매할 때에도 광고보다는 소비자 리뷰
284 조재영 ․ 강석범, 아파트 브랜드 광고 메시지의 크리에이티브 표현에 관한 연구, 1990-2000년대 텔레비전 광고를 중심으로, 한국광고홍보학보, vol.12 no.3, 2010과 천민정, 1990년대와 2000년대 아파트 TV 광고 사례 비교분석을 통한 표현연구, 한국디자인학회 학술발표 대회논문집, 2007 참조.
285 정윤 ․ 박종원, 아파트 브랜드자산이 소비자태도와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부 동산학보, vol.44, 2011.